Semua Bab 피안을 거슬러: Bab 31 - Bab 40

100 Bab

제31화

“겨우 경성으로 돌아와 상서 자리에 올랐는데, 혼수 때문에 탄핵을 당해서야 되겠소?”유정혁은 지금 당장이라도 땅굴을 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말문이 막힌 송씨는 초조한 눈빛으로 유씨 노부인을 바라보았다.“그렇게 심각하단 말이냐?”유씨 노부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혼수 중 적지 않은 물건이 노부인의 손에 있었다. 그것들을 챙길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이목을 끌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유정혁이 말했다.“일단 혼수를 돌려줘서 구멍을 메우고, 나중에 잠잠해지면 다시 내놓게 하면 되지 않소. 이번 일이 커지면서 정왕부가 선주를 좋지 않게 보게 되었으니, 이 일로 혼사에 영향이 간다면 그게 더 큰 손해요.”이렇게 된 이상, 송씨도 더는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다만 이틀은 시간이 너무 촉박해 준비가 어려울 듯합니다.”“어리석긴!”유정혁은 눈을 부릅뜨고 송씨를 노려보았다.“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마무리하시오. 시간이 지체될수록 불리해질 테니!”“정혁이 말이 맞다.”유씨 노부인도 가능한 한 빨리 혼수를 복구하고 싶었기에, 즉시 장부 관리인을 불렀다.송씨는 부군의 장래와 딸의 혼사를 위해서라도 적극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오후 내내 정산한 결과, 총 사십만 냥이 부족했다. 유씨 노부인은 음침한 얼굴로 송씨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송씨는 잔뜩 움츠러든 채 시선을 피했다.“둘째네가 가장 많이 가져갔으니 삼십만 냥을 내놓고, 집안에서 삼만 냥, 셋째네와 넷째네가 각각 이만 냥씩 내놓아라. 내가 사비로 삼만 냥을 보태겠다.”유씨 노부인의 말에 송씨는 조급해졌다.“어머니, 저희가 무슨 수로 삼십만 냥이나 마련한단 말입니까?”“남의 것을 탐할 때는 오늘 같은 일이 생길 줄 몰랐느냐? 방법이 없으면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서 구해와야지!”노부인은 탁자를 쾅 내리치며 버럭 화를 냈다.“그동안은 내가 눈감아주고 넘어갔지만, 송씨, 넌 욕심이 지나치다. 너희가 집안 살림을 다 내다 팔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 테니, 내일 오전이 오기 전까지 삼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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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단하각으로 돌아온 유지영이 바로 짐을 정리하자, 홍주가 옆에서 거들며 입을 삐죽였다.“군주께서 사당을 나오시자마자, 둘째 부인 곁의 단주가 선주 아가씨를 데리고 돌아갔어요.”홍주는 그 일이 몹시 분한 듯했다.“오늘 아침 소인이 아가씨 조식을 가져다드리려고 사당에 갔더니, 유씨 어멈이 저를 막아섰지 뭡니까. 사당은 신성한 곳이고, 노부인께서는 두 아가씨를 반성하라고 보낸 것이지 즐기라고 보낸 게 아니라면서, 소인이 챙긴 음식을 전부 빼앗아갔습니다.”유지영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집안 살림을 쥐고 있는 송씨가 어제 궁중 연회에서 한 방 먹고 체면을 구겼으니, 어떻게든 보복하려 들 것이 뻔했다.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유국공부 사람들에게 친족의 정을 바라던 비굴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저녁에는 팥떡을 먹자꾸나. 팥을 많이 넣어서.”유지영의 말에 동금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팥은 구하기 힘든 것도 아니고 주방에도 많을 테니 걱정 마세요.”유지영은 고개를 돌려 홍주에게 말했다.“조금만 더 참으렴. 곧 숙모가 집안 살림권을 내놓게 될 것이고, 유수각에 개인 주방을 만들면 집안에서도 어쩌지 못할 거야.”“정말 그렇게 될까요?”홍주는 반신반의했다. 그동안 줄곧 송씨가 집안 살림을 맡아왔기에,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잠시 후, 연월이 찾아와 유선주가 짐을 옮겼으니 유수각으로 옮겨도 된다는 말을 전했다.유지영은 시녀들과 함께 짐을 챙겨 유수각으로 향했다. 유선주가 한눈에 보고 욕심낼 만하게, 유수각은 풍경이 운치 있고 화려했다.정원에는 인공 호수가 있었고, 정자 옆에는 포도나무가 심겨 있었으며, 담벽에는 장미넝쿨이 드리워져 있었다. 조금만 잘 정리하면 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터였다.“군주님, 여긴 단하각과는 비교도 안 되네요.”홍주가 감탄하며 말하자, 유지영은 담담히 미소 지었다. 이곳은 전생에도 그녀의 처소이긴 했지만, 들어온 지 석 달도 되지 않아 시집을 가게 되었고, 그 뒤 유선주가 몸이 좋지 않아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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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궁의 소 상궁이 도착했다는 전갈이 들어왔다.소 상궁이 왔다는 말에 유씨 노부인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소 상궁이 이미 송학당을 지나 곧장 유수각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유씨 노부인은 불길한 예감에 시종을 불렀다.“어서! 가서 소 상궁을 막아라!”하지만 문지기들이 전갈을 보냈을 때, 소 상궁은 이미 유수각으로 간 뒤라 막아서기엔 늦었다.소 상궁은 얼굴 가득 두드러기가 돋은 채 힘없이 누워 있는 유지영을 보고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군… 군주님,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소 상궁은 유지영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궁녀를 시켜 태의를 부르게 했다.“소 상궁.”유씨 노부인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궁색하게 변명했다.“환경이 갑자기 바뀌어 지영이가 몸이 적응을 못한 모양입니다. 어제 이미 의원을 불러 진찰도 받았고, 괜찮다고 했어요.”하지만 노부인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유지영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소 상궁은 화를 꾹 누르며 말했다.“군주님은 존귀하신 분이니 태의를 부르는 게 낫겠습니다.”반 시진 뒤, 부름을 받은 이 태의가 도착했다. 그는 유지영의 맥을 짚더니 말했다.“군주님께선 상한 음식을 드신 듯합니다. 거기에 풍한까지 들어 고열에 시달리셨으니 증세가 심해진 것입니다.”“상한 음식이라니?”소 상궁이 놀라 되물었다.홍주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어제 군주님께서는 사당에서 꼬박 하루 동안 무릎을 꿇고 계셨습니다. 하루 종일 드신 거라곤 전날 남은 만두 하나가 전부였고, 저녁에는 야채국 한 그릇만 드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소 상궁의 얼굴이 어둡게 굳었다.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유씨 노부인을 바라보았다.유씨 노부인은 다리에 힘이 풀리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그 돌팔이가 하마터면 군주님을 해칠 뻔했습니다.”태의는 처방전을 보더니 욕설을 퍼붓고는 새로 처방을 써 홍주에게 약을 지어오라 일렀다.홍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할 점을 자세히 들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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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체면이 구겨진 유씨 노부인은 음침한 얼굴로 내실로 돌아와 유지영을 노려보았다.“지영아, 예전의 너는 이렇게 엄살을 부리지 않았는데, 이번엔 어찌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들었느냐.”유지영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어제 저는 밤새 아팠고, 소 상궁께서 오늘 오시는 줄도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어떻게든 아픈 걸 숨기려 했겠지요.”그 말에 유씨 노부인은 말문이 막혔다.이번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유지영을 추궁할 만한 핑계가 없었다.“경성에 올라와 환경이 바뀌어 그런 듯하구나. 하지만 사당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사람이 너 혼자도 아니지 않으냐.”유지영은 뭐라 말하려던 홍주에게 눈짓을 보낸 뒤 고개를 끄덕였다.“예, 할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할머니를 원망해서 이러는 게 아니에요.”그때 밖에서 송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을 둘러봐도 소 상궁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송씨는 멀쩡해 보이는 유지영을 보고 비꼬듯 말했다.“지영아, 경성에 올라온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이리 소란을 피우느냐? 이렇게 큰 처소를 너 혼자 차지하고 있으면서, 집안 사람들은 바빠 정신이 없는데 조용히 지내면 안 되겠니?”유지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건 숙모님께 여쭤봐야겠군요. 할머니께서 어제 저희에게 사당에서 반성하라 하셨는데, 어찌 유씨 어멈은 선주에게는 진수성찬을 가져다주고 제 시녀에게는 딱딱한 만두만 보내셨습니까? 게다가 어제 저녁에는 상한 음식까지 보내셨더군요!”“허튼소리!”송씨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할머니, 저는 제가 어느 부분에서 숙모님께 밉보였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제 제 시녀가 두 번이나 숙모님을 찾아가 의원을 불러달라 청했는데… 모두 거절당해서 결국 할머니께 갔던 거예요.”유지영은 입술을 깨물며 서럽게 말했다.“이 처소도 할머니께서 제게 주신 것인데, 숙모님은 어찌 제게 화풀이를 하십니까?”송씨는 어제 부랴부랴 은자를 마련하느라 안 그래도 기분이 상해 있었다. 유지영이 탈이 났다며 의원을 불러달라고 했을 때, 엄살을 부린다며 시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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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어젯밤 송씨는 밤새 장부를 정리하고 점포를 두 개나 판 데다가, 유선주의 혼수까지 끌어모아서 은 이십만 냥이나 마련했다.“할머니, 저는 장부를 볼 줄도 모르니 장부에 익숙한 외숙모님을 불러 확인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송씨가 망설이는 모습을 본 유지영이 말했다.유씨 노부인은 앞으로 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을 시켜 한씨를 불러오게 했다.반 시진 뒤, 한씨가 저택에 도착하자 집안 사람들도 모두 대청으로 모였다.소식을 들은 셋째와 넷째 가족도 모두 모여 불만 가득한 눈으로 유지영을 노려보았다.이내 셋째 부인 정씨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경성에 올라오면 우리 유국공부도 이제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오자마자 온 경성의 웃음거리가 되게 생겼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송씨를 돌아보았다.“형님은 그동안 그렇게 고생하고도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이런 수모를 당하시니, 정말 안타까워요.”송씨는 억울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큰 형님이 일찍 돌아가신 걸 어쩌겠어.”“큰언니, 유국공부는 늘 언니가 원하는 걸 다 해줬는데 어찌 이런 식으로 집안에 수모를 주나요? 언니가 비록 군주가 되었다지만, 그래도 유씨 가문의 딸이잖아요. 언니 때문에 온 집안이 피해를 보는 걸 지켜만 볼 거예요?”유지란이 불만을 터뜨렸다.집안 사람들 모두가 유지영을 죄인처럼 몰아가고 있자, 한씨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끊었다.“말은 바로 해야지요. 지영이는 국공부의 딸이기도 하지만 우리 담씨 가문의 혈육이기도 합니다. 비록 혜정 아가씨가 세상을 떠났다고는 하나 담씨 가문이 멀쩡히 있는데, 어찌 지영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만 있겠습니까.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마무리하는 게 양가 모두에게 좋을 겁니다.”한씨의 말을 듣고 있던 유씨 노부인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그만들 하거라. 담 부인, 정산을 시작하게. 우리 유국공부는 어린아이의 혼수나 떼어먹는 파렴치한 집안이 아니네!”시종이 장부를 가져왔다.한씨가 장부를 펼치자, 옆에 있던 송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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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태후의 부름이라는 말에 유씨 노부인은 자기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렸다. 시간을 헤아려 보니 소 상궁이 유국공부를 떠난 지 한 시진쯤 지난 듯했다.그런데 이렇게 빨리 입궁 명령이 떨어질 줄이야…!그녀의 가슴속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어머니, 태후께서 어제 일로 우리 유국공부에 미안한 마음이 드셔서 오늘 따로 부르신 모양입니다.”송씨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녀는 노부인의 불안한 얼굴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태후께서도 어제 일이 오해였다는 걸 깨닫고 부르신 게 분명해요. 입궁하시면 정왕 세자께 영향이 가지 않도록 제대로 해명해 주세요.”송씨는 쉬지 않고 주절주절 떠들었다.그러고는 은근히 셋째와 넷째 가족을 향해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한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시간이 촉박해 장부 정리가 덜 된 듯하군요. 이사 오신 지 얼마 안 되어 할 일도 많으실 테니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유지영에게 눈짓을 보냈다.뜻을 알아차린 유지영은 다소곳하게 말했다.“저는 외숙모님을 배웅하고 오겠습니다.”“그렇게 하거라.”밖으로 나온 한씨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유지영에게 물었다.“혼수 말이다. 넌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정말 끝까지 따질 생각이니?”말투로 보아 이쯤에서 멈추라는 뜻이었기에, 유지영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지영아, 아무리 그래도 너를 십여 년이나 길러주신 분들이다. 네가 유씨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나중에 시집을 가더라도 힘 있는 친정이 있어야 시댁에서 허리를 펴고 살 수 있는 법이다. 적당히 하거라. 태후께서 지금이야 너를 예뻐하시지만, 그 총애가 언제까지 갈 것 같으냐?”유지영은 눈을 깜빡이며 생각에 잠겼다. 전생에 그녀는 배준형과 혼인한 뒤, 한씨와 사이가 소원해졌었다.이유는 그녀가 여러 해가 지나도록 회임을 하지 못하자, 한씨가 찾아와 사촌언니인 담시령을 배준형의 평처로 맞이해 달라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유지영은 당연히 거절했고, 한씨는 한발 물러서 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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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화가 머리끝까지 난 한씨는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지영이의 혼사는 담씨 가문의 큰 어르신께서 애초에 정왕과 상의해 정한 것이다. 너희가 지영이를 이리도 무시하는 건 우리 담씨 가문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어. 혼사는 이미 물렸다고 해도 혼수는 제대로 계산해야지!”이는 유국공부와 완전히 등을 지겠다는 뜻이었다.송씨는 소식을 듣고 달려오자마자 한씨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협박하듯 말했다.“그저 장난 좀 친 것뿐인데 왜 이러십니까? 이 일이 커지면 담씨 가문의 딸이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매달렸다는 소문이 날 텐데, 그쪽 집안에도 좋을 게 없지 않겠습니까.”“그게 무슨!”한씨는 화가 치밀어 어쩔 줄 몰랐지만, 기세는 이미 한풀 꺾인 뒤였다.송씨가 비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지금은 그저 서로 한발씩 물러서서 명성을 지키는 것이 옳은 선택인 듯합니다.”유선주도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이 소문나면 앞으로 담씨 가문의 아가씨들은 좋은 혼처를 구하기 어려울 거예요. 담 부인, 잘 생각하고 결정하세요.”모녀는 가벼운 말 몇 마디로 한씨의 약점을 잡아 흔들었다. 한씨는 분통이 터졌지만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담시령의 명성을 생각해서라도 한씨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외숙모께서 숙모님께 장난 좀 치신 것뿐인데, 어찌 아무 근거도 없이 사람을 모함하실 수 있나요?”유지영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시녀들을 빼고 그 얘기를 들은 사람이 있나요?”그 말을 들은 송씨가 유지영을 곱지 않게 흘겨보았다.“지영아, 너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니?”가능하다면 유지영도 이 일에 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양모가 자신에게 남겨준 혼수와도 관련된 일이니, 송씨가 지나치게 우세를 점하게 둘 수는 없었다.“언니, 설마 혼수 일로 저희를 압박하려는 건가요?”유선주가 비웃듯 시비를 걸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왜 혼사를 포기하겠다고 했나요?”유지영은 더 이상 그녀와 입씨름하고 싶지 않았다.“비록 숙모님께서 집안 살림을 맡고 계시지만, 할머니의 뜻을 거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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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연교가 한숨을 내쉬었다.“큰 부인과 나으리께서 힘을 써주셨기에 유국공부가 이렇게 빨리 경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거예요. 유씨 노부인이 아무리 아가씨를 예뻐하신다 해도 적장손만 하겠어요? 하지만 담씨 가문은 진심으로 아가씨를 아끼고 있죠. 앞으로 아가씨께서 혼인하시면 의지할 곳이 담씨 가문 말고 또 어디 있겠어요?”이건 유지영이 지금껏 지내오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었다.그동안 한씨는 인주에 들를 때마다 해준 것도 별로 없으면서 생색만 잔뜩 냈다.만약 한씨가 진심으로 그녀를 아꼈다면, 믿을 만한 심복 하나, 쓸 만한 장신구 하나 없이 지내게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담씨 가문에서 유지영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담씨 노부인이지, 외숙모인 한씨가 아니었다.매년 담씨 가문에서 선물을 보내올 때마다 한씨는 고마운 줄 알라며 은근히 생색을 내곤 했다.유지영은 웃으며 연교에게 말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이따가 할머니께서 내 사정은 무시하고 무조건 숙모님네 편을 드실 거라는 뜻이니?”연교는 멈칫하더니 어색한 얼굴로 답했다.“아가씨, 그런 말이 아니라...”“할머니는 평소에도 내가 손녀이니 끔찍이 아끼셨어. 네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것 같구나.”유지영은 담담히 말했다.“외숙모께서 우리 할머니를 많이 오해하고 계신 모양이군.”연교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상황에서 유지영은 한씨의 말에 따라 재산을 한씨에게 맡겨 보관하는 것이 마땅했기 때문이다. 연교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유지영은 송죽당으로 걸음을 옮겼다.송씨는 유선주를 데리고 먼저 송죽당에 도착해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유씨 노부인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고자질부터 늘어놓았다.“어머니, 정말 너무하지 않습니까? 공정하게 판단해 주십시오.”송씨는 한씨가 한 말을 부풀려 하소연했다.“어제 내놓은 은자만 해도 이미 저희 형편을 훨씬 넘어섰습니다. 여기서 더 내놓으라 하시면 저희는 살림살이를 팔아서라도 메울 수밖에 없어요.”유선주도 서러운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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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연월, 너는 가서 점포 계약 문서를 가져오너라.”유씨 노부인이 분부했다.송씨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 점포들에서 나온 수익 대부분은 이미 친정으로 보낸 뒤였다. 그리고 당장 두 아들의 혼례도 준비해야 하고, 유선주의 혼수도 두둑하게 마련해야 하는데 그걸 내놓으라니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유씨 노부인이 궁에 다녀온 뒤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잠시 후, 연월이 점포 계약서를 들고 돌아왔다.유씨 노부인은 마침 안으로 들어오는 유지영을 보고 말했다.“네 어미가 세상을 떠난 뒤로, 점포 다섯 곳은 내가 대신 관리해왔다. 이제 너도 나이가 찼으니 돌려줄 때가 되었구나.”말을 마친 노부인은 사람을 시켜 그동안의 장부를 가져오게 했다.송씨의 안색은 점점 퍼렇게 질려갔다.한 시진 뒤, 점포 다섯 곳에서 총 육만칠천 냥의 수익이 났다는 것이 확인되었다.“연월!”노부인은 아쉬운 마음을 애써 누르며 말했다.“이자까지 계산해서 창고에서 은자 칠만 냥을 가져와 지영이에게 주거라.”지시를 받은 연월이 자리를 떴다.송씨의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녀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장부와 은표가 유지영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바라보았다.“지영아, 할미가 네게 크게 보탬이 된 것은 없지만 그동안 너를 대신해 점포를 관리해왔다. 이제는 돌려줄 테니 잘 간수하거라.”유씨 노부인은 이를 악물고 큰마음을 먹은 듯 계약서를 건넸다.이로써 그동안 모아둔 재산은 거의 바닥나고 말았다.유지영은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든 뒤 한씨를 바라보며 말했다.“외숙모, 할머니께서는 늘 저를 어여삐 여겨주셨으니 절대 점포 수익을 탐내실 분이 아니에요. 이제 외숙모도 안심하실 수 있겠지요?”한씨는 유씨 노부인이 이렇게 순순히 점포와 수익을 내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 바람에 조금 전 그녀가 유지영에게 했던 말이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노부인께서 지영이를 이리도 아껴주시니 우리 집안에서 더 간섭할 필요는 없겠구나.”유씨 노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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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유지영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혐오스럽게 노려보는 노부인의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지영아, 재물 때문에 우리 유씨 집안에 원망을 품은 거라면 솔직히 말하면 될 것을, 어찌 뒤에서 집안의 명성을 더럽히는 짓을 하느냐? 정말 실망스럽구나!”송씨가 입을 삐죽이며 거들었다.“경성으로 돌아오면서 군주가 되었다고 이제는 웃어른도 안중에 없는 모양이지요.”한씨가 돌아가기 전 남긴 말 때문에 모두의 비난이 유지영에게 쏠렸다. 유지영은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할머니.”그때 유선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어쩌면 언니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닐 수도 있고, 담 부인께서 오해하신 걸지도 몰라요. 너무 언니만 나무라지 마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유지영에게 눈짓하더니 은표와 계약 문서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그동안 할머니께서 점포를 대신 돌봐주지 않으셨다면 얼마나 손해를 봤을지 상상도 안 가요. 그런데 어찌 할머니께서 힘들게 모으신 은자를 그대로 돌려받을 생각을 하나요? 언니, 오해도 풀렸으니 이것들은 할머니께 돌려드리는 게 맞지 않나요? 그리고 할머니께서는 부처를 섬기시니, 언니가 차고 있는 염주도 사죄의 뜻으로 할머니께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서 태후가 유지영에게 하사한 염주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유씨 노부인은 며칠이 지나도록 유지영이 먼저 바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아 내심 서운해 하던 참이었다.오랫동안 불경을 드려온 신도로서, 노부인 역시 그 염주가 얼마나 귀한 물건인지 알고 있었다.염주 하나만 해도 만금의 가치가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유씨 노부인은 흐뭇한 눈길로 유선주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굳은 표정으로 유지영을 노려보았다.유지영은 노부인의 속셈을 뻔히 알고 있었기에,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노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 이건 태후마마께서 하사하신 물건입니다. 나중에 태후마마께서 아시게 되면 할머니께 해가 될까 걱정됩니다.”그러자 유선주가 말을 잘랐다.“태후마마께서 어찌 할머니를 탓하시겠어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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