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하고 엄숙한 전각 안. 차가운 바닥에 꿇어앉은 서 부인은 무릎을 타고 한기가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잔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서 부인은 마른침을 삼켰다. 더는 어물쩍 넘어갈 수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체념한 듯 이를 악물고 서 태후를 향해 이마를 조아렸다."그렇습니다. 십칠 년 전, 저희 때문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자가 있었습니다."과거를 떠올리는 서 부인의 얼굴에 짙은 회한과 괴로움이 스쳤다.당시 서소현은 인물이 준수한 영정을 마음에 품었다. 게다가 영씨 가문이 회북에 있었기에, 멀리 시집가기 싫었던 그녀는 몰래 영정과 내통했다.결국 사달이 나자, 그녀는 서씨 가문을 압박하여 억지로 혼처를 바꿔치기하게 만들었다.그것도 모자라 서소현은 서 태후가 혼례를 올리기 직전, 한 사람의 정체를 세상에 까발렸다.여윤이라는 이름의 서생이었다.그는 과거 서 태후의 후원을 받았던 자로, 타고난 머리가 영특하여 당시 회북 지역에서 수석을 차지할 정도였다. 무사히 과거를 치렀더라면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을 인재였다.허나 지독한 가난이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곁에는 중병에 걸려 사람 손길이 꼭 필요한 누이동생까지 있었다.여윤은 학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생계를 꾸리며 누이동생까지 돌봐야 했다.그러던 어느 날, 여씨 남매의 어린 여동생이 약방에서 쓰러진 것을 당시 처녀였던 서 태후가 우연히 구해주었다.서 태후는 의원을 불러 아이를 치료해주고, 여윤에게도 적지 않은 은자를 쥐여주었다.여씨 남매는 그녀의 은혜에 깊이 감격했다.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소현이 여윤과 서 태후가 지저분하게 얽혀 있다는 추문을 날조한 것이다.혼례를 하루 앞둔 날, 육씨 가문에 서신 한 통이 날아갔다.여윤은 서소현에게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지만, 온갖 형벌 속에서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결국 서소현은 어린 여동생까지 잡아들였다. 남매는 땔감 창고에 갇혀 끔찍한 고초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서 태후에 대한 말을 털어놓지 않았다.꽃가마가 집을 나설 무렵, 헛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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