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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피안을 거슬러: Chapter 651 - Chapter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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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삼군에 수현의 군량이 더해지자, 황제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분통이 터졌다.등잔 밑이 어둡다고 정군왕이 감히 그의 코앞에서 군량을 사재기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황제는 온종일 전각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미간을 주무르며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인삼차만 몇 번이 들어갔는지 헤아릴 수도 없었다.이를 지켜보던 상 내관이 조심스레 만류했다."폐하, 진한 차는 옥체에 해롭습니다."황제가 고개를 들어 궁밖에 있는 각 가문들의 동태를 물었다.상 내관은 상황을 고하다가 황제의 얼굴에 여전히 은은한 짜증이 서려 있는 것을 눈치채고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서 부인이 태후 마마를 뵙고자 여러 가문을 찾아다니며 연줄을 대고 있다 합니다. 허나 태후 마마께서는 이를 아시고도 철저히 수수방관하시며 일절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십니다."최씨 가문에 사혼을 내린 것만으로도 최씨 가문은 무려 이백만 냥이 넘는 은표를 바쳤고, 이는 고스란히 국고로 환수되었다.황제는 내심 서명주를 첩으로 들이는 것이 서씨 가문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싶었다.허나 서 태후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내게 다 생각이 있다."그 한마디에 황제도 더는 토를 달 수 없었다.황제는 찌푸렸던 미간을 펴고 상 내관을 바라보았다."태후께서는 어찌하여 서씨 가문의 큰딸을 기어코 최호의 첩으로 보내려 하시는 것이냐?"그 물음에 상 내관이 옅게 웃었다."서씨 가문은 그저 태후 마마께서 최씨 가문을 압박하기 위해 쓰시는 장기말일 뿐입니다. 태후 마마의 지금 지위라면 얄팍한 명예나 잇속 따위는 진작에 초월하셨지 않습니까."한창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녕궁의 소 상궁이 비단 상자를 들고 찾아왔다."폐하를 뵈옵니다." 소 상궁이 비단 상자를 들어 올렸다. "방금 최 부인께서 입궁하여 바친 물건입니다. 태후 마마께서 폐하께 전하라 명하셨습니다."황제는 의아한 얼굴로 상 내관에게 눈짓을 했다.상 내관이 잰걸음으로 다가가 상자를 건네받았다. 뚜껑을 열어 안을 확인한 그는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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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서 부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며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소 상궁은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도 굳이 다가가지 않았다. 그저 서 부인이 한 걸음마다 절을 올리며 다가오는 꼴을 냉랭하게 지켜볼 뿐이었다."태후 마마! 죄인이 잘못했습니다!"쿵!바닥에 짓찧는 머리 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자녕궁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서 부인의 이마는 이미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문앞에 도달한 서 부인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꿇어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삐걱거리며 문이 열렸고, 소 상궁이 서 부인을 전각 안으로 안내했다.전각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향냄새가 코끝을 맴돌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서 부인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으나, 전각 안에 태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의 눈빛이 미세하게 떨렸다.다행히 머지않아 발소리가 들려왔다.서 태후는 한 손에 서책을 쥔 채 여유롭게 걸어 나와 상석에 앉았다. 그녀는 서 부인이 방금 밖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몹시 무심하고 서늘한 눈빛이었다."태후 마마, 죄인이 마마를 뵈옵니다."서 부인은 바닥에 머리를 무겁게 찧었다. "십칠 년 전의 일은 모두 이 죄인의 탓이옵니다! 부디 저를 엄벌에 처하시고 무고한 어린것만은 용서해 주시옵소서!"서명주에게 사혼이 내려진 날부터, 서 부인은 단 하루도 두 다리를 뻗고 자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왕년에 자신이 저질렀던 악행뿐이었다.더 이상 헛된 요행을 바랄 수는 없었다.서 태후가 그 일들을 파헤치지 못했을 리 만무했다.최근 서씨 가문을 옥죄어오는 모양새를 보면 꼭 무딘 칼로 살점을 천천히 도려내는 것과 같았다.서 태후는 들고 있던 서책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느긋하게 찻잔을 들어 두어 모금 축였다. 발밑에서 서 부인이 애원하든 말든 무심한 안색이었다.눈물 콧물을 쏟으며 오열하는 서 부인의 꼴을 보자 서 태후의 미간에 혐오감이 스쳤다."십 년도 한참 지난 일을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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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적막하고 엄숙한 전각 안. 차가운 바닥에 꿇어앉은 서 부인은 무릎을 타고 한기가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잔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서 부인은 마른침을 삼켰다. 더는 어물쩍 넘어갈 수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체념한 듯 이를 악물고 서 태후를 향해 이마를 조아렸다."그렇습니다. 십칠 년 전, 저희 때문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자가 있었습니다."과거를 떠올리는 서 부인의 얼굴에 짙은 회한과 괴로움이 스쳤다.당시 서소현은 인물이 준수한 영정을 마음에 품었다. 게다가 영씨 가문이 회북에 있었기에, 멀리 시집가기 싫었던 그녀는 몰래 영정과 내통했다.결국 사달이 나자, 그녀는 서씨 가문을 압박하여 억지로 혼처를 바꿔치기하게 만들었다.그것도 모자라 서소현은 서 태후가 혼례를 올리기 직전, 한 사람의 정체를 세상에 까발렸다.여윤이라는 이름의 서생이었다.그는 과거 서 태후의 후원을 받았던 자로, 타고난 머리가 영특하여 당시 회북 지역에서 수석을 차지할 정도였다. 무사히 과거를 치렀더라면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을 인재였다.허나 지독한 가난이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곁에는 중병에 걸려 사람 손길이 꼭 필요한 누이동생까지 있었다.여윤은 학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생계를 꾸리며 누이동생까지 돌봐야 했다.그러던 어느 날, 여씨 남매의 어린 여동생이 약방에서 쓰러진 것을 당시 처녀였던 서 태후가 우연히 구해주었다.서 태후는 의원을 불러 아이를 치료해주고, 여윤에게도 적지 않은 은자를 쥐여주었다.여씨 남매는 그녀의 은혜에 깊이 감격했다.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소현이 여윤과 서 태후가 지저분하게 얽혀 있다는 추문을 날조한 것이다.혼례를 하루 앞둔 날, 육씨 가문에 서신 한 통이 날아갔다.여윤은 서소현에게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지만, 온갖 형벌 속에서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결국 서소현은 어린 여동생까지 잡아들였다. 남매는 땔감 창고에 갇혀 끔찍한 고초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서 태후에 대한 말을 털어놓지 않았다.꽃가마가 집을 나설 무렵, 헛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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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서 태후가 혼처를 빼앗긴 일에는 딱히 관심이 없고, 여윤의 죽음에 한을 품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서 부인은 기가 막힌다는 듯 서 태후를 쳐다보았다."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 때문에 이토록 오랜 시간 가문을 원망하시는 것이 진정 가치 있는 일입니까? 태후 마마, 아무리 그래도 서씨 가문은 마마를 낳고 길러준 곳입니다. 일말의 정이라도 남아있지 않으십니까?"그때 소 상궁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조차 죽음을 불사하며 마마의 결백을 증명했거늘, 핏줄이라 자부하는 인간들은 마마께서 잘되는 꼴을 못 봐 온갖 수작으로 모함하고 헐뜯었지. 그래 놓고 무슨 낯짝으로 감히 가족을 입에 올린단 말이오!"소 상궁의 매서운 질타에 서 부인은 입만 벙긋거리다가 수치심에 얼굴을 붉혔다."부인은 그저 서소현이 적장녀로 총애받는 것을 보고 그 요망한 짓거리에 놀아나 태후 마마를 모함한 것 아닙니까! 오늘날 이 꼴을 당한 것도 다 자업자득이지요!"소 상궁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서 부인의 뺨을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악독한 속내를 생각하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울화가 치밀었다.정곡을 찔린 서 부인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서 태후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차피 벌어진 일... 태후 마마께서는 어찌해야 노여움을 푸시겠습니까?"목숨을 내놓으라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참이었다.허나 서 태후의 입가에는 서늘한 비웃음만 걸려 있었다.그 모습에 서 부인은 속이 타들어가며 무릎을 꿇은 채 서 태후 쪽으로 기어갔다."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잠시 돈에 눈이 멀어 서소현에게 속고 이용만 당했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 명주만은 살려주십시오."곡소리가 점점 커지자, 듣기 거북해진 서 태후는 소매를 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고요하고도 싸늘한 눈빛으로 서 부인을 내려다보았다."정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면, 그 증거를 내게 가져오거라."서 부인은 순간 흠칫하면서도 내심 희색이 돌았다.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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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서씨 노부인은 서유천을 바라보며 불만스레 물었다. "무슨 일이기에 이 늦은 밤에 일족을 다 불러 모아 이리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대청 안은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지만, 분위기는 숨이 막힐 듯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서유천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십칠 년 전의 과거를 입에 올렸다."그리 까마득한 옛날 일을 이제 와서 꺼낼 필요가 뭐가 있다고." 서씨 노부인은 불편한 얼굴로 말을 싹둑 잘르고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방 안의 화로가 너무 뜨겁게 타오르는 탓에 등줄기에 끈적한 땀이 배어 불쾌하기 그지 없었다.서유천이 입을 뗐다. "십칠 년 전 우리 서씨 가문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하여 저는 가주로서 과거의 죄를 낱낱이 고하고, 여 공자를 위한 사당을 지어 우리 가문이 삼 대에 걸쳐 모시도록 할 생각입니다."쨍그랑!서씨 노부인이 들고 있던 찻잔을 놓쳤다.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은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그녀는 경악한 얼굴로 서유천을 쳐다보았다.다른 어르신들 역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를 주목했다."제 결심은 이미 확고합니다!" 서유천은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서씨 노부인이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노려보다가 서 부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오늘 입궁하여 태후 마마를 뵈었습니다. 이것은 태후 마마의 뜻입니다!" 서 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히 설명했다. "태후 마마께서는 우리 가문의 죄를 만천하에 까발리라 명하셨습니다."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들고일어났다."자신을 낳고 길러준 본가가 아닌가!""태후께서 정녕 노망이라도 나신 게냐?"일족들이 격분하여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가운데, 방금 전까지 가장 펄쩍 뛰던 서씨 노부인만이 오히려 차갑게 이성을 되찾았다.그녀는 서 부인을 쏘아보았다. "정녕 그것이 태후의 뜻이란 말이냐. 그리하면 어찌 될지 뻔히 알면서도, 고작 서생 하나 때문에 가문 전체를 위험에 빠뜨려야 했다는 게야?"서씨 노부인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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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대청 안에서 한참 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일족들은 서로 눈치만 살필 뿐, 누구 하나 감히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오랜 적막 끝에 족장이 무겁게 입을 뗐다. "어쩌면 이 방법뿐일지도 모른다. 폐하께서는 인자하시고 효심이 깊으시나 대의를 먼저 살피실 것이다. 기껏해야 우리 서씨 가문 사람 몇몇을 벌하실 뿐, 무고한 이들까지 엮지는 않으실 테지. 최악의 경우, 이 늙은이가 나서서 죄를 청하면 될 일 아니겠느냐!"가문의 후대들에게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면, 매를 맞든 목이 날아나든 기꺼이 감수할 참이었다."태후는 서씨 가문의 핏줄이면서 가문을 일으켜 세우지는 못할망정, 묵은 옛일로 사사건건 본가를 옥죄고 있지 않소. 내가 체면을 버리고 폐하께 찾아가 고자질한다 한들 이는 다 태후가 자초한 일이지!""이 세상천지에 그 패악질을 막을 수 있는 분이 딱 한 분 계시지 않소!""천자의 위엄은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법이오!"서씨 노부인이 자진해서 나서자, 다른 어르신들도 앞다투어 동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서씨 노부인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다음 날 동이 트자마자 입궁을 청하는 서신을 올렸다.허나 궁문 밖에서 장장 두 시진이나 기다려도 부름은 없었다.참다못한 서씨 노부인은 아예 신문고를 울려버렸다. 북소리가 둥둥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녀는 기어코 황제를 뵙겠다며 고집을 부렸다.*자녕궁.소 상궁은 서씨 노부인이 신문고를 쳤다는 소식을 고하며, 틈틈이 서 태후의 안색을 살폈다.허나 서 태후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덤덤하게 고개만 끄덕였다.그 모습에 소 상궁은 묵묵히 입을 다물고 태후를 도와 자수 도안을 정리했다. 진 도련님에게 지어줄 옷가지들을 준비하는 중이었다.서 태후는 서너 가지 도안을 골라 소 상궁에게 건넸다. "수방에 일러 가장 부드러운 천을 고르라 하거라. 바느질도 실수하지 말고 꼼꼼하게 서둘러 지어 올리라 이르고."소 상궁은 공손히 명을 받들었다.어느덧 두 시진이 흐른 뒤, 궁인이 들어와 황제가 서씨 노부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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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서씨 노부인은 눈물 콧물을 쏟으며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내막을 모르는 이가 보았다면 절로 동정심이 일 만한 모습이었다.오늘 서씨 노부인과 함께 입궁한 이는 서유천과 서씨 가문의 어르신 한 명이었다.서씨 노부인이 울며 하소연할 때마다, 서유천은 곁에서 그녀를 부축했다."폐하, 서씨 가문이 태후에게 빚을 진 것은 맞습니다. 허나 그 시절 혼처를 바꾼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태후 역시 동의했던 일입니다.""그런데 서씨 가문이 경성으로 올라온 후부터, 태후께서는 사사건건 저희를 과녁 삼아 괴롭히고 있습니다.""이 늙은 것이 입궁하여 용서를 구하며 온갖 눈치를 보았습니다. 그래도 원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열 달을 품어 낳은 제 딸이니까요. 어릴 적에는 그저 순하고 사랑스러웠는데, 어쩌다 성정이 저리 뒤틀려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권세를 믿고 횡포를 부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양나라의 체면까지 깎아내리려 듭니다.""이 늙은이는 더 이상 방도가 없어, 대의를 위해 혈육을 끊어내는 심정으로 나섰습니다. 부디 폐하께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그 목소리는 벽을 넘어 고스란히 편전으로 흘러들었다.서 태후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손끝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만 톡톡 울렸다.곁에 선 소 상궁은 미간을 찌푸렸다.편전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어전의 서씨 노부인은 코를 훌쩍이며 계속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태후는 마음속에 원한만 가득 차, 친조카마저 첩으로 들이라며 체면을 짓밟고 있습니다…… 참으로 도가 지나친 처사입니다!"모친이 서 태후의 허물을 들추어내는 것을 들으며, 서유천은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오늘 서 태후를 무너뜨리든지 서씨 가문이 엄벌을 받든지 둘 중 하나였다. 이왕 피할 수 없는 화라면 차라리 덜 다치는 쪽을 택해야 했다.서씨 가문이 이렇게까지 나온 것도 벼랑 끝에 몰렸기 때문이었다.서유천은 힐끗 용상에 앉은 사내를 올려다보았다.황제의 얼굴은 음침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은은한 노기마저 서려 있었다. 무표정하게 굳은 그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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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다른 대신의 의견도 유 대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세 대신이 연달아 서 태후를 두둔하고 나서자, 서씨 노부인은 목을 꼿꼿이 세우며 반박했다."그건 대인들께서 태후 마마의 감춰진 이면을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오!"황제는 유 대인을 힐끗 쳐다보았다.유 대인이 즉시 나서서 호통을 쳤다."헛소리 마시오! 태후 마마께서는 약자를 가엾이 여기시고 장군가의 후손을 친히 거두셨소. 공과 사가 명확하여 조금의 치우침도 없으신 분이거늘! 오히려 십칠 년 전 서씨 가문이 저지른 짓이야말로 도를 넘지 않았소. 마마께서 당신들께 은혜를 베풀지 않으셨다고 이리 헐뜯으려 들다니, 참으로 비열한 행태요!"정곡을 찔린 서씨 노부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유 대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회북에서 서씨 가문의 평판은 본디 바닥을 기었소. 특히 노부인께서 적장녀만 편애하여 온갖 패악을 눈감아준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오. 정혼자가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동생의 혼처를 가로챘으니, 애당초 선량한 인품과는 거리가 멀지 않소! 오늘날 이 꼴을 당한 것도 다 자업자득이오!""그간 서씨 가문은 태후 마마의 명성을 등에 업고 회북에서 얼마나 많은 잇속을 챙겼소? 보다 못한 태후 마마께서 서씨 가문을 경성으로 불러들여 경고하신 것이오. 거기서 몰수한 재물마저 전부 국고로 환수하셨으니, 핏줄에 얽매이지 않고 얼마나 공명정대하신지 알 수 있지 않소!"조정 대신들은 본디 말주변이 뛰어난 자들이었다.단 몇 마디로 가문의 치부를 까발리며 서씨 노부인을 톡톡히 망신 주었다."서씨 가문의 적장녀는 수치심도 없이 사내의 품에 안겼고, 그 딸인 영씨 가문의 적장녀도 어미를 쏙 빼닮아 몹쓸 짓을 벌이다 영씨 집안에서 맞아 죽었소. 윗물이 더러우니 아랫물이 맑을 수가 있나!""태후 마마께서는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정을 끊어내셨으니, 참으로 양나라 여인들의 귀감입니다!""마마의 공명정대함에 감복할 따름입니다!"세 대신은 서씨 노부인이 입을 뻥긋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화가 난 서씨 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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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대신들은 바닥에 엎드린 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서씨 노부인은 자신이 서 태후의 약점을 제대로 찔러 그들의 입을 막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서씨 가문을 벼랑 끝으로 몰지만 않았어도, 저 역시 이런 추문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편전.소 상궁은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기세로 눈을 부릅떴다."어찌 저런 식으로 마마를 헐뜯을 수 있단 말입니까?"서 태후의 얼굴에 차가운 비웃음이 번졌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손끝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다만 호흡이 조금 가빠졌을 뿐이었다.십여 년을 모신 소 상궁은 그녀가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서 태후가 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서씨 가문의 처사는 도를 지나쳤다. 서소현 하나를 감싸자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내고 있었다."서생이라?"한참 만에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러운 음색 속에 억눌린 분노가 서려 있었다. 황제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씨 노부인을 쳐다보았다."십칠 년 전 회북에서 수석을 차지하고, 수재를 다스리는 방도에 관한 문장으로 칭송이 자자했던 여 공자를 말하는 것인가?""그러합니다, 폐하!"서씨 노부인이 황제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그자는 재주는 조금 있었으나 인품이 몹시 비열했습니다. 권세에 빌붙고자 서완을 부추기고 환심을 샀으니, 그자가 아니었다면 서완 역시 풍기를 문란케 하는 짓은 저지르지 않았을 것입니다!"황제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었다다. 검은 눈동자 속에 은은한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십여 년을 조정에 몸담아 온 세 대신은 고개를 들어 서로의 눈치만 살피다가, 기가 막힌다는 듯 서씨 노부인을 쳐다보았다.멍청이를 보는 눈빛이었다.황제가 태후에게 극진히 효도하며 단 한 번도 뜻을 거스른 적이 없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게다가 태후는 이번 전쟁에서도 황제의 큰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었다. 그런 황제가 십칠 년 전의 시비로 태후를 벌할 리가 없었다.참으로 생각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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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서신을 펼치자, 안에는 참으로 애틋한 연서가 적혀 있었다. 회북을 멀리 떠나 강남 일대로 가서 함께하자는 약조와 미래의 아름다운 삶을 그리는 내용이었다.황제는 종이를 빼곡하게 채운 글자들을 끈기 있게 끝까지 읽어 내렸다."그날 마마 곁에 있던 시녀가 은밀히 움직이는 것을 제가 붙잡았습니다. 시녀는 태후 마마께서 여 공자와 오래전부터 내통해 왔으며…… 심지어 회임까지 할 뻔했다고 실토했습니다. 이 사실이 영씨 가문의 귀에 들어가 파혼을 당할 처지에 놓였고, 영씨 가문 측에서 서씨 가문의 체면을 보아 혼처를 바꾸자고 제안한 것입니다."서소현은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바깥에서는 제가 마마의 혼처를 가로챘다며 십수 년 동안 억울한 오명을 씌웠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말을 마친 서소현이 영정을 쳐다보았다.영정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틀림없는 사실입니다."황제의 시선이 며느리인 서 부인 진씨에게 닿았다.서 부인 진씨는 망설였다. 지아비와 시어머니가 태후를 헐뜯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내심 께름칙했다.하지만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만약 이번 기회에 태후를 무너뜨린다면, 서씨 가문은 이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진씨는 몇 번을 망설이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폐하, 당시 춘분이라는 시녀에게서 이 서신을 찾아낸 것은 사실입니다. 춘분은 오랫동안 태후 마마를 모시던 자였으니, 조사해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황제가 물었다."그 춘분이라는 자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진씨가 대답했다."자백을 받아낸 직후 장살에 처했습니다.""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매질하여 억지 자백을 받아냈을 수도 있겠군."황제의 일침에 진씨는 아연실색했다."그 서생은 어찌 되었느냐?"황제가 다시 물었다.서소현이 재빨리 나섰다."죗값을 치를까 두려워 강에 몸을 던져 자진했습니다."제 목숨을 바쳐 결백을 증명했거늘, 서소현의 입을 거치니 죗값이 두려워 자진한 것으로 둔갑해버렸다.기가 막힌 황제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손에 들린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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