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최상층 스위트룸 응접실은 무거운 정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은은한 앰버 빛 조명이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에 낮게 깔려 있었지만, 그 공간이 품은 온도는 극도로 차가웠다. 통창 밖으로는 도시의 화려한 야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으나, 방 안의 누구도 그 아름다운 경관을 눈에 담지 못했다.질문조차 되지 못한 도진의 피맺힌 음성이 허공에 산산이 부서졌다.진우는 도진의 질문에 단 한 마디 대답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비참하게 주저앉아 있는 도진을 무심하게 지나쳐, 스위트룸 상석 소파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깊숙이 자리를 잡고 앉을 뿐이었다.진우가 느릿하게 턱을 괴며 낮게 읊조렸다.“내가 했다라…… 글쎄? 난 당신한테 아무것도 강요한 적 없는데.”“……!”낮게 깔린 진우의 목소리가 도진의 귓가를 울리는 순간, 도진은 뇌리가 쿵 하고 깨져나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그의 말이 맞았다. 단 한 번도, 그 누구도 자신에게 아스테리아의 블랙 다이아몬드 공개 입찰을 따내기 위해 오션블루에, 그리고 RV은행에 손을 벌리라고 강요한 적이 없었다.모든 것은 지수에게 지기 싫다는 오기, 그리고 이 정도 재력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세상에 과시하고 싶었던 자신의 오만한 욕망이 스스로 벌인 일이었다.‘아니다…… 그럴 리가 없어.’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 전체를 부정당하는 완벽한 패배 선언이나 다름없었다.도진은 짓눌리는 중압감을 뚫고 이를 악물었다. 후들거리는 두 다리에 악착같이 힘을 주고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꼿꼿한 태도로 진우의 맞은편 소파에 정갈하게 앉았다. 일단은 이 300억, 아니 어쩌면 500억으로 불어나 버린 처절한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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