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장의 육중한 대리석 문 앞.강도진은 문고리를 잡기 전 잠시 숨을 고르며 자신의 착장을 재차 점검했다. 깊은 무게감과 묵직한 신뢰감을 주는 클래식한 브라운 3피스 트위드 수트, 감각적인 붉은 체크 셔츠 위에 단정하게 매어 넣은 타이트한 넥타이, 그리고 행거치프 주머니에 정갈하게 찔러 넣은 와인빛 포켓치프까지. 오늘만큼은 단 한 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할 수 없었다.소매 끝을 살짝 올리자, 로즈골드 스트랩에 짙은 푸른빛 다이얼이 영롱하게 빛나는 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 이지수가 선물했던 파텍필립 컴플리케이션.시계의 메탈 스트랩을 한 번 묵직하게 정돈한 도진은 마침내 문을 열고 이사회장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그러나 문을 넘어서자마자, 도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넓디넓은 대형 이사회장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원래 배치된 주주석과 이사석으로는 턱없이 모자란 듯, 안내 직원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벽면을 따라 바쁘게 여분의 의자까지 나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주주와 일부 이사들만 참석하던 평소의 정숙한 이사회와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열기이자, 살벌한 밀도였다.‘……오늘 하루가 참 길겠군.’도진은 직감적으로 등 줄기에 돋아나는 서늘함을 느꼈다.도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도깨비 시장처럼 시끄럽게 울려 퍼지던 실내의 소음이 어제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차갑게 꺼져 내렸다. 수십 개, 수백 개의 날카로운 눈빛이 일제히 도진에게 꽂혔다. 그 눈빛들은 단순한 관심이 아니었다. 그를 단상 위에 올리고 메스로 구석구석 해부하려는 듯한 칼날 같은 시선이었다.도진은 그 서늘한 해부의 시선들을 담담히 견뎌내며, 턱을 고고하게 든 채 이사회장의 가장 앞자리, 자신의 대표이사 석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강수한 회장의 위임장과 문중 지분, 최 이사와 윤 이사의 우호 표까지 더해 확정 지은 51%의 절대 지분. 자신이 쥐고 있는 이 과반수라는 철옹성을 상기하며, 도진은 서재 상석에 앉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의자에 몸을 기댔다."제1안건, 강도진 대표이사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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