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이 구속되어 감옥에 들어간 이후, 강도진의 비서로 일하며 비밀리에 뒷돈을 챙겨왔던 한수혁의 삶은 그야말로 참혹하게 무너져 내렸다. 비리 사실이 업계 전반에 낱낱이 파헤쳐지며 소문이 나자, 그 어떤 회사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밀린 월세와 사채업자들의 독촉에 쫓겨 곰팡이 쓸린 음습한 단칸방에 갇힌 수혁은, 매일 밤 찌든 술과 절망 속에서 피폐해져 갔다.초췌하게 자란 수염과 핏발 선 눈, 퀭하게 파인 볼골이 그의 처절한 몰락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골방 구석에서 썩어가는 자신과 달리, 수진과 갈라선 후 두 아이를 데리고 전보다 훨씬 다복하고 유복하게 살아가는 박진우의 소식이 뉴스나 SNS를 통해 들려올 때마다 수혁의 가슴속에는 비틀린 원망과 증오가 소용돌이쳤다.'박진우 네놈 때문에 수진 누나도 감옥에 가고 내 인생도 이 꼴이 됐어……!'진우가 현수와 현지에 대해 유난한 부성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수혁은, 아이들을 이용해 거액의 돈을 뜯어내고 해외로 도주할 끔찍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수혁은 기회를 노리며 진우 가족의 뒤를 집요하게 쫓았지만, 늘 철통같은 경호와 보모의 밀착 케어 때문에 선뜻 접근하지 못했다.그러던 어느 주말, 지수가 도진에게서 사들인 양평 별장의 상태를 확인하고 아이들과 나들이를 겸해 떠난다는 정보가 수혁의 귀에 들어왔다. 진우와 지수, 현수, 그리고 동갑내기인 다섯 살 현지와 예인이까지 함께한 양평 별장 나들이. 수혁은 어린 현지와 예인이를 타깃으로 삼고 별장 인근 숲속에 모자와 마스크를 눌러쓴 채 숨어 기회를 노렸다.별장 뒷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들 중, 첫째 현수가 넘어져 옷이 흙투성이가 되는 바람에 옷을 갈아입히려 보모가 현수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뒷마당에는 동갑내기인 다섯 살 현지와 예인이 둘만 남아 쪼그려 앉아 알록달록한 꽃을 구경하며 놀고 있었다."예인아, 이 분홍색 꽃 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