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의 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혐오가 스쳤다. 그는 억지스러운 직업적인 미소를 지었다.“이미 전부 허 변호사님께 전달했어요.”박규태는 차가운 얼굴로 화가 난 채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잠시 후 그는 커피잔을 들고 허서령의 사무실 앞을 지나가다 문 앞에서 멈춰서서 안을 몰래 훔쳐보았다.허서령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금고 비밀번호를 누른 후 문을 열어 모든 증거를 넣고 다시 닫았다.일어나 몸을 돌린 순간, 그녀는 문 앞에서 수상하게 기웃거리는 박규태를 발견했다.“박 변호사님, 무슨 일이세요?”박규태는 차갑게 웃으며 손에 든 커피를 살짝 들어 보였다.“허서령 씨, 커피 마실래요?”“아니요. 고마워요.”허서령은 차갑게 대답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박규태는 얼굴 가득 서늘한 미소를 띤 채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그녀의 사무실 앞을 지나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소준혁의 꽃은 늦었지만 어김없이 도착했다. 안내 데스크 직원이 꽃다발을 들고 들어왔다.“허 변호사님, 꽃 왔어요.”허서령은 고개를 들었다.“번거롭겠지만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안내 데스크 직원은 기쁜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좋아요. 그럼 제가 가져도 되죠?”“네.”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점심때까지 바쁘게 일한 뒤에야 심인혜에게서 전화가 왔다. 허서령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집중해서 전화를 받았다.통화 중 심인혜는 울음을 터뜨렸다. 가장 많이 한 말은 결혼한 것도, 아이를 낳은 것도 후회된다는 것이었다. 자유도 없고 몸과 마음은 지쳤으며, 생활의 사소한 문제로 백시욱과 늘 다퉜다고 했다.허서령은 심인혜도 우울증에 빠지기 직전인 것 같다고 느꼈다.아이는 너무 어려 자주 울고 보챘다. 면역력도 약해 쉽게 아팠다. 집에는 사사건건 간섭하고 따지는 시어머니까지 있었다.허서령은 심인혜의 모습에서 결혼한 여자가 겪는 막막함을 보았다.순간적인 충동으로 서둘러 결혼해서는 안 됐다. 상대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철저히 알아보고 가치관이 맞는지도 확인해야 했다.심인혜가 울며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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