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침대 머리맡 협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울렸다.허서령은 흠칫하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돌아본 뒤, 다시 지강산의 휴대전화 화면을 보았다.그녀는 곧장 달려가 확인했다. 발신자 표시에는 뜻밖에도 지강산의 이름이 떠 있었다.그녀는 서둘러 지강산의 휴대전화에서 걸려 온 전화를 끊고, ‘A 누님’이라는 이름 아래 저장된 번호를 확인했다.그 순간 그녀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잔잔하던 마음에 묘한 파문이 일었고, 보이지 않는 애매한 기류가 깊고 고요한 분위기를 건드렸다.‘지강산의 휴대전화에 이름 없이 저장된 유일한 번호가, 설마 내 번호였단 말인가?’게다가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이름으로 저장해 놓았다.“왜 나를 ‘A 누님’이라고 저장해 놓은 거야?”허서령의 마음이 어지러워졌다.지강산은 두 손으로 침대를 짚고 고개를 들더니 살짝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낮고 부드러운 중저음이 유난히 나른하고 다정했다.“누나.”그 한마디에 허서령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듯했고, 마음은 진흙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렸다.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가 술에 취해, 거칠면서도 깊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누나라고 부르다니. 사람을 홀려도 너무 치명적으로 홀렸다.허서령은 그제야 지난번 고스톱 내기를 떠올렸다.겉보기에는 그녀가 졌고, 벌칙을 이행하지 않겠다며 억지를 부린 것 같았다.하지만 사실 모두가 그녀가 이겼다는 걸 알고 있었다. 완벽하고도 통쾌한 승리였다. 소준혁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그녀를 누나라고 불렀다.“휴대전화 줘.”지강산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허서령은 휴대전화를 움켜쥔 채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듯 뛰었고 호흡도 흐트러졌다.‘안 돼. 반쯤 취하고 반쯤 깨어 있는 지강산은 너무 위험해.’그녀는 그의 카톡을 열어 도은정의 이름을 검색했다. 이름을 몇 가지로 바꿔 가며 찾아봤지만 나오지 않았다.“도은정 카톡 아이디가 뭐예요?”지강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내렸다. 눈빛은 깊고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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