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령과 지강산이 아침을 먹고 있을 때, 막 잠에서 깬 심인혜가 방에서 허둥지둥 뛰어나와 복도를 지나 거실로 들어왔다. 두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허서령이 뒤를 돌아보니 심인혜는 가방과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머리는 아직 부스스하게 흐트러졌고 다급한 표정으로 밖을 향하고 있었다.“서령아, 나 먼저 갈게.”“지강산 씨, 저 먼저 갈게요. 어젯밤 재워 줘서 고마워요.”심인혜는 걸어가면서 인사했다.허서령은 두 손으로 식탁을 짚고 급히 일어났다.“인혜야, 왜 이렇게 급하게 가? 무슨 일 생겼어?”심인혜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허서령에게 씁쓸하게 웃었다.“어젯밤 아이를 백시욱한테 맡겼어. 당연히 집에 남아서 아이를 볼 줄 알았지. 그런데 윤가온 집 전기 수리해 주겠다고 아이까지 데리고 그 집에 갔더라. 내가 밤새 집에 안 들어가도 찾지도 않았고, 내 아이는 윤가온에게 맡겼어. 윤가온이 지금 와서 데려가래.”허서령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심인혜가 지금 얼마나 화나고 괴로운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었다.“내가 차로 데려다줄게.”“됐어. 넌 지강산 씨를 돌봐야 하잖아.”“이 근처는 택시 잡기 어려워.”허서령은 지강산 옆을 지나며 허락을 구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갔다 와도 돼요?”지강산은 고개를 끄덕였다.“운전 조심해.”“네.”허서령은 곧바로 방으로 뛰어갔다.“잠깐만 기다려, 인혜야. 옷만 갈아입고 금방 올게.”심인혜는 고개를 숙여 몰래 눈물을 닦았다. 옷을 갈아입은 허서령은 차에 심인혜를 태우고 윤가온이 약속한 장소로 갔다.공원 밖, 햇볕은 뜨겁게 내리쬐었고 큰 나무 아래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긴 벤치에 윤가온이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안고 앉아있었다. 곁에는 자폐증 증상이 있는 네 살 딸이 함께 있었다.차가 멈췄다. 허서령과 심인혜는 함께 차에서 내려 윤가온에게 다가갔다.윤가온은 아기를 어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가 하는 말이 희미하게 들렸다.“아가야, 엄마 해 봐... 엄마... 누나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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