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부모는 그녀에게 얌전하고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남동생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돈을 벌어 집안을 책임지고, 일찍 결혼해 남동생을 뒷바라지하라고도 했다.함께 자란 절친마저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탐냈고, 오랜 우정도 저버린 채 원수처럼 등을 돌렸다.현실은 그녀에게 분수를 알라고 몰아붙였다.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자신은 영원히 지강산과 결혼할 자격이 없다.그의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그녀에게 떠나라고 강요했고, 그의 아버지 역시 빨리 다른 사람과 결혼해 서로를 놓아주라고 했다.지금껏 그녀는 자기 생각을 억누른 채 존경하는 어른들의 뜻에 순종하며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살아왔다. 그러는 동안 정작 자기 자신만 잊고 있었다.늘 남을 먼저 생각하고 고통과 슬픔은 혼자 삼켰다. 수년간 쌓인 감정은 풀 곳조차 없었고, 결국 그녀 자신도 병들고 말았다. 이제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조차 너무나 지쳤고, 문득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이제부터는 더는 남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 거야. 마음 가는 대로,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며 살 거야. 이 병이 언제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갈지도 모르는데, 뭘 그렇게 많이 생각하겠어?’허서령은 차갑게 비웃으며 더는 좋은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다.“전 원래 이런 태도예요. 마음에 안 들면 지강산한테 이르든가, 그 부모님께 일러도 되고요.”“너...”도미란은 순식간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만큼 화가 났지만, 이를 악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허서령은 밀크티를 든 채 앞으로 걸어가며 더는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도미란은 주먹을 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곧바로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지상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허서령이 또 강산한테 달라붙으러 왔어요. 태도도 얼마나 못됐는지 몰라요. 이건 서방님이 단단히 말려야 해요. 안 그러면...”점점 멀어지는 도미란의 목소리가 허서령의 귀에 희미하게 들렸다.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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