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령은 찔린 듯 눈을 내리깔아 손에 든 서류를 바라보았다.“빚은 없지만 가진 재산도 많지 않아요. 오랫동안 일하면서 계속 진병철의 치료비를 냈거든요. 돈을 모으지 못했어요. 강산 씨가 준 돈도 전부 엄마 치료비에 썼고, 남은 돈은 배상금으로 냈어요.”지강산은 그녀의 허리를 감아 다치지 않은 허벅지 위에 앉히고, 뜨겁고 깊은 눈빛으로 부드럽게 말했다.“난 네 돈을 탐내는 것도 아니고 네게 빚이 있을까 봐 두려운 것도 아니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지?”“알아요. 아무것도 감추지 말고 솔직하게 대하라는 거잖아요.”허서령은 고개를 숙인 채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지강산은 그녀의 뺨을 덮은 머리카락을 살며시 걷어 올렸다. 길고 반듯한 손가락이 귓가를 스쳤고, 시선은 아름다운 눈과 눈썹 사이를 맴돌았다.“네 마음은 정말 알 수가 없어. 하지만 내가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것, 네 재산과 휴대전화 잠금 비밀번호, 친구, 계획, 일 같은 건... 하나도 빠짐없이 내게 알려 줘.”허서령은 가슴이 조여 오는 듯 불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어째서 지강산이 나보다 더 아픈 사람처럼 느껴지는 걸까...’지강산은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려 불타는 눈으로 바라보았다.“너만의 비밀이나 사생활을 만들지 말고, 나한테 아무것도 숨기지 마.”허서령은 심장이 갑자기 빨라져 어쩔 줄 모른 채 고개를 저었다.순간 지강산의 집착이 병적인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저릿해진 그녀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어깨와 목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 안타까운 목소리로 속삭였다.“강산 씨, 강산 씨도 아픈 거예요?”지강산은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눈을 감고 향긋한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은 채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그럴지도 모르지. 너한테 시달리다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게 됐어. 다시는 나를 속이지 말고, 나를 아프게 하는 말도 하지 마. 아니면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아.”“이제 안 그럴게요.”허서령은 두 팔에 힘을 주어 그를 더욱 꽉 안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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