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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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금자 아주머니는 허서령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처음에는 무척 어색했지만 자꾸 듣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졌다.허서령은 맡는 일을 줄였다. 지강산은 그녀를 데리고 가장 좋은 병원에 가서 진료받게 했고, 실력 있는 상담 전문가도 찾아 치료를 시작했다. 약을 꾸준히 먹었고 몸을 단련하는 운동도 늘렸다.집에는 지강산이 그녀를 위해 요가실까지 만들어 주고 요가 강사도 따로 고용했다.매일 한 시간씩 요가 수업을 했고, 가끔은 명상이나 숙면을 돕는 수업도 받았다.허서령의 하루는 지강산이 촘촘히 채워 놓아 훨씬 충실해졌다. 신체화 증상은 가끔 나타났지만 횟수가 확실히 줄었고 우울한 감정이 찾아와도 지강산이 금세 알아차렸다. 그는 그녀가 비관적인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함께 다른 일에 집중하게 했다. 특히 효과가 빠른 방법 중 하나는 그녀의 욕망을 일깨운 뒤 충분히 사랑을 나누는 것이었다.지강산의 서재에는 우울증 치료와 관련된 책이 열 권 넘게 늘어났다.그는 시간만 나면 심리학책과 논문을 뒤적였다. 독학으로 전문가가 다 되어 갈 정도였다.그러다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다.“나 심리상담사 자격증이라도 따 볼까? 나중에 항공우주 엔지니어 그만두면 상담사 하면 되겠네.”농담처럼 들렸지만 그는 실제로 허서령의 병 때문에 심리학과 우울증에 관한 지식을 아주 진지하게 파고들고 있었다.7월 하순의 날씨는 유난히 후텁지근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지강산의 골절도 서서히 회복됐다.한낮에는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 정원 위로 쏟아졌다. 여름 바람이 무성한 초록 잎들을 스치고 지나가 시원하고 쾌적한 기분을 만들었다.정원 한가운데 정자 안, 지강산은 난간 옆에 서서 멀리 나무들을 바라보며 피곤한 눈을 쉬고 있었다. 단순한 흰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었을 뿐인데도 귀티가 흐르고 단정한 품위가 느껴졌다.몸의 상처는 거의 회복됐고 조만간 직장으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최근 이틀 동안 데이터 하나를 계속 수정하느라 거의 종일 컴퓨터 화면을 봤고, 눈이 몹시 피로해진 상태였다.“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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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선생님 수업은 오늘까지만 하시죠. 남은 수업료도 돌려주실 필요 없어요. 내일부터는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지강산은 담담하게 말하고 몸을 돌려 정자를 떠났다.요가 강사는 충격과 당혹이 뒤섞인 표정으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몹시 후회했다.하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는지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이 거대한 정원을 둘러봤다.제산시에 이렇게 넓은 저택을 가진 사람이면 재산과 권력이 평범할 리 없었다. 분명 수도의 유력 가문 자제일 터였다.이런 남자들은 여자와 노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고 잘할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이 남자는 여색에 관심이 없단 말인가?’요가 강사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볼륨 있는 몸매를 내려다봤다. 허서령과 비교하면 자신이 훨씬 풍만하다고 생각했다.‘대체 어디에서 밀린 걸까? 얼굴인가?’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생각할 기회도 없었다.요가실 안.허서령은 요가 매트 위에서 몽롱하게 잠에서 깼다. 강사가 보이지 않자 몸을 일으켜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시선은 한쪽 라운지 소파에 앉아 있는 지강산에게 멈췄다.“여긴 왜 왔어요?”허서령은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지강산은 잔잔하게 웃으며 옆에 있던 따뜻한 물이 담긴 물병을 집은 후 뚜껑을 열어 건넸다.“일 끝나서 네 요가 하는 거 보러 왔는데 자고 있더라. 그래서 안 깨웠어.”허서령은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선생님은요?”“오늘 수업까지만 하고, 내일부터는 안 와.”“왜요?”허서령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병 뚜껑을 닫아 내려놓았다.지강산은 두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아 품 안으로 끌어당긴 후 두 무릎을 모아 그녀가 그 위에 올라앉게 했다.“내 다리 위에 앉아.”허서령의 다리는 그의 무릎에 밀려 자연스럽게 벌어졌고, 그는 그대로 그녀를 허벅지 위로 끌어당겼다.허서령은 두 손을 그의 어깨에 얹고 내려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거절했다.“강산 씨 다리 이제 막 나았잖아요. 의사도 최소 반년은 지나야 완전히 회복된다고 했어요.”“그럼 좀 더 안쪽으로 앉아. 내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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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허서령은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고 두 팔로 목을 끌어안았다. 크고 단단한 몸에 말랑한 나무늘보처럼 매달린 채 놓지 않았다.방으로 향하는 회랑을 걷다가 허서령이 생각난 듯 말했다.“강산 씨, 저 내일 저녁에 회식 있어요. 하 변호사팀 모임인데 제가 쏘기로 해서 빠질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집에 좀 늦게 올 거예요.”“왜 네가 사?”“전에 화학 공장 오염 사건 이겼을 때 다들 제가 한턱내라고 했는데, 그 사건은 수임료가 얼마 안 돼서 안 샀거든요. 이번엔 소준혁 사건도 이겼잖아요. 보수가 20억이고 제 인센티브가 10억이에요. 세금 떼고도 6억 넘게 남아요.”지강산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며 흐뭇하게 말했다.“우리 서령이 대단하네. 나보다 돈 더 많이 버는데?”“제가 어떻게 강산 씨한테 비벼요.”그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자기 깎아내리지 마.”허서령은 옅게 웃었다.“알았어요. 안 깎아내릴게요. 저도 강산 씨만큼 대단해요.”지강산은 방 문을 열고 들어가 뒤로 문을 닫으며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감싸 입을 맞추며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주말은 늘 그렇듯 유난히 알차게 흘렀다. 침대 위의 달콤한 시간은 밤까지 이어졌다....어두운 지하주차장 구석, 검은색 마이바흐 안에는 남자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실내등은 꺼져 있었고, 창밖에서 스며든 흐린 빛이 남자 손에 들린 작은 검은 병을 희미하게 비췄다.“받아. 좋은 물건이야. 허서령한테 써.”박규태는 겁먹은 듯 받아 들고 마른침을 삼켰다.“이... 이건 불법 아닌가요?”“너 그 여자 좋아하지?”“좋아해요.”“자고 싶잖아?”“...네.”“그럼 겁내지 말고 해. 내가 뒤를 봐 줄 테니까 아무 일도 없어. 우리 아버지 지위 잊었어? 최고위 검찰 간부가 장식으로 있는 줄 알아?”박규태는 작은 병을 내려다보며 여전히 망설였다.“듣기로는 허서령의 남자친구 집안이 엄청나게 세고 건드리기 어렵다던데요. 저는 좀...”“아무리 세도 나보다 세겠어?”남자는 뒷좌석에서 여행용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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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동료들의 요구대로 허서령은 제산시에서도 유명한 고급 프라이빗 다이닝을 예약했다.넓은 룸 안에는 노래방 기기부터 보드게임, 당구대, 카드놀이까지 온갖 놀 거리가 갖춰져 있었다.요리는 푸짐했고 유명한 술도 식탁 가득 놓였다. 다들 마음껏 먹고 마시고 놀며 자유롭게 긴장을 풀었다. 분위기는 시끌벅적하고 활기찼다.배불리 먹고 마신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보드게임과 당구를 하러 흩어졌다. 식탁 쪽에는 박규태와 하준, 허서령만 남았다.살짝 취기가 오른 박규태가 허서령을 가리키며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허 변호사, 아직 제대로 못 마셨는데 술 한 병만 더 가져와요.”하준이 그의 팔을 툭 쳤다.“적당히 마셔요.”“허 변호사가 재판 두 개나 연달아 대승해서 돈도 엄청나게 벌어서 어렵게 한턱내는 날이잖아요. 술 좀 실컷 마시면 안 돼요?”허서령은 그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지만 미소를 억지로 지었다.“그럼요. 가져올게요.”하준이 일어났다.“허 변호사, 내가 갈게요...”박규태가 곧바로 하준의 손을 잡아 앉혔다.“하 변호사, 그냥 허 변호사가 가게 둬요. 나 하 변호사한테 할 말 있어요.”“괜찮아요. 제가 다녀올게요.”허서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사장을 찾아 술장 안에서 술 한 병을 받았다.술병을 들고 돌아서던 순간, 시야 한쪽 구석에 낯익은 뒷모습이 스쳤다.자세히 보니 백시욱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윤가온과 네 살짜리 딸이 앉아 있었다.허서령은 당황한 채 술을 들고 그쪽으로 걸어갔다.아담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식탁 위에는 요리 네 가지와 국 하나, 와인 두 잔, 작은 케이크 하나가 놓여 있었다.가까이 다가가 남자의 옆모습을 확인해보니 정말 백시욱이었다.그 순간 허서령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복잡해졌다. 심인혜가 너무 안쓰러웠고, 대신 화도 났다.윤가온은 고개를 들다가 허서령을 보고는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녀는 짜증스러운 듯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백시욱도 윤가온의 시선을 따라 옆을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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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제가 무슨 사람 못 할 짓을 해요?”백시욱도 화가 나 목소리를 높였다.“오늘 그 애 생일이죠?”허서령은 어이없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퇴근하고 자기 아들과는 안 있고 다른 사람 아이 생일을 같이 보내고 있잖아요. 인혜가 허락했어요? 백시욱 씨 아들이 허락했고요?”백시욱은 짜증스럽게 말했다.“불쌍한 자폐아잖아요. 제가 생일 한 번 같이 보내 주는 게 그렇게까지 허서령 씨의 심기를 건드려요?”“저한테 잘못한 건 없죠. 저도 신경 안 써요. 하지만 인혜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서 그래요.”백시욱은 당당하게 말했다.“허서령 씨가 말 안 하면 인혜는 영원히 모를 거예요.”허서령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백시욱 씨 휴대전화 하나에 운영체제 두 개 쓰죠?”백시욱은 표정이 굳은 채 대답하지 않았다.허서령의 마음은 무겁고 복잡했다. 화가 치밀었지만 결국 남의 가정사였다. 자신이 백시욱을 통제할 권리는 없었다.그녀는 더는 상대하지 않고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등 뒤에서 백시욱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강한 경고가 실려 있는 말이었다.“허서령 씨, 인혜 앞에서 우리 부부 사이 이간질하지 말아요. 우리가 이혼하게 되면 전부 허서령 씨 탓이에요. 그땐 저도 절대 가만 안 있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허서령은 화가 치밀어 가슴이 막혔다.인혜 입장에서 이 일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만약 언젠가 지강산도 백시욱처럼 변한다면, 난 얼마나 아프고 괴로울까?’정말 죽고 싶을 정도일지도 몰랐다.머릿속에 비관적인 생각이 스치자 허서령은 급히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갑자기 밀려온 부정적인 감정을 천천히 가라앉혔다.‘그런 쪽으로 생각하면 안 돼. 아직 병도 다 낫지 않았어. 절대 나쁜 상상을 하면 안 돼. 지강산은 백시욱과 달라.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야.’허서령은 마음을 추스른 뒤 룸 문을 열고 들어갔다.하준은 식탁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노래 부르러 오라고 데려간 모양이었다.허서령은 술을 박규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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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회식은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허서령은 한쪽에 앉아 동료들이 노래하고 보드게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술을 마셔서인지, 시끄럽고 복잡한 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친한 친구가 또다시 백시욱에게 속았다는 생각 때문인지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았다.“허 변호사!”부르는 소리에 허서령은 정신을 차리고 돌아봤다. 박규태였다.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더 치밀었다.허서령은 담담하게 물었다.“박 변호사님, 무슨 일이세요?”박규태가 다가와 옆에 앉았다.“밖에 누가 찾아왔어요.”“누군데요?”허서령이 궁금한 듯 물었다.“몰라. 여자던데. 나가서 한번 봐요. 복도 밖에 있어요.”허서령은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심인혜에게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여자라고? 윤가온인가?’허서령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박규태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안 나가요? 밖에 진짜 누가 허 변호사를 찾고 있어요.”허서령은 무심하게 대답했다.“모르는 사람이면 안 만나요.”박규태는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차갑게 코웃음만 삼키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조금 뒤 박규태가 또 뜬금없이 말을 걸었다.“허 변호사, 남자친구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요?”허서령은 이제 목소리만 들어도 생리적으로 불쾌했다.“네.”“온 것 같은데? 밖에 있는 것 같아요.”허서령은 휴대전화를 들어 지강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강산 씨, 왔어요?]지강산은 바로 답했다.[아직. 열 시에 데리러 오라고 했잖아. 회식이 한 시간 일찍 끝난 거야?][아직 안 끝났어요. 남자 동료 한 명이 자꾸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밖에 누가 저를 찾는다고 해요. 자꾸 저 혼자 밖으로 빼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어디에도 가지 말고 동료들이랑 같이 있어. 지금 바로 데리러 갈게.][네.]허서령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박규태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밖에서 대체 누가 절 찾는데요? 계속 저를 밖으로 불러내려는 이유가 뭐예요? 대체 뭘 하려는 거죠?”다른 동료들까지 박규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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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지로운이 화를 냈다.“쓸모없는 놈. 내 사촌 동생 하나 때문에 그렇게 겁먹어?”“사촌 동생은 안 무서워요. 무서운 건 그 아버지죠. 정부 쪽 사람인데 누가 감히 건드려요?”지로운은 태연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말해 주지. 이건 지준석의 뜻이야. 허서령 아버지는 감옥에 갔고, 그런 여자랑 아들이 사귀면 앞날과 경력에 영향이 생겨. 신분이나 집안도 아들이랑 전혀 어울리지 않고. 본인이 직접 나서서 정리하기 곤란하니까 누군가 허서령을 망가뜨려 둘 사이를 갈라놓아야 한다는 거지. 그 어려운 일을 내가 너한테 맡기는 거야.”박규태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아, 그런 거였군요.”“이 일 깔끔하게 처리해. 돈이랑 여자만 얻는 게 아니라 명예랑 이익도 챙겨 줄 테니까.”“지 대표님, 허서령이 너무 조심스러워서 오늘 밤은 손쓸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분명 기회가 있을 겁니다.”“그래. 좋은 소식 기다리지.”지로운은 안심시키듯 말했다.“겁내지 말고 해. 네 뒤에는 지준석이라는 가장 큰 뒷배가 있어. 나뿐 아니라 그 사람까지 널 봐주는 거야.”“감사합니다. 지 대표님.”지로운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 전화를 끊었다....회식이 끝난 뒤, 허서령은 동료들과 함께 식당을 나왔다.프라이빗 다이닝 정원 밖 길가에는 지강산의 차가 진작부터 세워져 있었다. 사람들이 나오는 걸 본 그는 바로 문을 열고 내려 허서령에게 성큼성큼 걸어왔다.하준은 그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다가가 정중하게 악수를 청했다.“지 대표님, 오랜만입니다.”지강산도 그의 손을 잡았다.“오랜만입니다. 하 변호사님.”“여자친구 데리러 오셨어요?”지강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안부를 주고받았다.허서령 뒤에 있던 몇몇 동료는 지강산을 훑어보며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 남자 엄청나게 잘생겼다. 누구 남자친구죠?”“몰라요. 하 변호사님이 저렇게 공손하게 대하는 거 보면 보통 사람은 아닌가 봐요.”“에이, 뭐 대단하겠어요? 차도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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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차들로 가득한 도시의 대로 위에는 불빛이 이어져 긴 별의 강을 만들었다.번화한 도시는 화려한 불빛으로 반짝였다.차 안은 온도가 쾌적했고 은은한 라벤더 향이 감돌았다. 지강산은 앞만 보며 차분하게 운전했다.창밖의 불빛이 들어와 허서령의 어두운 얼굴을 비췄다. 그녀는 가죽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술 마셨어?”지강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허서령은 작게 대답했다.“조금요. 많이는 안 마셨어요.”“별로 기분 안 좋아 보이는데. 박규태 때문이야?”“그 사람이 짜증 나긴 하는데 그 정도로 기분 나쁠 일은 아니에요. 다른 일 때문이에요.”“나한테 말해. 혼자 마음속에 쌓아 두지 말고.”허서령은 몇 초간 침묵하다 고개를 돌려 지강산을 바라보며 답답한 듯 물었다.“강산 씨, 저 백시욱이 윤가온이랑 같이 밥 먹는 걸 봤어요. 보니까 오늘이 윤가온 딸 생일인 것 같더라고요. 지금 인혜한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돼요.”지강산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백시욱은 자기 결혼을 정말 조금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네. 말하고 싶으면 말해. 그렇게까지 고민할 필요 없어.”“그런데...”허서령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이 무겁고 괴로웠다.“제가 말하면 백시욱은 제가 자기 가정을 망쳤다고 생각할 거예요. 제가 부부 사이를 이간질했다고 말이에요. 저한테 인혜한테 절대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어요. 자기는 그냥 그 자폐가 있는 아이가 불쌍해서 그런 거고, 윤가온이랑은 아무런 부적절한 관계도 없대요. 나 정말 두 사람이 이혼하는 원흉이 되고 싶지 않아요.”“원흉은 네가 아니라 백시욱이야.”“제가 말 안 하면 인혜는 모르고 지나갈 거잖아요. 그러면 또 이혼하겠다고 하지도 않을 테고요.”“그렇게 하면 네가 편할 것 같아?”“아니. 전 계속 너무 괴로울 것 같아요.”지강산은 운전대를 잡고 차분하게 말했다.“서령아, 나도 남자라 남자 마음은 알아. 백시욱은 그 아이가 불쌍해서 그러는 게 아니야. 과거를 못 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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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허서령은 일부러 피한 뒤 다시 화면을 내려다봤다.“이 시간까지 일해야 해요?”“그냥 좀 보고 있었어.”지강산의 목울대가 다시 움직였다. 그는 입을 살짝 다물었다.갑자기 허서령이 그의 두 다리 사이로 들어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강산은 놀라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급히 다리를 벌린 채 몸을 등받이 쪽으로 물렸다. 목소리가 금세 쉬었다.“서령아, 뭐 하려고?”“아무것도 안 하는데요?”허서령은 두 손을 허벅지 양옆에 얌전히 내려놓았다.얇은 끈 원피스 잠옷 차림에 그런 행동과 자세까지 더해지니, 그녀에게 별 뜻이 없어도 지강산의 생각은 자연히 다른 데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지강산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숙여 가까이 다가갔다. 숨결이 뒤섞일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쉰 목소리로 물었다.“끝났어?”“끝난 지 사흘 됐어요.”“이번에는 왜 이틀밖에 안 한 거야?”“몰라요. 저도 이상해요. 양도 거의 없었고요.”“내일 의사한테 진료받고 몸 좀 조절하자.”“네.”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지강산은 그녀의 입술에 가볍고 얕게 입 맞추며 목 안쪽에서 낮고 쉰 숨을 흘렸다.“오늘 밤은 네가 먼저 나부터 좀 조절해 줘.”허서령은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나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두 팔로 목을 감고 깊게 입을 맞췄다.뜨거운 욕망이 담긴 키스였다.지강산은 그녀를 너무 잘 알았다. 허서령이 이런 잠옷을 입는 날은 먼저 원한다는 뜻이었다.그것도 아주 강하게.그는 그녀를 안아 침대로 향했다. 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뜨겁게 달아오른 가장 중요한 순간, 서랍 속 마지막 한 상자마저 비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지강산은 크게 낙담한 채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집었다.“없네. 심부름 앱으로 사다 달라고 할게.”허서령은 이미 온몸에 불이 붙은 듯 달아올라 견디기 힘들었다.“기다리다간 너무 오래 걸려서 저 잠들겠어요. 이번 한 번만 그냥 없이 해요.”“안 돼. 위험해.”허서령은 그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협탁 위로 던지고 단단한 가슴 위에 엎드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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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지강산 씨 벌써 복귀했어?”심인혜가 되물었다.“다리 골절이 완전히 낫는 데는 반년 이상 걸리지만 이제 휠체어 없이도 걸을 수 있으니까 출근했어. 평소에 다친 곳에 체중 많이 싣지 않고,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고, 걷는 거리만 줄이면 크게 문제없대.”심인혜의 미소가 딱딱하게 굳었다. 눈가도 젖었지만 억지로 태연한 척했다.“그럼 다행이네.”“인혜야...”허서령은 계속 참고 피하려는 친구를 보자 자신까지 마음이 아팠다.심인혜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아이와 가정을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감고 넘어가려는 걸까?’잠시 뒤 심인혜는 물컵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며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오랫동안 마음의 준비를 한 사람처럼 다시 컵을 내려놓았다.“서령아. 나한테 할 말 있는 거지?”허서령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마음속은 고민으로 엉켜 있었다.말하면 아기의 가정이 깨질 수도 있었다. 백시욱은 자신의 가정이 무너지고 결혼이 실패한 책임을 전부 허서령에게 돌릴 것이다.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자신의 양심에도 미안했다.정말 진퇴양난이었다.허서령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던 그때, 식당 유리문이 열리며 익숙한 두 사람이 들어왔다.허서령은 즉시 고개를 푹 숙였다.심인혜의 뒤쪽으로 백시욱과 윤가온이 들어오고 있었다.정말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걸까? 하늘조차 백시욱의 행동을 못 봐주겠다는 듯 이렇게 절묘하게 마주치게 만들다니.허서령은 물건을 떨어뜨린 척 몸을 숙여 머리가 식탁 아래로 들어갈 정도로 낮췄다. 백시욱과 윤가온은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고 심인혜 바로 뒤쪽 자리에 앉았다.두 테이블 사이에는 의자 등받이 두 개만 놓여 있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뒤에야 허서령은 몸을 바로 하고 무겁게 숨을 내쉬었다.“가온아, 뭐 먹고 싶어?”백시욱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심인혜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이 굳었다. 피가 온몸에서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고 두 눈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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