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의 요구대로 허서령은 제산시에서도 유명한 고급 프라이빗 다이닝을 예약했다.넓은 룸 안에는 노래방 기기부터 보드게임, 당구대, 카드놀이까지 온갖 놀 거리가 갖춰져 있었다.요리는 푸짐했고 유명한 술도 식탁 가득 놓였다. 다들 마음껏 먹고 마시고 놀며 자유롭게 긴장을 풀었다. 분위기는 시끌벅적하고 활기찼다.배불리 먹고 마신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보드게임과 당구를 하러 흩어졌다. 식탁 쪽에는 박규태와 하준, 허서령만 남았다.살짝 취기가 오른 박규태가 허서령을 가리키며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허 변호사, 아직 제대로 못 마셨는데 술 한 병만 더 가져와요.”하준이 그의 팔을 툭 쳤다.“적당히 마셔요.”“허 변호사가 재판 두 개나 연달아 대승해서 돈도 엄청나게 벌어서 어렵게 한턱내는 날이잖아요. 술 좀 실컷 마시면 안 돼요?”허서령은 그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지만 미소를 억지로 지었다.“그럼요. 가져올게요.”하준이 일어났다.“허 변호사, 내가 갈게요...”박규태가 곧바로 하준의 손을 잡아 앉혔다.“하 변호사, 그냥 허 변호사가 가게 둬요. 나 하 변호사한테 할 말 있어요.”“괜찮아요. 제가 다녀올게요.”허서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사장을 찾아 술장 안에서 술 한 병을 받았다.술병을 들고 돌아서던 순간, 시야 한쪽 구석에 낯익은 뒷모습이 스쳤다.자세히 보니 백시욱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윤가온과 네 살짜리 딸이 앉아 있었다.허서령은 당황한 채 술을 들고 그쪽으로 걸어갔다.아담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식탁 위에는 요리 네 가지와 국 하나, 와인 두 잔, 작은 케이크 하나가 놓여 있었다.가까이 다가가 남자의 옆모습을 확인해보니 정말 백시욱이었다.그 순간 허서령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복잡해졌다. 심인혜가 너무 안쓰러웠고, 대신 화도 났다.윤가온은 고개를 들다가 허서령을 보고는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녀는 짜증스러운 듯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백시욱도 윤가온의 시선을 따라 옆을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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