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빛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며 희미하게 방 안을 밝혔다.에어컨 온도는 아주 쾌적했다. 허서령은 다정하고 달콤한 꿈에서 천천히 깨어 눈을 떴다.눈앞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조각가가 정성껏 빚어 놓은 듯 깊고 또렷한 남자의 이목구비였다.지강산은 그녀와 마주 본 채 옆으로 누워 있었다. 숨결은 가볍고 일정했고, 잠든 얼굴은 고요하고 다정했다.허서령의 마음에는 수많은 감정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그를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사랑에는 방황과 불안도 섞여 있었다. 언젠가 먼 훗날 지강산이 지금의 선택을 후회할까 봐 두려웠다.그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삶을 선택하고, 완벽하지 않은 그녀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했다.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허서령은 자기 자신조차 그렇게까지 사랑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강산이 앞으로도 계속 자신을 이토록 사랑할 거라고 확신할 자신이 없었다.미래를 생각하기만 하면 마음이 짙은 안개에 덮인 것처럼 우중충해지고, 축축한 안개비까지 내리는 듯했다.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의 짙고 잘생긴 눈썹을 살며시 만졌다. 손끝이 눈썹 산을 지나 끝으로 내려가자 따뜻한 피부의 온기가 전해졌다.손끝은 계속 아래로 미끄러져 매끈한 뺨을 스쳤다. 아직 올라오지 않은 수염 자국이 조금 거칠게 느껴졌고, 마지막에는 부드러운 입술 위에 살며시 멈췄다.콧대는 높고 반듯했고 입술은 얇으면서도 부드러웠다. 옅은 분홍빛의 입술은 보기만 해도 입 맞추고 싶을 만큼 달콤해 보였다.흔히 입술이 얇은 남자는 정이 없고 냉정하다고들 하던데, 역시 관상은 믿을 게 못 됐다.그 순간, 지강산이 손을 들어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던 그녀의 손가락을 붙잡아 자신의 입술 위에 꾹 눌렀다.허서령은 움찔하며 굳었다.그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깊고 새까만 눈동자에는 아직 잠기운이 어린 희미한 빛이 맴돌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허서령의 심장이 한 박자 놓쳤다. 괜히 들킨 것 같아 뜨끔하기도 했고,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지강산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