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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Capítulo 381 - Capítulo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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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심인혜는 할 말을 마치고 가방을 집어 들더니 밖으로 나갔다.백시욱은 허서령을 매섭게 노려보며 성을 냈다.“허서령 씨, 또 서령 씨 짓이에요?”허서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 이걸 어떻게 자기 탓으로 돌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백시욱은 황급히 휴대전화를 챙겨 심인혜를 뒤쫓았다.“인혜야, 내 말 좀 들어 봐...”진이 다 빠진 허서령은 가방과 휴대전화를 챙긴 뒤 윤가온의 곁을 지나며 한마디를 던졌다.“백시욱을 이용해서 제 남자친구한테서 초대장을 받아 내려고요? 꿈 깨요.”윤가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주먹을 움켜쥔 채 허서령을 노려봤다.허서령은 식당을 나섰다.심인혜가 호출한 차에 올라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백시욱은 몇 걸음 따라 달리다 멈춰 서서, 숨을 헐떡이며 양손을 허리에 얹은 채 허탈하게 고개를 들었다.허서령은 백시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새삼 만감이 교차했다.두 사람이 맞선을 보고, 번개처럼 결혼하고,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도 봤다. 싸우고 지지고 볶는 모습도 봤다. 그런데 이제 그 결혼이 끝을 향해 가는 걸 보니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그녀는 차에 올라 법률사무소로 돌아가 일을 했다.심인혜에게 전화해 별일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심했다.밤이 되자 하늘은 어두워지고 도시의 네온사인은 하나둘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허서령은 하던 일을 마치고 퇴근을 준비하며 책상 앞에 앉아 지강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허서령: [강산 씨, 백시욱 씨가 진씨 가문 도련님네 가족 모임 초대장을 구해 달라고 해도 도와주지 말아요.]지강산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지강산: [무슨 일인데?]허서령: [윤가온이 백시욱 씨를 만나서 강산 씨한테서 초대장을 받아 내려고 했어요. 공교롭게도 저랑 인혜가 그 장면을 봤고요.]지강산: [알았어. 퇴근했어?]허서령: [방금 끝났어요. 이제 가려고요.]지강산: [내가 데리러 갈게.]허서령: [차 가져왔어요. 안 와도 돼요.]지강산: [알았어. 운전 조심해.]허서령은 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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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법률사무소 바깥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안내 데스크 역시 텅 비어 있었다.허서령은 온몸이 물처럼 축 늘어져 아무 힘도 쓸 수 없었다. 박규태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밖으로 데려갔다.말할 힘조차 없으니 살려 달라고 외칠 수도 없었다.그 순간 허서령은 극심한 절망에 빠졌다. 자신을 구할 능력조차 없는 상황이 막막하고 두려웠다.박규태가 자신을 탐내고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얻지 못한 원한을 품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무실이라고 방심해 그에게 틈을 내준 것이 뼈저리게 후회됐다.밖은 희뿌연 밤빛에 잠겨 있었고 건물 주변의 조명도 어두컴컴했다.박규태는 그녀를 부축해 승용차로 향하며 음흉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허 변호사, 무서워하지 마. 내가 병원에 데려다주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그는 차 키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삐빅.맑은 소리가 울렸다.그때 차갑고 엄숙한 인상의 남자 두 명이 갑자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박규태는 깜짝 놀라 멈춰 섰다. 두 사람을 당황스럽게 바라보는 얼굴에는 찔리는 기색이 역력했다.“당신들 뭐야?”한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고, 다른 남자가 물었다.“지금 뭘 하는 거야? 그 여자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박규태는 수치심을 감추려는 듯 버럭 소리쳤다.“당신들이 무슨 상관이야? 내 직장 동료인데 아파서 급히 병원에 데려가는 중이니 비켜.”남자는 차갑게 비웃었다.“병원에 간다고? 그럼 우리도 같이 가지.”박규태는 두 사람을 훑어보더니 더욱 기세등등해졌다.“당신들 대체 누군데? 이게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야?”“우리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어. 하지만 당신 동료의 일은 우리가 반드시 관여할 거야.”“꺼져!”박규태가 분노에 차 고함쳤다.허서령의 머리가 힘없이 흔들렸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 낯선 남자 두 명이 보였지만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보통 낯선 사람이라면 남의 일에 굳이 끼어들지 않는다.입을 벌려 보았지만 말할 힘이 없었다. 두 남자가 정말 자신을 외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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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당장은 경찰에 넘기지 마.”지강산이 냉랭하게 명령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남자는 대답하며 박규태를 제압한 채 다른 차량으로 끌고 갔다.박규태는 당황해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허 변호사가 아파서 구하려 한 것뿐이지 해치려던 게 아니야! 무슨 권리로 날 납치하고 감금하는데?”남자는 박규태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지강산은 서둘러 허서령을 안고 차에 올라 조수석을 뒤로 젖히고 안전벨트를 매 준 뒤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깊은 밤, 지강산은 허서령의 곁을 지키며 각종 검사를 마쳤다.몸에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체내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그 약은 정식 의약품이 아니라 불법 유통망에서 거래되는 범죄용 약물로, 사람을 몇 시간 동안 의식 잃게 만드는 종류였다.의사의 설명을 들은 지강산은 등골이 서늘해지며 뒤늦은 공포가 밀려와 가슴이 철렁했다....탁 트인 들판에는 벌레 우는 소리가 어지럽게 울렸다.검고 축축한 폐가 안에는 희미한 전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좁은 방은 음산하고 숨 막힐 듯 답답했다.박규태는 손발이 묶인 채 구석에 내던져졌고 입에는 흰 천이 틀어막혀 있었다.공포에 질린 그는 눈빛마저 떨렸다. 온몸을 덜덜 떨며 눈앞의 두 남자를 불안하게 바라봤다.경찰서에 넘겨져도 감시 카메라도, 증거도 없으니 아무리 높은 사람이 나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변호사라는 신분과 법률 지식을 이용하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모든 수를 다 계산해 두었지만,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붙잡혀 이런 인적 없는 곳으로 끌려오다니.박규태가 아는 지상훈의 둘째 아들 지강산은 항공우주 엔지니어였다. 성품은 온화하고 품행은 반듯하며 법을 지키는 점잖은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불법적인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이제 지로운도, 경찰도 그를 구해 줄 수 없었다.끼익.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박규태는 크게 움찔하며 문으로 들어오는 남자를 겁에 질려 바라봤다.깔끔한 흰 셔츠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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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박규태의 얼굴이 순식간에 핏기없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온몸을 떨며 황급히 지강산 앞에 무릎을 꿇었다.“지, 지 대표님... 전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허서령의 직장 동료예요. 오해입니다! 정말 오해라고요!”옆에 있던 두 남자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 지 대표님.”말을 마친 그들은 구석에 놓인 삽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박규태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바지에 오줌까지 지렸다.지로운이 무서운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이 집안의 둘째 도련님은 그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죽음이 눈앞에 닥치면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박규태도 마찬가지였다.지강산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박규태는 무릎으로 기어가 그의 바짓단을 붙잡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지 대표님... 죽이지 마세요. 다 말하겠습니다. 아버님입니다. 대표님의 아버님이 시킨 일입니다.”지강산은 그의 손을 발로 떼어 내고 두 걸음 물러나더니 그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가 나와 허서령을 갈라놓고 싶어 한다고 해도 이런 더러운 수법은 쓰지 않아. 더구나 네게 직접 지시했다는 걸 들킬 만큼 어리석지도 않지.”지강산은 휴대전화를 꺼내 영상 촬영을 켠 뒤 박규태를 비췄다.“기회는 한 번뿐이다. 대체 누가 시켰는지 말해.”“지, 지로운입니다. 대표님의 사촌 형이요. 아버님이 자신에게 시켰다면서 저를 보내 일을 처리하게 했습니다.”“허서령에게 무슨 약을 먹였지?”“모릅니다. 지로운이 준 약입니다.”“대가로 뭘 받았어?”“현금 1억입니다.”지강산은 영상을 저장한 뒤 그의 손목을 묶은 줄을 풀었다. 그러고는 구석으로 가 박규태의 휴대전화를 집어 그의 앞에 던졌다.“혼자 돌아가.”박규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픈 손목을 문지르며 급히 휴대전화를 집었다. 이렇게 쉽게 자신을 놓아줄 줄은 몰랐다.지강산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그때 두 남자는 구석에서 앉아 있었는데, 지강산이 나오자 곧바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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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무서운 임종 직전의 감각이 또다시 찾아온 것만 같았다.“서령 언니,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사과하지 말아요. 간호사 선생님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을 모시러 갔어요. 무서워하지도 말아요. 언니는 죽지 않아요.”허서령은 눈을 감았다. 머릿속은 완전히 마비된 듯했고, 느껴지는 건 고통과 짓누르는 우울감뿐이었다.그때 다급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지은영은 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켜 문 쪽을 돌아봤다.지강산이 어두운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병상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오빠, 서령 언니 좀 봐. 계속 몸을 떨고 있어.”지은영은 걱정과 초조함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지강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병상 앞으로 다가왔다. 신체화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허서령을 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허서령의 상체를 일으킨 뒤 품속으로 단단히 끌어안았다.허서령은 따뜻한 그의 가슴에 기댔지만, 몸은 여전히 뇌와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모진 고통에 시달렸다.“서령아, 나 여기 있어.”지강산은 거친 숨을 내쉬며 팔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 조곤조곤 달랬다.“천천히 진정하자. 무서워하지 말고, 걱정하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마. 아무 일도 없어. 내가 여기 있잖아. 계속 네 곁에 있을 거야.”지은영은 고통스러워하는 허서령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오빠, 서령 언니는 언제부터 우울증이 있었어?”“육 년 전쯤. 처음 발병한 건 나랑 처음 헤어졌을 때였을 거야.”이 병을 잘 모르는 지은영은 의아한 듯 물었다.“지금은 다시 만났고 같이 있잖아. 그런데 뭐가 그렇게 우울한 거야?”지강산은 못마땅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은영아, 그런 말 하지 마. 서령이만 더 괴로워져.”“아... 미안해요, 서령 언니.”지은영이 황급히 사과했다.하지만 허서령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몸과 감정을 짓누르는 고통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고,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그녀는 조금이라도 이 고통이 가라앉길 바라며 지강산의 품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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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안 해요.”지강산은 즉시 의사의 권유를 거절하고 병상 곁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허서령의 차가운 손을 꼭 잡으며 달랬다.“우리 안 할 거야. 걱정하지 마.”“강산 씨, 전 나아질 수 있어. 반드시 나아질 거예요.”허서령은 눈물 어린 눈으로 지강산을 바라봤다. 가슴이 자꾸만 조여와 견디기 힘들었다.지금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자신은 반드시 버텨 낼 수 있다고 믿었다. 우울증이라는 마굴에서도 기어이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지강산은 다정한 눈빛으로 따뜻한 손바닥을 그녀의 손 위에 얹고 부드럽게 문질렀다.“나도 믿어. 넌 원래 강한 사람이니까 반드시 해낼 수 있어.”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지강산은 손을 뻗어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고, 몸을 숙여 이마에 입을 맞췄다.“눈 감아. 이 약에 수면 효과가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자.”허서령은 수액 대에 걸린 약물을 한번 올려다본 뒤 다시 그를 바라봤다.“한숨 자고 일어나면 기분도 좋아질 거예요. 여기서 저랑 있어 줄래요?”“계속 네 곁에 있을게. 자.”마음이 한결 평온해진 허서령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약효가 퍼지면서 피로한 몸에 잠이 몰려왔다.한편, 지은영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선생님, 전기 경련 요법이 뭐예요?”의사가 대답했다.“말 그대로 전기 경련으로 치료하는 거예요.”지은영은 의아해했다.“위험한 수술인가요?”“위험하지 않아요. 이미 충분히 보편화한 간단한 치료예요. 중증 우울증이나 양극성 장애, 조현병 치료에도 효과가 좋은 편이에요.”지은영은 병상에서 서서히 잠드는 허서령을 돌아봤다.“그런데 왜 언니는 받기 싫어하는 거죠?”“부작용이 걱정되는 모양이에요.”그 말을 남기고 의사는 병실을 나갔다.지은영은 휴대전화를 꺼내 옆쪽 소파에 앉았다. 인터넷으로 전기 경련 요법이 어떤 치료인지, 어떤 후유증이 있는지를 검색했다.그제야 허서령이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병이 중증으로 악화해 신체화 증상과 자살 충동까지 나타났는데도 왜 이 치료를 거부했는지 조금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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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이 증거는 쓸 수 없어요.”지강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왜 쓸 수 없는데?”“불법으로 수집된 증거라 법정에서도 인정되지 않아요. 박규태는 오히려 강산 씨가 자신을 납치하고 감금한 뒤, 학대와 협박으로 이런 진술을 강요했다고 물고 늘어질 수도 있어요.”지강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허서령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은 경험 많은 변호사라 법을 어떻게 이용해야 빠져나갈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아요. 약을 탄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면 손쓸 방법이 없어요.”지강산은 주먹을 꽉 쥐고 분한 듯 침대 프레임을 내리쳤다.허서령은 영상을 끄고 휴대전화를 그의 손에 돌려주며 나직이 위로했다.“그래도 적어도 박규태와 강산 씨의 사촌 형이 한패가 되어 절 해치려 한다는 건 알게 됐잖아요. 적이 드러났으니 앞으로 미리 대비하기도 쉬워요.”지강산은 씁쓸하게 입을 다문 채 두 눈에는 근심이 아른거렸다.허서령은 그의 길고 반듯한 손가락을 잡고 살짝 흔들었다.“걱정하지 말아요. 이제 적이 누군지 알았으니 저도 제 몸을 잘 지킬게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여자 보조원을 붙여 줄게.”지강산의 태도는 단호했다.“반드시 받아들여. 그렇지 않으면 난 안심할 수 없어.”“알았어요. 강산 씨 말 들을게요.”지강산은 손바닥만 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었다. 눈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고 목소리에는 걱정과 무력감이 묻어났다.“어쩌면 좋지? 갈수록 더 마르잖아. 어떻게 해야 통통하고 건강하게 살을 찌울 수 있을까?”따뜻한 손바닥에는 넘칠 듯한 사랑과 애틋함이 담겨 있었다. 그 온기가 그녀의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허서령은 그의 손을 내리고 품속으로 뛰어들어 목을 꼭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나직이 속삭였다.“자책하지 말아요. 강산 씨 잘못 아니에요.”지강산은 손을 들어 그녀의 뒤통수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듯 물었다.“서령아, 일 년 전에는 왜 약을 삼키는 쪽을 택하면서도 전기 경련 요법은 받지 않았어?”허서령은 씁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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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치료는 절대 받지 않을 것이다.그게 허서령의 확고한 태도였다.한때는 우울증에 시달려 몇 번이나 죽음 직전까지 갔지만, 그래도 그녀는 이 치료를 선택하지 않았다.첫째, 이 병으로 생존 의지가 극도로 낮아져 머리까지 들쑤시며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둘째, 지강산을 잊고 싶지 않았다.지강산을 잊는 것, 두 사람의 행복했던 모든 순간을 잊는 것은 죽음보다 더 괴로울 것 같았다.지강산은 무슨 일이든 늘 그녀의 의견을 존중했다.허서령이 원치 않으니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퇴원 절차를 마치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갔다.돌아가는 길에 지강산은 박규태를 붙잡아 협박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털어놓으며 혹시 법적 문제가 생길지 분석해 달라고 했다.자초지종을 들은 허서령은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단언했다.박규태에게도 증거가 전혀 없는 데다 권력자를 더 자극할 배짱도 없었기 때문이다.일이 깊이 파헤쳐지면 결국 약물 사건까지 조사하게 될 터였다. 박규태는 지강산을 잘 몰랐기에 ‘산 채로 묻어 버리라’는 말 한마디에 오줌을 지릴 만큼 겁을 먹었다. 목숨을 아끼고 강자에게 약한 그런 소인배라면 섣불리 고소할 리 없었다.강령원.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뜰 전체에 쏟아졌다. 푸른 잔디 위에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포근한 온기를 만들었다.차가 정원으로 들어섰을 때 한쪽에 낯익은 국산 차가 세워져 있었다.허서령은 고개를 살짝 돌려 지강산을 바라봤다. 지강산은 차를 차고 쪽으로 부드럽게 몰면서 정원 길에 세워진 차량을 한번 훑었다.“아버지 차야.”그가 아버지라고 하는 말을 듣자 허서령의 숨이 아주 잠깐 멎었다. 그녀는 무릎 위의 손가락을 오므리고 고개를 숙여 깊게 호흡했다.스물아홉 해의 세월과 변호사로 일하며 쌓은 전문성은 내면의 파동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사회 초년생도 아니고 법정에서는 말솜씨도 뛰어나며 상황에 맞춰 나아가고 물러설 줄도 알았다. 그러나 지씨 집안의 어른들, 특히 지강산의 아버지처럼 지위가 높은 사람 앞에서는 본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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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시어머니의 위로를 들은 허서령은 한숨을 놓았다. 마음도 조금씩 안정됐다.하선희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무거운 시선으로 허서령의 얼굴을 바라보며 희고 가느다란 손을 잡아 가볍게 쓸었다.그녀는 오만 감정이 뒤섞인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시선이 지나치게 무거워 허서령은 몸 둘 바를 몰랐다.“어머님, 왜 그러세요?”“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우리 아가.”하선희가 나직이 말했다.‘우리 아가’라는 말에 허서령은 가슴이 아파지고 눈시울이 순식간에 뜨거워졌다.살아생전 어머니에게조차 이렇게 다정한 호칭으로 불려 본 적이 없었다.얼마나 사랑스러운 네 글자인가.그 안에는 넘칠 듯한 모정이 담겨 있었다. 허서령은 고개를 숙여 눈물을 참으며 힘들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다.“얘야, 이제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우리 가족 모두 널 좋아해. 바꿀 수 없는 몇 가지 사정만 제외하면, 강산이 아버지도 네 사람됨은 좋아해. 과거의 나쁜 일은 이제 생각하지 마. 여기가 네 집이고, 우리는 네 가족이야. 언제나 네가 기댈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게.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을 넓게 먹고 좋은 일만 생각하려고 해. 지난날의 불행에 매달리지 말고, 잘 먹고 잘 쉬어야 해. 속상한 일이 생기면 강산이에게 말하거나 나한테 말해. 우리가 함께 해결 방법을 찾자.”허서령은 진지하게 들었다. 들을수록 눈물이 치밀었다.시어머니는 그녀가 아프다는 말을 한마디도 직접 꺼내지 않았지만, 모든 말이 우울한 감정에서 용기 있게 빠져나오라는 위로였다.‘이 세상에서 지강산을 만났으니 나는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이야...’지강산은 늘 그녀의 일을 최우선으로 두었고 무엇이든 그녀를 먼저 생각했다. 허서령이 박규태를 잠깐 언급했을 뿐인데도 몰래 사람을 붙여 미행하게 했다.그녀가 아프다는 걸 알자 가족들도 모두 걱정했다. 지강산의 부모는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달려와 집에서 기다렸다.지강산의 아버지가 어떤 태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어머니가 주는 온기는 충분히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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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넌 왜 그렇게 한 여자만 고집해?”“아버지, 제가 어릴 때 어머니한테 두 분의 옛날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아버지는 지금 너무 이중적인 것 아니에요?”지상훈은 말이 없어졌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지강산도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허서령의 집안 형편이 어머니처럼 좋지는 않아요. 어머니는 뛰어난 분이고 젊은 나이에 판사까지 되셨죠. 하지만 허서령도 뒤지지 않아요. 영리하고 우수하며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강인해요. 온화하고 사랑스러우며 마음도 섬세하죠. 성장 과정이 좋지 않아 자신을 괴롭히고 자존감이 낮으며 성격에 몇 가지 결함도 있기는 해요. 타고난 성격과 성장 환경이 어긋난 탓에 늘 억눌리며 살아왔어요.”그는 말을 이었다.“아버지가 어머니를 쫓아다니던 시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반대하셨잖아요. 그래도 아버지는 어머니가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끈질기게 매달리고 모든 어려움을 이겨 냈어요. 제 한결같음과 지고지순함이 아버지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인제 와서 제가 왜 꼭 그 여자여야 하느냐고 따지시면 안 되죠.”지상훈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그러니 모든 게 내 잘못이라는 거냐?”“아버지도 잘못하지 않았고 저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다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주시길 바랄 뿐이에요. 그때 어머니의 집안 형편이 허서령과 같았고 같은 병까지 앓았다면 그래도 결혼하셨겠어요?”지상훈은 다시 침묵하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지강산이 엄숙하게 재촉했다.“아버지, 대답해 주세요. 그래도 어머니와 결혼하셨을 거예요?”“했을 거야.”지상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지강산은 옅게 웃었다. 그는 자신이 이겼다는 것을 알았다.아버지에게 인정받자 가슴이 벅차올랐고 안도의 한숨도 나왔다. 간접적으로나마 아버지가 지로운에게 그런 더러운 일을 시킨 게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지로운과 박규태가 저지른 짓을 아버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좋아요. 집안 형편이 나쁘고 병든 여자라도 어머니라면 결혼하셨을 거라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셨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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