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허서령의 마음은 끝없는 심연으로 추락하는 것 같았다. 계속 아래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온몸에서 힘이 빠진 그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차 반대편을 돌아 뒷좌석에 앉았다.어둠이 서서히 내려앉고, 도로는 늘어선 차들로 더디게 움직였다.차는 앞쪽으로 길게 이어진 붉은 빛의 흐름 속으로 합류했다. 차 안은 어둡고 적막했다.지강산은 냉랭한 표정으로 좌석에 반듯이 앉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허서령은 피곤한 몸을 창문에 기대고 도시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마음속으로 계속 망설였다.‘왜 아무것도 묻지 않는 걸까? 왜 먼저 말도 하지 않는 걸까?’차 안의 공기가 숨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 허서령은 금방이라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30분 뒤, 차는 강령원으로 들어섰다.기사가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꺼내자 지강산은 문을 짚고 차에서 내려 휠체어에 앉았다. 대리 운행이 끝나자 기사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주황빛 정원 조명 아래에서 허서령은 조용히 지강산의 곁에 서 있었다. 허서령은 차갑게 굳은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가방끈을 손끝으로 꽉 움켜쥐었다. 가슴을 큰 손으로 짓누른 듯 숨이 막혔다.“강산 씨...”허서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해하지 말아요. 저랑 소준혁은 그냥 일로 엮인 관계예요. 아무런...”하지만 그건 지강산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휠체어를 움직여 집 안으로 들어갔다.지강산의 차가운 태도는 마치 낫으로 그녀의 심장을 서걱서걱 베어내는 것 같았다.‘내가 원해서 소준혁의 집에 간 것도 아닌데, 꼭 이렇게까지 오해해야 하는 걸까?’허서령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걷잡을 수 없는 괴로운 감정을 눌러 보려 했지만 눈물이 어느새 한 방울, 또 한 방울 흘러내렸다.고통은 끝없이 부풀어 올랐다. 분명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도 부정적인 감정이 파도처럼 몰려들었고, 머릿속에는 분노와 비애가 뒤섞인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허서령, 다 네 잘못이야. 넌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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