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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Author: 꼬미 요괴
“결혼은요?”

지상훈이 곧바로 물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침묵했다.

허서령은 더욱 긴장했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차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는 관리자들을 두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봤다.

지상훈은 허서령을 위해 계속 설명했다.

“강산의 여자친구는 올곧고 선한 사람입니다. 나라와 가정을 아끼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익 변호사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도 국가에 충성하고 해외와 관련된 문제도 전혀 없습니다.”

관리자가 난처한 듯 한숨을 쉬었다.

“선생님도 나랏일을 하시는 분이시니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는 사람이 배우자를 고를 때는 그 사람의 인품만 보는 게 아닙니다. 그 신분이 본인의 지위와 어울리는지도 봐야 합니다. 높은 자리에 갈수록 체면과 신뢰가 중요하고, 모범이 되어야 하니까요.”

명확하게 ‘안 된다’고 말한 건 아니었지만, 뜻은 충분히 분명했다. 결혼은 어렵다는 말이었다.

살인범의 딸이라는 배경으로 어떻게 체면을 세우고 대중의 신뢰를 얻으며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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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96화

    정윤슬은 손을 뻗어 지태일의 목을 감싸고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지태일은 순간 몸을 굳혔다가 곧 정윤슬을 꽉 끌어안았다. 뼛속까지 품으려는 듯 팔에 힘이 들어갔다.“정윤슬.”지태일이 다시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가 심하게 잠겨 있었다.“확실해?”정윤슬은 대답 대신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서툰 입맞춤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본능에 맡긴 채 입술을 맞대고 살며시 비볐다. 마치 처음 사냥에 나선 어린 짐승 같았다.지태일은 순간 숨을 멈췄다가 이내 정윤슬의 머리를 감싸고 먼저 깊이 입을 맞췄다.정윤슬의 서툰 입맞춤과 달리 그의 키스에는 오래 억눌러 온 갈망이 담겨 있었다. 다정하면서도 거침없었다. 그동안 참아 온 마음을 전부 보상받으려는 듯했다. 정윤슬은 정신이 아득해져 그의 어깨에 매달린 채 입맞춤을 받아들였다.얼마나 지났을까, 지태일은 그제야 입술을 떼고 이마를 맞댔다. 숨소리가 거칠었다.“정윤슬.”또다시 이름을 불렀다. 오늘 밤은 무언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유난히 자주 이름을 불렀다.“네?”정윤슬의 목소리가 한없이 부드러웠다.“이번엔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지태일은 엄지로 정윤슬의 입가를 문지르며 희미하게 웃었다.“나중에 후회하기 없기다.”정윤슬은 잠깐 멍해졌다가 웃음을 터뜨렸다.정윤슬이 다시 다가가 짧게 입을 맞췄다.“후회 안 해요.”그 말이 끝나자 지태일은 다시 입술을 포갰다. 이번에는 입맞춤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턱선을 따라 내려와 목덜미와 쇄골, 부드러운 피부 곳곳에 닿았다.정윤슬의 호흡이 점점 흐트러졌다.손바닥의 온기와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 숨결마다 배어 있는 인내와 갈망이 선명하게 느껴졌다.잠옷 단추가 하나씩 풀리고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자 정윤슬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추워?”지태일이 멈췄다. 목소리가 갈라질 만큼 잠겨 있었다.정윤슬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아 가까이 끌어당겼다.“안 추워요.”그저 긴장되고 기대되면서도 조금 무서웠고, 또 기뻤다.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95화

    “들어와.”문 안에서 지태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조금 쉰 목소리는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했다.정윤슬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문을 열었다.침실에는 침대 옆 조명만 켜져 있었다. 부드러운 노란빛 아래 침대 머리판에 기대 책을 읽고 있던 지태일은 그녀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잠옷을 입은 그의 옷깃이 살짝 벌어져 가슴 일부가 드러났다.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이마로 내려와 있었다. 평소의 날카로운 느낌이 누그러져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정윤슬은 제자리에 선 채 손발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이리 와.”지태일이 책을 내려놓고 옆자리를 두드렸다.그녀는 천천히 다가가 이불을 들치고 들어가,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누웠다.불이 꺼졌다.어둠 속에서는 모든 감각이 한층 예민해졌다.자신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옆쪽 침대가 살짝 꺼지는 느낌도 들었고, 지태일에게서 풍기는 익숙한 샤워젤 향기도 느껴졌다. 자신과 같은 제품을 쓴 향기였다.이윽고 한쪽 팔이 뻗어 와 허리를 감쌌다. 몸이 따뜻한 품속으로 당겨졌다.“오빠...”정윤슬의 목소리가 떨렸다.“응?”지태일은 턱을 그녀의 어깨에 댔다. 목덜미에 닿는 숨결이 몹시 뜨거웠다.“오늘 밤은 왜 이렇게...”“왜?”그의 손이 얇은 잠옷 위로 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손바닥의 열기가 선명하게 전해졌다.정윤슬은 말을 잇지 못했다.왜 갑자기 이렇게 가까워졌는지, 어젯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정말 자신을 좋아하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 질문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품에 안긴 채 점점 거칠어지는 숨소리를 느낄 뿐이었다.“윤슬아.”어둠 속에서 들려온 지태일의 목소리는 깊게 잠겨 있었다.“네?”“어젯밤 네가 한 말, 얼마나 기억해?”정윤슬의 가슴이 철렁했다.“저... 별로 기억 안 나요.”지태일은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그녀의 귓불에 입술을 붙이고 낮게 두어 마디를 속삭였다.정윤슬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제, 제가 정말 그렇게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94화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과 옷을 만져 봤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밀려왔다.‘하필 어젯밤엔 왜 그렇게 취했을까?’지태일에게 안긴 채 잠에서 깬 건 처음이었다. 둘 사이에 아무 틈도 없는 것처럼 가까웠다.정윤슬은 꼼짝하지 못하고 품에 안긴 채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꼈다.잠시 후 지태일이 얼굴을 목덜미에 묻었다. 뜨거운 숨결이 살갗을 스쳐 가슴이 간질거렸다.그는 팔을 더욱 감고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다가 손가락 사이로 자기 손가락을 끼워 깍지를 꼈다.정윤슬의 심장이 또 한 번 세차게 뛰었다.지난번 지태일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자신이 아파서 정신없이 먼저 입을 맞췄을 때였다.‘이번에도 이렇게 열정적인 걸 보면, 혹시 어젯밤 술에 취해 또 먼저 입을 맞춘 걸까?’정윤슬은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두 팔로 목을 감싸고 얼굴을 가슴에 묻었다.지태일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아 품에 바짝 붙였다. 이마에 입을 맞추고 눈을 감은 채 은은한 향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두 팔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두 사람 사이에는 빈틈이 없었다.이렇게 밀착해 있으니 정윤슬은 아침부터 그가 억누르고 있는 욕망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지태일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그날 아침 지태일은 침대에서 오랫동안 그녀를 안고 있기만 했다.강령원에서 돌아온 뒤, 지태일은 출근하지 않았다. 정윤슬에게 묻지도 않고 그녀의 옷과 생활용품을 모두 안방으로 옮겼다.정윤슬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짐 정리를 마친 지태일이 다가와 부드럽게 말했다.“윤슬아, 네 물건 다 옮겨 놨어.”정윤슬은 어쩔 줄 몰라 어색하게 웃었다.‘도대체 술에 취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한 걸까? 대체 왜 오빠가 이렇게 달라졌을까?’정윤슬은 욕실 문 앞에 서서 나란히 놓인 두 사람의 화장품과 세면도구를 보며 멍해졌다.“더 필요한 거 있어?”뒤에서 지태일의 목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리니 편안한 실내복 차림으로 문틀에 기대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93화

    지강산은 허서령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잡았다.“이제 방에 가서 잘까?”목소리가 더없이 부드러웠다.허서령은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지은영을 가리켰다.“은영이가 취했으니까 먼저 방에 데려다줘요.”“그래.”지강산은 일어나 지은영을 번쩍 안아 들고 허서령을 돌아봤다. 허서령도 일어나 그를 따라갔다.거실에는 지태일과 정윤슬만 남았다.정윤슬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윤슬아.”낮고 듣기 좋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정윤슬은 눈을 떴다. 눈앞에 지태일의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술기운에 기분이 좋아진 정윤슬은 눈웃음을 짓더니 힘없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지태일은 흠칫하며 그녀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태일 오빠...”“응?”지태일은 목울대를 움직였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쉰 소리만 새어 나왔다.정윤슬이 부드럽고 향긋한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오빠, 저 좋아해요?”순간 지태일의 숨이 멎었다. 그는 입술을 벌려 숨을 들이마셨다. 눈빛은 불처럼 뜨거웠고 긴장함에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다.“좋아해.”정윤슬이 취한 눈빛으로 웃었다.“얼마나요?”“아주 많이. 정말 많이...”“저랑 이혼하고 싶으세요?”“아니.”“오빠, 저도 오빠를 좋아해요. 우리 이제 각방 쓰지 말아요. 앞으로 같이 자면 안 돼요?”지태일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길 수 없었다.“그래.”그는 정윤슬을 안아 들고 거실을 나섰다.돌아가는 동안 정윤슬은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흐릿한 의식 속에서 잠들었다.다음 날.아침 햇살이 커튼 틈으로 들어와 하얀 이불 위에 부드러운 빛 무늬를 드리웠다.정윤슬은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등에 닿아 있는 따뜻하고 단단한 가슴과 허리를 감싼 묵직한 팔이었다.그녀는 눈을 깜빡이다 낯선 베개를 멍하니 바라봤다. 어젯밤 기억이 물에 번진 종이처럼 흐릿했다.‘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다음은?’아무리 떠올려도 무슨 말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92화

    이들은 술과 야식을 즐기며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일, 생활, 소문, 남자, 현재와 미래까지 화제가 끝이 없었다.밤 열 시에 시작한 자리는 자정을 넘길 때까지 계속됐다.한껏 웃음을 터뜨렸다가 때로는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내밀기도 했다.잠옷을 입은 지강산이 밖으로 나와 복도 입구 벽에 기대선 채 팔짱을 끼고 거실에서 신나게 이야기하는 아내를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얼른 들어가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잠시 후 지태일도 복도 입구로 나왔다. 그의 시선은 소파에서 술에 취한 정윤슬에게 향했다.“형도 아직 안 잤어?”지강산이 부르자 지태일은 고개를 돌렸다. 벽에 기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동생이 보였다.“넌 잠이 와?”“그러게. 잠이 안 오네.”지강산이 웃었다.지태일은 한 걸음 물러서서 동생과 나란히 벽에 기댔다.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술에 취한 정윤슬을 바라봤다.정윤슬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눈이 풀리고 동작도 느려졌다. 그녀는 지은영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까딱까딱 끄덕였다.“네, 네...”누가 봐도 취한 모습이었다.지강산이 거실의 화기애애한 광경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었다.“예전에는 내가 서령이랑 결혼하고 딸까지 얻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어. 아직도 꿈같은데 정말 현실이 됐잖아. 이제 다른 소원 없어. 아내랑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돼.”“그래. 소중히 여겨.”지태일이 대답했다.지강산이 형을 돌아봤다.“형은? 행복해?”“그냥 그래.”지태일이 씁쓸하게 웃었다.“그냥 그렇다는 게 무슨 뜻이야?”지태일은 정윤슬을 바라보며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예전엔 사랑이라는 게 뭔지도 몰랐고, 귀찮고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막상 빠져 보니까 이성으로 통제가 안 되더라.”“걔가 뭘 하든, 어떻게 꾸미든, 그냥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편하고 좋아. 집에 윤슬이가 있는 게 갈수록 좋아져. 요즘 우리 집은 깨끗하고 아늑해. 옷에서도 좋은 향이 나고 물건은 가지런하고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91화

    지태일은 부부라면 가까워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날 정윤슬이 그렇게 거부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지태일이 또다시 입을 다물자 정윤슬은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감싸고 용기를 내 먼저 입을 맞췄다.입술이 닿자 지태일의 몸이 미세하게 굳었다. 잠깐 놀란 그는 이내 두 팔로 허리를 끌어안아 자신의 허벅지 위에 비스듬히 눕히고 고개를 숙여 깊이 입맞춤을 되돌려 주었다.메마른 사막의 나뭇가지가 단비를 만난 듯 그의 열정은 순식간에 타올랐다.정윤슬은 입맞춤에 온몸이 나른해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가 가까워질 때마다 너무 거칠고 뜨거워 감당하기 어려웠다.욕망이 실린 입맞춤이 이어지며 그의 손이 옷 안으로 들어왔다. 정윤슬은 심장이 요동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지태일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침대로 향했다. 한쪽 무릎을 침대에 올리고 정윤슬을 내려놓으려던 찰나였다.똑똑.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정윤슬은 얼른 그의 어깨를 밀고 고개를 돌려 입맞춤을 피했다.“오빠, 누가 문을 두드려요.”“신경 쓰지 마. 알아서 가겠지.”지태일은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눈빛은 몽롱했고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큰새언니, 안 자요?”지은영의 목소리가 노크 소리와 함께 들렸다.“은영이예요.”정윤슬이 고개를 돌렸다.지태일은 그녀의 양옆에 팔꿈치를 짚고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억지로 충동을 눌렀다. 화도 나고 어이도 없었다.이렇게 갑자기 멈춰야 하는 고통은 참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정윤슬의 옆에 드러누워 눈을 감고 이불을 끌어 허리 아래를 덮었다.정윤슬은 황급히 일어나 머리를 정리하고 문으로 향했다. 문 앞에서 뒤돌아보니 지태일은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양팔을 펼친 채 하체를 이불로 가리고 있었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욕망을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노크가 다시 들리자 정윤슬이 문을 열었다.“큰새언니, 자고 있었어요?”지은영은 정윤슬의 붉은 얼굴과 쑥스러운 눈빛을 봤지만 별다른 의심은 하지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5화

    허서령은 진심으로 겁이 났다.지난번 사람들이 북적이는 호텔에서도 허서령에게 키스를 퍼부었던 지강산이었다.지금은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인 데다가 아파트 복도에 인적도 끊겼다. 지강산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강산 씨도 여기에 올 줄은 몰랐어요.”허서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현관문에 몸을 바짝 붙였다. 당장이라도 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칠 기세였다.“강산 씨 눈앞에 일부러 나타난 게 아니에요.”지강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말없이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걸어가더니 피우던 담배를 비벼 꺼서 던져 넣었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4화

    병원 안.허서령이 수납을 마치고 영수증을 챙겨 병원을 나섰다. 그때 진성호가 뒤쫓아와 허서령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거 생각해 봤어?”허서령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진성호의 손을 뿌리치며 째려봤다.“미친놈.”진성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오만한 태도를 취했다.“허서령, 나한테 시집오면 배상금 1억 6천만 원을 주지 않아도 돼. 우리 아버지 병원비도 낼 필요 없고. 게다가 너의 엄마가 원하는 대로 은행에서 1억 원 대출받아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화

    지강산이 몸부림치는 허서령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 벽에 고정시킨 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키스를 퍼부었다.참아왔던 눈물이 허서령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지강산은 멈출 기색이 전혀 없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허서령이 그의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윽.”날카로운 통증에 지강산이 입술을 뗐다.허서령이 기억하는 지강산은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이토록 사납게 구는 건 분명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각에 허서령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지강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지강산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워냈다.뽑은 벌칙 대신 술을 택했다. 그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유하가 티슈를 던지면서 씩씩거렸다.“재미없어, 정말.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지강산이 한숨을 무겁게 내뱉으며 술기운을 눌러 내렸다.게임이 계속되었다. 술병이 여러 번 돌고 돌아 마침내 허서령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벌칙이 지나칠까 봐 두렵기도 했고 술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진실을 말하는 걸 선택할게요.”그러자 소유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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