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령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도미란이 내민 노란 부적을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도미란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지난번에는 내가 이런 걸 잘 몰라서 옥 파는 나쁜 상인한테 속았잖니. 방사선이 나오는 광물이 든 옥 장식을 줘 버렸지 뭐야. 이번에는 무서워서 옥은 아예 안 샀어. 스님이 직접 축복해 준 평안 부적뿐이야.”허서령이 받지 않자 지강산이 대신 받아 베개 밑에 넣고는 담담하게 말했다.“큰어머니,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도미란은 왼손으로 오른쪽 손목을 잡은 채 단정하고 우아하게 옆에 서 있었다. 자애로운 어른인 척 길게 한숨까지 쉬었다.“아이고, 서령이는 정말 왜 이렇게 고생이 많니. 얼마나 안됐어. 아버지는 감옥에 가고,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시집도 마음대로 못 가고, 병도 아직 못 고쳤지. 어렵게 아이 하나 생겼더니 그 아이마저 잃고, 범인은 외국으로 도망가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모두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도미란을 노려봤다. 지용식이 버럭 소리쳤다.“미란아!”허서령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굴은 핏기없이 창백했다.하선희도 화를 참지 못했다.“형님, 말 안 하면 병이라도 나세요?”도미란은 얼른 입을 가리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뒤 천천히 손을 내리며 사과했다.“미안해, 동서. 오기 전에 당부했던 걸 내가 깜빡했네. 서령이 병문안 와서는 아이 얘기하지 말라고 했었지.”그녀는 자기 이마를 몇 번 두드렸다.“아이고, 이 머리 좀 봐. 나이 먹으니 자꾸 깜빡한다니까.”하지만 허서령은 도미란이 기대한 것처럼 무너지지 않고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녀를 향해 담담하게 웃었다.“큰어머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몸 다 나으면 강산 씨랑 아이 다시 가지면 돼요.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되니까 차라리 아드님 부부한테 힘 좀 내라고 하세요. 빨리 아이를 가지셔야죠. 안 그러면 다음에 제가 낳는 아이가 또 집안의 첫 증손이 될 테니까요.”도미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진 채 억지로 뻣뻣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