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령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고마워요.”지강산이 운전하느라 전방을 주시하면서 말했다.“별말을 다 하네.”“병원 영수증 아직 있어요?”“응.”“나한테 주면 안 될까요?”“알았어.”“나중에 저 사람들 고소하고 돈 받으면 병원비 돌려줄게요.”“돌려줄 필요 없어.”허서령이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그녀가 번 돈 중에 집세와 식비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이 진성호 아버지의 치료비로 나갔다.정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나 다름없었다.진성호는 아버지가 이미 뇌사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식물인간인 걸 알면서도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그녀를 옭아매서 그와 결혼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바로 그때 지강산의 휴대폰이 울렸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착용하고 전화를 받았다.“네. 알았어요.”덤덤하게 대답한 후 전화를 끊더니 갑자기 차를 돌렸다.허서령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어디 가요?”“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어. 나더러 경찰서 좀 오래.”허서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등을 기대고 한숨을 내쉬었다.“차라리 잘됐어요. 안 그래도 내일 가려 했는데 연락이 왔으니 오늘 밤에 해결하는 게 낫겠어요.”“걱정하지 마. 내가 다 처리할 테니까.”지강산의 진지한 목소리에 허서령이 흠칫 놀랐다.‘나한테 하는 말 맞아?’하지만 차 안에 오직 두 사람뿐이었다.‘무서워하지 말라고?’이 세상에서 개 말고는 허서령이 두려워하는 게 없었다.경찰서에 도착한 후 두 사람은 따로 분리되어 조사를 받았다.조사실 안의 조명이 밝게 빛났다. 사복 차림의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가슴에 신분증과 경찰 번호가 있었다.[진성재.]지강산이 자리에 앉자마자 진성재가 사진 몇 장을 건넸다.“이 개 지강산 씨가 죽였어요?”그가 사진을 힐끗 쳐다봤다.“네. 제가 죽였어요.”진성재가 영수증 몇 장을 또 건넸다.“이 개의 가격, 항공 운송비, 평소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비용, 사육 비용이에요. 그리고 지강산 씨가 개를 죽인 바람에 개 주인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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