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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1 - チャプター 30

30 チャプター

제21화

허서령 역시 ‘나쁜 여자’로 전락하고 싶지 않았고, 지강산에게 어떤 상처도 주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한 시간 후, 차는 교외로 들어서서 그녀의 임대주택에서 조금 떨어진 주차장에 멈췄다.“고마워요.”허서령은 그가 왜 여기서 차를 세웠는지 몰랐지만 인사를 건네고 문을 열고 내렸다.허서령이 주차장을 막 벗어나려는 순간, 지강산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돌아섰다.“뭐 하려는 거예요?”지강산은 휴대폰과 차 키를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네 집에 가서 내 우산 가져가려고.”허서령은 유난히 담담하게 말했다.“내일 심부름 업체 불러서 강산 씨 집으로 보내줄게요.”“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올라가서 가져가면 되지.”“너무 늦었어요. 불편해요.”따뜻한 빛을 비추는 가로등이 두 사람 위로 내려앉아 옅은 빛의 고리를 만들며 주변이 고요하게 느껴졌다.지강산은 잠시 침묵하며 감정이 전혀 섞이지 않은 듯한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맑지만 유난히 냉정하고 무정해 보였다.잠시 후,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이미 새벽 한 시 반이야. 운전하면 졸릴 것 같고, 돌아가다 사고 날 수도 있어. 네 집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정신 좀 차릴게.”허서령은 휴대폰을 꺼냈다.“대리운전 불러줄게요.”지강산은 냉소하며 그녀의 휴대폰을 낚아채고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허서령, 내가 원수처럼 싫어하는 전 여자친구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 거로 생각하는 거야?”휴대폰을 또 빼앗긴 허서령은 화가 났다.“강산 씨, 저는 변호사예요. 기본적인 안전의식은 있어요. 강산 씨가 저를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을 지켜야 해요. 휴대폰 돌려주세요.”지강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휴대폰을 자기 주머니에 넣고, 목소리를 낮춰 일부러 음산하게 말했다.“허서령, 내가 진짜로 널 죽이려고 하면 네가 변호사든 경찰이든 아무 소용 없어.”지강산의 성격을 모르는 사람이면 겁먹었을 말이었다.허서령은 피곤함에 지쳐 고개를 들어 그의 어두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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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3층. 허서령을 문을 열고 불을 켜고 하이힐을 벗으며 말했다.“맞는 슬리퍼가 없으니까 그냥 신발 벗고 들어와요.”그리고 가방을 벽걸이에 걸고 지친 발걸음으로 안쪽으로 들어갔다.지강산은 뒤따라 들어와 문을 닫았다.그는 방 안을 둘러보다가 표정이 굳고 눈빛이 깊어졌다.실내에는 소파 하나, 작은 테이블 하나, 낮은 수납장 두 개, 작은 냉장고 하나가 전부였다.그래도 인테리어는 괜찮아 보였고, 많지 않은 물건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지강산은 신발장을 힐끗 내려다봤다. 남자 신발은 하나도 없었다.그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갔다.그는 안으로 들어와 작은 소파에 앉았다.허서령은 뜨거운 인스턴트커피 한 잔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인스턴트예요. 뜨거우니까 좀 식혀서 마셔요.”지강산이 그녀를 올려다봤다.“외상용 연고 있어?”“다쳤어요?”허서령이 걱정스럽게 그의 몸을 살폈다.“있어?”“있어요. 잠깐만요.”허서령은 방으로 들어가 연고와 소독용 면봉을 가져왔다.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다친 거예요?”지강산이 손을 내밀자 그녀는 약을 건넸다.“앉아.”그가 옆자리를 가리켰다.허서령은 도와달라는 뜻인 줄 알고 별생각 없이 그의 옆에 앉았다.지강산은 몸을 숙여 그녀의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고 발목을 잡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렸다.“뭐 하는 거예요?”허서령은 놀라 다리를 급히 빼며 치마를 끌어 내렸다.지강산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그녀의 종아리를 잡았다.“가만있어.”그는 다시 그녀의 다리를 끌어올렸다.허서령의 다리는 그의 허벅지 위에 놓이며 몸이 뒤로 밀려 소파 팔걸이에 기대게 됐다.남녀가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치마를 들치고 다리를 잡는 상황에서 그녀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강산 씨, 놔요...”허서령은 당황해 다리를 빼려고 애썼다.“발에 상처 있어.”허서령은 멈칫하며 뒤꿈치를 바라봤다.맞지 않는 하이힐 때문에 붉게 부어 까진 상태였다.잠시 진정한 그녀는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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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허서령이 아프다고 하면 지강산은 누구보다 괴로워했다.하지만 예외도 있었다.처음 그와 잠자리를 가졌을 때, 그는 놀라울 정도로 강압적이었다.그녀가 밀어내고, 멈추라고 하고, 아프다고 해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그는 자신이 얼마나 거친지 몰랐다.거의 그녀가 기절할 뻔할 정도였다.이후 그는 경험이 없어서 그랬다고, 관련 영상을 보고 따라 했는데 그녀가 고통인지 즐거움인지 구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그건 그가 가장 오래 미안해했던 일이었다.기억은 용암처럼 심장을 훑고 지나갔고, 허서령의 가슴은 은근히 아려왔다.약을 다 바른 뒤, 지강산이 그녀를 돌아봤다.눈이 마주친 순간, 허서령의 얼굴이 달아올랐다.그녀는 급히 시선을 피하며 다리를 내렸다.“고마워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발짝 물러섰다.“이미 늦었어요. 커피 다 마시고 얼른 돌아가세요.”지강산은 커피를 들여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아직 뜨겁네.”“얼음 넣어줄까요?”“필요 없어.”“그럼 편하게 있다 가세요. 다 마시면 컵은 여기 두고, 나갈 때 문 닫아주세요.”허서령은 필요한 말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며 지강산을 거실에 혼자 남겨두었다.그때 시각은 새벽 1시 45분이었다.몇 분 후, 허서령은 화장을 지우고 잠옷을 들고나와 옆의 좁은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욕실 불이 켜지고, 물 흐르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지강산은 몸을 뒤로 기대고 고개를 돌려 욕실 쪽을 바라봤다.안 보면 몰랐을 텐데, 보는 순간 온몸에 불이 붙은 듯했다.불투명한 유리였지만 빛은 비쳤다.안의 따뜻한 노란 불빛이 허서령의 늘씬한 몸선을 그림자처럼 비춰 유리에 드리웠다.쏟아지는 물소리와 함께 그녀의 느린 움직임이 희미하게 드러났다.지강산은 시선을 거두고 어두운 창밖을 바라봤다.너무 더워서 그는 넥타이를 풀고, 재킷을 벗어 소파에 던졌다.침을 삼키던 그는 거친 호흡을 달래기 위해 길게 숨을 내쉬며 셔츠 윗단추를 풀었다.하지만 물소리는 계속됐고, 머릿속의 잡념도 끊이지 않았다.그건 단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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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그랬다. 허서령과 지강산에겐 ‘다음’이 없었다.허서령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강산은 창가에 기대 느릿하게 물었다.“그 남자랑은 헤어진 지 얼마나 됐어?”허서령은 차갑게 말했다.“저 이제 쉬어야 해요. 나가주세요.”지강산은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그 사람, 한 번도 널 찾아온 적 없어?”허서령은 짜증이 올라왔다.“도대체 갈 거예요, 말 거예요?”두 사람의 대화는 엇갈려 있었다.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면서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지강산은 씁쓸하게 숨을 내쉬며 가볍게 웃었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집요하게 물었다.“아직도 그 남자 사랑해?”허서령은 더는 얽히기 싫어 바로 내뱉었다.“사랑해요. 많이 사랑해요. 그러니까 이제 갈래요?”지강산은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떨군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변 공기가 점점 싸늘해졌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은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허서령은 그 눈을 마주하는 순간, 심장이 채찍에 맞은 듯 아파 떨렸다.숨 쉬는 것조차 아프게 느껴진 그녀는 떨리는 손끝을 말아 주먹을 꽉 쥐었다.5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가 그 남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 걸까?지강산은 힘겹게 입꼬리를 올려 씁쓸하게 웃었다.“나랑 4년 사귀었는데 결국 돈 있는 그놈 하나 못 이긴 거야?”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던 허서령은 힘없이 말했다.“벌써 5년이나 지났어요. 왜 아직도 그 얘기를 붙잡고 있어요?”“이해가 안 되니까. 돈이 그렇게 중요해?”허서령은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이 이야기는 꺼낼 때마다 살을 베는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피하려고 돌아섰다.지강산이 재빨리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손목이 부서질 듯 아팠다.허서령은 화를 내며 말했다.“강산 씨, 아파요.”“대답해.”지강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의 분노로 가득 찬 눈을 마주하며, 허서령은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대체 어떤 답을 원해요?”지강산이 물었다.“그 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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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지강산은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울음보다 더 보기 힘든 미소를 지은 채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인 뒤 길게 숨을 내쉬었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에는 실망이 타오르고 있었다.그는 단호하게 돌아서서 소파를 지나며 재킷과 넥타이를 집어 들고 집을 나갔다.허서령은 힘없이 벽에 기대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심장이 도려내진 듯했고, 숨이 막힐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울음을 참고 있었지만, 눈물은 무너진 둑처럼 쏟아졌다.벽을 따라 주저앉아 웅크린 채 몸을 떨었다.입을 막고 있어 소리는 새어 나오지 않았지만 목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시야는 눈물로 흐려졌고, 얼굴과 손등은 흠뻑 젖었다.‘아파... 너무 아파...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미안해요. 강산 씨... 미안해요...’...11월, 울심시에 폭우가 쏟아졌다.바닷가에 가까운 이 지역은 마침내 첫 한기를 맞았다.기온 18도, 습하고 차가운 공기, 바람은 뼛속까지 파고들어 이가 덜덜 떨렸다.며칠 전, 허서령은 집주인에게서 통보를 받았다.재개발로 인해 보름 안에 이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원래도 일이 바쁜 그녀에게 이 통보는 완전히 날벼락이었다.주말에 심인혜를 만나 이사 이야기를 꺼냈고, 심인혜는 탁자를 치며 호쾌하게 말했다.“아무 말도 하지 마. 나 구름타워에 투룸 하나 더 있어. 거기 가서 살아. 월세 안 받을게.”구름타워는 백시욱이 심인혜에게 결혼 전 선물로 준 것으로, 심인혜 개인 소유였다.그 공증은 허서령이 맡아 처리했었다.허서령은 그 집에 가본 적이 있었다.100㎡가 넘는 꽤 넓은 집이었고, 인테리어도 세련되고 아늑했다.무엇보다 방 창문 밖으로 진성호의 집이 보인다는 점이 중요했다.이 점이 허서령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인혜야, 비어 있다면 나한테 임대해줘. 앞으로 조사하기에도 편할 것 같아.”심인혜는 그제야 떠올랐다.“진성호가 바로 맞은편 동에 사는데, 그 사람이 너한테 들러붙을까 봐 안 무서워?”허서령은 단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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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구름타워.허서령은 주말을 쪼개 혼자 이사를 했다.자정이 넘어서야 끝났다. 온몸이 부서질 듯 피곤했던 그녀는 샤워하고 곧바로 잠들었다.비몽사몽 사이, 집 밖에서 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생긴 그녀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새벽 5시 30분.도둑이 활동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허서령은 긴장과 불안 속에 얇은 겉옷을 걸치고, 가방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 들었다.조심스럽게 문 쪽으로 다가갔다.문에 귀를 대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놀라 두 걸음 물러났다.‘도둑이 문을 두드린다고? 이렇게 대담하게? 혹시 심인혜일까?’심장이 빠르게 뛰며 손에 땀이 났다.그녀는 전기충격기를 꽉 쥐고 외쳤다.“누구세요?”“잠깐 나와.”문밖에서 들려온 건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였다.부드럽고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는 지강산 같았다.허서령은 믿기지 않았다.“누구세요? 어떻게 제집에 들어온 거예요? 경찰에 신고했어요. 당장 가세요!”“나 지강산이야. 나와서 얘기 좀 하자.”이번에는 확실했다.문 밖의 남자는 지강산이었다.허서령은 멍해진 채 전기충격기를 내려놓고 급히 휴대폰을 들어 심인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의 심인혜는 아직 잠에 취해 짜증이 가득했다.“뭐야... 지금 새벽 다섯 시 반이야... 우리 남편도 안 깨웠는데 네 전화 때문에 깼어...”허서령은 불안하게 말했다.“지강산이 지금 내 방 문 앞에 있어. 이게 어떻게 된 거야?”“내가 어떻게 알아! 가서 본인한테 물어봐!”“네 집이잖아, 너도 몰라?”심인혜는 반쯤 잠든 상태로 소리쳤다.“자기야! 지강산이 왜 구름타워 집에 있어?”멀리서 백시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참, 말하려던 거 깜빡했네... 반달 전에 그 집 지강산한테 세 줬어. 반년 치 월세 한 번에 받았고.”“헐...”심인혜는 완전히 잠에서 깨고 벌떡 일어나 다급하게 말했다.“서령아, 큰일났어. 반달 전에 우리 남편이 그 집을 지강산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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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안 가요.”허서령은 고개를 저었다.이건 단순한 거주 문제도, 가격 문제도 아니었다.이곳에 사는 건 진성호의 어머니를 조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사실 반년 전부터 이 동네로 이사 오고 싶었지만, 비싼 월세와 부족한 매물 때문에 미뤄왔던 계획이었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게다가 지강산 집 맞은편에는 소유하가 살고 있었다.계속 마주친다면 그것도 큰 스트레스였다.지강산은 휴대폰을 꺼내 채팅 기록을 열어 보여줬다.“너 변호사잖아. 문자나 송금 기록도 법적 효력 있는 거 알지?”허서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강산이 말했다.“이 집은 반달 전에 내가 먼저 들어와서 살았고, 반년 치 월세도 냈어. 뭐든 선후가 있는 거야. 지금 네가 억지로 뺏는 거야.”허서령은 숨을 고르며 후드 끈을 만지작거렸다.조금은 찔리는 표정이었다.“이 집은 심인혜 소유예요. 저는 집주인이랑 직접 계약했으니 더 합법적이고 정식적인 거예요. 싸운다면... 제가 질 것 같진 않아요.”지강산은 피식 웃으며 창밖을 바라봤다.머리를 손으로 받친 채, 피곤하고 골치 아픈 듯한 표정이었다.허서령은 자세를 낮추고 조용히 부탁했다.“강산 씨... 저 진짜 이 집 필요해요. 강산 씨는 돈도 집도 부족하지 않잖아요. 회사에서도 숙소 제공되고요. 손해는 제가 보상해줄게요. 더 좋은 집도 찾아줄게요. 그러니까 강산 씨가 나가주면 안 될까요?”지강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그녀를 바라봤다.깊고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로 한참을 보다가, 담담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안 돼.”“그래요. 얘기가 안 통하니까 집주인 올 때까지 기다리죠.”허서령은 힘없이 소파에 기대앉아 고개를 숙인 채 심인혜에게 빨리 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30분 후, 심인혜와 백시욱이 도착했다.두 사람은 다투면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심인혜는 왜 반달 전에 집을 세를 주고도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냐며 계속 화를 냈고, 백시욱은 바빠서 잊었다며 연신 사과했다.아침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거실은 아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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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두 사람은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에 탔다.백시욱은 얼른 심인혜를 안고 달랬다.“미안해. 자기야.”심인혜는 밀어내며 말했다.“꺼져. 이혼 안 하면 개야.”백시욱은 진지하게 말했다.“멍멍.”심인혜는 웃음을 터뜨렸다가 곧 다시 울적해졌다.“서령이한테 너무 미안해. 우리가 이혼으로 압박해서 양보하게 만든 거잖아...”백시욱은 억울한 얼굴이었다.“우리도 어쩔 수 없잖아. 둘 다 고집이 세서 누구도 안 물러나는데.”심인혜가 말했다.“서령이는 아버지 사건 조사 때문에 여기 사는 거야. 범인이 맞은편에 있으니까. 그런데 지강산 씨는 왜 그렇게까지 안 나가려고 하는 거지?”백시욱은 고개를 갸웃했다.“그러게... 원래 지강산은 점잖고 예의 바르고, 사람 대하는 태도도 좋고 품위 있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어.”심인혜는 한숨을 쉬었다.“됐어. 이제 해결됐으니까 우리 가정법원 갈까?”“자기야, 그만 놀려. 나 심장 약해.”심인혜는 미소 지었다.백시욱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입을 맞췄다.“집 가서 더 자자.”...희미한 아침 햇살이 구름타워를 금빛 안개처럼 감쌌다.7층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면 단지 안은 푸른색으로 가득했다.전 남자친구와 동거?허서령은 몇백 년은 고민해야 할 선택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거만 꺼내지 않는다면 평화롭게 지낼 수도 있었다.지강산은 소파에 기대 두 팔과 다리를 벌린 채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밤을 새운 데다 비행까지 하고 와서 피곤한 듯했다.허서령은 작은 소파에 앉아 복잡한 마음을 억누르고 담담하게 말했다.“강산 씨가 반년 치 월세 냈으니까 앞으로는 제 몫이랑 공과금은 강산 씨한테 줄게요.”“그래.”“같이 사는 거니까 규칙 정해야 해요.”“마음대로 해.”“추가할 거 있어요?”“없어.”허서령은 잠시 침묵했다.거실은 고요했다.그는 눈을 감고 있었고, 그녀는 어쩔 줄 몰라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한참 후, 지강산이 일어났다.“나 방에 가서 좀 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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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마지막에는 서명과 지장까지 찍는, 법적 효력을 갖춘 계약서였다.지강산은 물병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하나하나 꼼꼼히 읽었다.다 읽은 뒤, 펜을 들어 이름을 적고 준비된 인주에 손가락을 찍어 지장을 남겼다.그때 허서령이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들어왔다.그녀는 고개를 들다가 그의 눈과 마주치더니 순간 멍해졌다.혼자 살던 집에 전 남자친구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슬리퍼를 갈아 신고 물었다.“서명했어요?”“했어.”지강산은 휴대폰을 꺼냈다.허서령은 내려다봤다.“이건 뭐예요?”“계약서에 상호 협조, 비용 분담 의무 있잖아. 연락처 없으면 돈은 어떻게 보내려고?”동거라면 연락처 교환은 필수였다.비 오는 날 빨래 거두기, 가스 확인, 월세 송금 등, 연락할 일이 많았다.허서령은 잠시 망설이다가 휴대폰을 꺼내 그의 친구신청을 수락했다.친구 추가 후, 전화번호도 보냈다.지강산은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잠시 말이 없었다.마치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허서령이 말했다.“이번 달 월세는 이미 인혜한테 줬어요. 다음 달부터 강산 씨한테 드릴게요.”“그래.”그는 휴대폰을 넣고 물었다.“짐 도와줄까?”“괜찮아요.”허서령은 짐을 나눠 들고 하나는 방으로, 하나는 부엌으로 옮겼다.지강산도 부엌으로 따라 들어왔다.“점심 먹었어?”“네. 밖에서 족발 덮밥 먹고 왔어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돌아서서 그를 바라봤다.“방금 일어난 거예요?”지강산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허서령은 봉투를 뒤적이다가 내일 아침으로 사 온 영양죽 한 캔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먹을래요?”지강산은 그녀 손에 들린 영양죽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요리를 잘 못 하는 허서령은 먹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배달이나 간편식으로 때우는 모습이 떠올라 왠지 씁쓸했다.그는 받아들었다.“고마워. 나중에 두 개로 갚을게.”“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먹어요.”허서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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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동거 첫날.어쩔 수 없이 어색함이 감돌았다.허서령은 방에 틀어박혀 사건 자료를 보고, 맞은편 건물의 이은경을 관찰했다.해 질 무렵, 이은경이 중년 남성을 데리고 집에 들어오는 걸 발견했다.두 사람은 거실에서 포옹하고 키스하더니 곧바로 커튼을 닫았다.허서령은 놀랐다.‘이은경은 도대체 몇 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걸까? 진성호가 집에 들어와 보면 어쩌려고?’똑똑.노크 소리에 허서령은 생각에서 깨어나 급히 망원경을 서랍에 넣고 문을 바라봤다.“무슨 일이에요?”“저녁을 좀 많이 했는데 같이 먹을래?”허서령은 휴대폰을 확인했다.늘 바빠서 끼니를 놓치기 일쑤였는데, 벌써 6시였다.“네.”허서령은 휴대폰을 들고나와 식탁에 앉았다.지강산 맞은편 자리였다.식탁에는 세 가지 반찬과 국 하나가 놓여 있었다.소고기 달걀 볶음, 생선찜, 야채볶음, 갈비탕, 그리고 이미 담아놓은 밥 두 그릇.이렇게 제대로 된 집밥을 먹는 건 5년 만이었다.마지막은 태풍 오던 날, 지강산 집에서였다.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숨을 골랐다.지강산은 젓가락으로 소고기를 집어 그녀의 밥그릇에 올려줬다.허서령은 당황했다.“제가 할게요.”지강산은 아무 말 없이 자기 밥을 먹기 시작했다.허서령은 젓가락을 들지 못한 채 말했다.“이거 얼마 들었어요? 반씩 낼게요.”지강산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한 만 원쯤.”“그보다 더 들었을 것 같은데요?”허서령은 가격을 잘 몰라도 소고기, 생선, 갈비가 싸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럼 얼마라고 생각해?”지강산이 담담하게 물었다.허서령은 고개를 저었다.“잘 모르겠어요. 일단 만 원 줄게요. 그리고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필요 없어. 식기세척기 있어.”허서령은 돈을 송금하고 말했다.“그럼 제가 그릇 정리하고 식탁 닦을게요.”“응.”지강산은 그녀가 보낸 돈을 확인하고 받았다.돈을 내고 나니 허서령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두 사람은 조용히 식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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