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저도 마실래요.”메뉴판을 들고 주문하려 하자 지강산이 카메라를 손으로 가렸다.“일단 한 번 마셔 봐.”지강산은 자기가 마시던 두유를 그녀의 앞에 놓았다.“잠깐만.”그러고는 몸을 돌려 쓰레기통까지 가져다 옆에 두었다.“이제 마셔.”허서령은 단단히 대비한 그의 모습을 한 번 보고, 그가 마시던 두유를 한 번 봤다. 정말 그렇게 맛이 없나 싶어 망설였다.지강산이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마시던 거라 싫어?”“네?”허서령은 멈칫했다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런 뜻 아니에요.”‘그러고 보니 강산 씨와 입을 맞추는 건 어떤 느낌일까?’아무 기억도 없으니 그가 마신 음료를 마시는 것도 조금 쑥스러웠다. 하지만 풋풋한 소녀도 아니고, 같은 그릇의 음료를 나눠 마신다고 얼굴이 새빨개질 나이도 아니었다.잔을 들어 냄새를 맡아 보자 특이한 냄새가 확 올라왔다. 솔직히 향부터 별로였다.취두부처럼 냄새는 별로여도 먹으면 맛있는 음식일 거로 생각하며 한 모금 들이켰다.지강산은 이미 휴지를 뽑아 든 채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욱!”다음 순간, 허서령은 곧바로 몸을 옆으로 돌려 쓰레기통에 뱉었다.그 모습에 주변 테이블의 어르신들이 쳐다봤다. 무시하거나 나무라는 눈빛은 아니었다. 이 맛을 모르는 외지인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푸근하게 웃을 뿐이었다.지강산은 웃음을 머금고 그녀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맛봤지? 한 그릇 더 시켜?”“싫어요.”허서령은 따뜻한 보리차를 한 모금 마셔 입안을 헹구듯 한 뒤 의아하게 지강산을 봤다.“이렇게 맛없는데 강산 씨는 왜 좋아해요?”“어릴 때부터 마셔서 별로 맛없다고 못 느껴.”“저도 전에 마셔 봤어요?”“응. 그래서 네가 싫어하는 걸 알아.”“그럼 강산 씨는요? 안 먹는 음식 있어요?”지강산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은 채 젓가락을 들어 계속 아침을 먹었다.“왜 말 안 해요?”허서령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은근 장난꾸러기라 말해 주면 안 돼.”그
아침에 일어난 지강산은 다음 날 오후 두 시 출발하는 일등석 항공권을 예약했다. 이어 허서령의 짐을 챙기며 요즘 읽고 있던 책들까지 여행 가방에 넣었다.허서령이 눈을 떴을 때 그는 한창 그녀의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허서령은 이불 속에 웅크린 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강산 씨는 진짜 사람 잘 챙기네요.”지강산은 쪼그려 앉아 세면도구와 신발, 옷, 휴대전화 충전기, 스킨케어 제품 등 빠진 게 없는지 하나씩 확인하다가 칭찬을 듣자 옅게 웃었다.“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챙겨 줘야 나한테서 못 떠나지.”허서령은 침대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이불을 어깨까지 두른 채 머리만 내밀었다.“그럼 도우미를 쓰면 되죠.”지강산은 태연하게 말했다.“나는 공짜잖아. 도우미는 돈 들어.”허서령은 또 웃음을 터뜨렸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지강산은 여행 가방 지퍼를 잠그고 구석으로 옮긴 뒤 그녀를 바라봤다.“날씨 추워졌어. 옷은 침대 옆 협탁에 놔뒀으니까 얼른 갈아입어.”허서령은 협탁 위의 두꺼운 옷을 보고 침대 위로 끌어왔다. 조금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잠깐 나가 있어요. 침대에서 옷 갈아입게.”지강산은 다정하게 웃으며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우리 연인 사이고 같이 잔 적도 수도 없이 많아. 네 몸에 점이 몇 개 있는지도 아는데, 옷 갈아입는다고 나까지 내보내?”“나가 줘요.”허서령은 얼굴을 찌푸렸다. 귓불이 뜨거워져 몹시 민망했다.“알았어. 나갈게.”지강산은 웃으며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허서령이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동안 지강산이 문밖에서 크게 말했다.“서령아, 오늘은 책 그만 보고 나랑 밖에 좀 돌아다닐래?”“어디 가게요?”“제산시 명소들 구경시켜 줄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평범한 연인들처럼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사진도 찍자.”“좋아요. 나도 잊은 곳이 많아서 다시 보고 싶어요.”“전문 카메라도 가져가자. 내가 사진 찍어 줄게.”“사진 잘 찍어요?”“네가 워낙 예뻐서
‘이 정도 남자라면 따라다니는 여자도 많을 텐데. 그런데 왜 늘 무언가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불안해 보이는 걸까?’저녁을 먹은 뒤 두 사람은 다시 정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다.배 몇 개를 따서 돌아와 주스로 만들었다. 두 사람은 거실에 앉아 주스를 마셨다. 허서령은 책을 읽고 지강산은 노트북으로 자기 일을 했다.그날 강령원에는 처음으로 둘만의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아무도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았다.요리를 해 주는 아주머니도 숙식하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책장 넘기는 소리와 지강산이 가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정원 밖에서는 찬 바람이 가볍게 불었지만 거실 안은 봄처럼 따뜻했다.지강산은 미간과 콧등을 몇 번 주무르고 눈을 비볐다. 노트북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맞은편 허서령을 바라봤다.허서령은 소파에 기대 한 손에는 책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한쪽 볼을 받친 채 고개를 살짝 기울여 읽고 있었다.무언가에 집중한 그녀는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웠다.겉모습은 산골짜기에 조용히 핀 꽃처럼 차분하고 우아했지만, 성격은 선인장처럼 가시가 돋쳐 있었고 생명력도 질겼다.기억을 잃은 지금에서야 본래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듯했다.지강산과 사귄 뒤의 허서령은 제 몸의 가시를 거의 다 뽑아 버린 채 둥글게 자신을 다듬었다. 모두에게 맞춰 주느라 정작 자신을 잊었고, 결국 지나치게 억눌리고 고통받은 끝에 우울증까지 깊어졌다.“서령아...”지강산이 부드럽게 불렀다.“네?”허서령은 고개를 들지 않고, 시선은 계속 책 위에 머물렀다.“열한 시인데, 이제 잘까?”그제야 허서령이 책에서 고개를 들고 옆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벌써 이렇게 늦었어요?”“방에 가서 씻고 이것저것 정리하면 자정이야.”“어차피 내일 둘 다 출근 안 하잖아요.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허서령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책을 읽었다.지강산은 노트북을 덮어 한 손에 들고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간 후 옆에 놓인 책갈피를 집어 지금 읽는 페이지에 꽂아 주었다.“밤새우지
허서령은 더는 버둥거리지 않고 단단한 가슴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숙인 채 나직이 말했다.“강산 씨, 저 울심시에 한 번 다녀와야 해요.”지강산은 등 뒤에서 잡고 있던 그녀의 손목을 놓았다. 대신 팔을 앞으로 둘러 허리를 감싸고 뒤에서 꼭 안았다. 그러고는 얼굴을 그녀의 뺨 가까이에 기댄 채 부드럽게 물었다.“급한 일이야?”“집이 재개발에 들어가서 허태윤이 서명하러 오라고 해요.”“네 도움이 필요해서 6천만 원을 받아 낸 거구나?”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단히 안긴 몸이 갈수록 예민해져 뻣뻣해졌고 마음도 편하게 가라앉지 않았다.그가 가까이할 때마다 모든 일이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 어색함이 없었다. 거절할 틈조차 없었고, 오히려 자신이 스스로 그의 품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내가 같이 갈게. 아직 휴가가 사흘 남았으니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지강산이 다정하게 말했다.어스름한 밤이 정원을 뒤덮었다. 옆의 가로등이 옅은 노란빛을 뿌려 두 사람의 겹친 그림자를 길 위에 드리웠다. 밤바람은 조금 쌀쌀했지만 그의 가슴이 따뜻해 마음이 놓였다.허서령은 그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전 내일 표를 사고 모레 출발할 거예요. 울심시에서 며칠 머물면서 처리할 일도 있고요. 강산 씨는 출근해야 하니까 같이 안 가도 돼요.”그 말을 듣고 난 뒤 지강산의 팔이 천천히 더 조여 왔다. 얼굴도 그녀의 목덜미 가까이 묻었다. 뜨겁고 무거운 숨결이 피부에 닿아 간질거렸다.귓가로 희미한 한숨이 들렸다. 불안하고 쓸쓸한 기색이 담긴 것 같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낮고 쉰 목소리가 귓가에 조용히 흘러들었다.“표는 내가 끊을게. 무슨 일이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꼭 말해.”“네.”허서령이 대답했다.“일 끝나면 제산시로 돌아와.”목소리는 아주 낮았지만 숨은 무거웠다.“기다릴게.”“네.”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깊은 곳을 바늘로 살짝 찌른 듯 아렸다.“오늘도 내 방에서 자.”지강산이 이어 말했다.“네?”허서령은 잠시
그 간절한 말이 거듭될수록 허서령의 마음도 이상하게 아파졌다.자신은 떠날 생각이 없었다. 지강산이 오해한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말을 듣자 마음 가장 깊은 곳이 욱신거렸다. 이별을 앞둔 듯한 감각이 낯설지 않아 더 괴로웠다.아무리 밀어도 떨어지지 않자 허서령은 고개를 돌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붙이고 얇은 셔츠 위로 입을 벌려 세게 물었다.“윽...”지강산이 낮게 신음하며 팔을 풀었다. 그는 그녀의 두 어깨를 잡아 살짝 떼어 놓았다.한 손으로 물린 가슴을 누르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은 채 미간을 찌푸렸다.“너 강아지야?”“안 간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계속 그렇게 꽉 안고 있잖아요. 숨도 못 쉬겠더라고요.”허서령은 볼멘소리로 설명했다.“강산 씨의 돈이 제게 있다는 것도 잊었어요. 그 6천만 원은 허태윤한테 받아 낸 거고, 원래 강산 씨의 돈이라고 생각해서 돌려준 것뿐이에요. 강산 씨랑 선 긋겠다는 뜻 아니에요.”“정말 우리 아버지랑 다툰 것 때문에 떠나는 거 아니야?”지강산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어둠은 더 짙어졌고 아직 길가의 조명도 켜지지 않았다. 희미한 빛 속에서도 지강산의 눈가가 붉어진 게 보였다. 허서령은 마음이 쓰였다.방금 그는 정말 겁에 질린 사람 같았다.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것처럼 지나치게 긴장했다.‘예전에 내가 한 번 떠난 일이 큰 상처로 남은 걸까...’“많은 일을 잊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강산 씨를 떠나진 않아요.”허서령은 애써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말로 하면 되지, 왜 물어?”지강산은 그제야 안도한 듯 가슴을 문지르면서도 억울한 눈빛으로 그녀를 봤다.“물어도 하필 거길 물고.”허서령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까지 마음이 무거웠는데, 그의 말 한마디에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툭툭 때렸다.“제가 언제 거길 물었다고...”차마 정확히 말하기도 부끄러웠다.한 대 맞은 지강산은 다시 가슴을 감싸고
허서령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책을 덮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방 밖 회랑에 서서 정원 밖의 나무와 풀을 바라보다 눈을 비볐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스름한 저녁 빛이 대지를 덮고 있었다. 하늘 끝이 갈라져 그 틈에 노을과 석양을 담아 놓은 듯했다.앞마당에서 급하게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들렸다.허서령은 지강산이 돌아왔음을 알아챘다. 그 소리만으로도 얼마나 빠르게 차를 몰고 왔는지 알 수 있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정원 샛길을 돌아 지름길로 지강산을 찾아갔다.지강산도 마찬가지로 지름길을 택해 그녀를 찾아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정원 사이로 굽이진 오솔길에서 마주쳤다.성큼성큼 빠르게 걸어오던 지강산은 그녀를 보는 순간 우뚝 멈췄다. 급하게 뛰어온 탓인지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고 숨도 살짝 가빴다. 어두워지는 저녁 빛 속에서 깊은 눈동자는 유난히 검고 깊어, 바닥을 알 수 없는 호수 같았다.꽉 쥐었던 주먹이 천천히 풀렸다. 몸은 여전히 팽팽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입술을 한 번 감빤 뒤 다시 무거운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허서령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봤다. 검은색 얇은 재킷은 반듯한 체격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어스름 속에서 정교한 이목구비는 더 깊고 또렷해 보였다. 긴 다리로 한 걸음씩 다가오는 모습에는 묵직함이 묻어났다.가까이 온 지강산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다 쏟는 것 같았다.“난 네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한 번도 원한 적 없어. 나든, 우리 부모님이든, 별것도 아닌 친척들이든, 상관없는 남들이든 네게 함부로 하면 마음껏 맞서도 돼. 난 언제나 네 편이라고 했잖아. 너 대신 맞서 줄 수도 있어. 그런데 넌 왜 조금이라도 상처받으면 제일 먼저 나부터 떠나려고 해?”허서령은 영문을 몰랐다.“제가 보낸 돈은...”설명도 끝나기 전에 지강산이 더 다급하게 물었다.“우리 아버지 말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나랑도 끝내고 싶은 거야?”“아버님하고는 상관없어요.”허서령은
병원 안.허서령이 수납을 마치고 영수증을 챙겨 병원을 나섰다. 그때 진성호가 뒤쫓아와 허서령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거 생각해 봤어?”허서령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진성호의 손을 뿌리치며 째려봤다.“미친놈.”진성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오만한 태도를 취했다.“허서령, 나한테 시집오면 배상금 1억 6천만 원을 주지 않아도 돼. 우리 아버지 병원비도 낼 필요 없고. 게다가 너의 엄마가 원하는 대로 은행에서 1억 원 대출받아
지강산이 몸부림치는 허서령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 벽에 고정시킨 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키스를 퍼부었다.참아왔던 눈물이 허서령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지강산은 멈출 기색이 전혀 없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허서령이 그의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윽.”날카로운 통증에 지강산이 입술을 뗐다.허서령이 기억하는 지강산은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이토록 사납게 구는 건 분명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각에 허서령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지강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지강산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워냈다.뽑은 벌칙 대신 술을 택했다. 그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유하가 티슈를 던지면서 씩씩거렸다.“재미없어, 정말.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지강산이 한숨을 무겁게 내뱉으며 술기운을 눌러 내렸다.게임이 계속되었다. 술병이 여러 번 돌고 돌아 마침내 허서령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벌칙이 지나칠까 봐 두렵기도 했고 술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진실을 말하는 걸 선택할게요.”그러자 소유하가
지강산과 함께한 4년은 허서령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별 후 허서령은 5년을 울며 보냈다.매일같이 눈물을 쏟은 건 아니었지만 지강산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속에 장마라도 진 것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비가 내렸고 이내 눈시울도 뜨겁게 젖어 들곤 했다.살면서 지강산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시욱이 주선한 술자리.떠들썩한 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허서령의 시선이 익숙한 얼굴에 닿았다.그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말 해일이라도 밀려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