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락했다. 그날 저녁, 청첩장을 사람 편에 보내며 미리 준비해 둔 답례품도 함께 전했다. 주경안은 그 안에 들어 있던 사탕 하나를 뜯어 천천히 입에 넣었고 달콤한 맛이 오랜만인 듯 가만히 눈을 감고 음미했다.결혼 당일에는 많은 하객이 찾아왔다. 휴가 중이던 교수님과 실험실 사람들도 모두 달려왔고 교수님은 신이 나서 한세훈의 어깨를 힘차게 두드렸다.“잘했어! 선배를 꼬셔 가다니 복도 많지.”같은 실험실 동료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나는 옆에 선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을 바라보며 가슴에서 만족감과 행복이 흘러넘치는 걸 느꼈다. 한세훈을 만나고 나서야 숨김없는 사랑이 어떤 건지 처음으로 알았다.식이 시작됐다. 아버지의 팔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한세훈을 향해 걸어갔다. 긴 버진로드의 끝에서 한세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내 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한세훈의 손 위에 얹었다.“내 딸을 부탁하네.”한세훈이 아버지에게 약속했다.“평생을 다해 소중히 하겠습니다.”서약, 반지 교환, 키스. 하객들 사이에서 우레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고 모두가 이 신혼부부를 향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냈다.구석에서 주경안도 박수를 치며 눈을 떼지 못하고 박세연을 바라봤다. 문득 2년 전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그 결혼식이 떠올랐다.‘그때 박세연은 분명 온 정성을 다해 하나하나를 준비했겠지.’웨딩홀, 웨딩사진, 피로연까지 수도 없이 비교하고 또 비교해서 결정했을 것이다.‘그 모든 것을 취소하기로 결심한 순간, 얼마나 아팠을까.’자신이 박세연에게 잘못한 것이었다. 그러니 이제 그녀가 행복을 찾았으니 그것만으로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어야 했다.주경안이 천천히 눈을 감자 눈가로 눈물 한 방울이 아무런 소리도 없이 조용히 흘러내렸다.결혼식이 끝나고 하객을 배웅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저녁이 돼서야 겨우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려는데 임지아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편지를 건넸다.“주경안이 나한테 전해달라고 했어. 새출발 축하한다고.”임지아가 내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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