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진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실크 바지가 그녀의 매끄러운 다리 라인을 감싸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그녀는 이결의 좌석 바로 옆까지 다가와, 한쪽 손으로 이결의 의자 등받이를 짚고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이결의 귓바퀴에 닿을 듯 말 듯 가까워졌다. 귓가에 닿는 그녀의 더운 숨결이 이결의 목덜미에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당신이 가진 그 에너지, 그거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나는 오직 그것만이 판을 뒤집을 유일한 변수라고 확신하니까요.” 희진의 손가락이 이결의 어깨선을 타고 내려와, 그의 단단한 흉근 위를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한 코치님이 총지휘를 맡아 진아린을 비롯한 선수들을 밀어부쳐요. 필요한 모든 것들은 내가 전부 서포트할테니까.”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악마의 유혹이었다. 자신이 쥔 모든 권력을 내어줄 테니, 너는 네가 가진 그 압도적인 에너지로 선수들의 실력을 끌어 올리라는 뜻. 이결은 침묵했다. 머릿속에서는 이 거대한 제안이 가져올 파장과 리스크가 계산되고 있었다. 하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여기서 거절한다면 육상부는 해체될 것이고, 진아린의 천재적인 재능도, 그가 쏟아부은 땀과 에너지도 모두 쓰레기통에 처박히게 된다. 침묵하는 이결을 내려다보며, 희진은 뒤로 물러섰다. “당장 대답을 강요하진 않겠습니다. 어차피 나도 업무에 지쳐 머리도 좀 식힐 겸, 이번 호주 훈련에 2박 3일 일정으로 따라가는 길이니까요.” 희진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답을 가져오세요. 한 코치님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겠습니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결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한 뒤,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를 빠져나왔다. 비행기의 좁은 통로를 지나 이코노미 클래스 맨 뒷줄,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이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퍼스트 클래스의 공기와 달리, 이곳은 평범하고 건조했다. 그
Zuletzt aktualisiert : 2026-05-21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