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림자의 주인공은 개화여대 육상부의 단거리 에이스, 진아린이었다.그녀는 스트레칭을 하며 스타팅 블록을 넘어 걸어갔다. 그녀는 이결을 분명히 봤지만, 인사도 하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하며 그냥 스쳐 지나갔다.얼음장같이 차가운 여자. 하지만 스포츠 타이츠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 근육은 갈라질 듯 선명했고, 그 위로 이어진 엉덩이는 폭발적인 스퍼트를 위해 완벽하게 조각된 예술품 같았다. 잘록한 허리와 대조되는 풍만한 가슴, 그리고 땀에 젖어 목선에 달라붙은 머리카락까지. 팬들 앞에서는 살갑게 미소 짓는 그녀가, 왜 동료들에게는 이토록 차가운지 이결은 알 수 없었다.‘저 가식도 언젠가는 벗겨질 날이 오겠지.’다른 선수들도 하나둘씩 트랙에 모습을 드러내고, 며칠 남지 않은 전국대회를 향한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오후 늦게 훈련이 끝날 무렵, 이결은 선수들이 사용한 아이싱 기구와 마사지 크림 등을 정리하기 위해 컨디션 회복실에 있었다. 그때였다.“악!”트랙 쪽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회복실 문이 거칠게 열리고, 다른 선수 두 명의 부축을 받은 진아린이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들어왔다.“아린 언니, 괜찮아요?”“아, 씨… 짜증나. 비켜봐.”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동료들을 밀치고 의자에 주저앉았다.이결의 눈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발목으로 향했다. 살짝 부어오른 복사뼈. 발을 딛는 각도. 전직 국가대표였던 그의 눈은 그것이 착지를 잘못해 발목을 살짝 접질린 것이라는 걸 금방 알아챘다.바로 그 순간,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진아린의 발목을 보는 순간, 이결 자신의 왼쪽 발목, 수술 자국이 남은 그 부위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훅, 하고 솟구쳤다.통증이 아닌, 기분 좋은 에너지의 파동이었다.동시에, 그의 머릿속에 믿을 수 없는 정보들이 떠올랐다.진아린의 발목 인대, 비골과 거골을 잇는 전방거비인대의 미세한 염증 부위가 엑스레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곳을 치료하기 위한 완벽한 방법, 어느 지점을 어떤 강도로 누르고, 어떤 방
Last Updated : 2026-04-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