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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화. 같은 집의 밤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4 19:39:58

“상대가 갑자기 잡으면?”

“싫으면 빼.”

“괜찮은 사람이면?”

“네가 잡고 싶으면 잡아.”

“너 지금 가르치는 거 맞아? 다 내 마음대로 하라는 소리뿐인데.”

“그게 정답이니까.”

지혁의 엄지가 손등을 한 번 천천히 쓸었다. 설명을 위한 동작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

둘 다 현관을 보았지만 손은 그대로였다.

초인종이 한 번 더 울리고서야 지혁이 손을 놓았다. 주아는 손바닥을 바지 위에 한 번 문지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시간에 누구야?”

“배달시켰어. 너 저녁 안 먹었잖아.”

현관으로 가다 지혁이 돌아봤다.

“그리고 불편하면 바로 빼. 상대 기분 봐주지 말고.”

주아는 장난으로 넘기려다 그의 표정이 진지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혁은 그제야 문을 열었다.

현관으로 향하는 지혁의 뒷모습을 보며 주아는 여전히 따뜻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냥 친구 손을 잡은 것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 설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조금 이상했다.

***

식사를 마칠 무렵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주아는 처음에는 단순한 누수 확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자신의 오피스텔 현관을 열자 바닥까지 번진 물과 들뜬 벽지가 보였다. 위층 공용 배관이 터지면서 천장 안쪽으로 물이 샜고, 주아가 외출한 사이 주방과 작은방까지 흘러든 상태였다.

“세입자분 짐은 최대한 빼셔야겠습니다.”

관리소 직원이 젖은 천장을 올려다봤다.

“배관 교체만 하면 며칠인데 단열재가 다 젖었어요. 건조하고 천장, 벽지 다시 하는 데 3주에서 한 달은 잡으셔야 해요.”

“한 달이요?”

주아는 망가진 바닥보다 다음 주 출근부터 걱정했다. 부모님 댁은 회사에서 왕복 3시간이 넘었고, 회사 근처 레지던스는 검색할 때마다 예약 마감이었다. 마침 행사 시즌까지 겹쳐 단기 숙소 가격은 월세의 몇 배였다.

당황한 건 잠깐이었다. 주아는 관리소 직원에게 누수 원인과 공사 책임 주체를 다시 확인하고, 젖은 가구와 천장을 차례로 촬영했다. 보험 접수 번호를 받아 메모한 뒤 서영에게 아침 회의는 원격으로 참여하겠다고 알렸다. 처리할 일을 순서대로 정리하자 비로소 숨 돌릴 틈이 생겼다.

지혁은 옆에서 결정을 대신하지 않았다. 주아가 묻는 공사 범위만 직원에게 재확인하고, 통화가 끝날 때까지 젖지 않은 짐을 거실 한쪽으로 옮겨 놓았다.

“일단 오늘 쓸 것만 챙겨.”

“호텔 알아봐야지.”

“우리 집으로 가.”

너무 빨리 나온 말이라 주아는 검색창을 열던 손을 멈췄다.

“한 달일 수도 있대.”

“방 비어 있어.”

“너 불편하잖아.”

“네가 호텔 돌아다니는 것보다 나아.”

지혁의 집은 방이 2개였다. 주아도 여러 번 자고 간 적 있는 손님방이 있었고 회사까지 차로 20분이면 됐다. 오래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며칠만. 숙소 구해지면 바로 나갈게.”

“공사 끝날 때까지 있어.”

“진짜 괜찮겠어?”

“너랑 나인데 뭐가 불편해.”

그러게. 우리 둘인데.

주아는 그 말이 가장 확실한 근거라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신세 좀 지겠습니다, 권 대표님.”

“짐이나 싸.”

지혁은 다시 몸을 돌렸지만 들고 있던 빈 상자의 모서리가 손안에서 찌그러져 있었다.

그날 밤, 주아가 손님방 침대에서 잠든 뒤에도 지혁의 방문 아래로는 한참 동안 불빛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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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사친의 유효기간   35화. 파란 실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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