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로 나온 도진은 거칠게 마른세수를 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텅 빈 거실의 서늘한 공기가 뺨에 닿자, 방금 전 침실에서 유라를 몰아붙였던 자신의 광기 어린 행동들이 고스란히 밀려왔다. 마음은 전혀 그게 아닌데, 상처 입고 쓰러진 유라를 보면 걱정보다 분노가 먼저 앞서고 항상 거칠게 대하고 마는 자신의 모습에 머릿속이 터질 것처럼 복잡해졌다.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도진의 귓가에 조금 전 주치의 형이 던진 날카로운 질문이 환청처럼 맴돌았다.‘너, 이 여자 좋아하는 거냐?’좋아한다라니. 감히 자존심 강한 김도진의 인생에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였다.처음에는 그저 비틀린 유희에 불과했다. 자신이 지독하게도 싫어하는 이도현, 그리고 그 이도현과 깊게 얽혀있는 이유라. 그 두 사람을 동시에 제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골려주기 위해 시작한, 조금 질 나쁜 장난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이도현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 그 오만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그 곁에 있는 이유라를 흔들어대며 혼란을 주는 것. 도진에게 이 모든 과정은 짜릿한 승부욕을 채워줄 자극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자신했었다.“하…… 미치겠네, 진짜.”도진은 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어뜨렸다.스스로 생각해도 비겁했다. 아직 퇴직 처리가 안 됐다느니, 계약 기간이 남았다느니 말도 안 되는 핑계들을 대며 어떻게든 유라를 자신의 곁에 묶어두려 발버둥 쳤던 자신의 행동들이 스쳐 지나갔다.무엇보다 도진의 가슴을 가장 무겁게 짓누른 건, 이유라를 강제로 취한 그 날 밤의 기억이었다. 화려한 연예계에서 수많은 여자가 그에게 목을 매고 유혹해 왔지만, 도진은 단 한 번도 누군가를 강제로 취한 적이 없었다. 자신을 원하지 않는 여자를, 거부하며 우는 여자를 억지로 탐한 건 도진의 인생에서 이유라가 처음이었다.그 잔인한 짓을 저지르고도 유라를 제 곁에 두고 싶어 가두어 놓는 제 모습은, 영락없이 미쳐버린 집착에 불과했다. 유라를 향한 이 감정이 죄책감인지, 도현을 향한 승부욕인지, 아니면 정말 주치의 형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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