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 아니면 이런 추잡한 짓을 벌일 새끼가 없거든.”도진이 수화기 너머로 이빨을 으드득 갈며 살벌하게 뱉어냈다. 사정없이 핸들을 내리치는 거친 소리가 도현의 귀를 자극했다.“헛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이유라 어디 있는지 말해, 이도현.”“내가 설령 유라와 함께 있다고 한들, 너한테 왜 이야기를 해줘야 하지?”도현은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잔에 남은 위스키를 부드럽게 흔들었다. 얼음이 없는 잔 안에서 짙은 액체가 출렁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동요도 없었다.“그리고 또 한 가지, 김도진 네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게 있어.”도현이 나직하게 읊조리며 매끄러운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유라는 원래 내 사람이었어. 너 따위가 가볍게 만나서 가지고 노는 그런 싸구려 여자들과는 본질부터 다르다고.”그 말은 도진의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건드렸다.“누가 가지고 놀아? 이 미친 새끼가…….”낮게 가라앉은 도진의 음성에서 짐승 같은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그 더러운 주둥이 당장 닥치고, 이유라 어디 있는지 말해.”“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들을까, 천하의 김도진이.”도현은 혀를 쯧 차며, 조소 섞인 목소리로 도진의 약을 바짝 올렸다.“안타깝지만 난 지금 달콤한 휴가 중이야. 그러니까 유라가 어디 있는지는 네가 알아서 찾아야지. 다 큰 성인이 이렇게 전화해서 예의 없게 굴면 쓰나.”“이도현, 너 지금…….”“그럼 이만. 내 할 얘기는 끝난 것 같으니 끊을게. 난 내 달콤한 휴가를 방해받고 싶지 않거든.”“이런, 씨발……!”도진이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단호하고도 매정한 기계음이 수화기를 채웠다. 툭, 전화가 끊겼다.도진은 눈이 뒤집혀 곧장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미칠 것 같은 신호음이 들리기도 전에, 익숙하고 불길한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고객님의 전원이 꺼져있어……“아악! 이도현!!!”도현과의 통화가 일방적으로 끊긴 후,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피가 거꾸로 솟구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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