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펜트하우스의 거실에는 기묘할 정도의 정적이 감돌았다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롭던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차마 말로 다 뱉지 못한 복잡한 감정의 잔해들이었다.이 숨 막히는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도진이었다.도진은 길고 커다란 손으로 헝클어진 새까만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평소의 오만하고 차가운 스타의 아우라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한 여자 앞에서 철저히 무너진 한 남자의 잔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도진은 유라의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잔뜩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난날 제 이기적인 욕망과 소유욕 때문에 깊은 상처를 입었던 유라를 향한, 생애 첫 사과였다.“……미안해, 이유라. 널 이렇게 아프게 만들어서.”도진의 목소리는 낮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유라의 발갛게 부어오른 손목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며,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이제 다시는 네 눈에서 눈물 흘리게 하는 일, 아프게 하는 일, 절대로 없을 거야. 약속할게.”이제 더는 상처받게 하지 않겠다며 흔들림 없이 다짐하는 도진의 모습은 뜻밖이었다. 언제나 제멋대로 굴며 차가운 가시를 돋우던 도진의 입에서 나온 다정한 말들은, 유라가 알던 그 김도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투와 눈빛마저 완벽히 달라져 있었다.유라는 도진의 손귀에서 슬그머니 제 손을 빼내며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저는 도진 씨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 걸 알아요.”제 처지를 읊조리는 유라의 목소리는 물기 어린 새벽안개처럼 처연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탑스타 김도진과, 그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밑바닥에 있는 자신. 그 압도적인 격차가 유라를 자꾸만 작아지게 만들었다.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려는 유라의 태도에 도진의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았다.도진은 물러서려는 유라의 가녀린 손을 힘주어 다시 낚아챘다. 아까처럼 거칠거나 강압적인 손길이 아니었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제 온기를 전부 밀어 넣을 듯 단단하고 묵직한 움켜쥐었다.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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