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타이밍이 최악이었다. 매니저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하필 이도현이 유라의 곁에서 회진을 돌고 있었다.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유라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전달하자, 그 모습을 포착한 도현의 눈빛이 순식간에 매섭게 변했다.도현은 매니저의 손에서 유라의 휴대폰을 낚아채듯 가로채며,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가로막았다.“지금 환자에겐 외부 자극 없는 절대적인 안정이 최우선입니다. 지금 휴대폰은 환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주치의인 제가 보관하겠습니다.”“아, 하지만 이 선생님, 김도진 씨가 꼭 이유라 씨에게 직접 전달하라고 하셔서……”매니저가 난처한 표정으로 김도진의 이름을 언급하자, 도현의 미간이 짓이겨지듯 좁혀졌다. 그는 매니저의 말을 신경질적으로 잘라내며 말을 이어갔다.“매니저님, 지금 환자 상태가 어떤지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옵니까? 뇌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정서적 혼란을 줄 수 있는 물건을 들이밀다니요. 당장 병실에서 나가세요.”도현이 강압적인 태도로 휴대폰을 쥔 채 병실을 나서려던 그 순간, 침대에 가만히 누워 상황을 지켜보던 유라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오빠.”도현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유라는 창백한 얼굴로 도현을 바라보며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그 핸드폰, 그냥 제가 가지고 있을게요.”“유라야, 이건 지금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내가 나중에……”“아니요, 뭐라도 보고 부딪혀봐야 조금이라도 빨리 기억을 찾죠.”유라는 도현의 등 뒤에 감춰진 휴대폰을 향해 가녀린 손을 뻗었다.“저 정말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 거 답답해 미치겠단 말이에요.. 괜찮으니까 그냥 주세요...”유라의 단호한 요구에 도현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휴대폰 안에 김도진과 유라가 나눈 어떤 은밀한 대화나 사진이 들어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저 기기 속 단서들이 유라의 닫힌 기억을 강제로 열어버린다면, 자신이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불안감과 초조함이 도현의 숨통을 조여왔다. 당장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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