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돌이킬수 없는 / Chapter 121 -الفصل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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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화

하지만 타이밍이 최악이었다. 매니저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하필 이도현이 유라의 곁에서 회진을 돌고 있었다.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유라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전달하자, 그 모습을 포착한 도현의 눈빛이 순식간에 매섭게 변했다.도현은 매니저의 손에서 유라의 휴대폰을 낚아채듯 가로채며,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가로막았다.“지금 환자에겐 외부 자극 없는 절대적인 안정이 최우선입니다. 지금 휴대폰은 환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주치의인 제가 보관하겠습니다.”“아, 하지만 이 선생님, 김도진 씨가 꼭 이유라 씨에게 직접 전달하라고 하셔서……”매니저가 난처한 표정으로 김도진의 이름을 언급하자, 도현의 미간이 짓이겨지듯 좁혀졌다. 그는 매니저의 말을 신경질적으로 잘라내며 말을 이어갔다.“매니저님, 지금 환자 상태가 어떤지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옵니까? 뇌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정서적 혼란을 줄 수 있는 물건을 들이밀다니요. 당장 병실에서 나가세요.”도현이 강압적인 태도로 휴대폰을 쥔 채 병실을 나서려던 그 순간, 침대에 가만히 누워 상황을 지켜보던 유라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오빠.”도현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유라는 창백한 얼굴로 도현을 바라보며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그 핸드폰, 그냥 제가 가지고 있을게요.”“유라야, 이건 지금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내가 나중에……”“아니요, 뭐라도 보고 부딪혀봐야 조금이라도 빨리 기억을 찾죠.”유라는 도현의 등 뒤에 감춰진 휴대폰을 향해 가녀린 손을 뻗었다.“저 정말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 거 답답해 미치겠단 말이에요.. 괜찮으니까 그냥 주세요...”유라의 단호한 요구에 도현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휴대폰 안에 김도진과 유라가 나눈 어떤 은밀한 대화나 사진이 들어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저 기기 속 단서들이 유라의 닫힌 기억을 강제로 열어버린다면, 자신이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불안감과 초조함이 도현의 숨통을 조여왔다. 당장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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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화

매니저에게 휴대폰이 무사히 전달되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도진이 참지 못하고 곧장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유라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받을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홀린 듯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마침내 들려온 유라의 가녀린 음성에, 순간 도진의 거친 숨소리가 뚝 멈췄다. 짧은 정적 끝에 흘러나온 도진의 목소리는 잔뜩 가라앉아 거칠게 긁히고 있었다.“……이유라.”“네, ……도진씨... 말씀하세요.”남 대하듯 조심스럽고 낯선 유라의 목소리에 도진의 미간이 찡그려졌다.“너…… 진짜 나 기억 안 나? 정말로 아무것도?”“……죄송해요. 듣기로는 제가 김도진 씨 밑에서 매니저 일을 했다고 들었어요. 제가 사고를 당한 그날도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거라고……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자신을 기억하지 못해 미안한 듯 유라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수화기 너머로 도진의 깊고 무거운 한숨 소리가 길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내 도진은 마음을 다잡듯, 가슴이 저릴 정도로 다정한 음성으로 유라를 달랬다.“재촉하지 않을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억해도 좋아. 네가 결국 날 기억해 내기만 한다면,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도진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내 주변을 경계하듯 목소리를 바짝 낮추며 서늘하게 덧붙였다.“하지만 이유라, 내 말 똑바로 들어. 지금 네 주위에 있는 사람 아무도 믿지 마. 네가 유일한 의지하고 있는 그 의사, 이도현이라는 새끼도 절대 믿어서는 안 돼.”“네……? 그게 무슨……”도현의 이름을 언급하는 도진의 강렬한 어조에 유라는 의아함을 느꼈지만, 잃어버린 기억의 공백 때문에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침묵하는 유라를 배려하듯, 도진은 다급하게 말을 맺었다.“뭐든 아주 작은 거라도 기억나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 핸드폰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네 옆에 두고. 알았지?”“네..”“다시 전화 할게 푹쉬어 ”뚝. 도진의 목소리가 끊기고 매정한 기계음이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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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유라가 도현을 향해 입꼬리를 활짝 올리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성인이 된 이후의 어두운 상처들을 모두 망각하고 고등학교 시절의 순수한 기억에 머물러 있는 유라는, 이전의 피폐했던 모습과 달리 싱그러운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원래도 눈이 멀 정도로 아름다웠던 이목구비에 생기까지 돌자, 유라의 하얀 살결과 붉은 입술은 스쳐 보기만 해도 시선을 빼앗길 만큼 위험하고 매혹적인 아우라를 풍겨내고 있었다.도현은 그런 유라를 바라보며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지독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당장이라도 저 매혹적인 몸을 제 품에 가두고 싶다는 소유욕과 함께, 언젠가 기억이 돌아왔을 때 자신을 경멸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교차했다.지금 자신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이 순수한 유라가, 차라리 영원히 기억을 찾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차는 어느덧 유라의 집 앞에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유라가 낡은 외벽의 빌라를 올려다보며 신기한 듯 중얼거렸다.“와, 내가 독립을 해서 살고 있었다니……”유라가 주소를 확인하며 싱긋 웃고는 도현의 짐을 받아들려 했다.“이제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오빠. 바쁜데 병원에 퇴원까지 신경 써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이제 그만 가보셔도 돼요.”유라가 은근히 선을 그으며 도현을 돌려보내려 하자, 도현은 유라의 가방끈을 꽉 쥔 채 거칠게 등을 밀며 빌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무거워. 2층까지만 짐 옮겨주고 갈게.”“정말 괜찮은데…….”도현은 사양하는 유라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 안듯 밀어붙여 좁은 빌라 계단을 올라갔다. 유라의 집 문 앞까지 짐을 옮겨준 도현이 유라의 눈을 빤히 응시하며 낮고 다정하게 속삭였다.“문단속 철저히 하고, 무슨 일 있으면 밤늦게라도 꼭 나한테 전화해. 내가 퇴근하고 매일 들러서 챙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네, 알겠어요. 의사 선생님! 바쁘시니까 걱정 마시고 얼른 가세요.”유라는 도현의 과도한 걱정이 그저 다정한 오빠의 친절이라 생각하며, 그를 안심시키듯 장난스럽게 등을 떠밀며 인사를 건넸다.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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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화

한편 유라는 한참 동안 낯선 방 안을 가로지르며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가구 몇 개가 전부인 텅 빈 공간은 어떤 실마리도 주지 않았다. 성인이 된 자신의 처지가 여전히 지독하게 외롭고 쓸쓸했다는 사실만 뼈아프게 다가올 뿐이었다.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백지 상태의 현실이 주는 공포와 답답함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무언가를 억지로 끄집어내려 할수록 관자놀이를 찌르는 극심한 두통이 유라를 덮쳤다. 결국 유라는 병원에서 처방받아온 독한 약을 물도 없이 삼킨 채, 도망치듯 침대에 누워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유라가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을 때, 방 안은 이미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시계를 보니 늦은 저녁이었다.정신을 차리기 위해 집안을 대충 정리한 유라는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로 몸을 씻어냈다. 갓 샤워를 마치고 나와 물기를 머금은 하얀 살결을 수건으로 닦아내던 바로 그 순간, 정적을 깨고 날카로운 초조함이 섞인 초인종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딩동─.유라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문가로 다가갔다.“누구세요……?”“오빠야, 유라야.”“도현 오빠……?”예상치 못한 방문에 유라는 젖은 머리를 대충 털어내며 현관문을 열었다.순간, 문밖에 서 있던 도현의 숨이 그대로 멎었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와 얇은 티셔츠 한 장만 걸친 유라의 모습은 맹목적일 정도로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가녀린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물방울과 젖은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부드러운 피부, 그리고 유라의 온몸에서 풍겨오는 비누 향이 도현의 코끝을 자극하며 그의 뒤틀린 이성을 거칠게 흔들었다.“오빠, 이 밤중에 무슨 일이에요?”도현이 멍하니 넋을 잃은 채 자신을 뜯어보자, 유라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유라의 목소리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도현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고급 도시락 가방을 슬쩍 흔들었다.“병원 일 끝나고 가는 길인데, 네가 저녁도 안 먹고 굶고 있을까 봐 걱정돼서 사 왔어.”한 치의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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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화

유라가 혼란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도현은 애틋함과 분노가 기막히게 뒤섞인 눈물을 툭 떨어뜨리며 쐐기를 박았다. 누가 봐도 완벽하게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천재적인 연기였다.“네가 당황스러운 거 알아. 그리고…… 네가 김도진 밑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그 새끼한테 얼마나 처참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가스라이팅을 당했는지도 다 알아. 그래서 내가 그 일 당장 그만두라고, 제발 내 옆에만 있으라고 몇 번이나 애원했었는데…… 결국 그 새끼 때문에 이런 끔찍한 사고가 나버렸잖아.”도현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며, 김도진을 철저한 악마로, 자신을 구원자로 둔갑시켰다.“오빠…… 저, 지금 너무 당황스러워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전....”유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거리를 두려 하자, 도현은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유라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강제로 끊어내며 가녀린 어깨를 와락 감싸 안았다.“알아, 유라야. 나였어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고 당황스러울 거야. 네 기억이 온전히 돌아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려고 했어.... 그런데……… 다시 널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칠 것 같아서 어쩔 수가 없었어.”도현의 넓은 품이 유라의 전신을 옥죄어왔다. 그의 단단한 가슴에 갇힌 유라는 터질 것 같은 정보의 과부하와 극심한 혼란으로 온몸의 신경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머릿속은 폭풍이 친 듯 복잡했지만, 고등학교 기억 속 유일하게 안전한 존재였던 도현의 온기가 닿자 유라는 차마 그를 밀어내지 못했다. 어떤 거부도, 수긍도 하지 못한 채 유라는 오직 자신만을 미치도록 갈구하는 도현의 서늘하고 묵직한 품속에서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유라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품에 갇혀 있자, 도현은 사냥감을 완전히 소유한 포식자처럼 그녀의 가녀린 몸을 더욱 강하게 터질 듯이 끌어안았다. 유라의 몸에서 풍기는 비누 향이 그의 잔인한 집착을 더욱 자극했다.“네 기억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괜찮아, 유라야. 내 세상에는 너 하나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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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그를 밀어낼 명분도, 힘도 없었던 유라는 결국 도현이 이끄는 대로 묵묵히 몸을 뉘었다. 독한 신경안정제는 잔인하리만치 빠르게 유라의 잔여 이성을 집어삼켰고, 그녀는 도현의 널따란 품 안에서 새근새근 옅은 숨소리를 내며 이내 깊은 잠에 취해버렸다.완벽하게 무방비해진 유라의 얼굴 위로 방 안의 희미한 불빛이 드리워졌다. 도현은 잠든 유라의 매혹적인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품 안의 살결은 보드랍고 향긋했지만, 그의 심장 속 불안감은 독사처럼 고개를 쳐들었다. 김도진의 존재,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잃어버린 유라의 기억조각.‘어떻게 해야…… 이 숨결까지 온전히 내 것으로 박제해 버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누구도 손도 대지 못할 내 여자가 될까.’도현의 뇌리가 잔인하고 자극적인 생각들로 어지럽게 뒤엉켰다. 그는 잠들어 있는 유라의 가녀린 허리를 부서질 듯 제 품으로 더 세차게 끌어당겼다.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부터 잡힌 응급 수술 예약 때문에 먼저 눈을 뜬 도현은 흐트러진 하얀 이불 사이로 완벽하게 무방비하게 잠들어 있는 유라를 내려다보았다. 아침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유라의 붉은 입술과 가녀린 쇄골 라인이 지독하리만치 매혹적이었다. 도현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유라의 새하얀 이마에 소유욕이 가득 담긴 입맞춤을 내리누르며 낮게 속삭였다.“유라야, 오늘 식사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어. 약도 시간 맞춰 꼭 먹고 …… 퇴근하자마자 곧장 이리로 올게.”귓가를 파고드는 도현의 다정한 음성에 유라가 감긴 눈을 겨우 비비며 몽롱하게 대답했다.“네…… 오빠…….”도현이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잠에서 깬 유라는, 가슴을 가득 채운 이 당황스러운 현실을 머릿속에서 털어내려는 듯 화장실로 향했다. 찬물로 몇 번이나 세수를 하며 흐릿한 정신을 가다듬었다.욕실에서 나온 유라는 도현이 챙겨 둔 알약들을 입에 털어 넣고 시원한 물을 삼키며 침대맡에 걸터앉았다. 바로 그 순간, 정적을 깨고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화면에 선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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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화

자신을 철저하게 타인 취급하며 선을 긋는 유라의 차가운 말에, 도진의 잘생긴 미간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거칠게 숨을 내뱉은 도진이 한 걸음 더 다가와 유라를 문가로 거칠게 몰아붙였다. 가깝게 닿은 그의 몸에서 짙은 담배 향과 함께 도진의 향기가 유라의 뇌리를 사정없이 흔들었다.“보고……? 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도진이 유라의 눈동자를 꿰뚫어 볼 듯 강하게 쏘아보며, 낮고 위협적인 음성으로 속삭였다.“이유라, 내 눈 똑바로 봐. 네가 정말 나한테 고작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인지! ”도진의 커다란 손이 유라의 옆 벽면을 거칠게 짚어왔다.도진의 위압적인 실루엣이 시야를 가득 채우자 유라는 지독한 두려움과 함께,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거칠게 널뛰는 심장 박동을 느꼈다.숨이 막혀오던 유라가 본능적으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도진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강렬하게 맞부딪쳤다. 붉게 충혈된 채 자신을 집어삼킬 듯 타오르는 도진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유라의 심장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어젯밤 이도현의 다정한 눈빛을 보았을 때는 그저 의무적인 안도감뿐이었는데, 이 남자의 날 것 그대로의 시선 앞에서는 온몸의 세포가 짜릿하게 반응하며 요동치고 있었다.‘왜 이래, 이유라…… 정신 차려. 이 사람은 그냥 널 괴롭히던 고용주일 뿐이잖아.’유라의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자 도진의 이성끈이 툭 끊어졌다. 도진은 유라의 가녀린 손목을 움켜잡고 거칠게 이끌어 건물 밖으로 걸어 나갔다. 허름한 골목길에 어울리지 않는 블랙 스포츠카의 조수석 문이 거칠게 열렸다.“앗 ...이거 놓으세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어디 가냐고요!”“가보면 알아. 입 다물고 타.”도진은 유라를 조수석에 밀어 넣다시피 태운 뒤, 문을 거칠게 닫았다. 이내 날카로운 굉음을 내며 폭주하듯 도로를 질주한 차량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도진의 펜트하우스 지하 주차장에 거칠게 멈춰 섰다.“내려.”도진이 어느새 조수석 문을 열어젖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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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도진은 유라의 눈물에 감정을 바짝 깎아낸,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유라를 내려다보며 못을 박았다.“어쨌든…… 아무 일 없었으면 됐어. 다신 그 집에 발붙일 생각하지 마. 오늘부터 여기서 지내.”“네?!”도진의 난데없는 선언에 유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여기서 지내다니요? 제가 왜 김도진 씨 집에서 살아야 하는데요? 말도 안 돼요!”“왜, 문제 있어?넓은 어깨를 바짝 밀착해 오며 지극히 당당하고 거만하게 나오는 도진의 태도에 유라는 숨이 막혔다. 이 남자의 거침없는 독점욕은 위험할 정도로 섹시했지만, 어젯밤 도현에게 들었던 조작된 진실이 유라의 발목을 잡았다. 유라는 입술을 질끈 물고 도진을 밀어내듯 받아쳤다.“당연히 문제가 있죠! 저…… 만나는 사람 있어요.유라의 입에서 흘러나온 청천벽력 같은 고백에, 스르륵. 도진이 소파 쪽으로 천천히 몸을 돌렸다. 유라를 자신의 그림자 아래 완벽하게 가두듯 그늘을 드리우며 다가오는 도진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유라를 통째로 삼켜버릴 듯 잔인하게 이글거리고 있었다.“만나는 사람……?”도진이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낮게 읊조렸다. 유라의 턱끝이 닿을 듯한 거리까지 얼굴을 바짝 들이민 그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낮고 섹시했다.“누구. 네가 만난다는 그 새끼가 도대체 누군지 상당히 궁금하네?”어젯밤 도현이 달콤하고 잔인하게 심어놓은 가짜 기억은 이미 유라의 머릿속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도진이 풍기는 숨 막히는 압박감과 위험한 아우라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유라는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도현의 이름을 무기처럼 내밀었다.“그때 병실에 오셨을 때 보셨을거 같은데...제 담당의였던 도현 오빠랑 저 사고 나기 전부터 서로 만나는 사이였어요.. 다행히 어제도 오빠가 내내 같이 있어 줬고, 제가 여기 있는 거 알면 오빠가 정말 많이 걱정할 거예요.”순간 도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처참하게 일그러졌다.도진의 눈빛이 사납게 돌변하자 유라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며 소파 깊숙이 몸을 뒤로 젖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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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도진에게 느껴지는 위압감에 정말로 숨이 막혀 질식해 버릴 것만 같았던 유라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며 손바닥으로 도진의 넓은 가슴팍을 거칠게 밀어내려 버둥거렸다.하지만 유라의 하얗고 가녀린 손끝이 도진의 가슴에 닿아 반항하는 순간, 도진의 눈동자에 위험한 불꽃이 튀었다.자신을 거부하고 이도현에게 돌아가려는 듯한 유라의 날 선 몸짓에 도진은 지독한 모멸감과 불쾌감을 느꼈다.“이유라 더 이상 봐주긴 힘들겠는데?”낮게 으르렁거린 도진이 거친 손길로 유라의 가녀린 허리를 부서질 듯 감싸 안았다.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는 유라의 가냘픈 목덜미를 움켜쥐어 도망치지 못하게 단단히 고정하더니, 그대로 제 몸 쪽으로 바짝 밀착시켰다. 짓눌린 살결 사이로 서로의 거친 심장박동이 거칠게 얽혀들었다. 유라가 밀착된 몸을 떼어내려 바둥거리며 반항해 보았지만, 압도적인 힘의 차이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짓이었다.도진은 반항하느라 붉게 달아오른 유라의 매혹적인 입술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다가, 이성을 통째로 집어삼킨 듯 그대로 거칠게 입을 맞췄다.“읍……!”숨을 쉴 틈도 없이 거칠게 파고드는 도진의 매끄럽고 단단한 입술에 유라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입안 가득 밀려드는 그의 진한 체취와 독점욕에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았던 유라는, 당황스러움과 공포가 극에 달해 본능적으로 도진의 아랫입술을 순간 깨물어 버렸다.비릿한 혈향이 두 사람의 입술 사이로 번져나간 순간, 도진이 나직한 신음과 함께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어스름한 현관 조명 아래, 칼로 베인 듯 날카로운 도진의 입술 틈새로 붉은 핏방울이 몽글하게 맺혀 턱 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치게 할 의도까지는 없었기에, 제 반항 때문에 상처 입은 도진의 얼굴을 마주한 유라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아…….”알 수 없는 감정과 당황스러움이 뒤섞인 유라의 붉은 입술이 벌어졌다. 유라는 자신도 모르게 홀린 듯 가녀린 손가락을 뻗어, 피가 흐르는 도진의 입술가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댔다. 하얀 손가락 끝에 그의 뜨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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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화

‘자신이 김도진을 거부 하지 못했다는 것.....’그를 바라보기만 해도, 이름만 들어도 미친 듯이 요동치던 심장과 가슴 한구석이 저릿하게 아려오던 통증의 이유가 왜인지......알수 없는 혼란스러움에 유라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가슴을 크게 들썩이며 흐느끼는 유라의 미세한 떨림에, 그녀의 가슴팍에 묻고 있던 도진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붉어진 뺨을 타고 투명한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유라의 얼굴이 보였다.도진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유라의 어깨를 잡아 앉혔다도진의 손가락이 유라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그녀의 하얀 목덜미를 깊숙이 파고들었다.“이유라…나 말고는 아무도 믿지 마. 누구든, 네 주위에서 널 위하는 척 위선 떠는 놈들 전부 다 믿지 마. 오직 나만 믿어.”“........”머릿속을 지배하는 조작된 기억과 몸이 먼저 반응하는 생생한 본능 사이에서, 유라는 거대한 폭풍을 만난 것처럼 혼란스러웠다.어젯밤 눈물까지 흘리며 ‘서로 사랑하던 연인’이라 말했던 이도현. 유라의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도현은 언제나 자신을 지켜주던 안전한 울타리였기에 그의 말을 의심할 여지는 없어 보였다.하지만 지금 제 위를 거칠게 덮치고 누른 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는 김도진의 눈빛 역시 잔인할 정도로 투명했다.도진의 눈동자에는 그 어떤 가식도, 거짓도 찾아볼 수 없었다.바로 그 순간, 익숙하면서도 치명적인 그만의 향기가 유라의 코끝을 강하게 찔러왔다. 머릿속 깊은 곳에 단단히 굳어 있던 기억의 벽에 균열이 가듯, 뇌리가 쨍하게 아파오며 깨질 듯한 두통이 유라를 덮쳤다.“아……!”유라가 날카로운 신음을 내뱉으며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하얗게 질린 채 고통스러워하는 유라의 모습에, 도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도진은 황급히 유라를 누르던 무게감을 걷어내며 가냘픈 어깨를 붙잡았다.“왜 그래, 이유라! 어디가 아픈 거야, 어?”“…… 머리가 너무 아파요...…….”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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