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대학 병원 학회 일정이 겹쳐 이번 주말 남부 지방에 내려온다는 말은 들었지만, 예고도 없이 은서의 호텔 방을 찾아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여, 여보……?"은서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술을 달싹였다.동공이 극도로 확장된 채 패닉에 빠진 은서와 달리, 지우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오히려 이 미칠 듯한 변수를 즐기기라도 하는 듯, 지우의 입꼬리가 잔인하고도 기괴한 호선을 그렸다."안에서 소리가 나는데…… 자는 건 아니지? 프론트에서 키 받아왔어. 들어간다."문밖에서 들려오는 민호의 목소리와 함께, 도어록에 카드키가 접촉되는 소리가 울렸다.도망칠 곳은 없었다.남편에게 외도 현장, 그것도 자신의 어린 동성 제자에게 나체로 유린당하고 있는 이 끔찍한 꼴을 들키는 순간, 은서는 완벽하게 끝장나는 것이었다."지, 지우야! 어떡해, 제발…… 읍!"은서가 비명을 지르려던 찰나, 지우가 억센 손바닥으로 은서의 입을 틀어막았다.그리고 날랜 동작으로 은서의 허리를 낚아채어, 현관 바로 옆에 위치한 욕실 안으로 그녀를 끌고 들어갔다.지우가 욕실 문을 닫고 가장 안쪽에 있는 유리 샤워 부스 안으로 은서를 밀어 넣음과 동시에, 객실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지우는 은서를 차가운 타일 벽면에 밀어붙인 채 재빠르게 욕실의 조명을 꺼버렸다.사방이 어둠에 휩싸였다."은서야? 어디 있어?"벽 하나, 아니 얇은 욕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편 민호의 발소리가 객실 안을 울렸다."샤워해? 샤워하느라 못 들었나 보네."민호가 코트를 벗어 던지고 침대 곁으로 다가가 여행 가방의 지퍼를 여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은서는 극도의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심장 박동 소리가 밖으로 들릴까 봐 두려울 정도로 가슴이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그 어둠 속에서, 지우의 뜨겁고 서늘한 숨결이 은서의 귓가에 닿았다."쉬이……. 남편이 듣잖아요, 교수님."지우의 조롱 섞인 속삭임과 함께, 지우의 손이 은서의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