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단정한 교수님이 울며 매달릴 때: Chapter 81 - Chapter 90

97 Chapters

79화

좁고 허름한 오피스텔의 방 안에는 눅눅한 장판 냄새가 피어 올랐다. 그리고 그 위로 지우와 은서의 체취가 짙게 배어 있었다. 한낮의 햇살이 블라인드 틈새로 비쳐 들었지만, 두 사람은 침대 위에서 서로의 엉켜 붙은 사지를 풀지 않았다.은서의 손끝이 지우의 하복부, 치골 위에 아직 붉은 기가 가시지 않은 자신의 이니셜 타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아직 아물지 않은 살에서 돋아나는 미세한 열감과 따끔거리는 통증.지우 역시 은서의 배꼽 아래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덧그리며 입술로 부드럽게 핥아 내렸다."읏… 지우야, 간지러워….""세상에서 제일 예뻐. 내 이름이 박혀 있는 언니의 살결."지우가 은서의 뱃살에 뺨을 비비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세상의 모든 손가락질과 비난을 딛고 서로의 육체에 영원한 낙인을 새겼지만, 환희의 여운이 가라앉은 자리에는 차갑고 현실적인 침묵이 찾아들었다.은서는 지우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천장에 시선을 고정했다.언제까지고 이 좁은 방구석에서 서로의 몸만 껴안고 살 수는 없었다.지우는 집안에서 완전히 버려졌고, 은서는 직장과 명예, 재산까지 모두 빼앗긴 채 사회적으로 매장당했다.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두 사람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우야."은서가 건조한 입술을 떼었다."우리, 여기 계속 있을 수는 없어."지우의 손길이 멈췄다.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가진 것을 모두 던져버렸기에 지금 당장은 서로의 체온만으로 행복할 수 있었지만, 냉혹한 현실은 곧 두 사람의 숨통을 조여올 것이었다."호주로 가자."은서의 눈동자에 작은 불꽃이 일었다."내가 예전에 학회 때문에 갔을 때 들었어. 거기는 우리 같은 사람들도 숨지 않아도 된대. 동성 사이의 연애나 동거는 물론이고, 법적인 결혼까지 이성애자들과 똑같이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야.""호주...""응. 한국에서의 이름도, 과거도 다 버리고 떠나자. 거기서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에서, 너랑 나 둘이서만 살자. 혼인신고도 하고. 너랑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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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초조함에 피가 말라가던 지우는, 결국 은서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 사이 화장실 문밖에서 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왜 돈 안 보내?! 약속했잖아, 강도진!!"강도진의 말도 안되는 핑계에 이성을 잃고 소리치는 지우의 목소리가 좁은 방 안을 울렸다."이, 미친 새끼야… 내놔, 당장 돈 내놓으라고!"[그렇게 급하면, 조건 하나 더 걸지.]도진의 목소리가 악마의 속삭임처럼 가라앉았다.[그 여자 데리고 와. 예전에 펜트하우스에서 셋이 했을 때가 그리워서 말이야. 그 교수년, 아래 쪼임이 아주 죽였거든. 같이 오면 돈을 두 배로 줄께. 싫으면 말고.]"안 돼!! 미쳤어?! 이 악마 새끼야!!"지우가 비명을 지르며 전화기에 대고 욕설을 퍼붓던 바로 그 찰나였다.화장실 문이 열리고,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은서가 서 있었다.은서의 시선이 핏발이 선 지우의 눈동자와 떨리는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으로 꽂혔다."…지우야.""어, 언니… 이건, 그러니까…."은서는 지우의 멍든 목덜미와 옷 밑으로 숨겼던 상처들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은서는 말없이 지우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아 들었다.전화기 너머에서 도진의 낄낄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그래, 내가 갈께. 어디로 가면 돼?"지우는 은서의 다리를 끌어안으며 오열했다."안 돼, 언니… 절대 안 돼. 내가, 내가 다른 데서 돈 구해볼게. 저 새끼한테 언니를 보낼 수는 없어… 흑, 제발…."하지만 은서의 표정은 신기하리만치 고요했다.그녀는 울부짖는 지우의 머리를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전화기에 대고 차분하고 분명하게 말했다."좋아. 내일 밤에 갈게. 대신 돈은 우리가 룸에 들어가면 바로 입금해."다음 날 밤, 호텔의 최고급 스위트룸.넓은 침대 위에는 예전 펜트하우스에서의 그 끔찍하고도 찬란했던 밤처럼, 세 사람이 다시 모여 있었다.약속한 일 억 원의 돈은 이미 은서의 계좌로 입금된 상태였다.그것은 두 여자가 자유를 사기 위해 지불한, 영혼의 통행료였다."역시 교수님은 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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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다시 눅눅하고 냄새나는 낡은 오피스텔의 방 안.도진의 냄새와 흔적을 씻어낸 두 사람은, 알몸으로 좁은 침대 위에서 서로를 부서질 듯 꽉 껴안고 있었다.탁자 위에는 1억 원의 잔고가 찍힌 통장과, 두 장의 호주 시드니행 편도 비행기표가 놓여 있었다."미안해… 언니, 진짜 미안해… 나 때문에... 그 더러운 새끼한테…"지우는 은서의 치골 위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 타투에 얼굴을 묻고, 짐승처럼 흐느껴 울며 끊임없이 사죄했다.그녀의 눈물이 은서의 배꼽 아래를 뜨겁게 적셨다.은서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지우의 눈물 젖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그리고 지우의 부어오른 눈가와 입술에 정성스럽게 입을 맞췄다. "사과하지 마, 지우야. 이건 내가 선택한 일이야."은서의 목소리는 단단하고 아름다웠다."너는 날 위해 다 버렸잖아. 나는 자존심 하나 버린 것뿐이야. 내가 기꺼이 선택한 내 몫이었어."은서는 지우를 자신의 가슴 깊이 끌어안았다.서로의 체온이 맞닿고, 살이 부딪히며 들리는 규칙적인 심장 박동 소리.비록 세상에서 가장 천박하고 가학적인 폭력을 거쳐 얻어낸 티켓이었지만, 두 사람에게 그 비행기표는 영원한 구원을 향한 성스러운 열쇠였다."울지 마, 우리 이제 떠나는 거야."은서가 지우의 붉어진 귓가에 속삭였다."아무도 우리를 손가락질할 수 없는 곳으로. 영원히 서로에게만 묶여서 살 수 있는 우리들의 집으로."그 말을 들은 지우는 은서의 허리를 부서질 듯 꽉 끌어안으며, 눈물 젖은 입술을 은서의 입술에 다시 한번 뜨겁게 포갰다.비극과 타락으로 얼룩졌던 서울에서의 지독한 연극이 끝나고, 이제 두 사람 앞에는 오직 남반구의 뜨거운 태양과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서로의 낙인만이 기다리고 있었다.공항으로 향하는 택시 안. 지우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누구지, 내 번호를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하지만 3선 의원이나 된 지우의 어머니는 권력이 닿지 않는 곳이 거의 없었다. 지우가 새로 개통한 휴대폰 번호 하나 알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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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진 어두운 기내.앞뒤 간격이 비좁은 이코노미 좌석은 두 사람이 몸을 뒤척이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답답했다.이따금씩 복도를 오가는 승무원들의 발소리, 바로 앞좌석 승객이 뒤척이는 기척, 심지어 대각선 너머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모니터 불빛까지.언제든 타인의 시선이 닿을 수 있는 완벽한 무방비 상태의 개방감이 오히려 두 사람을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몰아넣고 있었다.엔진의 백색소음만이 공간을 채우는 가운데, 두 사람의 무릎과 허리춤을 아슬아슬하게 덮고 있는 얇은 기내용 담요 아래의 온도는 이미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팔걸이를 위로 올려 공간을 트긴 했지만, 은서의 무릎이 앞좌석에 닿을 듯 말 듯 위태로웠다.은서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티셔츠 너머로 지우의 딱딱하게 솟은 유두를 집요하게 굴리고 희롱하자, 지우의 호흡이 미세하게 가빠졌다.하지만 늘 관계의 통제권을 쥐고 있던 지우가 그저 얌전히 애무를 받고만 있을 리 없었다.지우는 은서의 팬티 위에 머물러 있던 자신의 손을 대담하게 미끄러뜨렸다.은서의 얇은 실크 팬티 안쪽으로 지우의 서늘하고 긴 손가락이 거침없이 파고들었다.도진이 남긴 가학적인 폭력의 잔재가 불씨처럼 남아 여전히 뜨거운 욕망에 사로잡혀 있던 은서는 지우의 손가락으로 인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미 지우의 손끝이 닿기도 전에, 은서의 내벽은 투명하고 끈적한 애액을 왈칵 흘려보내며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하읏…!"은서가 화들짝 놀라며 두 손으로 입술을 꽉 틀어막았다.지우의 손가락이 뜨겁고 젖어 있는 점막을 지긋이 문지르자, 은서의 허리가 좁은 좌석 위에서 활처럼 잘게 튀어 오를 뻔했다."쉬이… 소리 내면 다 들려, 언니. 옆 사람 깨면 어쩌려고."지우가 은서의 귓가로 바짝 다가와 장난스럽고도 야살스럽게 속삭였다.타인과 어깨를 부딪칠 만큼 빽빽한 이코노미 좌석.얇은 담요 한 장에 의지해 벌이는 이 아슬아슬한 정사가 두 사람의 뇌를 미친 듯이 자극했다.지우의 중지가 미끄러운 애액을 잔뜩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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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온 지우와 은서는 서로의 손을 세게 맞잡은 채 택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열 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 끝에 도착한 남반구의 공기는 한국과 완전히 달랐다.선선하면서도 건조한 바람이 두 사람의 피곤한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지우는 택시 정류장으로 향하면서도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혹시 어머니가 호주까지 손을 뻗었을까.권력이 미치는 범위가 거의 무한했던 한국에서와 달리, 이곳까지 그 마수가 미쳤을 가능성은 낮았지만 지우의 가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지우야, 괜찮아. 여기선 아무도 우리를 손댈 수 없어.”은서가 지우의 팔을 꼭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택시를 타고 20분 정도 떨어진 조용한 비즈니스 호텔에 도착했다.1억 원이라는 돈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기로 했다.호텔 방은 15층의 작은 방이었다.문이 닫히는 순간, 지우는 은서를 벽에 밀쳐 세우고 거칠게 입을 맞췄다.“드디어… 여기까지 왔어, 언니.”키스는 길고 절박했다.비행기에서 참았던 모든 욕망과 공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은서의 손이 지우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몸을 밀착시켰다.두 사람은 옷을 벗기며 침대로 뒤엉켜 쓰러졌다.지우가 은서의 몸 위로 올라가 목, 쇄골, 가슴을 거칠게 핥았다.은서의 배꼽 아래 새겨진 타투에 지우는 오랫동안 입을 맞추고 혀로 집요하게 쓸었다.“이건 내 거야. 이제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지우의 입이 은서의 은밀한 계곡 사이로 내려갔다.안도감과 기대감으로 은서의 점막은 지우의 혀가 닿기도 전에 투명한 애액을 흘리고 있었다.지우는 은서의 클리토리스를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핥기 시작했다.은서는 베개를 물고 신음을 삼켰다.먼 이국땅의 호텔 룸이라는 사실이 두 사람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지우의 중지가 은서의 좁고 뜨거운 내벽으로 부드럽게 파고들었다.은서는 허리를 들썩이며 지우의 머리를 헤집어 쥐었다.“하앙… 지우야… 천천히… 안이 너무 예민해…”“알아. 천천히 넣어줄께.”지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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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새 집에 들어온 지우와 은서는 며칠 동안 정신없이 둘만의 공간을 꾸몄다.조립식 가구를 맞추고, 커튼을 달고, 주방 용품을 정리하는 동안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시간을 돌아 마침내 안식처를 찾은 연인처럼 마주 보며 웃었다.그러나 그 평온한 공기 속에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기묘한 긴장감이 남아 있었다.“교수님, 여기 소파는 이쪽이 나을 것 같아?”지우가 소파를 밀며 물었다.은서는 영어로 된 조립 설명서를 한 손에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쪽이 동선이 더 좋아.”소파의 위치를 옮긴 두 사람이 땀을 닦으며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잠시후 은서가 한숨을 쉬듯이 말했다. "우리, 여기서 잘 살 수 있겠지?"은서의 목소리는 조용했다.지우는 잠시 손을 멈추고 은서를 바라보았다.“그럼, 당연하지. 내가 아르바이트 구해서 영어 더 열심히 배우고, 이민 비자도 알아볼게. 언니는 교수 경력 있으니까 대학교나 기업 쪽으로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은서는 지우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며 나른하게 웃었다.“그래. 나도 번역이나 컨설팅 쪽으로 알아볼게. 우리 둘 다 비자 문제는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해.”그렇게 각자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두 사람은 집이 조금씩 모습을 갖춰갈 때마다 서로를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밤이 되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서로의 옷을 벗겼다.거실 소파에서, 부엌 식탁에서, 심지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침대 위에서까지 두 사람은 허기진 짐승들처럼 뜨겁게 몸을 섞었다.지우가 은서의 다리를 벌리고 가장 은밀한 곳을 혀로 탐닉할 때마다 은서는 지우의 이름을 부르며 허리를 들썩였다.지우가 은서 위에 올라타 서로의 깊은 곳을 빈틈없이 맞대고 마찰할 때, 은서는 지우의 등을 할퀴며 달콤한 신음을 토했다.“지우야… 더 세게… 하아, 사랑해…”지우는 은서의 아랫배에 새겨진 타투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정은서는 내 거야. 언제나 영원히.”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지우는 근처 카페에서 영어를 배우면서 일할 수 있는 인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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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지우는 욕실 문 앞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마치 발이 굳어버린 것처럼 전신이 딱딱하게 얼어붙었다.은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도진의 이름과 그 절박한 신음이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되어 지우의 머릿속을 사정없이 난도질하고 있었다.질척이며 손가락이 파고드는 소리, 쾌락을 이기지 못해 허벅지가 파들파들 떨리는 소리, 그리고 더 세게를 외치는 은서의 그 목소리가 계속해서 귓가에 이명처럼 윙윙거렸다.지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비릿한 핏물이 혀끝에 배어 나올 정도로 강하게 악물었지만, 심장 한가운데를 관통한 통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당장이라도 문을 부수듯 열고 들어가, 쾌락에 젖어 헐떡이는 은서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짐승처럼 소리치고 싶었다.내가 너를 위해 무엇을 버렸는데.그 잘난 재벌가 후계자 자리도, 내 미래도 전부 쓰레기통에 처박고 오직 너 하나만을 위해 이 낯선 땅까지 왔는데, 어떻게 여기서 그 개새끼의 이름을 부르며 발정할 수 있냐고.하지만 지우의 몸은 끔찍한 마비에 걸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결국 지우는 문고리를 쥐었던 손을 천천히 허공으로 떨어뜨렸다.조용히 발소리를 죽이고 침대로 돌아온 지우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죽은 사람처럼 눈을 감았다.심장은 터질 듯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지만, 얼굴은 시체처럼 차갑게 식어 굳어 있었다.자신이 쏟아부은 맹목적인 사랑으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그 처절한 구원으로도, 은서의 몸 깊숙이 박힌 그 가학적 폭력의 흔적을 끝내 지우지 못했다는 완벽한 패배감이 거대한 바위가 되어 가슴을 짓눌렀다.지우의 사랑조차 정은서의 밑바닥을 구원하기엔 턱없이 나약하고 무능했다.잠시 후 욕실 문이 열렸다.은서가 수음의 열기로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나와 침대 위로 기어 들어왔다.은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늘 그랬듯 지우의 넓은 등에 조심스럽게 달라붙었다.평소라면 지우는 즉시 몸을 돌려 은서를 꽉 끌어안고 땀에 젖은 이마에 다정하게 입을 맞췄을 것이다.그리고 어디가 불편한지, 악몽을 꾸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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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나흘째 밤, 은서의 신경은 마침내 끊어질 듯한 위태로운 한계에 달했다.이대로 가다간 지우에게 완벽하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와 짙은 외로움이 마지막 남은 이성과 수치심마저 모조리 앗아갔다.밤 열한 시가 훌쩍 넘은 시각, 은서는 속옷도 없이 얇은 검은색 실크 슬립 단 하나만 걸친 채 지우의 방문을 열었다.지우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건조한 시선으로 책을 넘기고 있었다.은서는 소리 없이 다가가 지우의 발밑에 노예처럼 무릎을 꿇었다.바닥에 닿은 무릎이 벌벌 떨렸다.지우를 올려다보는 은서의 목소리가 처참하게 갈라져 나왔다.“지우야… 내가, 흐윽… 내가 뭐 잘못했어? 말해 줘. 네가 싫어하는 거 있으면 내가 다 고칠게. 하라는 대로 뭐든 다 할게. 그러니까 제발… 나 좀 만져 줘. 나한테 손 좀 대 줘. 키스도 안 해주고, 안아주지도 않고… 나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 제발…”은서는 지우의 덮인 무릎 위에 얼굴을 파묻으며 짐승처럼 흐느껴 울었다.얇은 슬립 자락이 말려 올라가며 창백하고 마른 허벅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가슴이 애처롭게 흔들렸다.지우는 쥐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발밑에서 오열하는 은서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깊고 검은 눈동자에는 아무런 온기가 없었다.동정심도 사랑도 없는 그 시선은 마치 악취 나는 오물을 내려다보는 듯한 서늘한 혐오 그 자체였다.이윽고 지우의 입술이 열렸다.“내가 만져줘봤자 만족하지도 못하면서 왜 이제 와서 매달려! 쓰레기 같은 새끼 이름이나 부르면서 혼자 자위하던 손으로 내 몸에 손대지 마.”은서의 몸이 벼락을 맞은 듯 뻣뻣하게 굳었다.며칠 전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도진의 이름을 부르며 환각 속에서 자위하던 그 추악한 장면을 지우가 전부 알고 있었다.발가벗겨져 광장에 내동댕이쳐진 듯한 끔찍한 수치심과 공포가 해일처럼 밀려왔다.지우는 몸을 숙여 은서의 턱을 억세게 틀어쥐고 위로 들어 올렸다.눈물이 고인 은서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가장 날카로운 비수를 심장에 푹 찔러 넣었다.“언니, 내 발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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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은서는 지우가 방을 나간 뒤에도 한참 동안 차가운 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했다.사지가 사시나무 떨듯 마디마디 떨려왔다.귓가를 집요하게 파고들던 지우의 낮고 혐오스러운 음성이 환청처럼 귓전을 맴돌았다.‘더러운 손.’‘발정 난 개.’‘역겹다.’그 날카로운 폭언들이 채찍처럼 여린 살구성을 스칠 때마다, 은서의 허벅지 사이로 끈적하고 뜨거운 애액이 울컥울컥 배어 나왔다.수치심과 배덕감이 하복부를 기묘하게 조여왔다.은서는 제 꼴에 대한 자괴감에 짓눌리면서도,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제 손을 아래로 뻗었다.가랑이 사이를 더듬는 손가락 끝에 이미 흠뻑 젖어 뭉근해진 살갗이 끈적하게 감겨왔다.“지우야…… 때려줘…… 제발 경멸해줘…….”은서는 흐느끼며 제 손가락을 좁고 뜨거운 내벽 깊숙이 밀어 넣었다.머릿속은 온통 지우의 차가운 눈빛과 경멸이 섞인 손길로 가득 차 있었다.극단적인 쾌락 속에서 도진의 이름과 지우의 이름이 뒤섞여 튀어 나왔다.은서는 밤새 스스로를 학대하듯 몰아붙이며 몇 번이고 절정에 달했다.그것은 성적 유희라기보다 가학적인 자해에 가까웠다.투명한 체액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얼룩을 만들었고, 얇은 슬립은 땀과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어 살갗에 들러붙었다.기진맥진해진 은서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대로 쓰러지듯 정신을 잃었다.지우는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옆방에서 그 모든 질척한 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문틈을 타고 넘어오는 은서의 억눌린 신음과 처절한 흐느낌이 공기를 축축하게 적셨다.지우는 감정을 지워낸 무표정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몇 번이나 문고리를 잡았지만, 끝내 돌리지 못한 채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새벽이 깊어 은서의 울음소리가 완전히 잦아들었을 때야 지우는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왔다.거실 바닥에는 은서가 실오라기 하나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널브러져 있었다.온몸이 땀과 비릿한 애액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지우는 마른 이불을 가져와 은서의 떨리는 몸 위로 던지듯 덮어주었다.순간적으로 지우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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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응……! 아, 흑! 난 너밖에 없어, 지우야……! 제발 더, 더 세게 쑤셔줘……!”지우는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은서의 몸을 반대로 뒤집었다.자신의 음부를 은서의 흠뻑 젖은 틈새에 강하게 밀착시킨 채, 가위질하듯 허리를 난폭하게 흔들었다.미끄럽고 뜨거운 체액들이 짓겨지며 내는 질척한 소음이 침대 시트를 적셔갔다.지우는 은서의 유두를 이빨로 짓누르며 씹어대듯 낮게 읊조렸다.“언니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내 거야. 한 번만 더 딴생각해 봐, 그땐 물어 뜯어서라도 이 문신을 지워버릴테니까.”은서는 지우가 쏟아내는 가학적인 언사 속에 담긴 집착에 완전히 포획당했다.밀려드는 카타르시스에 온몸을 활처럼 꺾으며 연달아 절정에 도달했다.투명한 애액이 분수처럼 울컥 뿜어져 나와 침구 겉면을 짙게 물들였다.그러나 지우는 끝내 은서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않았다.그 흔한 입맞춤조차 허락하지 않았다.그저 소유권을 주장하고 죄를 처벌하듯 유린했을 뿐이었다.지우는 행위가 끝나자마자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켜 샤워실로 걸어 들어갔다.잠시 후, 물기를 대충 닦고 나온 지우는 침대에 시체처럼 뻗어 있는 은서의 얼굴 위로 수건을 던졌다.“다음은 없어. 또 그 새끼 이름 입에 올리면 그날로 끝이야. 호주 땅바닥에서 혼자 죽든 말든 신경 안 써, 언니.”지우는 차가운 경고만을 남긴 채 제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은서는 엉망진창으로 흩어진 침대 위에서 땀과 정액, 애액이 섞인 비릿한 체취를 풍기며 소리 없이 오열했다.그러나 지독하게 잔인했던 거친 손길과 모멸적인 언사가 지나간 뒤, 은서의 하복부는 이전보다 더 뜨겁고 음란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지우의 경멸 없이는 이제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버리지 마…… 제발…… 다시 나를 짓밟아줘…… 지우야…….”은서의 목구멍 사이로 짐승 같은 애원이 가쁘게 흘러나왔다.잠긴 문 뒤에 등을 기대고 서 있던 지우는 그 애처롭고 천박한 음성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지우의 뺨 위로, 처음으로 뜨겁고 투명한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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