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 마지막 주, 수도권 일대는 기호 2번 한지우를 연호하는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새벽 5시 첫차를 타는 시민들, 환경미화원들과의 인사로 시작해 자정 무렵 야간 시장 상인들의 손을 잡는 강행군이 쉼 없이 이어졌다.지우의 목소리는 칼바람에 쉬어 터졌지만, 단상에 오를 때마다 뿜어내는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형형하게 타올랐다.그 치열한 유세 현장의 맨 앞줄에는 늘 단정한 정장 차림의 은서가 있었다.은서는 분초 단위로 쪼개진 유세 동선을 빈틈없이 지휘했고, 지역구 유권자들의 연령대별 맞춤 공약을 실시간으로 수정해 지우의 손에 쥐여주었다.은서의 치밀한 선거 전략 덕분에 여론조사 지지율은 연일 상대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선거를 이틀 앞둔 밤 11시, 열기로 가득 찬 선거 대책 본부 사무실.메인 홀에는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실무 당직자들이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를 받고 공보물을 분류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로 가득 찬 사무실 한구석, 지우가 지친 기색으로 캠프 안쪽에 마련된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은서는 지우를 따라 들어오며 문을 조용히 닫고 안쪽 걸쇠를 단단히 잠갔다.철컥.잠금장치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의 소음이 아득하게 잦아들었다.지우는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온종일 수백 명의 손을 잡고 허리를 숙이느라 온몸의 관절이 쑤셔왔다.은서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와 지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지우야, 물 좀 마셔. 목이 다 쉬었잖아.”은서가 생수병을 건네려는 순간, 지우가 은서의 손목을 부드럽게 낚아채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지우야?”지우는 은서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익숙한 은서의 살향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자, 하루 종일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신경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언니… 잠깐만 이러고 있자.”지우의 쉰 목소리가 은서의 귓가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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