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의 아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Chapter 21 - Chapter 30

65 Chapters

21화

"안녕… 하십니까."은주는 당황한 기색을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본능적으로 왼쪽 중지 지문 쪽의 상처가 저릿하게 아려오기 시작했다.재윤이 뿜어내는 젊은 청년 특유의 싱그러운 체향과 짙은 사내의 냄새가 비서실의 차가운 공기를 단숨에 집어삼켰다."잘 지내셨어요, 실장님?"재윤이 은주의 책상 앞 파티션에 살짝 기대어 서며 낮게 물었다.다정한 인삿말이었지만, 그의 까맣고 깊은 눈동자는 은주의 단정한 실크 블라우스와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스커트를 노골적으로 훑어 내리고 있었다.비서실장인 은주에게 아는 척을 하자 다른 직원들은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 하면서도 각자 제 할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아버지는 안에 계시죠? 지나는 길에 뵐 일이 좀 있어서요."재윤은 묻고 있으면서도 은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그는 은주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한 번 지어 보이고는, 닫혀 있는 사장실 문에 노크를 하더니 그대로 들어가 버렸다."휴우…."재윤이 사장실로 사라지자, 그제야 은주는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의자에 주저앉았다.심장이 흉곽을 부술 듯이 뛰고 있었다.단지 그가 회사에 찾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대체 자신은 무슨 생각으로 그를 향해 연민을 품고 그 끔찍한 착각에 빠져들었던 걸까.은주는 다시금 젖어 들어가는 속옷의 불쾌한 감각을 애써 무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십여 분이 지났을까.사장실 문이 열리고 종우와 재윤이 나란히 걸어 나왔다."노 실장. 나 재윤이랑 점심 먹고 올 테니까 오후 1시 미팅 전까지는 돌아오지..""네, 사장님. 근처 조용한 식당 룸을 잡아드릴까요?"은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무적으로 물었다.종우가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옆에 서 있던 재윤이 불쑥 끼어들었다."아니요. 굳이 밖에 나갈 필요 있나요? 저 회사 구내식당 한 번 가보고 싶어요."은주의 눈이 커졌다.종우 역시 의외라는 듯 아들을 쳐다보았다."구내식당? 굳이 왜.""인턴 하는 친구들이 회사 구내식당 밥이 그렇게 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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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불현듯 회사 비서실과 구내식당까지 침범했던 재윤의 흔적은, 다행히도 표면적인 사건 사고 없이 지나갔다.일상으로 돌아온 회사 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고요했고, 은주는 여전히 단정한 비서실장의 자리를 지켰다.하지만 그날 지하 구내식당에서 마주했던 재윤의 그 시커먼 심연 같던 눈빛만큼은 좀처럼 은주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아버지를 향해 "보름 동안이나 못 뵈겠네요"라고 다정하게 말하면서도, 오직 은주만을 겨냥해 얽어매던 그 집착 어린 눈빛.그것은 은주의 가슴 한구석에 묵직한 돌덩이처럼 얹혀 수시로 그녀의 숨통을 조여왔다.그로부터 몇 주의 시간이 흘렀다.저택과 회사를 오가는 동안 은주는 필사적으로 재윤과의 접촉을 피했고, 시간은 흘러 드디어 종우의 미국 출장 당일이 찾아왔다.인천국제공항의 VIP 의전실 앞은 출국을 앞둔 종우와 수행 임원들로 분주했다.은주는 비서실 직원들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출국 직전까지의 모든 동선과 보안 요소를 점검했다."다녀오겠네. 노 실장도 보름 동안 회사 잘 부탁해."수많은 임원과 공항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공적인 자리였기에 종우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더할 나위 없이 단호하고 엄격했다.하지만 은주의 서류첩을 건네받는 그의 손끝이 아주 짧은 찰나 그녀의 손가락을 쓸어내렸다.그 미세한 체온의 접촉만으로도 은주의 심장 깊은 곳에서는 묘한 안도감이 피어올랐다."네, 사장님. 일정 무사히 마치고 오십시오."종우가 게이트 안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은주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었다.회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은주는 결재 시스템에 휴가 신청을 등록했다.종우의 미국 체류 기간은 총 보름이었다.은주는 비서실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면서도, 종우의 일정 중 가장 여유가 있는 마지막 3일 동안 미국 현지에서 그와 조우할 수 있도록 날짜를 계산해 휴가 신청을 마쳤다.사장 특권으로 은주를 동행시키려던 계획은 회사 내의 불필요한 시선을 의식해 취소했지만, 대신 개인적인 휴가를 이용해 아무도 모르는 낯선 이국땅에서 둘만의 밀회를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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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두 시간이 넘는 긴 수술이 끝나고 마침내 수술복을 입은 담당 의사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은주는 서둘러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환자 상태가 어떻습니까, 선생님."의사는 피로 섞인 한숨을 내쉬며말했다."추락할 때 충격이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오른쪽 손목과 전완골 무도 복합 골절이고, 왼쪽 대퇴부 뼈는 분쇄 골절에 가깝게 조각이 났습니다. 다행히 신경 손상은 피했지만, 워낙 광범위한 골절이라 철심을 박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최소 한 달간은 꼼꼼하게 입원 치료를 받으며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퇴원한 후에도 최소 몇 달 동안은 강도 높은 재활 치료를 병행해야 원래대로 걸을 수 있을 겁니다."약 한 달간의 입원, 그리고 수개월에 걸친 재활 치료.은주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당장 2주 뒤면 자신은 종우를 만나러 미국으로 떠나야 했다.하지만 그의 아들이 전신에 깁스를 한 채 병원에 묶이게 된 것이다.은주는 우선 의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사후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 협약 병원의 VIP 병실로 재윤을 인계해 달라고 병원 측에 정중히 부탁했다.그리고 동행한 비서실 직원들에게 입원 수속과 나머지 자잘한 행정 절차들을 완벽하게 처리하도록 지시했다.잠시 후, 마취에서 서서히 깨어난 재윤이 이동식 침대에 실려 병원측에서 미리 준비해 둔 엠뷸런스를 타고 계열사 협약 병원의 VIP 병실로 옮겨졌다.은주는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사방이 고요하고 넒은 VIP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창밖으로 어둠이 짙게 깔린 방 안, 은은한 무드등 아래 누워있는 재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은주는 순간 숨을 들이켰다.침대 위에는 언제나 캔버스화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으로 활기차게 코트를 누비던, 스물한 살의 혈기 왕성하고 건강했던 청년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다.오른쪽 팔 전체를 하얗고 두꺼운 석고 깁스로 칭칭 감아 가슴 위에 얹어두고, 왼쪽 다리 역시 거대한 고정 장치와 깁스에 묶여 침대 높이 들어 올려진 채 무력하게 누워있는 환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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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은주는 화들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재윤이 쥐고 있던 자신의 옷자락을 빼내었다."……!"손끝이 베인 것처럼 날카로운 감각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은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뒷걸음질을 쳤고, 창백한 얼굴로 도망치듯 VIP 병실을 빠져나왔다.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병실 문이 닫히자마자, 은주는 복도 벽에 등을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에어컨이 돌아가는 병원 복도였지만 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방금 전까지 연민으로 가득했던 가슴속이 이제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와 혼란으로 뒤엉켰다.깁스에 묶인 채 꼼짝도 못 하는 그 육체 안에, 자신을 범하고 싶어하는 젊고 위험한 사내의 집착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재윤은 자신의 텅 빈 모성을 무기로 삼아 은주가 스스로 덫에 걸어 들어오기를 기다렸고, 은주는 보기 좋게 발을 디딘 셈이었다.은주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백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재윤의 상태를 보고해야하고 또 그의 목소를 들어야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은주는 서둘러 종우의 번호를 눌렀다.기나긴 신호음만이 적막한 복도를 채웠다.회의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연결되지 않는 전화를 붙잡고 복도를 서성이는 은주의 발걸음이 애처롭게 흔들렸다.다시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집요하고 시커먼 눈동자를 마주할 용기는 도저히 나지 않았다.그렇게 십여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화면에 뜬 '사장님'이라는 세 글자를 확인한 은주는 쫓기는 사람처럼 통화 버튼을 눌렀다."네, 사장님. 노은주입니다.""노 실장. 재윤이는 좀 어때?"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종우의 낮고 견고한 목소리.그 음성을 듣는 순간 은주는 하마터면 울음이 터질 뻔한 것을 꾹 참아내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네. 수술은 방금 전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우측 전완골과 좌측 대퇴부 복합 골절로 철심을 박았고, 현재는 우리 계열사 병원 VIP 병실로 이송하여 마취에서 깨어난 상태입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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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사무적인 말투를 유지하며, 개인적인 감정이나 연민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식사를 돕고, 약을 챙기고, 병실의 온도를 맞추는 그녀의 동작은 기계처럼 오차가 없었다.하지만 재윤은 그 틈을 아주 교묘하고 은밀하게 파고들었다."실장님. 물 좀 마시게 도와주시겠어요?"한쪽 팔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재윤의 부탁에, 은주가 컵에 빨대를 꽂아 그의 입가로 가져가면, 재윤은 물을 마시는 내내 은주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의 까만 눈동자는 은주의 굳게 닫힌 입술과,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은 목선을 노골적으로 핥아내리듯 응시했다.때로는 빨대를 잡고 있는 은주의 손가락 위로, 자신의 성한 왼손을 슬며시 포개어 오기도 했다."고마워요. 실장님이 옆에 있으니까… 하나도 안 아픈 것 같네요."순수한 소년의 감사 인사처럼 포장되어 있었지만, 은주의 손등을 문지르는 재윤의 엄지손가락에는 은밀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은주가 흠칫 놀라며 손을 빼내려 하면, 재윤은 다친 팔의 통증을 호소하는 척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죄책감을 자극했다.은주는 미칠 노릇이었다.철저히 선을 그으려 할수록 재윤은 '환자'라는 절대적인 약자의 위치를 무기 삼아 은주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이 고립된 VIP 병실 안에서, 누가 진짜 약자인지 재윤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시간은 더디고 느리게만 흘러갔다.은주는 밤이 되어서야 재윤의 눈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그가 잠에 든 것을 확인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아침이 되어 다시 병원으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무거웠다.병실 안의 공기는 어젯밤보다 한층 더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오전 회진을 마친 간호사가 은주에게 조심스레 말했다."수술 직후라 환자분께서 땀을 많이 흘리셨을 거예요. 샤워는 한동안 불가능하니, 실장님께서 좀 닦아주시는 게 좋겠습니다."간호사가 자리를 비우고, 병실 안에는 다시 두 사람만이 남았다.은주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어졌다.지금까지는 그저 식사를 돕고 약을 챙기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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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이성으로는 수십 번도 더 도망쳐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복부의 단단한 굴곡을 따라 내려가던 은주의 손길은 알 수 없는 자력에 이끌린 듯 점점 더 은밀하고 느릿한 속도로 변해가고 있었다.은주의 치마 속 갈라진 틈 사이에서는 이미 끈적한 액체가 배어 나와 허벅지 안쪽을 서서히 적시고 있었다.그때였다.은주의 물수건이 재윤의 탄탄한 하복부, 환자복 바지의 허리선이 걸쳐진 바로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도달했을 때.재윤의 성한 왼손이 불쑥 허공을 가르고 올라와 수건을 쥐고 있던 은주의 손목을 낚아챘다."앗…!"예상치 못한 접촉에 은주가 놀라 짧은 비명을 지르며 굳어버렸다.재윤의 악력은 환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인하고 뜨거웠다."실장님 손…."재윤이 쉰 목소리로 나직하게 속삭였다.그의 까만 눈동자가 은주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피할 틈도 없이 깊숙이 옭아맸다."실장님 손이 예쁘네요."재윤의 짙은 목소리가 병실의 적막을 가르고 떨어졌다.은주의 손목을 쥔 재윤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얇은 피부 아래로 요동치는 맥박을 아주 느릿하고 농밀하게 쓸어내렸다.은주는 숨을 쉴 수 없었다.재윤의 하복부 근처에 머물러 있는 자신의 손, 그리고 그 손을 쥐고 있는 젊고 위험한 사내의 체온.시야에 가득 찬 그의 단단한 상체와 아슬아슬한 텐션 속에서, 은주는 황급히 굳어버린 입술로 뭔가를 말하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채 입을 열기도 전에, 재윤이 먼저 은주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의 힘을 스르르 풀었다.그리고 아주 느릿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여기도 닦아 주실래요?"은주의 시선이 재윤의 시선을 따라 아래로 향했다.재윤의 멀쩡한 왼손이 자신의 환자복 바지 허리춤에 머물러 있었다.'……!'은주의 어깨가 크게 튀어 올랐다.재윤은 은주의 굳어진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온전한 한 손을 이용해 헐렁한 환자복 바지의 고무줄 밴드를 아래로 끌어내리려 했다.오른쪽 팔은 두꺼운 깁스에 묶여 가슴 위에 얹혀 있었고, 왼쪽 다리 역시 거대한 고정 장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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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환자복 바지는 그의 온전한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로 완전히 벗겨져 있었고, 공중에 매달린 왼쪽 다리의 깁스 주변으로는 헐렁하게 걸쳐져 있었다.그리고 병실의 밝은 조명 아래, 짙은 네이비색 트렁크 팬티 한 장만을 아슬아슬하게 걸친 스물한 살 사내의 하반신이 고스란히 은주의 시야에 쏟아져 들어왔다.은주는 마른침을 삼켰다.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오른쪽 다리부터… 닦겠습니다."은주는 짐짓 사무적인 톤을 꾸며내며, 침대 아래쪽으로 다가가 재윤의 멀쩡한 오른쪽 발목을 조심스레 붙잡았다.따뜻한 물기를 머금은 수건이 그의 굵은 발목을 감싸고, 종아리를 타고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농구 코트를 누비던 탄탄하고 길게 뻗은 다리 근육이 수건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선명하게 도드라졌다.은주의 손끝에 닿는 재윤의 피부는, 며칠 동안 씻지 못했다는 그의 변명과 달리 매끄럽고 뜨거웠다.수건이 무릎을 지나 허벅지로 진입하자, 은주의 숨결이 눈에 띄게 가빠졌다.오른쪽 허벅지 안쪽의 연한 살결을 닦아낼 때마다, 그녀의 시야 가장자리에는 짙은 네이비색 트렁크 팬티의 밑단이 아른거렸다.수건을 쥔 은주의 손등이 아주 얇은 면직물을 스칠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를 좁혀갔다."흐읏…."병실의 적막을 뚫고, 재윤의 입술 사이로 아주 억눌린 밭은 숨이 새어 나왔다.그 소리에 은주의 어깨가 굳어졌다.고개를 들어 올리자, 침대 헤드에 기댄 재윤의 고개가 뒤로 살짝 젖혀져 있었다.그의 턱관절에 팽팽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고, 굵은 목대를 타고 목젖이 크게 위아래로 일렁였다.그것은 단순히 상처의 통증을 참아내는 표정이 아니었다.예민한 피부 위를 스치는 부드러운 수건의 마찰과, 타인의 조심스러운 손길이 만들어내는 원초적인 감각에 온 신경이 곤두선 수컷의 적나라한 반응이었다.은주는 재윤의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 세워두었던 '간병인'이라는 논리적인 방어벽이 모래성처럼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왼쪽 중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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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은주의 하얀 손바닥이, 스물한 살 사내의 단단하고 노골적인 욕망 위를 덮고 있었다.얇은 면직물은 그 엄청난 열기를 가려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오히려 직물의 얇은 두께감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핏대의 굴곡마저 적나라하게 전달하고 있었다."흐읏… 아…."은주의 억눌린 신음이 병실안에 울려 퍼졌다.그녀의 입술이 달싹거리며 떨렸고, 동공은 방향을 잃은 채 미친 듯이 흔들렸다.당장이라도 이 끔찍한 접촉을 끊어내야 마땅했다.비명을 지르며 손을 뿌리치고, 그의 뺨을 내리치고서라도 이 병실을 뛰쳐나가야 했다.하지만 은주의 몸은 마치 독에 쏘인 것처럼 단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자신의 손목을 틀어쥔 재윤의 거센 악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은주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든 것은 그녀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온 기형적인 생리적 반응이었다.과거의 지독한 트라우마.젊은 남성의 육체 앞에서 극도의 공포와 쾌감을 동시에 느끼도록 망가져 버린 그녀의 몸이, 이성을 배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은주의 굳게 닫힌 두 다리 사이로는 이미 수치스러운 애액이 왈칵 쏟아져 나와 허벅지 안쪽을 적시고 있었다.스스로에 대한 혐오감과, 금기를 넘나드는 배덕한 흥분감이 뒤엉켜 그녀의 호흡을 뒤엉키게 만들었다."재… 윤 씨… 놔요… 제발…."은주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목소리로 애원했다.눈꼬리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그렁그렁하게 차올랐다.하지만 침대 헤드에 기대어 상체를 비스듬히 숙인 재윤은 조금의 자비도 보이지 않았다.헝클어진 앞머리 아래로 번뜩이는 그의 까만 눈동자는, 공포와 쾌감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은주의 표정 하나하나를 남김없이 빨아들이고 있었다."왜 울어요, 실장님."재윤이 나직하게 속삭였다.그의 짙은 목소리는 깁스에 묶인 환자의 것이라기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여유롭고 지배적이었다."아프게 한 것도 아닌데. 너무 좋아서 그래요?""아, 앗…! 무슨 소리를… 윽…!"재윤이 은주의 손목을 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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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비록 강압적이긴 했어도 그의 아들인 재윤의 육체를 만지며 흥분했다는 죄책감.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했다는 감정과 그로 인한 두려움.하지만 이 모든 도덕적 금기가 오히려 그녀를 더 강렬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이 은주를 미치게 만들었다.'도망쳐야 해. 당장 사장님께 전화해서, 간병인을 구했다고 하고 여기를 떠나야 해.'이성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은주의 발은 욕실 바닥에 뿌리라도 내린 듯 떨어지지 않았다.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재윤의 그 깊고 시커먼 눈동자.자신이 도망치려 할수록 그가 어떤 짓을 벌여 더 끔찍한 덫으로 자신을 이끌지 모른다는 본능적인 공포.그리고…심장 밑바닥에서 은밀하게 꿈틀거리는, 이 위험하고도 짜릿한 긴장감의 늪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기형적인 피학의 욕구.'미친...'은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향해 욕을 내뱉었다.‘너... 미쳤어... 그는... 종우씨의 아들이야... 은주야, 정신차려!’은주는 세면대 물을 잠그고 젖은 얼굴을 수건으로 파묻은 채, 소리 없는 오열을 삼켰다.완벽한 피난처였던 종우가 만들어준 성벽이, 이제는 그녀를 가두는 가장 끔찍한 감옥으로 변해 버렸다.그날 밤.VIP 병실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앉았다.병원은 9시가 되면 일제히 소등하도록 되어 있었다.이제 방 안을 밝히는 것은 창밖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과 간접 조명 하나뿐이었다.은주는 환자용 베드옆에 마련된 보호자용 소파베드에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담요를 목 끝까지 끌어당기고 등을 돌려 누웠지만, 잠은 한숨도 오지 않았다.침대에 누워있는 재윤의 숨소리가 병실의 고요한 공기를 타고 은주의 귓가에 선명하게 들렸다.색색거리는 일정한 호흡.수액을 통해 주입되는 진통제 때문에 그는 얕은 잠에 빠져 있는 듯했다.하지만 은주는 그가 깨어있는지 잠들어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등 뒤에서 그의 시선이 어둠 속을 뚫고 자신의 뒷모습을 집요하게 노려보고 있을 것만 같아 등골이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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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화면 위로 떠오른 세 글자, [사장님].그 활자를 확인한 순간, 은주의 심장이 바닥을 치며 곤두박질쳤다.핏기가 가신 파리한 입술이 파들파들 떨렸다.방금 전까지 금기를 넘나들며 묘한 긴장에 휩싸여 있던 그녀의 육체가,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남자의 이름 하나에 차갑게 얼어붙었다.지금 이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아니, 받을 수가 없었다.방금 전 아들의 하반신에 손을 대고,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팬티가 젖을 정도로 애액을 흘리던 그녀가 어떻게 맨정신으로 그를 대할 수 있단 말인가.은주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지도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었다.하지만 침대 헤드에 비스듬히 기댄 재윤은, 빛나는 화면과 은주의 놀란 얼굴을 번갈아 보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받아요, 실장님."재윤의 나직하고 도도한 음성이 병실에 울려 퍼졌다."아버지가 기다리시겠네. 타지에서 아들 걱정하느라 잠도 못 주무실 텐데."재윤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여기서 전화를 받지 않거나 피한다면, 그것은 눈앞의 젊은 사내에게 자신이 종우를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배덕한 밀실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속내를 완벽하게 인정하는 꼴이 된다.진퇴양난의 지독한 덫이었다.은주는 마른침을 억지로 삼켜내며,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네, 사장님. 노은주입니다."최대한 사무적이고 차분한 목소리를 꾸며내려 했지만, 미세하게 갈라지는 끝음마저 숨길 수는 없었다.수화기 너머로, 종우의 깊고 묵직한 한숨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노 실장. 늦은 시간에 미안하군. 현지 상황이 꼬여서 이제야 시간이 났어."종우의 목소리는 짙은 피로와 미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갑작스럽게 힘든 일을 맡겨서 미안해. 자네도 많이 놀라고 힘들었을 텐데. 아비 된 도리로 아들놈 곁을 지키지도 못하고,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을 병실에 묶어두게 되다니… 참담하군."종우의 그 다정하고도 애틋한 고백이, 은주의 폐부를 날카롭게 찔렀다.자신을 향한 애정과 신뢰.하지만 은주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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