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카펫을 밟고 다가가 침대 곁에 섰다.가까이서 본 재윤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은주는 홀린 듯 천천히 손을 뻗어, 재윤의 이마를 덮고 있는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었다.항상 '젊은 남성'이라는 트라우마에 갇혀 몸을 떨었던 그녀였지만, 지금 이 순간 재윤의 이마에 닿은 손끝에서는 아무런 통증도,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았다.그저 지독하게 외로운 한 아이를 보듬어주고 싶다는 낯설고도 본능적인 연민만이 끓어올랐다.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닿자, 재윤의 눈꺼풀이 천천히 열렸다.잠에서 덜 깬 몽롱한 눈동자가 눈앞에 선 은주를 담아냈다.놀라거나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재윤은 은주가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는 손길을 그대로 받아내며, 속옷을 쥔 손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더욱 소중하게 끌어당겼다."…엄마 냄새가 나요."재윤의 갈라진 목소리가 고요한 방 안으로 흩어졌다.그것은 협박도, 조롱도 아니었다.상처받은 짐승이 내뱉는 처절한 고백이었다."실장님한테서 나는 이 냄새… 우리 엄마 냄새랑 똑같아서… 그래서 버릴 수가 없었어요."재윤의 커다란 눈망울에 투명한 물기가 맺히더니 이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스물한 살의 건장한 청년이, 세상 가장 여린 아이의 얼굴을 하고 은주를 올려다보고 있었다.은주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재윤의 결핍을 완벽하게 이해해 버린 순간, 그녀의 안에서 기형적이고도 강렬한 모성애가 피어올랐다.은주는 도망치는 대신, 침대 가장자리에 조심스레 걸터앉아 양손으로 재윤의 젖은 뺨을 감싸 쥐었다."울지 마요…."은주의 따뜻한 체온이 뺨에 닿자, 재윤은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은주의 허리를 양팔로 꽉 끌어안았다.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은주의 단정한 블라우스 위, 그녀의 가슴팍에 깊숙이 묻었다.어머니의 품을 파고드는 아이처럼 맹목적이고 절박한 매달림.은주는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재윤의 넓은 등을 천천히, 그리고 아주 다정하게 쓸어내렸다.하지만 은주는 미처 보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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