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블랙 황궁을 퇴사하려다 미친 황제와 엮여버렸다.: Kabanata 91 - Kabanata 100

100 Kabanata

제91화. 첫 춤은 더 이상 춤이 아니었다 (2)

내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리고 숙부님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억의 기록은 상징을 따라 움직인다. 데뷔탕트란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한 사람의 이름이 세상에 처음 공표되는 의식이지. 루세티아가 남긴 기록은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거다.”“그럼 제가 사람들 앞에 서는 순간,”“첫 번째 문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벨리안이 조용히 덧붙였다.“그리고 자하크도 그걸 알고 있을 겁니다.”정원에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조금 전까지 흩어졌던 백금빛 조각들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수의 물은 아직도 검게 일렁이고 있었다.자하크의 잔향과 루세티아의 파편을 찢어버린 그 어둠에 짓눌린 나는 손목을 움켜쥐었다.그때 카엘루스가 낮게 말했다.“데뷔탕트는 예정대로 진행한다.”“폐하!”카시안 오빠가 바로 반발했다.“지금 제정신이십니까?”“그래.”“막내를 미끼로 쓰겠다는 말로 들립니다만.”그 말에 황실 기사들의 얼굴이 굳었다. 엘릭 경이 아주 작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하지만 카엘루스는 흔들리지 않았다.“미끼가 아니다.”“그럼 뭡니까?”“전장이다.”카시안 오빠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그게 더 나쁩니다.”카엘루스는 천천히 나를 보았다.“자하크는 어차피 움직일 거다. 우리가 도망치면, 그는 우리가 준비하지 못한 순간을 고를 것이다.”“…”“하지만 데뷔탕트라면 다르지. 장소와 시간, 참석자 모두 우리가 정할 수 있어.”그의 붉은 눈동자가 깊어졌다.“그날 밤을 함정으로 만든다.”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숨이 트였다.무서운 건 똑같았다.하지만 조금 전까지는 내가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아주 희미하게나마 발밑에 길이 생긴 것 같았다.카시안 오빠는 나를 보았다.“막내야.”“응.”“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나는 손목의 문양을 내려다보았다.아직도 루세티아의 마지막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울리는 것만 같았다.— 첫 번째 문이 열린다.사실 지금 당장 방으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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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첫 춤은 더 이상 춤이 아니었다 (3)

뀨가 내 어깨 위에서 작게 울었다.“뀨우.”나는 뀨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었다.“그래. 나도 알아.”뀨는 내 손목의 문양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앞발을 가져다 댔다. 그 순간 문양 주변의 별무리가 희미하게 반짝였다.벨리안의 눈이 커졌다.“잠깐.”“왜?”“저 작은 생물, 아니, 정령입니까? 마수입니까? 대체 정체가 뭡니까?”뀨가 벨리안을 노려봤다.“뀨.”“아니 보십시오!! 방금 문양이 반응했습니다!”대현자 K 숙부님도 눈을 가늘게 떴다.“그렇군.”나는 뀨를 품에 안았다.“뀨한테 이상한 짓 하시면 안 돼요.”“아무 짓도 안 한다.”숙부님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뀨를 유심히 보았다.“다만 저 아이도 열쇠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을 듯하군.”“뀨가요?”뀨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가슴을 폈다.“뀨.”카시안 오빠가 중얼거렸다.“쟤도 이제 평범한 털뭉치가 아니었군.”“원래 평범한 털뭉치 아니었어.”“그래. 우리 집안에 평범한 게 있겠냐.”그 말에 나도 모르게 조금 웃음이 나왔다.정말 이상했다.조금 전까지 신의 파편이 사라지고, 검은 가시가 솟고, 내 손목에 문양이 새겨졌는데, 지금 이 순간 여기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아주 잠깐은 숨을 쉴 수 있었다.대현자 K 숙부님이 지팡이를 짚었다.“일단 황후궁으로 돌아가자. 이 정원은 봉쇄해야 한다.”카엘루스가 바로 명령했다.“엘릭.”“예, 폐하.”“북쪽 정원은 즉시 폐쇄한다. 공식 사유는 마력 오염으로 하지. 황실 마법사단과 기사단 외에는 접근 금지다.”“받들겠습니다.”“벨리안.”“예.”“정원에 남은 잔향을 빠르게 분석해라. 자하크가 어느 틈으로 손을 뻗었는지 찾아.”벨리안이 고개를 숙였다.“명령 받들겠습니다.”카시안 오빠도 짧게 손짓했다.“이클립스는 귀족가 움직임을 감시해. 특히 데뷔탕트 초대장을 받은 집안들. 최근 수상한 접촉이 있는 자들을 전부 추려.”그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누가 자하크의 입이 되어 들어올지 모른다.”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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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첫 춤이 끝나기 전에 (1)

응접실 안에는 이미 시녀들이 모여 있었다.​릴리는 창백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들어서자마자 달려왔다.​“아가씨!”“릴리, 괜찮아.”“괜찮긴 뭐가 괜찮으세요. 손목은요? 다치신 거예요? 피가 난 건 아니죠? 저, 약상자 가져올까요? 아니면 사제님을 부를까요?”“진정해. 아프진 않아.”​릴리는 내 손목의 문양을 보고 숨을 삼켰다.​“이건?”​ 그녀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나는 당황해서 손을 저었다.​“울지 마. 진짜 안 아파.”“아가씨께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어요.”​그 말에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도 알고 싶었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하지만 이제는 그 질문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대현자 K 숙부님이 응접실 중앙에 보호 마법진을 다시 펼쳤다.​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촘촘한 빛의 선들이 바닥을 감쌌다.​벨리안은 내 손목을 관찰하고 싶다는 얼굴이었지만, 카시안 오빠와 카엘루스의 시선을 동시에 받고 얌전히 한 걸음 물러났다.​“저는 멀리서 보겠습니다.”“현명하군.”​카시안 오빠의 말을 들으며, 나는 의자에 앉았다.​이번에 카엘루스는 내 맞은편이 아니라 바로 옆에 앉았다.​ 카시안 오빠가 그걸 보고 또 뭐라 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참았다. 아마 오빠도 이제는 지쳤을 것이다. 그때 대현자 K 숙부님이 말했다.​“엘리노아야.”“네.”“지금부터 네게 가장 중요한 건 하나다.”​나는 조용히 숙부님을 바라보았다.​“데뷔탕트 전까지 절대 손목의 문양을 강제로 열려고 하지 마라.”“제가 열 수 있나요?”“무의식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무의식적으로요?”“네 권능은 기억에 반응한다. 그리고 저 문양은 기억의 문으로 이어져 있다.”​숙부님의 얼굴이 더없이 진지해졌다.​“꿈, 거울, 음악, 춤. 특히 이 네 가지를 조심해라.”​나는 하나씩 되뇌었다.​“꿈, 거울, 음악, 춤.”“그래.”​벨리안이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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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첫 춤이 끝나기 전에 (2)

그 목소리가 웃었다.​—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다.​번쩍—!​나는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숨이 턱 막혔다.​“하아—!”​ 내 비명에 뀨가 놀라며 바로 내 가슴 위로 뛰어올랐다.​“뀨! 뀨우!”​나는 떨리는 손으로 뀨를 끌어안았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이건 분명히 단순한 꿈이었다.​분명 그런데 왜 이렇게 불길할까?​ 나는 천천히 손목을 내려다보자 소매 아래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문양 주변의 별무리가 아까보다 하나 더 늘어나 있는 것 같았다.​ 똑.​똑.​ 내 몸 안쪽에서 문 두드리는 것만 같은 소리가 다시 들렸다.​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동이 트기 전의 황궁은 아직 어두웠다. 하지만 멀리 북쪽 정원 쪽에서 아주 희미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그리고 그 안개 사이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주 작게 속삭였다.​— 데뷔탕트에서 만나자.​나는 뀨를 끌어안은 채 숨을 멈췄다.​첫 번째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하지만 분명했다.​자하크는 이미 무도회장 안에 들어와 있었다.​​​​​**​​​ 데뷔탕트 당일 아침.​나는 눈을 뜨자마자 손목부터 확인했다.​소매를 걷자 눈물방울을 품은 별무리 문양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젯밤 꿈에서 하나 더 늘어난 별은 분명 착각이 아니었다.​나는 한동안 그 작은 별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괜찮아.”​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괜찮다.​괜찮아야 했다.​오늘 밤 나는 데뷔탕트를 치른다.​귀족들 앞에 처음으로 이름을 드러내고, 황제와 첫 춤을 춘다.​그리고 그 춤이 끝나기 전에, 첫 번째 문이 열리겠지?​ “전혀 괜찮지 않잖아.”​나는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아니지, 가능하다면 오늘 하루만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다.​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문양은 이미 새겨졌고 자하크는 분명 움직이고 있었다.​도망친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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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첫 춤이 끝나기 전에 (3)

​​그 순간 손목의 문양이 아주 희미하게 반짝이자, 급히 소매를 눌렀다. 릴리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아가씨?”“괜찮아.”“정말요?”​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거짓말을 해봐야 릴리는 금방 알아챌 것이다. 그래서 조용히 말했다.​“조금 무서워.”​릴리의 얼굴이 슬퍼졌다. 나는 얼른 덧붙였다.​“그래도 도망치고 싶지는 않아.”​릴리는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럼 제가 아가씨께서 도망치고 싶어지는 순간마다 붙잡아드릴게요.”“고마워.”“대신 너무 힘드시면 꼭 말씀하셔야 해요.”“응.”​그렇게 나의 데뷔탕트 준비가 시작되었다.​목욕물에는 은은한 백합 향이 섞여 있었다.​릴리는 향이 너무 강하지 않게 해달라고 몇 번이나 시녀들에게 당부했다.​어제 북쪽 정원에서 맡았던 백합 향이 떠오를까 봐 걱정한 것이다.​머리카락은 반쯤 틀어 올리고, 남은 머리카락은 어깨 아래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도록 했다. 가느다란 진주와 은빛 장식이 머리카락 사이에 박혔다. 마치 밤하늘에 별을 흩뿌린 것 같았다.​ 어느덧 시녀들이 드레스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난 그 드레스를 본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새하얀 실크 위로 은빛 자수가 흐르고 있었다.​가슴선과 소매 끝에는 아주 옅은 백금빛 보석이 박혀 있었고, 움직일 때마다 빛이 물결처럼 번졌다.​화려했지만 과하지 않았다.​순결해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위엄이 있었다.​마치 누군가가 ‘루체른의 딸’이라는 말을 옷으로 만들어낸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이거”​ 나는 조심스럽게 드레스를 바라보았다.​“누가 고른 거야?”​릴리가 아주 살짝 웃었다.​“폐하께서 직접 최종 승인하셨습니다.”“폐하가?”“네.”“언제?”“아가씨께서 모르실 때요.”“그건 너무 넓은데.”​릴리는 대답 대신 미소만 지었다. 시녀들이 일사불란하게 도와 드레스를 입혔다. 그리고 코르셋을 조일 때 나는 작게 숨을 삼켰다.​“너무 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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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첫 춤을 청한다. (1)

거울속의 내 모습을 보며 흠칫 놀라자 릴리가 내 어깨를 잡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아가씨?”​나는 다시 한 번 뚤어져라 거울을 쳐다 보았다.​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나와 릴리, 시녀들이 있을 뿐이었다.​오직 뀨만이 거울을 노려보고 있었다.​“뀨우.”​작게 낮아진 뀨의 울음소리에 나는 손목을 움켜쥐었다.​그래, 문양이 미세하게 뛰고 있었다.​역시 거울은 조심해야 하는 거였나보다. 그때 문밖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준비가 끝났나.”​카엘루스였다.​릴리가 급히 문 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왜지.​오늘 밤 첫 춤을 출 사람이라서?​아니면 그가 나를 지켜줄 사람이라서?​아마 둘 다일 것이다.​ 릴리가 마지막으로 내 드레스 자락을 정리했다.​“아가씨.”“응.”“오늘 정말 아름다우세요.”​나는 웃으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마워, 그리고.”​내 수줍은 말에 릴리가 아주 작게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아가씨는 혼자가 아니세요.”​그 말에 가슴 한쪽이 뜨거워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알고 있어.”​드디어 육중한 문이 열리자, 복도에는 검은 예복에 붉은 망토를 걸친 카엘루스가 서 있었다. 오늘 그의 가슴에는 황실 문장이 은빛으로 박혀 있었다.​늘 검을 든 황제의 모습만 보다가 정식 예복을 입은 그를 보니 순간 숨이 막혔다.​차갑고 위험한 아름다운 남자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였다.​그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향하자 나는 어색하게 드레스 자락을 살짝 잡았다.​“이상한가요?”​카엘루스가 천천히 말했다.​“아니다.”“그럼요?”“생각보다 더 위험하군.”​그는 내게 다가오며 그의 시선이 내 손목의 팔찌에 머물렀다.​“그 팔찌는?”“뀨가 골랐어요.”​뀨가 내 어깨 위에서 자랑스럽게 울었다.​“뀨.”​카엘루스는 뀨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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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첫 춤을 청한다. (2)

그때 복도 끝에서 카시안 오빠가 걸어왔다. 그는 오늘 검은 예복을 입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귀족 공자였지만, 눈빛은 이미 전장에 나가는 사람의 것이었다.​“막내야.”“오빠.”​카시안 오빠는 나를 보자마자 잠시 멈췄고, 그의 얼굴에 아주 짧게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놀라움과 자랑스러움 그리고 불안과 서운한 감정이 뒤섞여있는 눈치였다. “다 컸네.”​나는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오빠.”“그렇다고 진짜 다 큰 척하지 말고, 위험하면 바로 나한테 와.”“응.”“폐하한테만 붙어 있지 말고.”“그건 상황에 따라,”“엘리노아.”“알았어.”​카엘루스가 조용히 말했다.​“그녀는 내가 보호한다.”​카시안 오빠가 바로 받아쳤다.​“그래서 제가 더 불안합니다.”“너의 불안은 익숙하다.”“폐하께서 익숙하시면 안 되죠.”​나는 둘 사이에 끼어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오늘 싸우면 안 돼요.”​카시안 오빠가 나를 보았다.​“우리가 언제 싸웠다고.”“항상.”“저건 단순할 의견 교환일 뿐이야.”​카시안의 말에 카엘루스가 말했다.​“동의한다.”​당당한 둘 앞에서 나는 더 할 말이 없었다.​잠시후 대현자 K 숙부님과 벨리안도 곧 합류했다. 숙부님은 내 손목을 보더니 아주 미세하게 눈썹을 움직였다.​“팔찌가 문양을 안정시키는군.”“뀨가 골랐어요.”“그 아이가?”​모두의 시선이 뀨에게 향했으나, 그러던지 말던지 뀨는 작게 하품만 했을 뿐이었다.​ “뀨.”​대현자 K 숙부님이 진지하게 말했다.​“역시 보통 생명체는 아니군.”“숙부님, 뀨한테 실험하면 안 돼요.”“하지 않는다.”“정말요?”​숙부님은 시선을 피했다. 벨리안이 작게 웃었다가 카시안 오빠에게 노려봄을 당하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그렇게 우리는 무도회장으로 향했다.​황궁 중앙 대연회장은 제국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공간이다. 나는 그 앞에 도착하자마자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문 너머로 바이올린과 하프, 그리고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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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첫 춤을 청한다. (3)

귀족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호기심어린 눈빛과 질투, 불신과 두려움까지 그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나는 무의식적으로 손목을 감쌌고, 그때 누군가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저 영애가 루체른의,”“황후 후보라던데.”“폐하께서 직접 손을 잡고 들어오시다니.”“데뷔탕트 전에 이미 결정된 거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조심해. 카시안 공자가 듣는다.”카시안 오빠가 뒤에서 아주 살짝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을 본 귀족 몇 명이 즉시 입을 다물었다. 역시 오빠는 말보다 표정이 더 무서웠다.시종장이 다시 외쳤다.“루체른 공작가의 영애, 엘리노아 루체른 님께서 입장하십니다!”내 이름이 연회장 안에 울렸다.엘리노아 루체른.그 순간 손목의 문양이 선명하게 빛났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나는 숨을 멈췄다.다행히도 그 빛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팔찌가 빛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수많은 귀족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그동안 배운 대로 아주 천천히 예를 갖추었다.흰 드레스 자락이 바닥 위에 부드럽게 퍼지자 연회장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그 침묵 속에서 나는 아주 희미한 속삭임을 들었다.— 이름이 불렸다.나는 눈을 깜빡였다.누구의 목소리지?루세티아? 아니면 기록?그때 카엘루스가 내 손등을 가볍게 누르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괜찮나.”“네.”“거짓말이 조금 늘었군.”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카엘루스는 나를 데리고 연회장 중앙으로 향했다. 황제의 자리 앞에는 대현자 K 숙부님이 서 있었다.오늘 그는 공식적으로 내 데뷔탕트를 선언할 사람이었다.숙부님은 평소보다 훨씬 엄숙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엘리노아 루체른.”그의 목소리가 연회장 전체에 울렸다.“루체른의 피를 이은 딸이여.”나는 고개를 숙였다.“오늘 그대는 제국의 귀족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말은 평범한 데뷔탕트 선언이었다.하지만 나와 이 자리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이것이 단순한 첫발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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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첫 춤을 청한다. (4)

평범한 실수처럼 보였으나 나는 보았다. 그녀의 그림자가 아주 잠깐 늦게 움직였다. 몸이 움직인 뒤, 그림자가 따라왔다. 마치 그림자가 원래 주인의 것이 아닌 것처럼.내 심장이 내려앉았다.카엘루스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그도 본 것이다.카시안 오빠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이클립스 요원에게 시선을 보냈다.음악은 계속 흘렀고, 귀족들도 곧 다시 앞을 보았다.하지만 나는 더 이상 연회장을 평범하게 볼 수 없었다.저들 중 누가 자하크의 입이고, 누가 검은 기록의 그림자를 품고 있을까.숙부님은 아주 잠깐 멈췄다가 선언을 이어갔다.“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부터, 엘리노아 루체른은 제국 귀족 사회의 정식 일원으로 인정된다.”그 말이 끝나자 연회장 전체에서 박수가 터졌다.하지만 내 귀에는 그것이 그저 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렸다.똑.똑.손목의 문양이 다시 뛰었다.나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아직이다. 아직 첫 춤은 시작하지 않았다. 아직 첫 번째 문은 열리지 않았다.그때 카엘루스가 내 앞에 섰다.연회장의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모였다.그가 천천히 나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이 마치 꿈에서 보았던 장면과 똑같았다.검은 예복을 입은 붉은 눈동자의 남자.그리고 내게 내밀어진 손까지.다만 지금 내 앞의 카엘루스는 훨씬 더 믿을 수 있고 훨씬 더 따뜻한 손을 내밀고 있었다.“엘리노아 루체른.”그의 목소리가 낮고 선명하게 울렸다.“첫 춤을 청한다.”연회장이 완전히 조용해졌다.황제가 직접 데뷔탕트의 첫 춤을 청하는 것은 사실상 선언이었다.그의 보호와 관심하에 있다고.그리고 소유에 가까운 그의 의지 천명하는 것이겠지.귀족들은 숨죽인 채 우리를 바라보았다.나는 천천히 그의 손 위에 내 손을 올렸다.“영광입니다, 폐하.”나와 카엘루스의 손이 맞닿은 순간.화악—!내 손목의 문양이 강하게 빛났다.이번에는 팔찌도 그 빛을 완전히 감추지 못했다.카엘루스의 눈빛이 굳었다. 대현자 K 숙부님이 지팡이를 움켜쥐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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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루세티아 여신이 부르는 곳 (1)

“나만 봐라.”카엘루스가 낮게 말했다.“다른 것은 보지 마.”“그게 가능할까요?”“가능하게 해라. 이건 부탁이다.”나는 숨을 삼켰다.그가 나에게 부탁이라고 한다. 그 말 하나에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해볼게요.”첫 발을 내디뎠다.하나.둘.셋.카엘루스의 리드는 완벽했고 그의 움직임에 맞춰 몸을 맡겼다. 연회장의 불빛이 빙그르르 돌더니 귀족들의 얼굴이 흐려졌다.내 하얀 드레스 자락이 바닥 위를 미끄러졌다.처음에는 정말 춤 같았다. 그저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것 같았다.하지만 곧 이상한 일이 시작되었다.연회장 벽에 새겨진 부조들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초대 황제의 전쟁과 루체른의 맹새, 그리고 빛의 여신에게 바쳐진 첫 번째 성전까지 모든 장면들이 춤추듯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나는 숨을 멈췄다.“보지 말라고 했다.”“안 보려고 했어요.”“실패했군.”“그러게요.”나는 다시 그를 보았다.차갑고 선명한 붉은 눈동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걸 느끼자 간신히 정신이 돌아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음악이 점점 멀어지며, 대신 다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루세티아.— 기록관을 부르라.— 검은 것은 봉인해야 한다.— 그러나 황제의 피가 이미,나는 순간 몸을 휘청였다. 그러자 카엘루스가 즉시 나를 끌어당겼다.“엘리노아.”“들려요.”“무엇이.”“기억들이요.”손목이 뜨거웠다.별무리가 하나씩 깨어나는 것 같았다.하나.둘.셋.춤의 박자에 맞춰 문양이 빛났다.카엘루스는 나를 놓지 않았다.오히려 더 단단히 붙잡았다.“내 목소리만 들어라.”“네.”“숨운 쉬어라.”“네.”“나를 따라 한 발씩 옮겨.”“네.”“잘하고 있다.”그 말에 눈물이 날 뻔했다.이 상황에서 잘하고 있다니.나는 문을 여는 중인지, 춤을 추는 중인지도 모르겠는데.하지만 그 말 덕분에 나는 다시 한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셋.넷.다섯.그때 연회장 한가운데에 백금빛 선이 나타났다.우리의 발자국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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