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덴은 라리엘의 손에서 문서를 넘겨받아 등불 아래 바짝 가져다 댔다.만약 레몬즙이나 열에 반응하는 시약을 썼다면, 과거 플로렌스 백작이 발견했을 당시에 이미 갈색으로 변색된 흔적이 남았어야 했다.하지만 그런 자국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이번에는 벽난로의 이글거리는 불빛에 종이를 비춰보며 투과되는 문양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거친 가죽의 결 외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옆에서 트리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원본이 중요하다고 했지, 원본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한건 아니잖아요. 그 문서 자체가 의미있는거 아닐까요?그녀는 테이블에 턱을 괸 채 느긋하게 꼬은 다리를 까딱거리고 있었다. 아르덴이 그녀를 한번 슬쩍 보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이 양피지가 무슨 마법의 양피지라도 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어.”“칫…”트리샤는 결국 입을 삐죽이며 뒤로 물러났다. 라리엘이 다시 문서를 받아들고 찬찬히 들여다보았다.양피지 위에는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희미한 얼룩들만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을 뿐이었다.“아버지가 여기서 뭔가를 발견했다면, 그리고 그걸 아르덴에게 보여주러 오는 길이었다면… 무언가 남아있지 않았을까? 여기에…”그녀는 낮게 중얼거리며 양피지 한복판에 자리한 거뭇한 얼룩 위로 손가락을 가져갔다.그녀가 살며시 얼룩을 쓸어내리자, 놀랍게도 검은 자국이 미세하게 번져나갔다. 라리엘의 눈이 커졌다.“아르덴, 이것 좀 봐봐.”그녀는 번져나간 자국을 가리켰다.“이 얼룩말이야. 난 세월에 묻은 때인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냐.”그녀가 다시 한번 양피지를 손끝으로 문지르자, 마치 옅은 기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