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로가 굳이 제이드의 이름을 들먹인 것은 라리엘을 떠보려는 의도였다.아버지의 죽음에 일조한 가문의 배신자를 구하려는 그녀의 본심이 순수하게 궁금했던 것이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미첼로는 조금 전까지의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고 의자에 등을 붙여 바르게 앉았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는 도박사처럼 가볍게 양손을 들어 보였다.“좋습니다. 더는 제가 고집을 부릴 방도가 없군요. 부인의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정리해 보시지요.”그토록 원하던 미첼로의 항복 선언이었으나, 막상 그의 입에서 수락의 말이 떨어지자 라리엘은 찰나의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정말 이대로 끝인 걸까?'그녀는 눈앞에 앉은 미첼로의 미세한 근육 변화와 눈짓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살피며 입을 열었다.“…아까 전에도 분명히 말씀드렸듯이, 레오폴트 약탈금의 반환은 녹스에서 전적으로 책임집니다. 그리고, 미첼로 씨가 강조하셨던 그 ‘기브 앤 테이크’를 적용해 드리죠. 우리가 법정에서 녹스의 존재와 이 계약서의 실체를 발설하지 않는 대신, 제이드 크로이츠를 즉각 자유의 몸으로 풀어주세요. 당신들이 우리 아버지에게 저지른 그 끔찍한 죄악에 대한 대가는, 그의 딸인 트리샤 크로이츠의 완전한 자유로 받겠습니다.”미첼로는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다가, 이내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시죠. 거래 성립입니다.”미첼로는 녹스의 수장답게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서랍에서 고급 양피지를 꺼냈다.얼마간 깃펜이 종이 위를 달리는 사각거리는 방 안에 울려퍼졌다. 새로운 계약서 작성이 끝난 후, 그는 마지막으로 라리엘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수완이 보통이 아니시군요, 부인.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꼭 ‘거래&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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