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한 번에 복수하면 재미없잖아: Kapitel 11 – Kapitel 20

30 Kapitel

제11화

문교는 호기심에 고개를 돌렸다.‘이 밤에 어디를 가는 거지?’한참 생각하던 문교는 차를 돌려 뒤따라갔다....병원.하설이 병실 문을 열었다.우건은 병실 안을 오가며 하율을 품에 안고 있었다.하율은 아직도 작게 흐느끼고 있었다.작은 몸이 가늘게 떨리면서 너무 안쓰러웠다.하설은 아이를 받으려고 손을 뻗었다.하율은 눈물 어린 얼굴로 엄마에게 작은 손을 뻗었다. 품에 안기자마자 아이는 하설의 팔을 꼭 붙잡았다.하설은 붉어진 눈으로 아이를 안고 등을 토닥였다.익숙한 냄새에 둘러싸이자, 하율은 곧 살짝 하품을 하더니 지친 눈을 감았다.하설의 품에서 기적처럼 조용해진 하율을 바라보던 우건이, 미간을 약간 찌푸리면서 말했다.“열은 내렸어요. 문제는 심하설 씨를 찾으면서 계속 울었어요. 아이가 지금까지 밖에서 자 본 적이 없어요?”하설은 솔직하게 말했다.“요즘은 저희 시댁 쪽에 자주 가요. 처음 그곳에서 잘 때도 제가 일주일을 같이 있었어요.” “그쪽 증조할머니랑 익숙해진 뒤에는 스스로 책가방을 메고 기사님을 따라갔고, 지금은 가장 길게는 일주일까지도 지냅니다.”우건은 일어섰다.천장의 조명이 막히면서 긴 남자의 그림자가 하설의 마른 몸을 덮었다.잠시 뒤 우건은 창가로 걸어갔다.높은 곳에서 창밖을 바라보자 수많은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고가도로 위의 조명이 별빛처럼 흐르고 있었다.“심하설 씨.”“네?”하설은 하율을 안은 채 몸을 돌렸다.우건이 말했다.“낮에는 하율이 나와 지내고, 저녁때 내가 심하설 씨에게 데려다 줄게요. 적응 기간을 두도록 하죠.” “낮에 나와 있는 것에 익숙해지면, 심하설 씨가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서 하율이와 함께 내 집에서 지내는 건 어때요?”하설은 할 말을 잃었다.앞부분은 괜찮았지만 뒤는 말이 안 됐다.아직 이혼도 하지 않았다. 설령 이혼을 했더라도, 여자가 혼자 미혼 남자의 집에 쉽게 머물 수는 없었다.우건은 하설이 망설이는 것을 보고 말했다.“보수는 지급할게요.”하설은 난처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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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문교는 멈칫했다.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발은 이미 무의식적으로 화장실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하설의 속눈썹이 크게 떨리면서 문교가 문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았다. 손잡이에 닿은 남자의 손이 손잡이를 돌리자 화장실 문이 열렸다.문교가 안으로 들어갔다.화장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문이 조금 열려 있어서 바깥의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안은 깨끗했다.화장실을 둘러본 문교는 비어 있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나왔다.돌아서자 하설이 웃는 듯 마는 듯한 눈길로 보고 있었다.문교는 무의식적으로 수어를 하려고 했다.수어를 다 하기도 전에 하설이 막았다.“당신은 채아와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내 병실에 남자가 있을까 의심하는 거야?”문교가 수어로 말했다.“오해야. 난 네 안전이 걱정됐어.”하설의 입가에 조롱이 걸렸다.다시 하율을 품에 안고 누워서 눈을 감았다.“나갈 때 문 닫아.”문교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곧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긴 손가락으로 담배를 물려고 했다.지나가던 간호사가 말했다.“환자분, 여기 금연입니다. 담배를 피우시려면 흡연 구역으로 가셔야 해요. 안 그러면 과태료 나옵니다.”문교의 잘생긴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안 피웁니다. 손에 쥐고만 있어도 좀 낫네요.”간호사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그럼 다행이고요.”말을 마친 간호사는 도망치듯 가 버렸다.간호사가 사라지자, 문교의 짜증 섞인 시선이 병실 문을 향했다. 잠시 병실을 바라보다가 남자는 돌아섰다.하설은 창가에 서 있었다.문교가 차를 몰고 떠나는 걸 확인한 뒤, 서둘러 옷장 앞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먼저 마주친 건 짙고 깊은 눈이었다.하설은 민망하면서도 난처했다.그럴 만도 했다.어딜 가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귀하게 대우받는 우건이, 지금은 다리를 구부리고 웅크린 채 작은 옷장 안에 숨어 있었다. 화가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하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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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하설은 아파서 눈물마저 났지만 숨이 막히는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울부짖지도 못했다.가느다란 흐느낌만 흘릴 뿐이었다.‘겉보기엔 멀쩡한 사람인데... 개처럼 사람을 물다니...’하설은 여기서 우건에게 물려 죽을까 봐 무서웠다.하설의 흐느낌이 더 급해졌다. 마치 비바람에 얻어맞는 여린 배꽃과도 같았다.우건이 멈칫하더니 움직임도 멎었다.속박이 풀린 걸 느끼자, 하설은 우건을 밀어냈다. 힘이 빠진 우건이 무겁게 옷장 문 쪽에 부딪쳤다.옷장 문이 열리면서 불빛이 옷장 안으로 쏟아졌다.눈물에 젖은 하설은 우건의 어깨 너머로, 옷장 밖에 선 남자를 보고 놀라서 굳었다.서 있는 사람은 바로 윤재였다.윤재는 조금 전 우건과 하율을 데려다 준 뒤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우건이 먼저 돌아가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져 올라와 본 것이다.병실에 들어왔을 때는 하율만 있는 듯했다.간호사에게 물으러 나가려던 때, 옷장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윤재가 문가에 다가왔을 때, 문이 열렸다.윤재는 눈시울이 빨갛게 눈물 범벅이 된 하설을 보았다. 하설은 아직도 떨고 있었고, 목 옆에는 붉은 상처가 선명했다.그리고 정신이 흐려진 우건의 모습도 보였다.윤재의 눈빛이 순간 굳어졌지면서, 급히 다가가서 힘겹게 우건을 부축했다.“회장님!”우건은 저항하지 않았지만, 몸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붉게 충혈된 눈에는 혼란과 고뇌가 뒤섞여 있었고, 시선은 초점을 잃었다.윤재는 조심스럽게 우건을 부축해서 밖으로 향했다.지금 우건의 상태라면 반드시 정신과 주치의를 만나야 했다.문가에 이른 윤재가 갑자기 멈췄다.뒤돌아보니 옷장에서 나온 하설이 목을 감싸 쥔 채 창백한 얼굴로 굳어 있었다.윤재는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심하설 씨. 많이 놀라셨죠. 저희 회장님은 이상한 분도 아니고, 일부러 다치게 하신 것도 아닙니다.”하설은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창백한 입술에 핏기가 나기 시작했다. 핏기가 난 입술은 새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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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차갑고 점잖은 우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하설은 어젯밤 자신을 물던 사람과 도무지 같이 생각할 수가 없었다.시선을 거둔 하설은 고개를 저었다.“비서님이 설명해 주셨어요.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우건은 하설이 그렇게 이해심 있게 답할 줄 몰랐는지 잠시 침묵했다.“상처의 추가 치료가 필요합니다. 의사에게 연락해 두었습니다. 지금 검사를 받으러 가시죠. 감염이나 다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하설은 본능적으로 거절했다.“저는 괜찮아요.”우건은 하설을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검사해 두는 게 서로에게 좋습니다.”화가 난 하설이 고개를 번쩍 들고 또박또박 말했다.“저 전염병 없어요.”물린 사람은 하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 내가 나쁜 병을 옮길까 걱정하는 건가?’‘왜 이럴까? 역시 부자들은 죽는 걸 무서워하네.’하설은 콧소리를 냈다.“하율이에게 말하고 갈게요. 회장님이 안심하시도록 검사를 받겠습니다.”...“교상입니다. 깊지는 않지만 위치가 예민하니 흉터가 남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의사는 설명하며 항염증 연고를 처방했다.“하루 두 번, 상처 부위에 바르고 흡수될 때까지 가볍게 문질러 주세요. 며칠 동안은 물이 닿지 않게 하시고요.”하설은 연고를 받았다.고개를 들어 우건에게 물었다.“더 할 검사가 있나요?”우건은 고개를 저었다.“없습니다.”하설은 그제야 우건이 단지 의사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사실 괜찮아요. 며칠 지나면 저절로 나을 거예요.”우건은 조용히 하설을 바라보다 몸을 옆으로 비켰다.“내가 다치게 한 거잖아요. 내가 책임져야죠. 연고 바르세요.”하설은 목도리를 둘렀다.“병실로 돌아가서 바를게요.”우건은 눈썹을 들었다.“남편에게 들키면 끝까지 캐묻지 않겠습니까?”말문이 막힌 하설은 결국 자리에 앉았다.목도리를 풀자 희고 매끈한 목덜미가 드러났다. 하설의 피부는 빛을 반사할 정도로 하얗게 빛났다.하설은 연고를 열고 손끝에 콩알만큼 짰다. 감각에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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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하설은 당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회장님, 비밀로 해 주세요.”우건은 편한 자세로 서서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어젯밤 제가 제안한 일은 생각해 봤어요?”하설은 말이 막혔다.‘역시 사업가답네. 항상 주고받는 계산이 분명하니까.하설은 입술을 깨물었다.“이혼한 뒤에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혼 전에는 안 됩니다.”“이혼을 도와줄 수도 있어요.”“싫어요!”바로 말한 뒤 하설은 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번거롭게 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습니다.”우건은 하설을 바라보았다.정확한 날짜를 요구하는 눈빛이었다.하설은 경계심을 세우지 않았다.우건이 하율의 삼촌이라는 것도 있었고, 두 번이나 도와준 데서 오는 신뢰도 있었다.하설은 고개를 들었다.맑은 눈이 투명하게 빛났다.“오늘입니다.”미간을 찌푸리면서 우건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오늘이라고요?”하설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웃었다.“오늘, BY그룹 상장 발표회에서 배문교가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배문교와도 이혼할 거고요.”깊은 눈빛으로 하설을 바라보던 우건은 고개를 끄덕인 뒤 곧 밖으로 나갔다.하설의 핸드폰이 계속 진동했다.문교가 빨리 돌아와 상장식 준비를 하라고 재촉하는 것ㅇ이다.하설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병실로 돌아가 미소를 지으며 하율에게 몇 마디 당부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위층에 서 있던 우건은 눈을 내리깔고 하설의 차가 천천히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윤재가 말했다.“심하설 씨가 저렇게 급히 가는 건 오늘이 BY그룹 상장 발표회라서일 겁니다. 당연히 사모님도 참석해야 하니까요.”우건은 조용히 대답했다.“응.”윤재가 문득 다시 말했다.“혹시 아십니까? 이런 뒷얘기도 있습니다. 저도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배문교 대표가 배 회장의 사생아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그때 배씨 집안의 후계자였던 배기정 씨가 3년간 실종됐다가 결국 사망 선고를 받자, 배씨 집안의 방계들이 본가를 호시탐탐 노렸다고 합니다.”“배기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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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몸에 딱 맞게 재단된 정장은 핏이 완벽했다.넓고 곧은 어깨를 알맞게 살려주었고, 역삼각형 실루엣을 선명하게 드러냈다.허리선도 깔끔하게 잡혀 있어, 남자의 몸을 더욱 꼿꼿하게 보이게 했다.문교의 겉모습은 더없이 훌륭했다.하지만 누가 알까?그 번듯한 외양 아래 감춰진 건, 반복된 배신으로 너덜너덜해진 추악한 영혼이라는 것을.문교는 웃으며 다가와 하설의 손을 잡았다.“오늘 회사 상장 발표회야. 내 아내가 끝까지 곁에 있어 줘야 해.”눈을 들어 문교를 똑바로 보면서, 하설의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벼웠다.“그래.”브랜드 쪽에서 드레스를 가져왔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도착했다.문교는 하설의 귓가를 손끝으로 스쳤다.“편하게 메이크업 받아. 끝나면 양 비서가 와서 행사장으로 데려갈 거야. 난 먼저 갈게.”하설의 눈앞에는 윈저 노트 방식으로 맨 넥타이가 플래티넘 넥타이핀으로 고정되어 있었다.시선을 조금 올리자, 셔츠 깃 아래에 희미하게 붉은 키스마크가 보였다.하설이 말했다.“알았어.”하설의 고분고분한 태도가 마음에 든 문교가 기분 좋게 웃었다.“그럼 먼저 갈게.”하설은 고개를 끄덕였다.문교가 거실을 나서기도 전에, 채아가 위층에서 급히 뛰어내려왔다.“오빠, 잠깐만 기다려!”채아가 비틀거리며 내려왔다.문교가 본능적으로 부축하려고 계단 쪽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하지만 성순이 먼저 나섰다.성순이 웃으면서 채아를 붙잡았다.“윤 비서님, 천천히 내려오세요.”채아는 성순의 손을 밀어내면서 싫다는 듯 팔을 털었다.“언니한테 웃긴 모습 보여 줬네. 어젯밤 너무 힘들어서 아직 허리랑 다리가 쑤셔.”하설은 채아의 과시를 상대도 하지 않았다.먼저 성순에게 주방에 가서 하율의 아침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그런 뒤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브랜드 담당자를 데리고 위층 드레스룸으로 갔다.하설의 뒷모습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채아는, 잘록한 허리를 요염하게 흔들며 문교 앞에 섰다.그녀는 문교를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보았다.“역시 우리 오빠야. 잘생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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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2시간 뒤.하설의 메이크업과 헤어가 모두 끝났다.하설은 옆에 놓인 흰색 미니 가죽 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어머나!”“이게 어디 우리 사모님이에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님이지요!”성순은 진주빛 새틴 드레스를 입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하설을 보자 넋을 잃었다.하설이 예쁘다는 사실은 늘 알고 있었지만, 드레스를 갖춰 입고 잘 꾸민 그녀는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웠다.하설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미소를 지었다.“이모님, 너무 띄워 주시는 거 아니에요?”성순은 얼른 다가가 하설의 치맛자락을 받쳐 주었다.원래는 그 틈을 타서 채아를 조심하라고 귀띔하려고 했다. 성순은 채아가 문교를 향한 감정이 평범하지 않다고 의심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하설을 보자, 성순은 괜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문교가 눈이 먼 게 아니라면...이렇게 예쁜 아내를 집에 두고 채아 같은 여자와 엉키고 다닐 리 없었다.성순은 일단 말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문교에게 중요한 날이라서, 하설이 마음에 가시가 박힌 채 축하하러 가는 건 자신도 원하지 않았다.성순은 하설을 차 앞까지 배웅했다. “사모님, 오늘 대표님과 좋은 결과 얻고 돌아오시길 바랍니다.”양현이 몰고 온 차는 문교가 평소 가장 자주 타는 검은색 마이바흐였다.하설은 뒷좌석에 앉았다.고개를 기울이면서 낮게 말아 올린 머리를 무의식적으로 손끝으로 받쳤다.양현은 룸미러로 그 모습을 보았다.긴 머리를 올려 묶어서 가늘고 우아한 목선이 드러났다.하얗게 빛나는 귓불 아래, 작은 진주 귀걸이가 은은한 광택을 냈다.그 모습은 마치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백자처럼 고상했다.“양 비서님, 휴지 좀 꺼내 주세요.”“아, 네!”양현은 한 손으로 글러브박스 버튼을 눌렀다. 딸깍 소리와 함께 수납함이 열리자, 양현이 손을 넣고 휴지를 움켜쥐었다.“사모님, 여기...”말을 다 잇지도 못했다.양현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손에 잡힌 것은 휴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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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문교의 연설이 끝나고, 행사는 미리 준비된 질의 및 축사 순서로 넘어갔다. 사회자가 몇몇 주요 주주와 협력사를 무대로 초청해서 짧은 발언을 부탁했다.그때, 하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주빛 드레스자락이 은하수가 흘러내리듯 번지며 찬란하게 빛났다.하설은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서 손에 꽉 쥐었다.자리를 벗어난 하설은 옆쪽 지정 통로를 따라 천천히 무대로 향했다.이미 옆 통로와 무대가 이어지는 지점까지 와 있었다.문교와의 거리는 불과 몇 미터 남짓.하설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조금만 더...’‘사랑도 미움도, 은혜도 원한도 모두 끝낼 수 있을 거야.’그때 갑자기 가방 안에서 핸드폰이 울리면서 둔탁한 진동음이 울렸다.심장까지 저릿하게 흔드는 소리였지만 하설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 누가 어떤 이유로 전화를 하든, 오늘 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막을 수는 없었다.하설은 아무 표정 없이 앞으로 계속 걸었다.예상치 못한 순간, 뒤에서 손 하나가 거칠게 뻗어 나오더니 하설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힘이 너무 강해서 하설은 미처 대비할 새도 없이 휘청거렸다.하설은 미간을 찌푸리고 돌아보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임휘성이었다.창백한 표정의 임휘성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저께 같이 은행에서 확인했던 거래 내역 말입니다. 은행 직원이 방금 보내 줬는데, 배 대표 계좌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회사에서 배 대표에게 지급되는 월급은 한 달에 만 원뿐입니다. 배 대표 카드와 계좌의 주요 입금 출처는 지금 배 회장의 아내인 한소영 여사 쪽 지원금이고요.”하설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수년 동안 변호사 일을 해 온 임휘성도 이렇게 지독한 남자는 처음이었다.임휘성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지금 올라가면 배 대표와 이혼은 할 수 있습니다. 배 대표 명성도 바닥에 떨어뜨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혼한 뒤에는 배 대표 재산은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습니다.”“지금 사는 집도 한소영 여사의 명의입니다. BY그룹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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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하설은 망설이지 않고 임휘성을 이끌고 우건의 뒤를 따랐다.10분 뒤.하설은 다시 발표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임휘성이 목소리를 낮췄다.“오늘 이혼을 진행하지 않을 거라면, 저는 먼저 돌아가도 될까요?”하설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해서 가세요. 고생 많으셨어요.”임휘성은 고개를 저었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책임지고 돕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휘성은 조용히 행사장을 빠져나갔다.문교는 여전히 연설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는 열기로 가득했다. 회장 안의 난방이 더웠는지 재킷은 벗어 둔 상태였다. 흰 셔츠와 검은색 계열의 조끼가 어우러져서,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말쑥했다.‘이런 사람... 이렇게 번듯한 사람이...’‘누가 알겠어...?’시선을 내리며 비웃는 하설의 입가와 눈가에는 조롱만 가득했다.문교를 향한 조롱만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조롱이기도 했다.5분 정도 지난 후, 문교의 연설이 마침내 끝났다.대형 스크린 속 홍보 영상도 마지막 몇 초를 남기고 있었다.한쪽으로 물러선 문교는 리모컨을 손에 들고, 단정한 미소를 띤 채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홍보 영상이 끝나는 바로 그때, 화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다시 밝아졌을 때, 화면을 채운 것은 고화질 사진이었다.사진은 새해맞이 밤에 찍힌 것이었다. 불꽃이 하늘로 터지고 풍선이 떠오르는 가운데,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고개를 숙여 딥 키스를 하고 있었다.여자의 얼굴은 남자의 큰 손에 가려져 있었다.남자의 옆얼굴은 절반 정도가 드러나 있었다.차갑게 떨어지는 턱선과 살짝 치켜세운 눈썹.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귀 뒤의 작은 점이었다.옆모습 하나만으로도 회장 안의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저건 분명히...그 순간, 주주와 업계 관계자들, 기자들의 카메라까지 말없이 무대 위에 서 있는 문교를 향했다.연회장은 기괴할 정도로 조용해졌다.30초쯤 지나자, 행사장은 폭발하듯 술렁거렸다.셔터 소리가 폭우처럼 쏟아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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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하설은 팔을 거칠게 뿌리쳤다.한소영의 손톱이 하설의 손목에 거의 박힐 듯했다.“얌전히 있는 게 좋아. 저 사진, 네가 띄웠다는 거 알아.”하설의 손이 멎으면서 몸부림도 멈췄다.대기실 안의 직원들은 모두 물러났다. 한소영의 측근들까지 문밖으로 나가자, 방 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한소영은 티 나지 않게 하설을 살폈다.하설은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있었다. 주눅 들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모습이었다.한소영은 찻잔을 들고 향기 좋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다 알았니?”하설은 한소영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경계하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한소영은 찻잔을 내려놓았다.쿵!찻잔이 대리석과 부딪치는 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경고처럼 들렸다.한소영이 입꼬리를 올렸다.“심하설, 똑똑한 사람끼리 말을 빙빙 돌릴 필요 없지. 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영리하구나. 아주 조금.”하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있는 그대로 말했다.“네. 제 남편이 외도한 증거는 많이 갖고 있습니다.”한소영은 눈썹을 살짝 들었다.“내가 맞혀 볼까? 오늘 이렇게 좋은 기회를 두고 왜 문교와 같이 파멸하는 길을 택하지 않았는지. 문교 명의의 재산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하설은 대답하지 않았다.한소영이 계속 물었다.“계속 참기로 했으면서, 왜 이런 중요한 때에 놀라게 한 거야?”하설은 짧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화가 나서요.”한소영은 오히려 웃었다.“이혼하고 싶니?”하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이혼하고 싶지.’‘이토록 비열한 남자와 함께할 이유가 있을까?’‘철저하게 계획해서 배신당했고, 눈앞에서 속았는데...’하설은 반드시 이혼할 생각이었다.하지만 문교가 결혼 전부터 준비한 모든 계획에 자신이 그대로 당해 줄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하설은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어내야 했다.문교의 씀씀이는 하설이 잘 알고 있었다.문교에게는 분명히 따로 들어오는 돈이 있을 것이다.당장 하설에게 준 666점의 선물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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