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아는 미처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정확하게 말하자면 하설을 자극하려고 일부러 내리지 않은 쪽에 가까웠다.그래서 하설이 자신에게 걸어오는 것을 보고도 채아는 운전석에 편안히 앉아 있었다. 선바이저 거울을 내린 채 립스틱을 덧바르며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심지어 하설을 향해 새빨간 입술을 살짝 끌어 올려 보인 뒤, 아무 일 없다는 듯 화장을 이어 갔다.하설은 망치를 들어 올렸다.어금니를 꽉 깨물고, 온몸의 힘을 끌어모아 앞 유리를 향해 내리쳤다.굉음이 터졌다.차체가 크게 흔들렸다.채아의 손이 떨리며 립스틱이 차 안으로 떨어졌다.채아가 겁에 질린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하설은 검은 망치를 움켜쥔 채, 이미 크게 금이 간 앞 유리 한가운데를 다시 사정없이 내리쳤다.또 한 번 둔탁한 소리가 터지고, 거미줄처럼 번진 금이 빠르게 퍼졌다. 잘게 부서진 유리 조각들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채아는 그제야 충격과 공포에서 정신을 차렸다. 새파랗게 질려 소리쳤다.“미친 여자! 진짜 미쳤어!”채아가 차 문을 밀고 나가려 하자, 하설은 곧바로 차 문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채아가 뒤쪽으로 몸을 피하자, 하설은 뒷유리 쪽으로 돌아가 다시 망치를 들었다.마침내 와장창, 유리가 깨졌다. 산산이 튄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몇 조각은 차 안으로 파고들어 채아의 뺨을 스쳤다.채아는 허둥지둥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문교 오빠, 살려줘! 언니가 미쳤어! 언니가 나 죽이려고 해!”하설의 가슴속은 기이할 정도로 후련했다.오랫동안 쌓여 있던 감정이 망치질 한 번, 한 번과 함께 찌그러진 차체 속으로 박혀 들어가는 것 같았다.땀이 뺨을 타고 흘렀고, 반동 때문에 팔이 저릿저릿했다. 위장도 은근히 아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만큼은 숨이 트였다. 아주 잠깐이라도...“심하설!”문교가 빌라 안에서 뛰쳐나왔다. 슬리퍼를 신은 채 성큼성큼 하설 앞으로 다가왔다.문교는 하설의 손에 있던 망치를 빼앗아 화단 쪽으로 던졌다.곧장 하설의 팔을 붙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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