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문교는 다음 진열대 앞에서 하설을 따라잡았다.“설아, 왕호 일 들었어.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거야. 이 일은 내가 사과할게. 그날 밤... 너 괜찮았어?”이미 늦어 버린 사과.악의적으로 의심하고 난 뒤에야 나온 사과.아무 의미도 없었다.시든 꽃에 물을 주는 일은 소용이 없다.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음식과 같았다.예전에는 아무리 중요했더라도.이제는 의미가 없었다.더 생각하면 속이 뒤집힐 뿐이었다.하설은 고개를 저었다.“비가 그친 뒤에 우산을 주는 건 아무 의미 없어. 비켜, 내 길 막지 말고.”문교는 반사적으로 옆으로 비켜섰다.하설이 카트를 밀고 떠나려던 때, 문교가 하설의 손을 붙잡았다.“약속할게. 채아를 보낼게.”하설은 잠시 멈칫했다. 곧 문교의 손을 밀어냈다. 카트를 밀며 앞으로 걸었다. 목소리는 멀고 가벼웠다.“행동으로 옮기고 나서 말해.”...하설은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렸다.여덟 가지 반찬에 국 하나.요리하는 동안, 두 할머니는 하율과 거실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반원주는 휴지를 코에 대고 말했다.“저 악당이 너무 불쌍해. 매번 맞고 날아가잖아. 너무 가엾어서 못 보겠어...”주영숙은 완전히 지친 얼굴이었다.하율은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자꾸 친구들을 괴롭히려고 해서 그래.”반원주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래도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생각한 것뿐이잖아. 꼬치구이, 전골, 갈비찜, 곰탕, 매운탕... 나도 먹고 싶다.”입에서 자꾸 군침이 돌다 못해 흘러내릴 기세였다.주영숙은 질색하며 휴지를 몇 장 뽑아 반원주의 턱에 대 주었다.“정말 못 당하겠네. 난 우리 손녀 도와주러 부엌 간다. 더는 같이 못 봐.”주영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할머니, 안 도와주셔도 된다니까요. 얼른 쉬세요.”“난 가만히 쉬는 게 더 힘들다.”하설은 말문이 막혔다.“그 할망구, 제정신 아니잖아!”“알츠하이머라고요.”“나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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