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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Chapter 111 - Chapter 120

125 Chapters

EPISODE 111

한낮의 질척이고 격정적인 폭풍이 쓸고 간 평창동 저택의 거실.기진맥진한 정적 속.서로의 은밀한 체향이 공기 중에 진하게 엉켜 있었다.비스듬히 비친 황금빛 노을이 침대 위로 길게 늘어졌다.그의 단단한 팔뚝이 유진의 어깨를 소중하게 감싸 안고 있었다.도드라진 그의 굵은 핏줄 아래로 뜨거운 체온이 유진의 서늘한 살결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그녀를 억세면서도 조심스럽게 품에 안은 류가 나직하게 속삭였다.그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아래 짙은 열기가 깔려 있었다.“투자금 손실처리 할 테니까. 너무 무리 하지마.”“이러면…… 나 당신 옆에 못 있어요.”순간, 목구멍 깊은 곳에서 비참함이 치밀어 올랐다.그리고 유진은 가만히 자신의 몸에 새겨진 자줏빛 낙인들을 내려다보았다.“네가 네 몸을 갈아가면서 일하는 거, 내가 힘들어서 못 보겠어. 네 걱정 하느라 진짜 아무 것도 못 하겠어서 그래.”“나 안 힘들어요. 일이 있어서 좋아요. 목표가 있으니까 괜한 데에 한 눈 팔 일도 없고. 그리고…… 다시 예전 우리 관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돈 때문에 당신 붙잡고 있는 것 같아서 나한테 떳떳하지가 않아요.”“네가 나에게 기댔으면 좋겠어. 내가 너에게 최소한…… 필요한 사람이면 좋겠어.”“난…… 누구에게도 기대고 싶지 않아요. 나 혼자 서고 싶어요. 누구의 도움도 없이. 그러니까 날 위한다면 그냥 날 지켜봐 줘요.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류는 유진의 가녀린 어깨를 더 강하게 끌어당겨 자신의 탄탄한 가슴에 묻었다.유진의 뺨에 그의 단단한 흉근과 옅은 그의 체향이 닿았다.“그럼 약속해. 너무 힘들면 나에게 오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손 안 놓을게. 전에 약속했던 대로 널 지킬게. 내가 너 다치게 안 둬.”3년 전, 차가운 눈꽃이 날리던 스위스 제네바 포시즌 호텔.스토킹 범죄로 공포에 질려 쓰러진 자신을 밤새 감싸 안고 간호하며 위로했던 류.그때의 약속을 그는 여전히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그 다정한 약속에 두려움을 잊고 그의 깊은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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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2

저녁 식사 내내 유진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류는 그 가라앉은 기색을 집요하고 묵직한 시선으로 살폈다.조명 빛에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속눈썹.그리고 꼭 다문 입술에서 단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혹시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류의 낮은 음성이 침묵을 깨고 테이블을 가로질렀다.그제야 유진은 복잡하게 엉켜 있던 잔영에서 깨어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그냥…… 오늘 새벽에 잠을 깨서. 나 아침 잠 못 자면 예민해져서……”“아직 아침 잠버릇은 여전하구나. 그럼 오늘 밤은 내가 잘 재워 줘야겠네.”류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단단하고 커다란 손으로 유진의 가느다란 손목을 부드럽지만 단단히 쥐고는 그녀를 욕실 쪽으로 이끌었다.욕실의 쏟아지는 조명 아래.류는 유진이 입고 있던 옷의 단추를 위에서부터 하나씩 아주 느리게 풀어 내리기 시작했다.단추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그녀의 창백하고 매끄러운 살결이 드러났다.서두르지 않는 손길이 오히려 더 위압적이었다.“나가요. 금방 씻고 나갈게요.”유진이 수치심이 뒤섞인 눈으로 그를 밀어내려 했다.하지만 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싫어. 내가 너 씻겨 줄 거야. 피곤하다며.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냥 즐겨.”“나 불편해요. 그냥 나가 있어 줘요. 나 싫어요.”“왜? 창피해? 네 알몸을 이미 속속들이 다 본 내 앞에서?”“네. 불편해요.”마지막 속옷만큼은 벗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유진을 그가 가만히 내려다보았다.그 붉어진 볼과 반항 섞인 그녀의 눈빛이 오히려 그의 독점욕을 사정없이 자극했다.“알아? 난 네가 모범생 같은 예쁜 인형의 모습으로 있을 때보다 지금처럼 나에게 못되게 구는 살아있는 못난이 인형이었을 때가 더 좋았던 거.”이내 그는 숨 막힐 듯 깊고 진한 딥키스를 그녀의 입술에 퍼부었다.설익은 거절은 불허한다는 듯한 그의 대답이었다.“눈 감아.”낮게 긁히는 단호한 명령.류의 커다란 손이 유진의 얇은 레이스 속옷을 매끄럽게 벗겨냈다.마침내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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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3

여전히 차오른 물속에서.유진은 류의 단단한 가슴에 등을 편안히 기댄 채 안겨 있었다.그녀의 지친 몸을 구석구석 정성스럽게 닦아주는 그의 커다란 손길이 살갗에 닿을 때마다 유진은 다시금 은밀한 몸 아래가 후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피부와 피부가 맞닿으며 만들어내는 낯뜨거운 마찰음이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퍼져나갔다.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유진은 물속에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그를 마주 보고 스스럼없이 그의 목을 두 팔로 끌어안으며 넓은 품으로 파고들었다.류는 안겨드는 유진을 기꺼이 품 안에 가득 안아 올렸다.그리고 손바닥 위에 향기가 좋은 샴푸를 올리고 그녀의 젖은 머리를 아주 부드럽게 감기기 시작했다.스르륵ㅡ 스르륵ㅡ.언제나처럼 그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질 때면, 유진의 심장은 여지없이 그에게 사정없이 흔들렸다.5년 전.스위스 기숙사 앞 그의 차 안에서 그가 처음으로 남자로 다가왔던 그 순간.그 숨 막히게 떨리던 첫 이성적인 끌림의 기억이 선명했다.그때부터 유진의 가장 민감한 최고 성감대는 류의 손길이 닿는 머리카락이었다.그의 기다란 손가락이 젖은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지날 때마다.유진은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온몸의 혈관이 바짝 타들어 갔다.이미 웅크린 속살은 뜨거운 애액을 울컥 쏟아내며 흘러넘쳤다.“안아…… 주세요.”처음으로 남자에게 안아달라고 애원했다.끓어오르는 맹목적인 욕정에.마치 주인의 사랑만을 갈구하는 아기 고양이처럼.류의 넓은 가슴팍으로 애달프게 파고들었다.수증기 사이로 드러난 황금빛 눈동자는 이미 지독한 욕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그녀의 속살은 애액에 절여져 촉촉하게 풀어져 통통하게 부풀어져 있었다.안달이 나 자신의 품을 파고드는 유진이.류는 너무도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동시에 자신에게 매달려 우는 그녀를 조금 더 오래 눈에 담고 싶다는 지배욕구가 고개를 들었다.류는 유진의 머리를 조심히 헹구어냈다.거품이 쓸려 내려가는 동시에.그는 물 위로 아슬아슬하게 드러난 붉어진 쇄골과 어깨,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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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4

격렬했던 결합의 폭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쿠지 안.거칠게 출렁이던 물결이 잦아들자.사방으로 튀어 나가 반쯤 비어버린 물은 어느새 덧없이 차갑게 식어 가고 있었다.하지만 식어버린 물의 온도와 상관없이.서로에게 겹쳐진 채 미동도 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살결은 여전히 데일 듯 뜨거웠다.류는 자신의 가슴에 가만히 뺨을 기댄 채 숨을 고르는 유진을 단단히 끌어안았다.그리고 그녀의 젖은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아직도…… 기분 별로야?”그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류의 깊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리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를 크게 내저었다.더 이상 에구치 생각에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유진의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오직 한 사람.자신을 부서질 듯 끌어안고 있는 이 남자뿐이었다.유진의 달라진 눈빛.류는 자신의 몸 위에 나른하게 엎드린 유진의 가느다란 허리를 큰 손으로 감싸 쥐며 입술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은밀하게 속삭였다.“네가 날 유혹하는 모습…… 또 보고 싶어.”그의 노골적인 요구에 유진의 얇은 속눈썹이 잘게 떨렸다.단 한 번도 남자를 먼저 유혹해 본 적이 없었다.욕정을 밝히는 여자는 정숙하지 못하다는 무의식적인 거부감과 억압, 그리고 낯부끄러운 수치심이 가슴을 죄어왔다.그래서 유진에게 관계란 남자의 지휘에 따르는 수동적인 행위가 편했다.성적 주도권을 남자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는 소극적인 잠자리가 마음이 편했다.게다가 지난 1년 동안.사랑에는 버거워 하던 에구치는.정작 잠자리에서만큼은, 언제나 그녀를 몸 아래에 짓누르고 완벽하게 장악하기만을 원했다.그렇기에 침대 외의 낯선 공간이나 여자가 주도하는 섹스 같은 건 감히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류가 자신의 오랜 규칙과 방어벽을 사정없이 뒤흔들어 바꾸려 했다.잠시 머뭇거리던 유진의 황금빛 눈동자에 이내 묘한 열기가 어렸다.그리고 어디서 그런 대담한 용기가 생겨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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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5

대한민국 재계의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이 모두 모인 화려한 가든파티.은빛 크리스털 조명이 밤하늘 아래 흐드러지게 빛나고.차가운 샴페인 거품이 연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연회의 중심에 서서 수많은 세력가에게 둘러싸여 있던 류의 시선은 아까부터 오직 한 곳만을 향해 있었다.저만치 다른 무리에 섞여 우아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서유진.하지만 파티가 시작된 이래.유진은 단 한 번도 류를 찾지 않았다.단 한 번도,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기류에서조차.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류의 시선에 걸려들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미칠 것 같았다.비즈니스라는 완벽한 가면을 쓴 채.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지워버린 유진의 싸늘한 태도를 마주할 때마다.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것 같은 지독한 불안감이 그의 심장을 사정없이 헤집어놓았다.지난 밤의 온기는 온데간데없이, 너무도 완벽하게 타인처럼 구는 그녀의 차가운 단절.바로 그때.그를 의식한 중견 기업들의 오너들이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험담 섞인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KL그룹…… 이번에도 고비 넘겼던데. 류 회장님 안목이 대단하세요. 다들 이번에는 KL이 못 버티고 넘어갈 거라고 생각해서, 류회장님이 KL 청산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부활시키셨으니. 역시 회장님이세요.”“전 숫자만 봤을 뿐입니다. 일은 서 대표가 다 했고.”류가 와인 잔을 만지작거리며 감정이 배제된 목소리로 낮게 읊조렸다.그러자 눈치 없는 한 중견 기업의 안주인이 입술을 삐죽이며 맞받아쳤다.“그래요? 하기사 요즘 서 대표 투자자들 끌어모으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분주하긴 하더라고요. 그리고 회사 살리려면 뭐든 해야죠. 특히 저 예쁜 얼굴이 최고 무기인 걸 잘 아는지. 미디어 노출이며 언론 플레이부터 공략하는 걸 보니까. 거기다 그 요즘 잘나가는 남자배우와 스캔들도 있던데. 그러고 보면 사업 수단이 아예 없는 것 같지 않네요.”순간, 천박한 입방정에 테이블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영하로 얼어붙었다.옆에 있던 다른 기업인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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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6

화려하고 숨 막히던 연회장을 빠져나왔다.서늘하고 차가운 한기가 묵직하게 감도는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얌전히 따라오던 유진이 붙잡힌 손목을 거칠게 비틀어 류의 억센 악력에서 빠져나왔다.타악ㅡ.차갑고 적막한 공기를 가르는 마찰음.갑작스러운 거절에 류의 단단한 어깨가 일순간 굳어 들었다.그의 깊은 눈동자 속으로 숨기지 못한 지독한 불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아까 왜 그런 거예요? 그럴 필요 없었는데…… 도대체 왜?”유진의 떨리는 목소리에 류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 걸음 다가섰다.“그럴 필요 없다는 말, 무슨 뜻이야?”“그냥 날 모른 척 해 주지. 이미 당신에게 투자금 받은 것만으로도 다들 얼마나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유진의 투명한 황금빛 눈동자에 억울함과 서러움이 번지며 뜨거운 눈물이 자욱하게 차올랐다.“근데 이렇게까지 해 버리고 나면……”“걱정마. 오늘 부로 아무도 너에 대해 쉽게 말하는 놈들은 다 사라질 테니까.”“나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요. 나 홀로 서기 하겠다고. 다시는 당신 이용 하기 싫다고…!”유진의 처절한 외침에 류의 턱끝이 딱딱하게 굳어졌다.“그래서 남자 배우랑 스캔들까지 만든 거니?”낮게 가라앉은 그의 음성에서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났다.차가운 주차장 조명 아래 그의 눈빛이 사납게 빛났다.“그런 거 아니에요. 나 그 남자랑 아무 일 없었어요. 믿어줘요. 나 당신의 비밀로 산다고 해도…… 그런 짓 할 만큼 바보는 아니에요.”“알아…!!!”류가 유진의 말을 맹수처럼 집어삼키며 주차장이 떠나가라 소리쳤다.서늘한 콘크리트 벽면에 그의 격앙된 목소리가 날카롭게 공명했다.류는 유진의 가녀린 두 어깨를 뼈가 부서질 듯 움켜쥐었다.그의 커다란 손가락 끝이 미친 듯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널 못 믿는 게 아니라, 널 두고 하루에도 수천 번씩 피가 마르는 내 자신을 도저히 못 믿겠단 말이다. 그런데 널 계속 숨겨진 비밀로 두라고? 아니! 나 그 딴 짓 못 해. 네가 내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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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7

부도 직전의 KL그룹에 유진이 복귀한 지 어느덧 3년의 세월이 흘렀다.그리고 유진은 류가 내밀었던 그 지독한 독소 조항의 계약서 그대로.렉스 그룹의 거대했던 투자금을 단 1원도 남김없이 전부 조기 상환해 냈다.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의 어린 여성 CEO.하지만 온실을 깨고 나온 서유진은 독했고 또 강했다.파국뿐이던 폐허 위에서.그녀가 다시 세운 KL은 대한민국 최고의 유통 및 호텔 그룹으로 우뚝 섰다.게다가 유진은 뛰어난 미모와 세련된 패션 감각으로 매스컴을 장악하며, 이 시대 모든 MZ세대의 독보적인 워너비로 당당히 등극해 있었다.“오셨어요?”대표이사실의 문이 열리고 류가 안으로 걸어 들어오자.유진은 완벽하게 아름답고 단아한 미소를 장착한 채 그를 맞이했다.“서 대표. 투자금 조기 상환해 준 거 플러스 더블로 다시 재투자를 할까 하는데.”류가 수트 상의 단추를 가볍게 풀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제안했다.“괜찮으시겠어요? 이번엔 조건이 뭔 가요? 저희 실무진들에게 상세 조건들 전달해 주시겠어요?”“서 대표 조건에 맞추죠. 서 대표 만큼 내 돈 제대로 불려 줄 사람 별로 없으니까.”유진의 비서가 커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조용히 나갈 때까지, 류는 점잖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하지만 비서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진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았다.“여기…… 회사에요.”“그래서? 여기서 이러는 게 처음도 아닌데 갑자기 왠 내숭이지?”류는 거침이 없었다.유진의 실크 블라우스 안으로 커다란 손을 멈춤 없이 깊숙이 밀어 넣었다.지난 몇 주동안 밤새 그리워했던 그녀의 데일 듯 뜨거운 살결을 거칠게 움켜쥐자.손바닥을 타고 가파르게 전해지는 원초적인 촉각에. 남자의 이성은 그 자리에서 완벽하게 증발해 버렸다.“흐읍……!”순간 그녀의 두 손이 그의 탄탄하게 바짝 올라간 둔부를 꽉 움켜잡으며 자신의 치골로 끌어당겼다.그리고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둔부의 골짜기를 거쳐 하복부로 스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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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8

청담동 최고급 레지던스의 거대한 침대 위에서.두 사람은 밤이 새도록 서로의 육체에 질척하게 엉켜 있었다.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서로의 살결과 살결을 거칠게 부딪치고.서로의 타오르는 숨결을 남김없이 빨아들이며 기어이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두 사람을 감싼 공기는 단순한 욕정을 넘어.서로를 향한 지독한 소유욕과 결핍의 잔해들이 뒤섞인 끈적한 늪과 같았다.그리고 마침내 동이 터 올 무렵……두 사람은 따뜻한 온수와 뽀얀 비누 거품이 가득 찬 대형 자쿠지 안에 나란히 몸을 누인 채 아침을 맞이했다.욕실의 통유리창 너머로 낮게 파고든 투명한 아침 햇살이 욕조 수면 위로 눈부시게 부서져 내렸다.그 눈부신 빛을 받아 유진의 신비로운 황금빛 눈동자가 마치 보석 파편처럼 영롱하게 반짝였다.밤새도록 격렬했던 결합의 흔적으로 뺨과 목덜미는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물빛에 반사된 그녀의 나신은 처연하도록 아름다웠다.류는 미끄러운 거품 속에서 유진의 가녀린 몸을 자신의 단단하고 넓은 가슴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온기가 스며든 물결이 두 사람의 살결 사이로 출렁이며 부드러운 마찰을 만들어냈다.밤새도록 그녀의 나신을 탐했음에도.그의 목구멍에서는 여전히 지독한 갈증이 일었다.이 여자를 자신의 안에 완전히 집어삼키지 않는 한 결코 채워지지 않을 영혼의 굶주림이었다.류는 유진의 물기에 젖은 얼굴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으며, 그 깊고 아름다운 황금빛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는 유진의 나른하게 감긴 눈꺼풀 위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그의 입술이 닿자.낮 동안 그토록 오만하고 차가웠던 여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유진은 나른하게 풀린 나신으로 마치 작은 아기 고양이처럼 류의 단단한 품 안으로 부드럽게 파고들었다.류가 유진의 젖은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귀 뒤로 넘겨주며 젖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행복해?”언제나 당당하고 거칠 것 없던 남자가 던진 어색한 문장이 유진의 귓가를 맴돌았다.“네. 행복해요. 더할 나위 없이 온전하게. 당신은요?”류는 곧바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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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9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공식 열애설과 화려한 결혼 발표.그리고 뒤이어 재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파혼.잔인한 파국을 맞이한 뒤 2년 만에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을 보며.세상이 그들의 관계를 비웃었다.예전 첫 열애설과 마찬가지로 단지 KL을 살리기 위한 영악한 유진의 정략적인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라고.그저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다 끝날 일시적인 소모성 연애일 뿐이라고.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둘은 벌써 5년을 함께 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5년의 세월 동안.예전 나쁜 남자의 대표 주자였던 남자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그저 99.9%의 여자 중 하나일 뿐이라는 유진의 말과는 정 반대로 그녀는 류의 유일한 진심이었다.그는 그녀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에 그 어떤 한 치의 불안함도,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언제나 눈동자에는 유진만을 담았고.오직 유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람처럼 거대한 제국의 제왕은 그녀의 영원한 버팀목이 되어 늘 곁을 지켰다.한때 류를 세기의 바람둥이라며 경계했던 유정조차도.이제는 두 사람의 관계를 10000% 지지하는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 있었다.“그래서, 류 회장과는 도대체 언제 결혼할 거야?”강남의 한 최고급 프라이빗 라운지.유정이 와인 잔을 가볍게 돌리며 넌지시 묻자.맞은편에 앉은 유진이 픽 실소를 터뜨렸다.짧은 단발머리 아래로 드러난 황금빛 눈동자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왜 다들 나만 보면 결혼을 못 시켜서 안달인 거야? 결혼 못 해서 죽을병이라도 걸린 사람들처럼. 그깟 결혼이 뭐라고.”“아니, 너희 커플 벌써 몇 년 째인데 류 회장 나이도 있고. 그 사람 그 많은 재산 물려줄 자식은 있어야 할 것 아니야.”“언니! 노인네 다 됐네. 자식 타령 하는 거 보니.”유진은 칵테일을 무심히 한모금 들이키며 건조하게 대꾸했다.“그리고 후계 구도 때문에 꼭 결혼이 필요한 거라면 하면 되지. 다른 대단한 가문의 여자랑.”탁ㅡ!유정이 놀라 와인 잔을 테이블 위로 급하게 내려놓았다.그녀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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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20

더 원하면 죄악이라는 말.방금 전까지 제 입술로 내뱉었던 그 승리의 오만함은 지독한 저주의 서막이었을까.이미 5년이 넘는 세월 동안.단 한 번의 결실도 맺지 못한 유진과의 관계 앞에서.류는 서서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서로를 거칠게 껴안고 거센 폭풍 속에서 영원을 맹세한 지도.어느새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있었다.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유진과의 관계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자신이 그녀를 위해 구축한 화려한 온실 속에서 위태롭게 제자리를 맴돌 뿐이었다.류의 내면은 서서히 타들어가다 못해 새하얀 잿더미가 되어 가고 있었다.완벽하게 완전한 소유를 원했던 그의 오만함은 이제 형체도 없이 부서진 채 지독한 결핍의 초조함으로 변해 있었다.“너와 함께 하고 싶다고. 결혼…… 그래. 그건 포기 할 게. 하지만 왜 동거도 안된다는 건데?”집요하게 파고드는 류의 날카로운 질문에도.유진은 책상 위 서류를 정리하던 손길을 전혀 멈추지 않은 채 덤덤하게 대답했다.너무도 차분해서 오히려 살갗을 베어내는 칼날처럼 잔인하게 느껴졌다.“어차피 당신이나 나나 국내외 출장 일정이 워낙 많아서 같은 공간에 사는 거 별로 의미도 없는데, 왜 굳이 그런 불필요한 일을 하려는 거예요.”타악ㅡ!류가 참지 못하고 유진의 가녀린 어깨를 붙잡아 제 쪽으로 거칠게 돌려세웠다.유진의 시선에 걸려든 그의 짙은 눈동자는 붉은 핏발이 서 충혈되어 있었다.“네 말대로 별 의미 없는 사소한 거잖아. 난 그냥…… 조금이라도 더 너와 같이 있고 싶고… 네가 숨 쉬는 공간을 쉐어하고 싶고, 눈을 떴을 때 내 품에 안긴 너를 보고 싶을 뿐이야. 근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 내가 너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겨우 그 정도도 안 되는 거야?”“그만 하죠. 오늘 당신 너무 감정적이야. 나 갈게요.”자신을 비겁하게 피해 지나치려는 유진을 향해.류는 마침내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그가 급하게 긴 팔을 뻗어 유진의 가느다란 손목을 낚아챘다.그리고 부서져라 그녀를 짓누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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