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만한 남자에게 갈팡질팡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그저 아무 의미 없이, 자신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남자.더는 그런 남자에게 어떤 풋풋한 기대도, 서글픈 미련도 품지 않기로 결심했다.기숙사 방 안으로 들어선 유진은 차가운 거울 앞에 서서,류가 차 안에서 턱을 움켜쥔 채, 강제로 목에 채워주었던 눈부신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툭, 풀어버렸다.그리고 수십 억을 호가하는 제왕의 상징물은 이내 그녀의 서랍 안 구석에 무성의하게 처박혀 어둠 속에 버려졌다.같은 시각.지독한 패배감을 안은 채, 류는 로잔의 보 리바쥬 팰리스 호텔로 돌아왔다.오늘 밤, 그의 냉철한 이성은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그리고 위험할 정도로, 기이하고 생경한 감정의 파편들 탓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깨질 듯이 아파왔다.류는 수트 자켓을 거칠게 소파 위로 내던지며 마른세수를 했다.[지금… 내가… 저 꼬맹이를 두고 질투를 하는 건가? 미친 거지? 도대체 왜 이러는 데? 어린 여자애 하나를 맘대로 못해서… 승부욕이라도 걸린 거야? 한심하게?]딩동ㅡ.그가 독점욕의 지옥 속에서 이를 악물고 있던 바로 그때.객실 문이 열리고, 김 비서가 선물 상자 하나를 다이닝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올려두었다.“서유진씨가 일본 회사로 보낸 주신 발렌타인 데이 선물입니다.”“……놓고 나가.”류가 귀찮다는 듯 손짓했다.다시 찾아온 정적. 그는 한참 동안이나 테이블 위의 상자를 노려보다 이내 선물 포장을 뜯어냈다.루이비통 머그잔과 수제 초코렛, 그리고 작은 카드.“언제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발렌타인데이를 보내시길 바랍니다.”유진 특유의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예의 바름 하지만 감정 없는 문체.순간 류의 붉은 입술 사이로, 실소 섞인 허탈한 자조가 툭 터져 나왔다.동시에 불과 몇 시간 전, 눈이 벌겋게 뒤집힌 채 꼬맹이의 손목을 부러뜨릴 듯 낚아채며 유치하디 유치한 질투의 광기를 불태웠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스스로를 향한 지독한 짜증과 수치심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꼬맹이한테 홀려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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