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정각 9시.파리의 투명하고 맑은 햇살이 침대 시트 위로 하얗게 부서져 쏟아져 내렸다.유진은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느릿하게 두 눈을 떴다.지난 몇 달간, 스위스 학교 기숙사에서 잠들지 못했던 밤들과는 다르게.단 한 번의 뒤척임도 없이, 깊고 아늑한 평온한 밤이었다.오랜만에 맛보는 개운하고 달콤한 단잠 덕분인지, 머릿속이 투명하게 맑았다.그래서인지 어제와는 다르게, 파리의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기분 좋게 하얀 이불 속에서 막 상체를 일으키려던 바로 그 찰나.정확한 타이밍에, 최고급 조식 트레이가 방 안으로 배달되어 들어왔다.동시에 복층 계단의 따라, 류가 느릿하게 걸어 내려왔다.그는 벌써 완벽한 수트 차림이었다.지난 밤 그녀의 숨소리에 핏줄이 터지도록 밤을 지새웠을 거라곤 상상조차 안되는 모습.그때 유진이 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언제 일어나셨어요?”“한참 전.”여전히 엉망으로 헝크러지려는 파란의 불씨.그는 일부러 더 건조하게 말했다.그리고 특유의 오만한 장난기를 장착한 채, 슬쩍 미소를 지어보였다.“네가 전에 말한대로, 진짜 9시 전에는 못 일어나던데. 내가 너 깨우려고 얼마나 계단을 쿵쾅거리며 걸어다녔는지 알아? 근데도 완전 한 밤 중……”순간 유진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꼬맹이 하기 싫다며? 근데 무슨 아기도 아니고. 이렇게 남자 앞에서 무방비한 상태로 긴장감 하나도 없이. 그래서…… 지금 나더러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순간, 유진의 얼굴이 더욱 새빨갛게 타들어 갔다.그때 류의 뜨거운 시선이 자신의 파자마 위로 노골적이면서도 아주 느릿하게, 살점 하나하나를 음미하듯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 내렸다.그가 예전의 그로 돌아왔다.자신을 놀려 먹으려는 오만한 남자로.부끄러움과 당황함에 뺨부터 목덜미까지 장미색으로 붉어진 하얀 얼굴.순백색의 코튼 파자마 너머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가녀린 실루엣.그리고 지난 밤의 달빛 대신.아침 햇살 아래, 무방비하게 벌어진 탐스런 붉은 입술이 지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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