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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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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01

“아빠가 저에게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드렸는데. 아빠를 위해 다 포기했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저를 또 바닥으로 내팽개치실 수가 있냐고요! 저 이미 남자 있다는 거 아시잖아요. 저는 그렇다고 쳐도…… 렉스 그룹 류 회장이 그렇게 만만해요?”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유진은 처음으로 악에 바쳐 아버지에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그런 그녀의 분노 앞에서, 서 회장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잠깐 사귄 남자 정도는 류 회장이 용서해 줄 거다. 너만 잘 하면…”“아빠!!!”“그럼 네 엄마 회사인 KL가 무너져도 넌 상관이 없니? 아버지 감옥 가도 넌 상관없는 거냐고? 그 고아 자식이 뭐라고!”“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유진의 황금빛 눈동자가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서 회장은 오히려 혀를 차며 유진의 어깨를 강하게 쥐고 흔들었다.“네가 협조하지 않으면 우린 전부 끝장이야. 우릴 도와 줄 사람… 류 회장이 유일하고… 그리고 너라면 세상을 줄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세상 최고의 남자를 두고 바보 같이.”쿵ㅡ!아버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유진 자신조차 이제야 뒤늦게 알아차렸던 류의 그 지독한 진심을 아버지는 진작에 간파하고 이용하려 든 것이었다.순간 유진은 정신이 아득하게 무너져 내렸다.그 처절하고 형편없는 자신을 담보로 삼아 여전히 류의 마음을 이용할 생각뿐인 아버지의 추악함에 미칠 것 같은 환멸과 분노가 치밀었다.KL를 포기할 때마저도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아버지가 미웠다.그리고 너무도 비참했다.“류 회장이 도와준다고 해도 이젠 제가 싫어요. 다시는 절대로 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마세요. 더 이상 그 사람한테 염치없는 짓 할 수 없어요. 다시 그 사람 마음 이용하셔서 상처 주시면 다시는 아버지 안 봐요.”유진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며 서 회장의 손을 뿌리쳤다.“어차피 KL그룹 이미 옛날에 끝났다는 거 알아요. 그리고 아빠, 그 여자와 아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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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02

“헤어지자”빗방울이 가파르게 쏟아지는 동작역 한강공원의 한복판.유진을 마주하자마자.에구치가 이별 통보를 내뱉었다.“네?”아버지에게 사생아라는 낙인이 찍힌 채 쓰레기통에 버려졌다.죽을 것 같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그런 자신의 숨통을 틔워줄 구원이라 믿고 무작정 달려온 남자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이 이별이라니.유진은 정신이 미쳐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귀가 먹먹해지며 빗소리조차 아득해졌다.“다 지겨워졌어. 너랑 소꿉놀이”“알아요. 내가 다 잘못했어.”유진은 쏟아지는 빗물을 닦아낼 생각도 하지 못한 채…에구치의 젖은 셔츠 자락을 붙잡았다.“요즘 내가 좀 예민하게 굴었던 거 미안해요. CPA 준비하느라 좀 힘들었나 봐. 이제 끝났으니까. 잘 할게요. 전보다 훨씬 더 잘 할게. 화 풀어줘요. 응?”에구치는 유진의 애달픈 변명 따위는 귀에 담고 싶지도 않다는 듯 서늘하게 시선을 돌렸다.에구치의 내면은 이미 비틀린 열등감의 지옥이었다.유진은 자신에게 무엇 하나 기대거나 털어놓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는 안다.쓰임이 다하면…… 결국 버려진다는 것을.그의 인생이 늘 그랬듯이.그리고 또다시 버려지는 것은, 목숨을 끊었으면 끊었지.과거의 그 끔찍한 기억처럼, 또다시 누군가에게 버림받을 수는 없었다.이미 충분히 버림받았다.자신의 유일한 빛이었던 유진마저 자신을 버리게 둘 수 없었다.최소한 버리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상처받은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비겁하고도 유일한 방어기제였다.“이제 나랑 놀 만큼 놀았잖아. 그만 하자”“이러지 마. 제발 이러지 말아요. 나 선배 사랑해요”“사랑?”에구치가 빗물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내가 너에게 사랑한다고 한 적이 있어?”“알아요. 아직 선배는 아니라는 거. 하지만 나 자신 있어. 언젠가는 선배가 날 사랑하게 만들 자신. 부탁이에요. 기회를 줘요”“난 그런 쓸데 없는 감정 놀이 할 만큼 한가롭지 않아. 이제는 내 인생에 충실하고 싶어. 더 이상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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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03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인천국제공항 활주로.그는 워싱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자신의 무거운 몸을 실었다.요란한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에구치의 온몸에 시뻘건 열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지독한 오한과 통증 속에서, 가혹했던 기억이 검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검은 세단의 헤드라이트가 그의 발걸음 앞을 가로 막았다.차의 뒷좌석의 창문으로 유진의 아버지, KL그룹의 수장인 서 회장이 모습을 들어냈다.“자네, 우리 유진이 그만 놔주게.”일식집 룸에서 마주 앉은 서 회장은 지독하게 오만한 얼굴로 에구치를 내려다봤다.찻잔이 부딪히는 달칵 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죄송합니다, 아버님.”“자네의 욕심 하나에, 유진의 생모가 남긴 유산인 KL 그룹이 좌초되기 일보 직전이야. 자네 때문에 유진에게 배신당한 렉스 그룹의 류 회장이 가만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나?”“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유진이가 돌아와 무릎 꿇고 빌기만 하면 용서해 주실 거네.”에구치는 미동조차 없이 단단하게 입술을 다물었다.“유진이 먼저 제 손을 놓기 전까지는. 전 절대로 유진과 헤어질 수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서회장은 이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자네, 유진이 엄마가 왜 죽었는지 아나?”“……네?”“그 로즈마리 화단… 그게 유진에게 무슨 의미인지 아냔 말일세.”에구치는 아무 말 없이 주먹을 쥔 채 입술만 굳게 다물었다.“그 화단은 유진 엄마의 죄책감이었지. 사랑했던 남자를 배신하고 가문을 위해 나를 선택했던 그 죄책감에 매일 밤 잠들지 못하고 지독한 우울증에 빠졌었지. 그래서 유진과 내가 매일같이 정성을 다해 가꾸었지. 조금이라도 그녀가 편해지기를 바라면서. 그럼에도 스스로 생을 끊어버렸네.”에구치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우리 유진이도 엄마처럼 비참하게 죽게 만들 작정인가?”하지만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그를 보며, 서 회장은 마지막 쇄기를 박았다.“하나만 묻겠네. 혹시 우리 유진이가 자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힘들다고 투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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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04

에구치가 떠났다.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세상에서 유진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그저 아득한 어둠 속에서 잠을 자고,또 잤다.눈을 떴을 때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가혹해,차라리 이 모든 지독한 고통이 그저 악몽이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하지만 깨어난 아파트의 서늘한 공기는 그녀가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음을 잔인하게 증명할 뿐이었다.‘세상에 혼자 떨어진 기분… 그거 생각보다 별로거든.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에구치가 자신을 위로하며 무심히 뱉었던 그 쓸쓸한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았다.[그 기분을 잘 안다면서 날 어떻게 버릴 수가 있죠? 하필 지금 선배 없이는 나 정말로 이 세상에 혼자인데. 정말 나 선배에게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었어요? 선배 없이 내가 어떨 지 내 생각 같은 건 상관없어요?]유진은 피눈물을 흘리며 그를 원망했다.[난 선배와 함께 하기 위해 모든 걸 버렸는데. 선배는 그저 내 곁에 있어줄 수도 없는 거예요? 겨우 의대 한 학기가 나보다 더 중요한 거였어요?]원망의 끝은 지독한 자괴감과 후회로 이어졌다.그 가난하고 외로운 남자가 자신의 유일한 구원이라 믿었던 마음이.그에게 구걸하듯 사랑을 기대했던 제 자신이 미치도록 혐오스러웠다.태어나 단 한 번도 온전히 받아본 적 없는 그 허깨비 같은 ‘사랑’이라는 감정.그런 감정 때문에 이토록 쉽게 영혼을 베이는 나약하고 한심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미치도록 후회했다.[욕정도 사랑이라고 믿었던 등신. 그 사람 말대로 그저 얼굴 하나 반반한 거 밖에는 없는 주제에 도대체 뭘 기대한 거니?]유진은 물 한 모금조차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했다.이대로 숨이 끊어져도 좋겠다는 생각뿐. 살고 싶지 않았다.홀로 남은 낡은 임대 아파트의 차가운 바닥에 덩그러니 남겨진 채.유진은 탈진으로 의식을 잃어버릴 때까지 눈물을 쏟아내다 결국 암전 속으로 추락했다.‘서유진!!! 서유진!!!’그런 그녀를 발견한 건 다름아닌 류였다.그는 허망하게 추락하던 그녀의 연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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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05

“류 회장…… 우리 유진이 얼굴을 봐서라도 이번 한 번만 눈감아주게. 알다시피 걔가 만난다는 그 시원찮은 남자는 내가 이미 깔끔하게 정리를 해두었네. 별것도 아니었고, 그저 잠깐 만난 거니까……. 아직 애가 어려서 잠시 실수한 거니, 부디 넓은 아량으로 예쁘게 봐주게나.”서 회장은 비굴하게 손을 비비며 류의 안색을 살폈다.거대하고 화려한 류의 집무실.그 압도적인 공기 속에서 서 회장의 목소리는 추하게 떨렸다.“왜 그러셨죠? 그럴 필요 없었는데.”“류 회장, 우리 유진이 진짜 버릴 생각인 건가?”“우리 유진…… 흣!”류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실소가 배어 나왔다.“글쎄. 제가 유진을 가진 적이 없는데 어떻게 버리죠?”“그럼 진짜로 우릴…… KL그룹을 더 이상 도와 줄 수는 없다는 말인가?”“네.”단 한 마디의 자비도 없는 거절에 서 회장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그는 급기야 중심을 잃은 사람처럼 무릎을 꺾으며 대리석 바닥으로 주저앉았다.“내가 이렇게 무릎 꿇고 빌겠네. 이번 한번만 더……!”“전 서 회장님 무릎은 필요없습니다. 다만……”류의 짙은 눈동자가 사나운 빛을 띠며 내려다보았다.“다만?”“물러나시죠. 아니, 전부 정리하시죠.”“뭘 말인가? 대체 뭘 놓으라는 건가?”“서유진과의 가족 관계. 회사 경영권. 전부 놓고 나가시면 제가 서유진과 협상 하겠습니다. 대신 회장님의 법적 책임은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편히 퇴임하시고 어디 공기 좋은데 가셔서 친아드님과 사모님 모시고 편안히 지내시면 됩니다.”서 회장의 눈빛이 순간 기괴하게 반짝였다.류의 단호한 협박 속에서, 그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 이해타산을 계산하기 시작했다.“혹시 유진에게 들었나? 자네에게 유진이 그 걸 말한 거 보니, 두 사람 관계…… 아직 안 끝난 거 맞는 거지?”여전히 유진을 미끼로 흔들면.류 요스케라는 거대한 대어를 낚아챌 희망이 있다는 판단이 서자.서 회장의 내면에 도사린 추악한 탐욕이 고개를 들었다.[그럼 그렇지. 류 회장 같이 악랄한 놈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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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06

지독한 어둠의 심연을 한참 동안 헤매다 병원에서 간신히 의식을 차렸을 때.유진의 흐릿한 시선 끝에 가장 먼저 걸려든 사람은 류였다.그 오만하고 냉정했던 남자가 세상 전부를 잃은 것 같은 처참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의 시선이 너무도 생생하게 아파서.유진은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의 처참한 몰골을 마주하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이내 그녀의 시선으로 그의 커다란 손에 하얗게 감긴 붕대가 들어왔다.“다쳤어……요?”“네가…… 지금 남 신경 쓸 때야? 괜한 데 오지랖 떨지 말고 너나 신경 써.”그의 변함없는 말투.언제나 가시를 세워 제 자존감을 짓밟는다고 생각했던 그 비뚤어진 문장들.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지독한 걱정의 실체를 과거의 유진은 미처 알아보지 못했었다.하지만 이제는 보였다.그렇게 간절하게 그의 사랑을 원할 때는 단 한 조각도 느껴지지 않았던 그의 진심이 모든 것을 잃고 다 망가진 지금에 와서야 너무도 훤히 들여다보였다.잔인한 운명의 장난이었다.그러나 유진은 아는 척할 수 없었다.지금의 자신은 그에게 돌려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하필 그 잔인한 첫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다 태워버렸다.그녀의 사그러진 마음은 재마저 남지 않았다.너무 늦게 알아차린 류의 진심을 담을 마음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나에게…… 오지 마세요. 이번에는.”유진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류를 보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한 남자에게 내 온 마음을 다 바쳤어요. 내 자신마저도 남아 있지 않을 만큼. 이제는 텅 빈 껍데기만 남아버려서…… 난 줄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 오지 마세요.”황금빛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텅 빈 허공을 위태롭게 맴돌고 있었다.“안 가. 안 갈 테니까. 지금은 너만 생각해.”그녀의 처절한 거절에도 류는 피하지 않았다.오히려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서며 낮게 읊조렸다.“그러니까 우리…… 이제 일만 하자. 그건 어때?”*그의 제안은 예전처럼 잔인한 조건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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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07

고요하게 가라앉은 KL 대표이사실.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그리고 어스름한 스탠드 조명 아래 그녀가 류의 시선 안으로 걸려들었다.회의 테이블 의자에 기대앉은 채 까무러치듯 잠이 든 유진.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수트 자켓을 벗어 대충 걸쳐두고 어떤 움직임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네이비 셔츠 드레스에 짧게 자른 시스루 뱅 단발 머리.유진은 언제나처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그리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안쓰러워 그의 심장을 미치게 만들었다.류는 조심스럽게 긴 팔을 뻗어 그녀의 가녀린 몸을 단숨에 안아 들었다.깃털처럼 터무니없이 가벼운 무게감이 양팔에 와닿자 그의 가슴이 다시 한번 덜컹 내려앉았다.류는 사장실 뒤편에 마련된 좁은 휴게실 간이침대 위로 유진의 몸을 조심스레 눕혔다.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녀에게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류는 침대 머리맡에 낮게 앉아 유진의 하얀 뺨 위로 흐트러진 단발머리 끝자락을 가만히 손가락으로 쓸어 넘겼다.그의 미세한 손길. 유진이 잠에서 깼다.“미국에서 언제…… 오셨어요?”류는 대답 대신 붉게 충혈된 눈동자로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그의 시선이 숨이 막혀 유진은 본능적으로 피하려 침대에서 자리를 일으키려 했다.“마침 잘 오셨어요. 이번 달 매출 현황 나왔는데……”그때 유진의 가느다란 손목을 류가 단숨에 낚아채 주저앉혔다.“사랑해.”낮게 긁히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너무도 절실하게 원했던 그 구원의 한마디.유진은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멍해졌다.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는 유진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거칠게 감싸 쥐었다.“읍……!”타액이 은밀하게 얽히고 가파른 숨결이 사정없이 뒤엉켰다.류는 유진의 입안 구석구석을 난폭하게 헤집으며 그녀를 몰아붙쳤다.이번만큼은 그녀가 도망치도록 둘 수 없었다.류는 유진의 젖은 숨결 위로 간절하게 속삭였다.“다시 널 내 곁에 두고 싶어. 더 이상은 나 안 되겠어. 너 없이는.”그 묵직한 간절함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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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08

“이제…… 가요. 벌써 5시에요.”그의 넓은 품에서 유진이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살점을 맞댄 채 밤새도록 서로를 탐닉했던 뜨거웠던 순간이 끝난 새벽.류는 자신의 앞에서 옷을 걸치는 유진의 이마 관자놀이 볼……그리고 가녀린 어깨 위로 아주 느리고 부드럽게 그러나 숨이 막힐 정도로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밤새 도려낼 듯 거칠었던 남자의 입술은 서글플 정도로 다정하게 그녀의 온몸을 핥아 내렸다.그의 뜨거운 후희에 겨우 옷을 갖춰 입은 유진의 몸이 다시 가늘게 떨렸다.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자신의 넓은 품 속으로 다시 꽉 끌어안았다.자신을 향해 아픈 눈빛을 보내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그 시선이 힘겨웠다.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이 남자를 정면으로 마주 보는 일이 이제는 버거웠다.그의 시선이 와닿을 때마다.그녀의 심장은 자꾸만 쿵 소리를 내며 위험한 경고음을 울려댔다.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죄책감이 목을 조여왔다.그의 사랑을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예전 순진했던 서유진은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렸다.면죄부 없는 비즈니스의 판도 위에서.예전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인질 삼아 그를 이용할 수 없었다.그래야 부서지지 않은 채로 그의 곁에 머무를 수 있었다.다시 사랑이면 모든 다 된다고 믿었던 바보 같은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간다면.그녀는 이번에도 그의 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이제는 그를 사랑할 수 없으니까.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그렇기에 유진은 그의 진심을 애써 모른 척 또 가차 없이 부정했다.필사적으로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유진.류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아주 길고 간절하게 입술을 맞추고 그녀를 놓아주었다.“내게서 도망치지만 마. 그 이상은 안 바랄 테니까.”*“이번 달 매출 보고 오늘 점심에 볼 수 있을까?”같은 날 오전 10시. 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점심 말고 오후 3시 어떠신가요?”“약속이 있다? 나보다 더 중요한 클라이언트는 없을 텐데?”휴대폰 화면 너머로도 너무나 훤히 들리는 그의 여전한 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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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09

그의 이성은 이미 하얗게 불타 사라진 지 오래였다.2년 전 이 차가운 저택에서 독한 위스키로 간신히 억눌렀던 맹수 같은 지배욕이 마침내 해방된 순간이었다.류는 과감하게 유진의 블랙 랩 드레스의 벌어진 옷 자락 사이로 커다란 손을 밀어 넣었다.그리고 순식간에 그녀의 블랙 레이스 팬티를 움켜쥐고 가차 없이 그대로 찢어발겼다.투둑ㅡ.가냘픈 마찰음과 함께.거친 실오라기가 뜯겨 나가는 외마디 비명이 현관의 정적을 사정없이 찢었다.너무 놀란 숨이 급하게 들이쉬기도 전.쨍그랑ㅡ 벨트 버클의 차가운 금속 마찰음이 섞여 들었다.류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유진은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그때 그가 그녀의 탐스러운 둔부를 단단한 악력으로 움켜쥐고 현관 벽면에 그녀를 번쩍 밀어 올렸다.그리고 단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자신의 뜨겁고 거대한 중심을 그녀의 은밀한 틈새로 단숨에 밀어 넣으며 잔인하게 하나가 되었다.갑작스럽게 몸 안 가장 깊은 곳까지 무지막지하게 밀고 들어온 거대한 부피감.순간 벼락이 치듯 치밀어오른 고통의 쾌락에 유진의 척추가 바짝 굳어 들었다.그녀는 류의 넓은 어깨에 매달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차갑고 딱딱한 현관 대리석 벽면에 기댄 채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속옷이 찟겨진 채 여전히 허리에 걸려있었다.그리고 둘 다 옷도 벗지 않은 채 날것으로 나누는 결합.너무도 노골적이고 위험했다.“하윽! 잠깐만요…… 여기서 이러지 말고 2층으로. 아…… 제발……”그를 힘겹게 붙잡고 있던 유진의 손가락이 하얗게 질리며 급기야 그녀의 손톱이 그의 어깨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이미 눈이 완전히 뒤집힌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제발…… 다른 곳으로…… 읍…!”그녀의 애달픈 애원을 그는 입술로 집어삼키며 짐승처럼 맹렬하게 허리를 쳐올렸다.가녀린 골반이 단단한 남자의 치골에 사정없이 부딪히며 비릿한 파열음이 울렸다.그는 주체할 수 없는 속도로 클라이막스를 향해 폭주하듯 내달렸다.너무도 어색하고 생소한 공간.엉망으로 꺾인 채 허공에 매달린 불편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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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0

겨우 젖은 입술을 서로에게서 떼어냈다.그때 그가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봤다.그의 시선이 너무도 아팠다.그리고 류는 안아 들고 있던 유진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아주 잠시 힘을 살짝 늦추었다.그때 팽팽하게 부풀었던 물풍선이 터진 것처럼.유진의 절정의 흔적이 현관 바닥을 향해 투명하게 쏟아져 내렸다.파박….!현관 바닥에 아주 작은 물 웅덩이가 생겼다.의지로는 컨트롤 할 수 없었던 생리 현상에 유진의 얼굴이 복사꽃처럼 물들었다.“아…… 어떻게…… 내가 왜 이러지. 미안해요.”여전히 육체를 지배하는 극치감의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남자의 품 안에서.유진은 순간 부끄러움과 당황함에 어쩔 줄 몰랐다.이내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그를 밀어냈다.하지만 류는 자신을 몸에서 빼내려는 유진의 허리를 놓아주지 않았다.오히려 더 깊게 끌어안았다.그리고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불을 적셨다.“부끄러워 할 필요 없어. 내가 널 만족시켰다는 거니까.”류는 유진의 턱을 들어 올리며 그녀의 달아오른 모든 숨결을 정복했다.“2년 전…… 이 집에 처음 온 날. 네가 날 얼마나 괴롭혔는지 알아?”“………”“아니, 3년 전 제주도에서. 아니다. 그보다 훨씬 전, 파리 샹그릴라에서의 마지막 밤. 내가 널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내가 얼마나 피 터지게 참고 참았는데……”화르르 이성이 타버린 남자의 눈빛.“후회했어. 널 욕심내지 않고 보내준 걸. 그리고 너만 생각했어. 지난 2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니 매순간마다.”그는 또다시 유진을 차갑고 딱딱한 거울 벽면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이번에는 그녀의 블랙 랩 드레스의 헐겁게 흐트러진 매듭이 가차 없이 풀어 헤쳐졌다.반쯤 벗겨진 드레스 사이로.엉망으로 찢겨진 블랙 레이스 팬티가 허리에 걸쳐진 채.그 아래로 은밀한 속살이 너무도 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그에게 정복당해 발갛게 달아올라 번들거리며 젖어있는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며 반라의 상태로 그의 앞에 서 있었다.“눈 앞에 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너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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