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Chapter 41 - Chapter 50

51 Chapters

EPISODE 41

“3년이나 약 올렸음… 충분해. 이젠 성인이 된 널 내가 참아줄 이유… 없으니까”류는 자신을 쳐내는 유진의 가냘픈 손길을 비웃으며,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지 않았다.아니… 놓지 못했다.숨이 막힐 정도로, 유진이 간절했고 지독하게 그리웠다.5달 동안 다른 여자와 스캔들을 터뜨리며…자신의 감정을 속이려 했던 시간들 마저 무색할 만큼…자신의 품 안에서, 두려움에 떠는 그녀를 원하는 자신을… 그는 이제 멈출 수가 없었다.그의 브레이크는 이미 박살난지 오래였다.가늘게 벌어진 파자마 깃 사이로…류의 뜨거운 입술이 유진의 하얀 목덜미를 사정없이 집어삼키려던 바로 그 순간…‘꽝’주거동 바로 옆 리모델링 공사 건물 2층에서…무겁고 날카로운 강철 자재가 콘크리트 바닥으로 사정없이 추락하는… 굉음이 새벽의 정적을 거칠게 찢어발겼다.엄청난 소음에, 류의 광포하게 움직이던 손길이 허공에서 딱 멈추어 섰다.지독한 원망 그리고 서러움…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유진의 황금빛 눈동자가 류의 시선에 정면으로 닿았다.그 맑고 깨끗한 눈망울을 마주한 순간…류의 가슴 한구석에, 아주 찰나의 미안함과 죄책감이 스치고 지나갔다.인형으로 박제해 두고… 그녀를 자신의 장난감처럼 다루었지만,울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언제나 그의 심장에 균열을 냈다.하지만 언제나처럼 뻔뻔해졌다.“걱정 마. 결혼 전까지… 선은 지킬 테니까 하지만 이제부터 적응해야 할 거야. 너도 알다시피 우린 어제 저녁 부로 공식 커플이니까 그리고 이 정도는 너랑 나 처음도 아니잖아”*“싫어!”로즈마리 화단 앞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에구치는 급하게 공사 건물 2층에서 밖을 내려다 봤다.유진…그녀가 어떤 남자에게 붙들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낯이 익숙한 남자…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사진으로 봤던 렉스 그룹 류 요스케.유진의 약혼자.그때 그 남자의 손길이 유진의 몸을 유린했다.순간 에구치의 몸 안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그의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만들었다.그는 눈 앞에 보이는 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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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2

폭풍 같은 주말이 끝났다.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든 열애설 기사로…자신의 신분이 강제로 박제된 후 처음으로 들어선 대학교 강의실.유진은 차가운 철제 문고리를 잡은 손끝을 잘게 떨었다.심장이 기분 나쁘게 명치를 때려댔다.차라리 이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칠 곳 따위는 없었다.유진은 깊은 숨을 들이쉬며, 익숙한 가면을 쓰듯 애써 밝고 무해한 표정을 얼굴에 얹었다.그러고는 평소 아는 척을 하던 학과 동기들을 향해 먼저 걸어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안녕……! 주말 잘 보냈어?”“어? 어…… 아, 안녕.”인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웅성거리던 강의실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듯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떫은 감을 씹은 듯한 표정의 친구들…잠시 서로의 눈치를 보며 쑥덕거리더니 이내 더러운 오물이라도 피하듯 유진을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강의실 저 반대편 구석으로 우르르 자리를 옮겨 버렸다.순식간에 아무도 유진의 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수행원들 없이도 늘 그렇듯 자신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마치 섬처럼 모두와 단절된 느낌.*“야… 걔 1학년 서유진이 KL그룹 상속녀라며 어쩐지 좀 부내가 나는게”“소문으로는 그 얼굴 만드느라 10억을 쏟아부었다는데 암튼 맨날 컬러렌즈 끼고 다니는 게 외모 허세가 좀 있다고 생각했다”“그래도 완전 자연스럽지 않냐? 어느 병원에서 했는지 여자애들끼리 쑥덕거리던데?”“원래 본판이 어땠는데?”“완전 개판이어서. 성형 받고 그거 숨기느라 스위스에서 학교 다녔다더라”“그래도 수석을 했으면 머리는 좋은가 보네”“야! 수억원짜리 쪽집게 과외 받았음 다 쉽게 하지… 소문으로는 스위스에서 아이비 못 들어가서 어쩔 수 없이 수능 봤다는데?”“같은 과 애들이 그러는데… 걔 3년 된 일본인 남친이 있다고 했다는데… 그럼 그 남친이 렉스 회장이었던 건가? 그럼 대박 아니냐?”“그럼,,, 고 1때부터 10살이나 나이 많은 남자를 꼬셨다는 건데 거기다 렉스 회장 탑 A급 여자 연예인들만 골라서 즐기는 걸로 유명한 바람둥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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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3

도서관 5층 코너 구석.거대한 벽처럼 자신을 가로막아,세상의 모든 더러운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해 준 에구치의 실루엣을 보며…유진은 잠시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리고 심장의 진동이 서서히 가라앉자,그녀는 천천히 백팩의 지퍼를 풀고 노트북을 열었다.전공 서적을 꺼내고 노트북을 열었다.그리고 마치 세상에 오직 활자와 자신 두 가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무섭게 몰두하기 시작했다.지금 그녀에게 눈 앞에 펼쳐진 글들은,사방에서 자신을 난도질하는 추악한 소문들을 강제로 지워내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였다.창밖의 푸르스름한 햇살이 오렌지빛 노을로…그리고 이내 새까만 밤하늘로 완전히 뒤바뀔 때까지…유진은 미동도 없이 노트북 화면만 들여다보았다.그러다 지독한 피로감이 몰려왔는지,자신도 모르게 딱딱한 책상 위로 스르륵 엎드려 짧은 잠에 빠져들었다.밤 8시 30분.에구치는 차가운 캔커피 두 개를 유진이 자고 있는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그리고 칸막이 너머로 곤히 잠든 그녀의 얼굴을 잠시 가만히 바라보았다.살짝 흐트러진 셔츠 깃 사이로 드러난, 눈이 부실 만큼 하얗고 가녀린 목선…그 우아하고도 처연한 선에 에구치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단단히 박혀버렸다.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후끈하게 달아오르려는 눈치 없는 본능.그는 거칠게 숨을 집어삼키며 시선을 강제로 돌려야 했다.바로 그때 중앙도서관의 폐관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고요한 서가 사이에 울려 퍼졌다.에구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나직하게 그녀를 깨웠다.“서유진.”나직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유진이 깜짝 놀라 벌떡 고개를 들었다.시야가 흐릿한 가운데 칸막이 너머로 커다란 실루엣의 에구치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늘 자신을 감시하고 억누르던 류의 포식자 같은 시선과는 전혀 다른…그 듬직하고 부드러운 눈빛에 순간 유진의 심장이 덜컹 거렸다.“지금 나가야 돼. 이거 마시고 정신 좀 차려 봐.”유진은 그가 건넨 캔커피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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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4

유정이 유진을 찾아 학교로 왔다.정오의 햇살이 교정에 부서지는 시간,카페 테라스에 마주 앉은 유진의 얼굴을 유정은 조심스럽게 살폈다.지난 일주일간 대한민국을 뒤흔든 류 요스케와의 열애설,그리고 학교에 퍼진 추악한 루머들.걱정했던 것과 달리, 유진의 표정은 눈물 자국 하나 없이 담담했고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유정은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이내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쾌활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나… 하고 싶은 게 생겼어”“그게 뭔 데?”“나… 의사될래”유진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크게 흔들렸다.프랑스에서 미술사학을 하기 싫다고, 집을 뛰쳐나와 가출 중인 사촌 언니였다.그런 유정의 입에서 ‘의대’라는 터무니없는 단어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뭐? 의대를 가겠다고?”“응. 내년에 너희 학교 후배로 어때?”유정이 장난스레 웃었지만,그 순간 유진의 가슴 한구석은 얼음물을 끼얹은 듯 서늘하게 내려앉았다.척추를 타고 기분 나쁜 전율이 흘렀다.두뇌가 무서운 속도로 인과관계를 짜 맞춰 나갔다.[혹시 그 남자와 언니… 이 정도로 좋아하는 건가?]“갑자기 왜 의사…야?”심장이 쿵쾅거리며, 질투라는 낯설고 뜨거운 감정이 목구멍을 압박했다.유진은 숨을 고르며, 에구치의 존재를 애써 모른 척 유정에게 건조하게 되물었다.“요스케가 공부하는 전공서적을 우연히 보다 보니까 무지 재밌는 거야. 그래서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어졌어”요스케.유정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그 남자의 이름에,유진의 입술 사이로, 메마른 바람 소리가 힘없이 새어 나갔다.자신이 도서관 구석에서 일주일 동안 그토록 의지했던 그가, 언니의 일상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녹아들어 있었다.한집에 살며, 그의 전공 서적을 곁에서 지켜보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관계.비참함이 명치를 찔렀다.“아… 잘됐네. 그럼 이모에게는 말해도 되겠네. 뭐 이상한 거에 꽂힌 것도 아니고 허락해 주시지 않을까?”“글쎄…”유정이 냉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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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5

“그런 세세한 과거까지 말할 정도로… 둘이 친해진 거야?”유진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건조하고 덤덤한 어조로 물었다.하지만 노트북 마우스를 쥔 손 끝에는 가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에이! 아니. 요스케가 그렇게 사교적이었음 내가 가만 뒀겠니? 사람이 너무 내성적이고 답답한 게… 아우… 매력없어”유정이 손사래를 치며 픽 웃음을 터뜨렸다.한집에 살면서도 그 남자의 무뚝뚝함에 혀를 내둘렀다는 듯 지극히 가벼운 태도였다.“그럼 그건 어떻게 알았어?”“지난 주에 놀러 온 선배가 알고 보니 백현병원 외아들이더라. 대학병원 레지 1년… 허창현. 나… 어렸을 때 몇 번 봤거든. 그래서 확 친해졌지. 엄마 설득할 때 확실한 내 편이 돼 줄 것 같기도 하고… ㅎㅎㅎ”유정의 계산적인 미소에 유진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뭐? 언니 편? 그럼 이 집 남자가 아니라… 그 선배란 사람과… 사귀어?”“아직 사귀는 것까지는 아니고. 근데 꽤 괜찮은 조건이라 긍정적으로 생각 중이야. 의대 가려면 그 정도 동아줄은 잡아야지.”“하… 진짜 언니는 대단하다”유진의 붉은 입술 사이로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 같은 탄식이 허탈하게 새어 나왔다.상류층 가문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알고,그것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영악하게 이용할 줄 아는 사촌 언니의 영악함이 새삼 이질적이었다.“치, 칭찬이지? 암튼 들어봐! 대박인 건 그 다음이야”유정이 의자에서 상체를 쑥 내밀어, 유진에게로 바짝 다가앉으며 목소리를 은밀하게 낮췄다.뭔가… 대단히 재밌는 가십을 잡았다는 듯,“창현 선배 여동생이 옛날부터 요스케를 엄청 많이 좋아했었대. 근데 요스케가 단박에 거절했다더라. 쇼킹하지 않냐? 빽도 줄도 없는 고아 출신 의대생이 백현병원 집안 막내딸을 단칼에 마다해?”“거기 집안에서 반대했겠지”유진은 자판을 두드리며 냉정하게 말을 보탰다.그러나 심장은 이미 기분 나쁜 동요로 요동치고 있었다.“아니. 아니래. 창현씨 여동생… 내가 소문 들어서 알거든… 심장이 약하다고 그래서 임신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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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6

“오늘은… 도서관 말고 우리 집에서 아침 먹을 래요?”일출의 푸르스름한 미명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5시 30분.유진이 화단 앞에 묵묵히 서 있던 에구치의 등 뒤로 살며시 다가와 물었다.언제나 어색하게 얼어붙어 있던 그녀의 목소리에 아주 미세한 온기가 실려 있었다.에구치가 모종삽을 쥔 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진은 그의 시선을 끈질기게 붙잡으며 말을 이었다.“오늘은 수업이 많아서 도서관에 있을 시간도 없고… 더 이상 수업 스킵하다간 학사경고 받을 것 같아서”“오늘도 라면?”에구치가 흙을 털어내며 툭 던지듯 물었다.눈매에 옅은 장난기가 스쳤다.“아니요. 기대해요”유진이 베시시, 일주일 만에 생기를 되찾은 맑은 얼굴로, 그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그 무해하고 청초한 미소에, 에구치의 심장이 쿵, 하고 무겁게 내려앉았다.화단 정리를 서둘러 마친 에구치가 흙 묻은 작업복을 대충 털어내고, 유진의 주거동 1층 안으로 들어섰다.묵직한 현관문이 닫히고 다이닝 룸으로 들어선 순간,에구치는 놀란 눈을 한 채, 잠시 테이블 앞에 붙박인 듯 멈춰 서서 바라만 보았다.길다란 다이닝 테이블 위에는, 최고급 한정식 식당에 버금가는 정갈하고 화려한 밥상이 상다리가 부러질 듯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흰쌀밥과 맑은 국,그리고 이른 새벽부터 정성스레 구워내고 무쳐낸 형형색색의 반찬들이 가득했다.“잘… 먹을게”“알아요. 이 새벽부터 좀 과한 거 근데 이거 말고는 제가 신세 갚을 방법이 없어서…”에구치는 말없이 수저를 들고, 유진이 정성스레 차려낸 반찬들을 이것저것 입에 넣기 시작했다.묵묵히 씹어 넘기던 그의 눈동자가 일순간 커졌다.“와… 진짜 맛있어, 서유진.”“네.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남은 것 싸 드릴테니까 언니랑 집에서 드세요. 이거 증거 인멸해야 해서… 여기에 못 두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제 차로 학교 가요”“그러지 뭐”유진은 복스럽고 맛있게 먹어 치우는 에구치의 단단한 실루엣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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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7

돌아오는 주말 유진은 류의 전용기를 타고 도쿄로 향했다.만다린 도쿄 호텔 중식당.류는 자신의 경호원과 함께 들어오는 유진을 먼저 맞았다.“식사는 30분 후 준비해 주시죠”그는 호텔 매니저에게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주변 모든 사람들을 물렸다.그리고 유진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훑어 봤다.샤넬 네이비 투피스 스커트.5cm 정도의 은색 샌들과 은색 셀린느 숄더백.자연스럽게 풀어진 듯 머리 끝까지 길게 땋아 옆으로 늘어뜨린 헤어에,연한 핑크 빛 메이크업을 한 유진은 단아하면서도 귀여웠다.“맘에… 드세요?”“뭐… 대충”유진은 역시나 하는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지. 날 불러 봐”“네?”“나 어떻게 부를 거냐고? 우리 어머니 앞에서도 그쪽이라고 부를 래?”순간 유진의 얼굴이 새빨게졌다.“요스케라고 불러”“네?”“그럼 오빠라고 부를래?”“네? 그건 절대 못해요”“그래? 그럼 류 상이라고 부를래? 3년이나 사귄 사이에?”“그건… 그냥 류 회장님 이라고 부를 게요”“그럼… 너와 나… 진짜 원조 교제로 보이지 않겠냐?”유진은 그의 천박하고도 정확한 지적에, 당황해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채 입술만 짓씹었다.바로 그 순간 거대한 룸의 문이 열리며, 류의 어머니가 우아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방 안을 지배하는 류의 어머니의 강압적인 공기와 압도적인 포스…유진은 숨이 막혀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류의 어머니는 자리에 앉으며…자신의 아들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이 어린 여대생을 찬찬히 뜯어보았다.아기처럼 작은 얼굴과 그 얼굴을 꽉 채운 뚜렷한 이목구비…그 예쁜 이목구비에서 흘러 넘치는 묘한 색기와 남자의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리함…자신의 오만한 아들이 정신 못 차리고 빠진 아이의 외모가 지나치게 예뻤다.“반가워요. 유진양. 우리 요스케에게 얘기 들었어요. 두 사람 이미 3년이나 교제 중이라고 요”“네? 네…”“그래서 댁에서 결혼 얘기를 하기를 바라신다고요?”“어머니… 그건 제가 원하는 부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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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8

류의 어머니와의 첫 상견례가 무사히 끝났다.방 안을 난도질하듯 감돌던, 류의 어머니의 압도적인 공기가 걷히고,그녀가 먼저 우아한 걸음으로 식당을 떠나자마자…류는 조용히 담배를 꺼내 물려다 말고,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깨에 들어갔던 팽팽한 긴장이 그제야 스르륵 풀리는 듯했다.류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서서 유진을 바라보았다.역시 유진이었다.오늘 누가 왔어도, 그녀보다 더 잘 할 수는 없었을 만큼…그녀는 그의 예상대로 완벽하고 영리하게 대응했다.“잘했어”“아니요. 어머님 저 안 좋아하세요”“우리 어머니는 원래 시간이 걸려. 한번에 합격 주는 분은 아니거든. 그리고 상관없어. 너에게 크게 문제가 없고 내가 이 결혼을 하겠다고 하는데 반대를 하시지는 못 할 거야”류의 오만한 확신에, 유진은 그저 눈을 내리깔 뿐이었다.“그럼… 전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아직 오후 3시도 안 됐는데… 벌써 퍼져 있고 싶은 건 아니지?”“바쁘실 텐데 빨리 보내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서요. 전 괜찮으니까 들어가 보세요”류가 셔츠 깃을 느슨하게 풀어헤치며 픽 웃었다.“나… 오늘 일정 없는데… 우리 어머니와 상견례가 보통 스트레스여야지. 이거 끝나고 아무 것도 못 할 것 같아서 다 뺐어”순간 유진의 얼굴에 짜증이 살짝 비치다 사라졌다.“그럼 빨리 들어가셔서 편히 쉬세요”유진의 까칠한 가시에, 류의 완벽한 얼굴 위로 피식, 진득한 웃음이 잔인하게 번져나갔다.“그래. 그러자”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유진이 거리를 벌릴 틈도 주지 않고,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강하고 억센 악력으로 잡아 끌었다.그리고 호텔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잡아 탔다.“저 혼자… 갈 수 있어요”“알아. 너 다리 멀쩡한 거.”띵-.펜트하우스 층을 알리는 알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려는 찰나,류가 돌연 거울 벽면으로 유진의 몸을 거칠게 밀어붙이며, 그녀를 품 안에 가두듯 몰아세웠다.남자의 단단한 흉통이, 유진의 얇은 드레스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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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9

얼마가 지났을 까…도쿄의 하늘은 어느새 짙은 군청색을 지나, 완벽한 밤의 장막을 두르고 있었다.낮게 가라앉은 채 어두워진 펜트하우스의 공기에 깜짝 놀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스륵-.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난 거대한 남자의 손이, 유진의 가녀린 허리를 뒤에서 부드럽게 끌어안았다.“엇……!”유진은 들이치는 뜨거운 체온에 깜짝 놀라, 그를 밀어내려 몸을 틀었지만,남자는 완벽하게 조율된 단단한 힘으로, 유진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오히려 그녀의 등을 자신의 넓은 흉통에 빈틈없이 밀착시켜 품 안에 가둔 채,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낮게 읊조렸다.“걱정 하지마.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딱 10분만 이렇게 있게 해 줘”그의 목소리엔 평소의 오만함 대신,지독한 갈증과 서글픈 결핍이 눅눅하게 배어 있었다.류는 힘을 빼고, 유진의 가냘픈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기대었다.그의 뜨거운 숨결이 얇은 드레스 원단을 뚫고, 그녀의 살결에서 그대로 느껴졌다.그리고 그의 산뜻하고 가벼운 향수 냄새…뭔가 기분이 이상했다.언제나 자신을 옥죄던 포식자의 폭력적인 압박이 아니라,지독한 고독에 갇힌 짐승이 안식을 갈구하며 매달리는 것 같은 이상한 분위기…하지만 유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그저 어둠 속에서 눈을 꼭 감은 채,주책없이 터질 듯이 뛰어대는 심장의 떨림을 숨기려 숨을 죽였다.이 남자의 결핍이, 제 안으로 스며드는 것 같아 무서웠다.알람을 맞춘 듯 정확히 10분 후…그가 유진을 놔주었다.그리고 침대 헤드에, 비스듬히 앉아 유진을 바라보았다.자신이 준비한 드레스를 입은 유진은 딱 대학 신입생 같았다.그 나이에 맞게, 적당히 어려 보이면서 귀엽고 그리고 싱그럽고 청순했다.그의 시선이 어색한 유진은 바로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앉았다.“저녁 먹으러 가자”그는 유진을 따라 나와 외출 준비를 했다.반대편 침실로 들어간 남자의 준비하는 뒷 모습이, 조금 열린 문 사이로 살짝 보였다.마치 조각상 같은 남자의 프로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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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0

“너 남자 있어?”방문을 걸어 잠근 채,턱이 부서질 듯한 악력으로 치켜올리며, 내뱉은 류의 무시무시한 다그침.하지만 그 지독한 살기와 광기 어린 의심을 마주한 순간,유진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피식, 실소 같은 웃음이 흘러나왔다.허탈하기 짝이 없었다.자신의 유일한 숨구멍이었던 평범한 대학 생활이…주말 사이 류와의 화려한 열애설 기사로,완벽하게 박제되어 끝장나 버렸던 그 절망적인 순간.그 절망의 끝에서,남자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살기에, 질려 숨도 쉬지 못했던 공포감이…그의 유치하고 어처구니없는 질문 하나에,순식간에 먼지처럼 허망하게 사라져 버렸다.“평범하게 살려는 게… 남자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그것 밖에 상상이 안되는 남자였어요? 이 세상에 남자 말고도 얼마나 좋은 게 많은데… 그쪽도 진짜 별 거 없네요”유진이 조롱을 담아, 그를 철저하게 깎아내리며 쏘아붙이자,류의 차갑고 잘생긴 눈매가 지독한 비웃음과 모멸감으로 살짝 일그러졌다.턱을 쥔 손가락 뼈마디에 거칠게 힘이 들어갔다.“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뭐야?”“혼자 힘으로 살기. 도우미 없이 살지도 못하는 바보 말고…”“잘 아네. 너 바보인 거. 그래서 지금 순진하게 이상한 환상에 휘둘려서 위험한 짓이나 하고 다니는 거야!!!”류의 목소리에, 서늘하고 묵직한 분노가 가득 실렸다.그가 유진의 얼굴 바로 앞까지 제 안면을 들이밀었다.“너 같이 아무 것도 모르는 애송이는 범죄의 타켓 되는 거 순식간이야. 알아? 심지어1년 전에 스위스에서 그 일을 당해 놓고도… 지금 네가 뭘 위해 뭘 포기 하는 건지 아냐고?”“위험… 범죄의 타켓… 내가 그때 그렇게 됐던 건 내가 누군지 누구 집 딸인지 알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스위스는 솔직히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요? 내가 무슨 대단한 거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대학생으로 잠깐만 살겠다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확대 해석해야 하는 일인 가요?”유진이 악을 쓰며 반박하자, 류의 눈동자가 잔인하게 일렁였다.[어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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