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Chapter 31 - Chapter 40

51 Chapters

EPISODE 31

토요일 새벽.마침내 지독하고 끔찍한 인형 놀이가 끝이 났다.청담동에서 가장 예약하기 어렵다는 최고급 뷰티 살롱의 스태프들 대여섯 명이...그녀 곁에 딱 붙어서, 몇 시간 동안 그녀를 씻기고, 바르고, 조각해 냈다.마침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그 남자의 취향 대로, 잔뜩 꾸며진 유진이 거울 앞에 박제된 채 서 있었다.거울 속의 여자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지만,유진의 눈에는 자기 자신이 아닌,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처럼만 보였다.오전 7시 40분.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유진의 방 안을 유모가 연신 서성거리며, 호들갑을 떨었다.“류 회장님 도착하셨어요! 어우, 오늘도 어찌나 잘생기셨던지 주차장이 다 환하더라고요. 아가씨! 얼른 본가 건물로 건너가시죠.”“…….”유진은 대답 없이 묵묵히 입술만 짓이겼다.그런 유진의 속도 모르고, 유모의 요란스러운 찬사는 이어졌다.“아우, 우리 아가씨도 정말 오늘 너무 예쁘네. 아주 눈이 부셔서 쳐다보기가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우세요. 회장님이 아주 정신을 못 차리시겠어…”값비싼 가격표가 붙어 팔려 가는 정략결혼의 상품.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자신을 너무나 잘 알기에…유진은 이 가식적인 상황에, 그 어떤 감정도 이입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쓸 뿐이었다.그렇게 심장을 차갑게 얼려버려야, 그녀의 이성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그리고 자신의 저택의 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선 순간,익숙한 로즈마리 향과 함께,화단 앞에 서 있던 에구치와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쿵.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재빨리 상처 입고 짓눌린 자신의 본심을 가면 뒤로 숨겼다.그리고 애써 가식적인 미소를 띄우며, 그에게 작고 평온한 눈인사를 건넸다.여느 아침과 똑같은…에구치는 평소와 다름없는 새벽 화단 정리 중이었다.그리고 저택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는 즉시 고개를 돌렸다.눈앞에 나타난 유진…그녀가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그의 심장이 언제나처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평소의 그녀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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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2

“카린… 진짜 괜찮았어?”“……”“그래? 난 너 기분 나쁘라고 한 행동이었는데. 괜한 에너지 낭비한 건가?”어처구니없는 그의 변명에도, 유진의 표정에는 여전히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류는 그런 유진의 무관심이 오히려 자신을 자극한다는 듯,픽 웃으며 한 걸음 더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사박.그가 다가오는 만큼 서늘한 새벽 안개가 밀려났다.“걱정 마. 네가 내 것이 되는 순간부터는… 이런 일 절대 없을 테니까.”“그냥 편한 대로 하세요. 처음에 약속드린 대로, 그쪽 성가시게 안 할 테니까.”철저히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겠다는 유진의 말에,순식간에 류의 잘생긴 미간이 구겨지듯 일그러졌다.툭.“…윽!”류는 자신에게서 떨어져 걷고 있던 유진의 얇은 허리를 한 팔로 낚아채듯 거칠게 감싸 안았다.순간 유진의 몸이 공중으로 살짝 떴다가,그의 거대한 체구 앞으로 처참하게 끌려갔다.하지만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그의 탄탄한 가슴과 복부로 사정없이 거칠게 밀착시키는 그의 힘에,그녀는 그대로 얼어 붙어 도저히 저항할 수조차 없었다.그 순간, 벌어져 버린 트위드 재킷 자락 사이로...류의 위압적이고 뜨거운 체온이...유진의 얇은 블라우스 너머로 고스란히 들이닥쳤다.얇은 블라우스 천 너머로 느껴지는...여자의 말랑하고 굴곡진 신체는 남자의 이성을 흔들기에 충분했다.그의 단단한 상체에 짓눌려 버린 유진의 탐스러운 가슴의 촉감이,류의 몸 속에 잠재되어 있던 지독한 성적 욕망을 사정없이 끓어 올렸다.류는 거친 손가락으로 유진의 가냘픈 턱 끝을 강제로 움켜쥐고 치켜올렸다.그리고 그 남자가 뿜어내는 거친 숨결과,먹잇감을 노리는 맹수 같은 번뜩이는 눈빛이 유진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그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숨결을 집어삼키고,저 건방진 붉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탐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하지만 그는 짐승 같은 성적 욕망을 누르고,대신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잔인한 경고를 선택했다.“아니. 넌 신경 쓰게 될 거야.”그가 유진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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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3

인터넷의 포털 사이트와 SNS 메인을 틈틈이 도배하는 류 요스케의 이름이 걸린 스캔들 기사…그 남자에게 ‘정복’이란 단어가 얼마나 하찮은 유희인지…유진은 3년 전, 그를 만나면서부터 너무도 똑똑히 알고 있었다.*“더러워…….”유진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렉스 그룹의 젊은 총수와 일본인 인기 아이돌 멤버 ‘수이’의 스캔들.도쿄 다이칸야마의 외진 호텔 주차장,그곳에 세워진 암전된 차량 내부에서 벌어진...두 사람의 진한 애정 행각이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사진들을 바라보던 유진의 손끝이 잘게 떨렸다.불쾌함과 혐오감이 속이 뒤틀였다.유진은 도망치듯 노트북 커버를 탁, 소리가 나게 닫아버렸다.“어머, 얘! 왜 닫아? 같이 좀 보자!”하지만 옆에 앉아 있던 사촌 언니 유정이 눈을 반짝이며, 노트북 커버를 다시 활짝 열어젖혔다.스르륵-.여백도 없이 다시 켜진 노트북 액정 화면 속에는...그야말로 눈이 멀 것 같은 자극적인 사진들이 가득했다.파파라치가 초고성능 망원렌즈로 당겨 찍은 사진들의 각도와 수위는 지독할 정도로 적나라했다.수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스포츠카의 좁은 조수석 시트.그 위에서 두 남녀가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채, 완벽하게 몸을 겹치고 있었다.화면 속 여자는 무대 위의 순수한 이미지 따위는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았다.무대 의상인 듯한 상의를 가슴 위까지 완전히 걷어 올린 채, 아찔하게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그리고 여자는 유연하게 허리를 꺾으며, 남자의 단단한 골반 위에 완전히 올라타 있었다.남자의 쇄골과 억센 어깨죽지 위로,지저분하게 흩트려진 여자의 헝클어진 긴 머리카락,그리고 열기로 인해, 차창에 뿌옇게 맺힌 성에가 그 내부의 지독한 열기를 대변했다.게다가 셔츠 단추가 거칠게 풀어진 채,땀에 젖어 단단하게 갈라진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남자.류 요스케.반쯤 감긴 그만의 특유한 오만하고 서늘한 눈빛이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듯했다.여자의 가느다란 허리를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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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4

언제나 제복을 입은 전담 기사가 운전하는 대형 세단으로, 자신을 찾아왔던 류.그가 처음으로 자신이 직접 운전하는 람보르기니 운전석에 유진을 태웠다.그리고 그는 그녀를 로잔의 유서 깊은 '보 리바쥬 팰리스' 호텔의 야외 테라스로 데려갔다.석양이 호수를 물들이는 일식당 야외 테이블 앞…마주 앉은 류의 비주얼은 언제나처럼 잔인할 정도로 아름다웠다.예민하면서도 샤프한 섹시함이 공존하는 조각 같은 남자.베이지색 실크 드레스셔츠에 같은 재질의 풀어진 타이스카프.네이비 세미 와이드 수트팬츠를 입은 그의 압도적인 아우라는,아직 세상 때가 묻지 않은 10대 소녀의 마음을 세차게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그리고 그의 앞에서, 유진은 재잘거리며 수줍게 웃었다.그런 그녀를 보며, 류가 평소의 서늘함을 지워내고, 부드럽고 다정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보라색과 붉은색이 뒤섞인 환상적인 석양이 내려앉은 아름다운 강변.그리고 살랑이는 바람마저도 초콜릿처럼 달콤했던 저녁 식사.너무도 완벽해서 영원히 멈추어 버리기를 바랐던, 그와의 시간이 아쉽게 끝났다.그리고 어느새 류의 람보르기니는 유진의 기숙사 정문 앞에 멈춰 섰다.“들어가. 다음 달에 영국 올 때 연락 할게”류의 건조한 목소리에, 유진은 아쉬움을 감추며 얌전하게 고개를 숙였다.“네. 조심히 가세요”바로 그때였다.묵직한 가죽 시트가 들썩이며…운전석에 있던 류의 거대한 실루엣이,유진이 앉은 조수석 방향으로 넘어왔다.밀폐된 스포츠카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발화할 듯 뜨겁게 달아올랐다.류의 풀어헤쳐진 실크 셔츠 사이로,단단하게 갈라진 가슴과 섹시한 쇄골이 시야를 꽉 채웠다.그리고 그의 쌉싸름한 시더우드 향과 짙은 남성의 체향이,유진의 숨결을 완전히 마비시켰다.그의 깊고 짙은 눈동자가,유진의 떨리는 눈동자…그리고 붉게 달아오른 입술을 가만히 응시했다.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살결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마치 지난 6개월이 허상인 것처럼,자신을 순수하게 바라봐 주던 그는 완벽하게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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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5

지하 주차장의 공기는 서늘했고,낮게 깔린 황색 조명은 콘크리트 바닥 위에 기괴한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그 음습한 침묵을 깨트린 것은…최고급 스포츠카의 가죽 시트가 쓸리는 짓궂은 마찰음,그리고 헐떡이는 숨소리였다."회장님……."차창 너머, 조수석의 시트는 깊숙이 뒤로 뉘어져 있었다.그 위로 단단한 체구의 남자가 버티고 앉아 있었고,그의 허벅지 위에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여자가 매달려 있었다."저희 일본 데뷔 무대…… 어땠? …… 아윽!"질문은 끝을 맺지 못했다.류는 대답 대신, 수이의 하얗고 가녀린 목덜미를 거칠게 집어삼켰기 때문이었다.뜨겁다 못해 데일 것 같은 입술이 부드러운 살결을 짓이기고,뾰족한 치열이 연약한 피부를 옥죄었다.목뼈가 부러질 듯한 악력으로 그녀를 움켜쥔 채,류는 오직 본능적인 갈증만을 채우려는 포식자처럼 포효하듯 숨을 내뿜었다."아, 읏…… 회장님…… 흐응, 우리 다른 데로 가요. 좀 조용한 곳으로……."수이는 등을 잘게 떨며 류의 넓은 어깨를 감싸 안았다.힐끗 열린 조수석 문틈으로…스며드는 지하 주차장의 한기가 소름을 돋구었지만,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여자는 스캔들이 두렵다기보다는,이 위험하고 치명적인 남자를…온전히 자신의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욕망이 앞섰다."왜?"류가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낮게 가라앉은, 마치 밤안개처럼 축축하고 서늘한 목소리였다.그의 날카로우면서도 수려한 눈매가 여자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똑바로 꿰뚫었다."걱정돼? 나와 스캔들 나는 게?""까르르, 아니요. 전혀요."여자는 여우처럼 눈을 휘어 접으며, 류의 귓가에 입술을 대었다.간질거리는 숨결을 불어넣으며,잘 익은 과육을 베어 물듯, 그의 귓볼을 부드럽게 빨아올렸다."오히려 좋아. 난 회장님 여자가 되고 싶거든요. 그저 회장님이 걱정돼서… 그러죠.""그래?"류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조소인지, 혹은 단순한 흥분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미소였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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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6

‘카린…’ 또 다시 마주한 그의 또 다른 스캔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하룻밤 엔조이가 아닌 진짜 열애. 유진은 도쿄의 미슐랭3스타 프렌치 식당에서, 그가 다른 여자를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저녁 식사를 하는 사진을 봤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과 겨우 한살도 차이가 나지 않는 또래 여자였다. 그 순간 유진은 슬프지도 화도 나지 않았다. 제주도의 그 밤… 그 겨우 하룻밤에, 그를 성적으로 유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런 식의 이별을 택한 남자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기 싫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가 자신과 헤어지기를… 하지만 그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끔 가십 기사에 뜨는 그 여자와 그의 연애 사진들만이… 그가 전하는 연락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녀를 잔인하게 5달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5달이 지나고, 그는 결국 그녀에게 돌아와, 비참한 그녀를 자신의 앞에 앉게 만들었다. 마치 언제나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진은 그제서야 알았다. 자신은 이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거라면 포기하는 편이… 마음이라도 편하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다시 만난 토요일, 아침식사 후, 둘은 각자의 방에만 있었다. 평소의 만남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식사 후 잠깐의 대화. 잔인하고 모욕적인 하지만 절대 선은 넘지 않는 약간의 스킨쉽. 오늘 주말 일정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은 일정이었다. 그리고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다시 유진의 방이 소란스러워졌다. 그가 보낸 드레스와 화려한 보석들… 명품 백과 구두들로 가득 찬 커다란 상자들이, 방 한가운데에 성벽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완벽한 인형으로 치장하기 위해, 몰려든 업계 탑 디자이너들과 스타일리스트들로 꽉찬 방 안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마침내 메이크업을 마친 유진이 드레스가 들어 있는 마지막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대기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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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7

‘툭……!’매듭이 풀릴 듯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와 함께,느슨해진 가운의 틈새로,유진의 새하얀 맨살과 가느다란 쇄골의 경계가 그의 시야에 날카롭게 걸려들었다.얇은 양모 가운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불안한 숨소리가 거칠게 얽혀들었다.베스로브 매듭을 틀어쥔 채 맹수처럼, 짓눌러오는 류의 위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드레스 노출에 짜증이 나,호기 있게 방문을 쳐들어왔던 기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유진은 본능적인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을 쳤다.타닥, 탁.몇 걸음 물러나지도 못해,거친 원목으로 된 방문에 등판이 쿵 하고 부딪혔다.더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그리고 코앞까지 밀착한 남자의 거대한 체구가 유진의 시야를 시커멓게 집어삼켰다.풀어헤쳐진 셔츠 사이로,남자의 뜨겁고 단단한 가슴팍이 들이닥치자,유진은 수치심과 공포에 눈물이 고일 것만 같았다.유진은 베스로브의 깃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갔다.이대로 저 오만한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수는 없었다.유진은 이 악물고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냈다.코앞까지 밀착한, 그의 넓고 단단한 가슴팍을 두 손으로 세차게 밀쳐냈다.“윽……!”예상치 못한 여자의 거센 저항에, 류의 상체가 아주 살짝 뒤로 밀려난 틈을 타,유진은 급하게 뒤를 돌아 방문 손잡이를 낚아챘다.탈출하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쾅————!고막을 찢을 듯한 거대한 파열음과 함께,유진이 막 열었던 방문이 가차 없이 닫혔다.류가 뻗은 거칠고 커다란 손바닥이, 유진의 머리 바로 옆 문짝을 무자비하게 내리누렸다.“어딜 도망가?”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유진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동시에 류는 도망치려던 유진의 가느다란 손목을 억세게 휘어잡았다.그리고 단숨에 제 쪽으로 거칠게 돌려 세웠다.“아……!”짧은 비명이 류의 단단한 흉통에 부딪혀 부서졌다.도망칠 곳 없는 밀폐된 그의 품속.사방이 남자의 거대한 실루엣과 압도적인 시더우드 향으로 차단된 감옥이었다.류의 뜨겁고 질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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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8

신라호텔 1층 로비에 류 요스케의 묵직한 마이바흐가 미끄러지듯 도착하자마자, 사방에서 미친 듯한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터져 나왔다. 백야(白夜)를 연상케 하는 눈 부신 불빛들이 어둠을 집어삼켰다. 스르륵-. 무거운 차 문이 열리고, 완벽한 블랙 수트 핏을 자랑하는 류가 먼저 내렸다. 그는 수많은 가십기자들 앞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유진의 가느다란 손을 부드럽게 맞잡으며, 완벽한 매너로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마침내 은막의 베일을 벗듯, 연핑크색 크리스탈 디올 드레스를 입은 유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대기하고 있던 언론사 기자들과 파파라치들이 하이에나처럼 거칠게 밀려들었다. “류 회장님! 옆에 계신 분이 KL 그룹 상속녀 서유진 씨가 맞습니까?” “오늘 공식 열애 인정하시는 겁니까! 여기 좀 봐주십시오!” 앞다투어 터지는 셔터 소리와 무질서한 인파 속에서, 류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그는 유진을 보호하듯, 그녀의 날씬하고 가녀린 허리를 제 넓은 품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겨 안았다. 그리고 그의 단단한 팔뚝이 유진의 허리를 옥죄어왔다. 그 순간, 유진의 파격적인 백리스 드레스 자태와 탐스러운 몸매 라인을 확인한 파파라치들 사이에서… 저질스러운 휘파람 소리와 날것의 감탄사가 사방으로 쏟아졌다. “휘이익! 와우… 끝내주는데! 장난 아니네. 진짜 예뻐요!” “완전 몸매 대박인데? 휙—!” 순간, 유진의 허리를 감싸 쥐고 있던 류의 조각 같은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턱관절에 거칠게 힘이 들어갔다. 셀러브리티들의 삶이란 원래 이런 법이었다. 대중의 자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이 시간에… 이 장소로 그녀를 데려온 것이 맞았다. 렉스 그룹 총수의 여자가 될 정도의 미모라면, 당연히 감당해야 할 왕관의 무게이자 비즈니스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유진의 하얀 맨살과 탐스런 몸의 곡선을 따라… 노골적이고 음란하게 훑고 지나가는 낯선 남자들의 시선을 마주하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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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9

얼음도 넣지 않은 스트레이트 위스키는 식도를 타 들어 가며 지독한 화열(火熱)을 남겼다.류의 이미 지독한 알코올 냄새와 독한 독기에 절어 있었다.유진의 평창동 저택 1층 손님방,커튼조차 걷지 않은 어둠 속에서, 그의 눈동자만이 맹수의 것처럼 번뜩였다.지난 5개월.자그마치 150일이 넘는 시간 동안,그를 피말리게 괴롭히던 유진의 잔인한 무관심이 머릿속을 헤집었다.그리고 오늘 밤,그녀의 치명적이리만치 아름다웠던 모습이 류의 마지막 이성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다른 사내들의 시선이 그녀의 부드러운 목덜미와 매끄러운 등줄기에 닿을 때마다,당장이라도 그들의 눈깔을 파버리고 싶을 만큼…그의 이성은 이미 넘실대는 거친 집착의 파도 앞에… 위태롭게 서 있는 모래성에 불과했다.바람 한 자락만 불어도,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만큼 한계에 달해 있었다.“하……, 으윽.”류가 마른세수를 하며 거친 신음을 뱉었다.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 사이로 비틀린 생각이 쏟아져 나왔다.[이미 5개월이야. 5달을 참았다고… 널 내 몸 아래 깔고 짓이기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고. 널 조금이라도 닮은 대용품을 안으면서까지… 온통 네 생각 밖에는 할 수 없었다고!!!]류는 주먹을 꽉 쥐었다.손톱이 손바닥 살을 파고들어, 쓰라리고 여린 속살이 드러났지만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근데 넌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거야? 정말 넌 내가 필요 없는 거니? 비열한 네 아비 말고는…… 네 인생에 난 안중에도 없는 거냐고…]억눌린 감정과 서운함이 한데 섞여 더러운 성적 갈망으로 치솟았다.유진을 향한 갈증은 이미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류는 엉망으로 흐트러진 몸을 이끌고 침대 위로 무너지듯 쓰러졌다.침대 시트에 얼굴을 묻자,지독한 취기가 그를 현실의 벽 너머, 오직 유진만이 존재하는 가학적인 환상의 세계로 잔인하게 끌고 내려갔다.문이 열렸다.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류의 거친 발걸음이 유진의 침실 안으로 침범했다.그곳에는 순백의 화이트 코튼 파자마를 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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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0

신라호텔에서의 숨 막히는 스포트라이트가 끝나고, 평창동 저택으로 돌아와 방에 들어서자마자, 유진은 허물을 벗듯 그대로 침대 위로 엎어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목과 팔목을 무겁게 조여매던 수억 원짜리 보석들을… 콘솔 위에 가차 없이 떼어내고, 12cm 킬힐을 어찌저찌 벗어 던지기는 했지만… 그게 한계였다. 여전히 숨통을 조여매는, 타이트한 연핑크색 디올 드레스를 벗어 던질 기운도, 거울 앞을 마주하고 얼굴의 두꺼운 메이크업을 지워낼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영혼을 짓누르는 지독한 피로감에, 속수무책으로 내리눌린 채… 유진은 그대로 암전 같은 깊고 무거운 수면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 날 새벽 5시. 불편한 드레스와 갑갑한 화장을 고스란히 얹은 채, 잠들어 버린 탓일까. 새벽 푸르스름한 미명 속에서, 번쩍 눈이 떠졌다. 유진은 잠시 멍한 정신으로,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다가, 온몸을 옥죄던 드레스부터, 신경질적으로 벗어 던졌다. 그리고 홀린 듯 욕실로 들어가, 수도꼭지를 돌려 뜨거운 샤워부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을 틀자, 순식간에 하얀 스팀으로 욕실이 가득 차, 지난 밤 잔뜩 긴장했던 근육을 이완시켰다. 유진은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서… 어제의 불편함과 사람들의 오염된 시선들을 전부 씻어내려는 듯, 한참 동안 샤워를 했다. 그리고 촉촉한 수증기로 흐려진 거울을 손으로 슥 닦아내자, 지독한 가식의 화장기를 완전히 벗어던진… 티 없이 맑고 아기 같은 유진의 새하얀 맨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히 어젯밤 그 두꺼운 화장을 지우지 못하고 잔 것치고는, 피부에 별다른 트러블은 생기지 않은 것 같았다. 유진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트러블 생겼다가… 세상 무너진 듯 유모에게 들들 볶일 텐데… 아… 오늘은 또 얼마나 시달리려나] 샤워를 끝냈지만, 여전한 피로감이 납덩이처럼 몸을 무겁게 짓누르며 괴롭혔다. 유진은 기본 스킨케어도 바르지 않은 채, 그대로 침대에 앉아 넋을 놓았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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