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한 달 후.자신의 모든 삶이 통째로 화려한 새장 속에 처박히게 될,결혼 날짜가 사전 통보나 상의도 없이 가문의 손에 의해 잔인하게 정해졌다.그 날벼락 같은 통보가 떨어진 이후에도,류는 그 어떤 사적인 연락도, 의례적인 메시지 한 통조차 유진에게 건네지 않았다.늘상 그랬던 것처럼, 철저한 침묵만이 그녀를 무겁게 내리 눌렀다.[최소한…… 아무리 가문끼리의 정략적 약속이라 해도, 의례적으로나마 내 동의나 기분 정도는 한 번쯤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결혼을 코앞에 앞두고 5달 동안이나 뜨겁게 안았던 당신 애인이라는 여자가 나한테까지 찾아와서 절대 못 헤어지겠다고 무릎까지 꿇고 매달렸는데… 일말의 양심이라는 게 존재하다면, 내가 지금 괜찮은지 정도는 걱정하고 수습하려 드는 게 최소한의 상식이잖아!]류에게 자신을 감정도 영혼도 존재하지 않는 인형이었다.오만방자한 그의 태도에, 유진은 머리끝까지 지독한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난 3년이라는 세월 동안,무관심이라는 단단한 갑옷을 온몸에 두른 채,그가 선사하는 비참함과 배신감에 완벽하게 면역이 됐다고,사소한 감정 하나쯤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자부했었는데,아니었다. 지독한 오만이자 착각이었다.하필이면 인생의 가장 거대하고 무서운 종착지인 결혼을 눈앞에 두고,지금껏 꿋꿋하게 참아내고 억눌러왔던 서러운 감정들이,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처럼 일시에 폭발하고 말았다.아니…… 어쩌면 5개월 전,그 은밀하고도 비극적이었던 제주도에서의 그 밤부터……두 사람의 감정 궤도는, 겉잡을 수 없이 달라져 버렸는지도 모른다.[여태껏 단 한 번도 나를 온전한 여자로 바라본 적도 없었으면서… 그것도 무려 5개월이나 온 세상이 다 알게 시끄러운 스캔들을 터뜨려 가며, 그렇게 뜨겁게 다른 여자를 안아놓고… 어떻게 내 앞에서 이렇게 뻔뻔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날 함부로 대하고 방치할 수 있죠?]비참함에 유진의 몸이 덜덜 떨렸다.[아무리 내가 당신이 우리 가문에 인질처럼 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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