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Chapter 141 - Chapter 150

289 Chapters

#140. 적의 적은 아군인데

최기범을 넌지시 응시하자 그는 나를 따라오는 듯 싶더니 화장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너무 의식했나. 김희주만 생각하면 껄끄러운 기운이 느껴져도, 딱히 최기범은 나의 지인이자 내게 잘해준 사람이라 금세 마음은 다잡아졌다.카페테리아로 향해 들어서자 이미 나정아와 한은숙이 와 있었다.“이거 김치전 대신이니 같이 먹어요.”테이블 위에 포장을 뜯은 해물전과 윤기가 흐르는 보쌈이 등장하자마자, 나정아가 대번에 호들갑을 떨었다.“우와! 신 과장님, 점심부터 메뉴가 완전 대박인데요?”나정아는 대뜸 제 휴대 전화를 꺼내 들더니 찰칵, 찰칵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를 정성스레 촬영했다. 그러더니 눈을 반짝이며 나를 향해 불쑥 화면을 들이밀었다.“어머, 저 이거 신 과장님 계정 태그해서 SNS에 언급하고 싶은데. 아! 같이 사진 찍어 올려도 되죠?”“······네?”순간 척추를 타고 서늘한 오한이 스치며 등골이 오싹해졌다.지금 김희주가 보낸 자들이 언제 내 뒤통수를 칠지 몰라 극도로 조심해야 하는 타이밍인데. 그런 판국에 오히려 SNS를 통해 나를 세상에 노출시키다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내가 당황해 굳어 있는 사이, 옆에 있던 한은숙이 소리 내어 웃으며 제 휴대 전화를 들어 올렸다.“과장님, 저도 끼워주세요. 우리 셋이 같이 셀카 찍어서 올려요. 분위기도 딱 좋은데.”악의 없는 동료들의 가벼운 말이었지만, 내 심장은 이미 불안으로 박동이 늘어나고 있었다. 다들 지난번 최기범의 SNS 글 때문에 내가 김희주에게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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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날카로운 검을 쥐고 겨울의 끝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은 흐르고 흘러, 벌써 금요일 밤이 되었다.지난 며칠간은 참으로 묘한 시간이었다. 평범한 일상 같으면서도 어딘가 특별하고, 수면 아래선 끊임없이 소란스러웠던 한 주가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차준호는 단 한 번의 연락조차 없었다. 그 역시 제 손에 쥔 일들로 바빠 보였고, 그의 메신저 프로필 불빛은 늘 서늘하게 꺼져 있을 뿐이었다.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했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밤공기를 가르며 집으로 돌아와, 내일로 다가온 세종동 어르신들을 위한 점심 급식 봉사 준비로 분주히 손을 움직였다.커다란 냄비 안에서 깊은 향을 내며 정성스레 끓고 있는 국을 살피고, 노릇하게 부쳐낸 김치전을 정갈하게 용기에 담아 정돈했다.문득 최기범이 던졌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나는 조리대 가득 차려진 다채롭고 따뜻한 음식들을 각도를 바꾸어가며 몇 장의 사진으로 남겼다.그리고 간략한 인사말을 덧붙여, 새로 개설한 개인 SNS 계정에 게시물을 올렸다.[오늘은 7시 퇴근— 봉사 활동 준비 중]놀랍게도 업로드 단추를 누른 지 불과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화면 하단의 알림 불빛이 발작하듯 쉴 새 없이 깜빡이기 시작했다.실시간 댓글이 무서운 속도로 차올랐다.[역시 신하늘! 업체 주문도 아니고 어르신들을 위해 이 많은 음식을 손수 준비하다니, 정말 대단해요!][한겨울인데 야외 식사 봉사라니, 날씨가 많이 추울 텐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멀리서나마 응원할게요!][윽! 도국 오빠도 빛의 속도로 이 글에 ‘좋아요’ 누른 거 실화냐? 역시 이 찐 소꿉친구 모먼트 너무 설렌다.][와, 대박! L그룹 이아준 사장님도 친구 목록에 있네요? 두 분 은근히 친하신 듯!][정작 본인의 팔로잉 숫자는 ‘0’. 오늘도 쿨하게 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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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나를 향한 차가운 선전포고

차준호의 서늘한 경고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나 역시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끼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잠시 답장을 쓸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정적을 깨고 천막 안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잠시만요, 길 좀 비켜주십시오.”“야외용 대형 온풍기, 여기 설치하겠습니다.”“그 외에 더 필요한 거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아준이 확인에 나섰다. 이윽고 상황을 파악한 그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내게로 다가와 싱겁게 웃어 보였다.“김 비서가 보낸 거냐고 물어봤더니, 허기찬이라는 사람이 지시했다는데? 차 대표가 보낸 모양이야.”내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 차준호 본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가 뒤에서 부린 이들이 벌써 이곳 주변을 빈틈없이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라온초등학교 운동장을 완벽한 행사장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흐트러진 테이블과 의자가 보기 좋게 정돈되고 육중한 온풍기가 일제히 가동되자, 시리기만 하던 천막 안은 금세 봄날처럼 포근해졌다.‘대표님이 나서주면, 정말 다 해결되네.’뼛속까지 스미던 추위도,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줄어들고 있던 의욕도. 왠지 차준호가 손을 대면 이 낙후된 동네 어르신들의 골치 아픈 문제까지 전부 깨끗하게 해결해 줄 것만 같았다.밥도 잘 챙겨 먹고, 그저 제 말만 잘 들으면 전부 해결해 주겠다고 그가 말했었는데. 그러면 나 역시 자존심 따위는 내려놓고 그에게 굽실굽실 잘 보이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흘러가면 그만인 상황이었다.이아준이 앰프 스피커를 연결하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동안, 나는 커다란 솥 안의 설렁탕을 휘휘 저으며 딴생각에 빠진 채 멍하니 주변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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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가장 완벽한 타이밍

어르신이 내민 명함이 내 손끝에서 잘게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이 비열한 종이 조각이 김희주의 선의라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센 분노의 파도가 밀려왔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그래도 인간에 대한 선량한 마음 한 자락을 어떻게든 믿어 보았을지도 모르지만, 이내 냉소적인 웃음이 입가를 맴돌았다. 천만의 말씀이었다. 김희주의 화려한 가면 뒤에 숨은 추악한 욕망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터였다.그녀는 언론의 포화 속에 갇혀 인심을 잃을 대로 잃은 정치인이었다. 다가오는 선거의 압박과 내게 가했던 잔혹한 폭력까지. 이 모든 추잡한 진실이 그녀의 위선적인 제스처 뒤에 도사리고 있음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날 후려치고 내 부모에게까지 서슴없이 폭력을 휘두르던 손이, 이제 와 어르신들의 굽은 어깨를 붙들며 선량함을 연기하다니. 그 지독한 모순에 숨이 턱 막혀왔다.그때, 이아준이 슬그머니 내 옆으로 와 섰다. “이모님들, 생각보다 서두르셨군요?”녀석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봄볕 같은 따뜻한 온기가 실려 있었다. 그러자 할머니 한 분이 허공에 거친 손을 내저으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갈게. 아준아.”“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할 일 해.”이아준을 비롯해, 저 멀리서 식사 준비를 하던 도국과 나는 서로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천막 구석에서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에 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걸 녀석들도 눈치챈 모양이었다.이아준은 센스 있게 종이 접시에 노란 귤을 가득 담아 내밀며 방긋 웃어 보였다. “여자들끼리 나누는 수다에는 원래 달콤한 간식이 필요한 법이죠.”편하게 말을 건네 보아도 여전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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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당신에게 향하는 선전포고

이 남자가 진짜!나는 차준호가 보낸 문자를 보고 또 보면서 헛웃음을 터트렸다.2월이지만, 설 연휴가 늦춰진 탓인지 마음은 여전히 한파 경보 상태였다.하지만 분노가 솟구쳐서인지 얼굴이 홧홧하게 열이 오르고 있었다. 장갑을 벗어던지고 추위를 참으며 패드를 눌렀다.나는 거칠게 휴대전화 키패드를 꾹꾹 눌러 제대로 답장을 보냈다.[뭐 하자는 건가요? 제가 그리 만만하세요? 대답할 가치도 없네요.]얼마나 내가 가벼이 보였으면 이런 메시지나 보내게 여지를 준걸까.화가 난 동시에 매일같이 몰아치는 충격의 파도에 스스로를 동정하듯 서글픔이 번져갔다.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장갑을 다시 끼고, 집게를 단단히 쥐었다.다시 난 집게를 들고 운동장을 돌며 쓰레기를 주었다.다리에 힘이 뻗쳐 그런가 갑자기 하나도 힘이 들지 않았다.그의 어이없는 문자가 어르신들로 인해 피폐해져가는 내 정신에 경고를 내려준 기분이 들었다.닥친 뒤 고민하자고 생각하며 운동장을 걷던 그때.Rrr Rrr-.기어이 차준호가 전화를 걸었다.열받은 마음에 받을까 말까 고민이 들었지만, 메시지를 주고 받는 수고로움도 하기 귀찮아 망설임 끝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왜요?”수화기 너머로 차준호의 한숨이 먼저 닿았다. 목소리 끝에 묻은 불편한 기색이 내 귀를 스쳤다.-추운 날에 밖에서 뭐 하는 거지?고개를 돌려 주변을 훑었다. 그의 시선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것은 아닐까.최근 이아준이 배치한 경호원들이 어딘가에 대기 중인 것을 알고 있었다.차준호의 차량은 보이지 않았는데.“뭐 다 아시네요?”-혹시 내가 주변에 있나 두리번거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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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경계선 위에서 아슬하게

토요일 오후.최기범의 한남동 저택은 차가운 침묵에 짓눌려 있었다.아버지 최승현 회장의 생일이라 화목해야 마땅한 날이었지만, 집 안에는 싸늘한 냉기만 감돌았다. 아무리 성향이 맞지 않아도 피를 나눈 부모 자식 사이였기에 최기범은 선물도 정성껏 챙겨 왔고, 처음엔 성질을 죽인 채 자리를 지키려 했었다. 자신을 향한 부모님의 애정은 여전했으나, 식탁 위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하고 금세 날 선 대화로 무너져 내렸다.“자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너 하나뿐인데, 아비 생일날도 얼굴을 찌그러뜨리고는······ 쯧, 네 엄마가 일을 저질렀어도 너는 중심을 잡아야지.”“······노력 중이에요.”최승현 회장의 얼굴엔 감정이 쉽게 드러나지 않아 평온해 보였어도, 내심 무심한 아들에게 섭섭함이 묻어 있었다. 그나마 어머니 김희주보다는 이성적인 사람이 아버지였다. 최기범은 말을 아끼며 침묵 속에 식사를 이어 나갔다.명색이 잔칫상이라 기름진 음식이 많았고, 오랜만에 힘을 주어 차린 상이라 비주얼만큼은 제법 대단해 보였다.“당신이라도 날 곱게 봐줘야죠. 괜히 언론에서 부풀린 거예요. 알아서 할 테니 오늘은 그런 말 말고 기분 좋게 밥이나 먹어요.”며칠 전 최기범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던 김희주는 최승현의 눈치를 살피며 눈꼬리만 치켜올렸다. 최기범은 아버지 앞에서는 본심을 숨긴 채 미소 짓는 김희주의 위선에 속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알아서 해결하기는커녕 계속해서 일만 키우고 있으면서.그래도 좋은 날이었기에 최기범은 최대한 참아내며 최승현의 잔에 술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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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진실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

내가 멈칫거리자 친구들은 뭘 그리 신경 쓰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굴었다.이제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너무 대단해져 버린 이아준과 도국에게 혹여나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여전했지만, 녀석들은 오히려 전망 좋은 소파 쪽으로 나를 이끌었다.20년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들이기에,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도 컸기에 돌아가려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하늘이 네가 요즘 충격을 받아서 그런가, 걱정이 많아졌구나? 기분 전환도 할 겸, SNS에 여기서 우리랑 놀고 있다고 올려.”이아준은 평소 같은 표정으로 음식과 와인잔을 세팅하며 가볍게 웃었다.내가 녀석들을 자꾸 언급하면 세상 사람들은 나를 김희주처럼 평가할지도 몰랐다. 남자를 이용해 먹으려는 꽃뱀이라고. 그리고 JW 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주원형 같은 이들도 내가 도국의 소꿉친구 포지션에서 하루빨리 멀어지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이아준은 또 어떤가. L그룹에 뒤늦게 합류한 핏줄이라 이왕춘 회장은 예뻐하지만, 그 외의 친족들은 이물질이라며 배척하는데 가까이 지내는 친구도 최악이라며 손가락질할 게 뻔했다.스캔들이라도 터지면 L그룹과 JW의 주가가 동시에 폭락할 테고, 녀석들 주변 사람들의 인생까지 꼬이게 될 테니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했다.게다가 당장 내 코가 석 자였다. SNS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3월 새로운 일터부터 찾아야 했다. 미래로 향하는 길은 안개 속에 잠긴 미로 같았고, 발밑의 돌부리마다 계속 터지는 돌발 상황들이 끊임없이 발목을 잡았다.“하늘이 얼굴 되게 심각하네.”“요즘 사춘기인가 보지 뭐.”갑자기 도국의 입에서 나온 ‘사춘기’라는 단어에 딸꾹질이 나올 만큼 어깨가 솟구쳤다. 질풍노도의 시기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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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70층, 폭풍 한가운데 서서

나는 입을 달싹이며 앞에 놓인 물 잔을 들어 타들어 가는 목을 적셨다.친구들은 전혀 가볍지 않은, 진지한 태도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가장 먼저 말문을 열어준 것은 도국이었다.“강소희와는 무관하지만, 뼛속까지 재벌가 집안이라 결혼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거야.”‘마음을 정리해라’, ‘그놈 나쁜 놈이다’, ‘세상에 남자는 많다’ 같은 식의 진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했을 뿐인데, 도국은 벌써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벽까지 다각도로 언급하고 있었다.이아준 역시 마찬가지였다.“우리 집안 이아정과의 혼담도 진행 중이던데. 차준호 본인 의사와는 다르게 차진철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조만간 상견례를 할 것처럼 보였거든.”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상견례까지 언급하면서도, 둘 다 차준호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서는 섣부른 비난을 아꼈다. 친구들은 나보다 세상 물정도 잘 알고 연애 경험도 많아서인지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하지만 차준호와의 관계가 시작된 이래 내 삶의 모든 것은 이미 통제 불능이었고, 결국 벼랑 끝에 서게 되었다.‘신 비서’로 지낼 때의 당당함은 까마득한 옛일이 되어 버렸다. 지난 3년 동안 착각 속에 머물렀고, 차준호가 만들어 낸 허상에 갇혀 구름 위를 걷듯 살아왔을 뿐이다.그러니 이제는 정말 결론을 내려야 했다. 차준호와 멀어질 것이고, 혼자 힘으로 꿋꿋하게 일어서겠노라고.“하늘아, 더 할 말 없어?”“진실 게임이잖아.”역시 이아준과 도국은 촉이 좋았다. 내가 김희주에 관한 일과 차준호에 대한 미련을 모두 털어내고, 3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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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파국의 서막을 열다

[세종동 사건 당사자 신하늘! 최근 SNS에 보여준 이미지는 전부 거짓? 그녀는 위선의 화신! 국회의원 김희주의 메가톤급 폭로!][김희주, 신하늘 관련 각종 증거 수집해 경찰 제출! 사건 관련 자료 검찰 송치 단계 진입!][지난 10년간 세종동 재개발 추진해 온 김희주, 이를 가로막은 악녀 신하늘? 과연 진실은?][김희주 아들 농락한 신하늘, 이번엔 글로벌 슈퍼스타 D군과 야밤 밀회? 팜므파탈의 실체!][토요일 밤 L레지던스로 향하는 신하늘 목격 제보 잇따라! 차기 재벌가 대표 L 씨와도 부적절한 관계?][매일 명품으로 휘감고 다니는 '세종동 사건' 피해자 코스프레 비서 신하늘, 그동안 동료 직원들에게도 눈총받아!][신데렐라 꿈꾸나? 재력가·유명인 남자만 노린 CH컴퍼니에 낙하산 승진한 신하늘, 그녀는 희대의 악녀인가?]모든 언론사와 텔레비전 뉴스, 포털 사이트 메인까지 일제히 나를 향해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김정규가 다급하게 이아준에게 전해온 소식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마녀사냥 제대로 시작됐어요! 김희주, 진짜 무서운 여자입니다! 모든 언론사에 한꺼번에 터트렸어요!게다가 이 일 때문에 L그룹 본가 사람들이 지금 당장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다는 사실조차 아득히 황당했다.“이건 범죄야! 실명까지 대놓고 거론하면서 사람을 언론으로 이렇게 매장시킨다고?”“진짜 지독해! 이런 망할 김희주, 처음부터 작정하고 판을 짰어!”이아준과 도국의 분노만큼이나 내 안에서도 뜨거운 화염이 치밀어 올랐다.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덫에 걸려든 기분이었다. 건물 주변에는 이미 기자들이 빽빽하게 진을 치고 있어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일단 내가 알아서 할게! 좀 더 조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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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질척이는 바닥은 더 이상 보기 싫은 악녀

“대표님!”조금 전까지 신세를 한탄하며 이곳으로 걸어오는 동안 머릿속은 온통 복잡한 상념으로 터질 듯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차준호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내 안에 패배의식으로 침전해 있던 모든 감정이 순식간에 전투적으로 곧게 세워졌다.“놀랐어? 하긴, 반갑게 맞이했다면 그건 신하늘이 아니지.”그는 팔짱을 낀 채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나를 나른하게 내려다보았다.차준호가 이곳에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에 오늘 그의 호텔로 가지 않겠다고 차갑게 통보했던 건 바로 나였으니까.“어떻게······ 여기에 계신 거죠?”이곳은 L그룹 소유의 건물이고, 차준호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 본인 소유의 거대한 호텔을 두고 있는데, 그가 왜 이곳에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신하늘이 위기에 처했으니까. 내 호텔로 데리고 갈 타이밍이 안 나와서, 객실 하나 빌렸지.”객실이라니.조금 전 유니폼을 입은 안내원이 왜 나를 향해 ‘고객님’이라 불렀는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발걸음이 마치 깊은 땅속에 차갑게 뿌리를 내린 것처럼 묵직해져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 남자는 대체 왜 내게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어서 들어와. 피곤하잖아.”피곤함이 뼈마디까지 밀려드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차준호가 머무는 은밀한 영역 안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얼마나 더 큰 풍파가 들이닥치게 될까.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최기범과도 아무 일 없었고, 도국을 비롯한 이아준과도 부끄러움 하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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