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全部章節:第 141 章 - 第 144 章

144 章節

#140. 적의 적은 아군인데

최기범을 넌지시 응시하자 그는 나를 따라오는 듯 싶더니 화장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너무 의식했나. 김희주만 생각하면 껄끄러운 기운이 느껴져도, 딱히 최기범은 나의 지인이자 내게 잘해준 사람이라 금세 마음은 다잡아졌다.카페테리아로 향해 들어서자 이미 나정아와 한은숙이 와 있었다.“이거 김치전 대신이니 같이 먹어요.”테이블 위에 포장을 뜯은 해물전과 윤기가 흐르는 보쌈이 등장하자마자, 나정아가 대번에 호들갑을 떨었다.“우와! 신 과장님, 점심부터 메뉴가 완전 대박인데요?”나정아는 대뜸 제 휴대 전화를 꺼내 들더니 찰칵, 찰칵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를 정성스레 촬영했다. 그러더니 눈을 반짝이며 나를 향해 불쑥 화면을 들이밀었다.“어머, 저 이거 신 과장님 계정 태그해서 SNS에 언급하고 싶은데. 아! 같이 사진 찍어 올려도 되죠?”“······네?”순간 척추를 타고 서늘한 오한이 스치며 등골이 오싹해졌다.지금 김희주가 보낸 자들이 언제 내 뒤통수를 칠지 몰라 극도로 조심해야 하는 타이밍인데. 그런 판국에 오히려 SNS를 통해 나를 세상에 노출시키다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내가 당황해 굳어 있는 사이, 옆에 있던 한은숙이 소리 내어 웃으며 제 휴대 전화를 들어 올렸다.“과장님, 저도 끼워주세요. 우리 셋이 같이 셀카 찍어서 올려요. 분위기도 딱 좋은데.”악의 없는 동료들의 가벼운 말이었지만, 내 심장은 이미 불안으로 박동이 늘어나고 있었다. 다들 지난번 최기범의 SNS 글 때문에 내가 김희주에게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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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날카로운 검을 쥐고 겨울의 끝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은 흐르고 흘러, 벌써 금요일 밤이 되었다.지난 며칠간은 참으로 묘한 시간이었다. 평범한 일상 같으면서도 어딘가 특별하고, 수면 아래선 끊임없이 소란스러웠던 한 주가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차준호는 단 한 번의 연락조차 없었다. 그 역시 제 손에 쥔 일들로 바빠 보였고, 그의 메신저 프로필 불빛은 늘 서늘하게 꺼져 있을 뿐이었다.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했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밤공기를 가르며 집으로 돌아와, 내일로 다가온 세종동 어르신들을 위한 점심 급식 봉사 준비로 분주히 손을 움직였다.커다란 냄비 안에서 깊은 향을 내며 정성스레 끓고 있는 국을 살피고, 노릇하게 부쳐낸 김치전을 정갈하게 용기에 담아 정돈했다.문득 최기범이 던졌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나는 조리대 가득 차려진 다채롭고 따뜻한 음식들을 각도를 바꾸어가며 몇 장의 사진으로 남겼다.그리고 간략한 인사말을 덧붙여, 새로 개설한 개인 SNS 계정에 게시물을 올렸다.[오늘은 7시 퇴근— 봉사 활동 준비 중]놀랍게도 업로드 단추를 누른 지 불과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화면 하단의 알림 불빛이 발작하듯 쉴 새 없이 깜빡이기 시작했다.실시간 댓글이 무서운 속도로 차올랐다.[역시 신하늘! 업체 주문도 아니고 어르신들을 위해 이 많은 음식을 손수 준비하다니, 정말 대단해요!][한겨울인데 야외 식사 봉사라니, 날씨가 많이 추울 텐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멀리서나마 응원할게요!][윽! 도국 오빠도 빛의 속도로 이 글에 ‘좋아요’ 누른 거 실화냐? 역시 이 찐 소꿉친구 모먼트 너무 설렌다.][와, 대박! L그룹 이아준 사장님도 친구 목록에 있네요? 두 분 은근히 친하신 듯!][정작 본인의 팔로잉 숫자는 ‘0’. 오늘도 쿨하게 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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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나를 향한 차가운 선전포고

차준호의 서늘한 경고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나 역시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끼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잠시 답장을 쓸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정적을 깨고 천막 안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잠시만요, 길 좀 비켜주십시오.”“야외용 대형 온풍기, 여기 설치하겠습니다.”“그 외에 더 필요한 거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아준이 확인에 나섰다. 이윽고 상황을 파악한 그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내게로 다가와 싱겁게 웃어 보였다.“김 비서가 보낸 거냐고 물어봤더니, 허기찬이라는 사람이 지시했다는데? 차 대표가 보낸 모양이야.”내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 차준호 본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가 뒤에서 부린 이들이 벌써 이곳 주변을 빈틈없이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라온초등학교 운동장을 완벽한 행사장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흐트러진 테이블과 의자가 보기 좋게 정돈되고 육중한 온풍기가 일제히 가동되자, 시리기만 하던 천막 안은 금세 봄날처럼 포근해졌다.‘대표님이 나서주면, 정말 다 해결되네.’뼛속까지 스미던 추위도,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줄어들고 있던 의욕도. 왠지 차준호가 손을 대면 이 낙후된 동네 어르신들의 골치 아픈 문제까지 전부 깨끗하게 해결해 줄 것만 같았다.밥도 잘 챙겨 먹고, 그저 제 말만 잘 들으면 전부 해결해 주겠다고 그가 말했었는데. 그러면 나 역시 자존심 따위는 내려놓고 그에게 굽실굽실 잘 보이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흘러가면 그만인 상황이었다.이아준이 앰프 스피커를 연결하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동안, 나는 커다란 솥 안의 설렁탕을 휘휘 저으며 딴생각에 빠진 채 멍하니 주변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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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가장 완벽한 타이밍

어르신이 내민 명함이 내 손끝에서 잘게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이 비열한 종이 조각이 김희주의 선의라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센 분노의 파도가 밀려왔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그래도 인간에 대한 선량한 마음 한 자락을 어떻게든 믿어 보았을지도 모르지만, 이내 냉소적인 웃음이 입가를 맴돌았다. 천만의 말씀이었다. 김희주의 화려한 가면 뒤에 숨은 추악한 욕망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터였다.그녀는 언론의 포화 속에 갇혀 인심을 잃을 대로 잃은 정치인이었다. 다가오는 선거의 압박과 내게 가했던 잔혹한 폭력까지. 이 모든 추잡한 진실이 그녀의 위선적인 제스처 뒤에 도사리고 있음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날 후려치고 내 부모에게까지 서슴없이 폭력을 휘두르던 손이, 이제 와 어르신들의 굽은 어깨를 붙들며 선량함을 연기하다니. 그 지독한 모순에 숨이 턱 막혀왔다.그때, 이아준이 슬그머니 내 옆으로 와 섰다. “이모님들, 생각보다 서두르셨군요?”녀석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봄볕 같은 따뜻한 온기가 실려 있었다. 그러자 할머니 한 분이 허공에 거친 손을 내저으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갈게. 아준아.”“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할 일 해.”이아준을 비롯해, 저 멀리서 식사 준비를 하던 도국과 나는 서로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천막 구석에서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에 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걸 녀석들도 눈치챈 모양이었다.이아준은 센스 있게 종이 접시에 노란 귤을 가득 담아 내밀며 방긋 웃어 보였다. “여자들끼리 나누는 수다에는 원래 달콤한 간식이 필요한 법이죠.”편하게 말을 건네 보아도 여전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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