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회진을 돌던 의료진이 VIP병실로 와서 나와 차준호에게 단단히 경고를 내리고 떠났다.[차 대표님, 대수술을 받은 지 겨우 사흘째입니다. 아무리 휠체어로 이동하시더라도 복부에 힘이 들어가면 봉합한 수술 부위가 터질 수 있어요. 절대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신하늘 님도 수액이 다 들어가기 전까진 안정을 취하셔야 하고요.]하지만 정작 우리 중 그 누구도 제 몸 하나 가눌 마음의 여유 따위는 없었다.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입맛이 전혀 없었지만, 어떻게든 견뎌내기 위해 억지로 미음 몇 숟가락을 삼키고 자리를 옮겼다.강진욱이 마지막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서늘한 선고를 내린 직후라, 중환자실 앞 복도에 앉아 있던 차진아와 고미주 여사의 눈은 이미 붉게 퉁퉁 부어 있었다.중환자실의 육중한 자동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차가운 복도 너머로 누군가의 삶이 통째로 뜯겨 나가는 듯한 오열과 둔탁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차준호를 시작으로 고미주 여사, 그리고 차진아까지⋯. 각자의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무균병동 문턱을 넘었던 이들이 하나둘 돌아왔을 때, 그들의 눈동자는 이미 삶의 의지나 초점을 완전히 잃어버린 납빛이었다.그리고 마침내, 내가 그 문턱을 넘어야 할 차례가 되었다.서늘한 멸균 비닐 무균복을 덧입고, 마스크와 위생 장갑, 헤어캡까지 꼼꼼히 갖추었다. 전신을 감싸는 알코올 소독액의 서늘하고 찌릿한 감각을 두른 채, 나는 마침내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처럼 느껴지는 그 이질적인 공간으로 천천히 발을 들였다.***중환자실 무균병동 안은 숨이 막힐 정도로 삭막했다.천장을 어지럽게 가로지르는 수많은 기계 배선과 낮게 가라앉은 차가운 공기,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 규칙적이지만 위태롭게 울리는 전자음들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