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가 강남역 한복판을 지나가자, 도로변 곳곳에 세나가 속한 걸그룹 ‘에스텔라’의 대형 광고판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걸그룹 센터가 남자 톱스타의 프라이빗 숙소를 찾는 일은 막대한 스캔들 리스크를 동반했지만, 지금의 세나는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할 만큼 절박했다.‘오늘 난 오빠의 여자가 될 예정이야.’드디어 도국이 자신과 밤을 함께 보내주겠다는 뜻 같아,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몽글몽글한 설렘이 차올랐다. 도국에게 전달할 선물과 함께, 백팩 안에는 속옷과 화장품, 그리고 다음 날 갈아입을 여분의 티셔츠까지 세심하게 챙겨둔 상태였다.건물 외벽과 버스 정류장 곳곳에서 다시금 도국의 근사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하필 대한민국을 뒤흔든 대형 스캔들이 터진 데다, 국민적 악녀로 낙인찍힌 신하늘과 엮여버렸으니.오늘 이 만남을 계기로, 어쩌면 자신과 도국 사이의 스캔들이 다시 불거지면서 신하늘의 사건이 자연스럽게 묻히고 상쇄될지도 모른다는 계산이 섰다.어차피 신 비서는 차준호 대표와 연인 관계일 테고, 도국은 그저 신 비서를 혼자 짝사랑하는 것뿐일 텐데.참으로 애달프고도 씁쓸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천하의 차준호는 이미 신하늘에게 깊이 빠져있는 듯했다. 멤버들 사이에 감도는 소문에 따르면, 최근 차준호가 신 비서에게 더욱 적극적이고 거침없이 대시하고 있다고 했다.하긴, 차준호 정도의 거물이 단지 누군가 자신을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쫓아다닌다고 해서 선뜻 마음을 받아줄 위인이던가.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처럼 차갑고 철두철미한 이미지의 남자였으니 말이다.사실 세나는 차준호라는 사람이 몹시 무서웠다.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냉철한 데다, 범접할 수 없는 중압감을 풍기는 존재였으니까.그때 택시 라디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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