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희는 울음을 뚝 그친 채 물끄러미 주원형을 바라보았다.평생을 살아오며 늘 그에게 감사했고, 의지했으며, 때로는 비겁하게 이용하기까지 했던 자신이었다.차준호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것도 사실이었고, 한때는 최기범을 차선책으로 삼아 화려한 미래를 꿈꿨던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하지만 온 세상이 자신을 버리고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지금, 앞으로의 미래를 주원형과 함께해야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될 줄이야. 그때, 주원형의 깊은 눈동자 속에서 살기 어린 결심이 오롯이 번뜩였다.“나랑 결혼해. 프러포즈 선물로 김희주 그 여자, 피눈물 나게 만들어 줄 테니까. 그리고 내 인생에서 넌 늘 빛나는 여자였어. 계속 빛나게 만들어 줄 거야. ”어떻게 이 순간에 이런 엄청난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주원형의 묵직한 진심이 가슴에 와닿자, 참았던 눈물이 다시금 울컥 터져 나왔다. 자신처럼 이기적인 여자가 받기엔 지나치게 과분한 사랑이었다.강소희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떨구었다. 등을 다정하게 감싸 안는 주원형의 손길을 느끼자, 마음속 깊은 곳을 막고 있던 단단한 둑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대표님, ······고마워요.”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뜻밖에도 다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소희는 생전 처음 알게 되었다.주원형은 강소희의 차가운 손을 꼭 쥔 채로 시선을 돌려 김훈을 향했다. “김 실장, 언론과 국민을 완벽하게 속여 넘길 만한 그럴듯한 시나리오 좀 짜 봐. 나 연기 하나는 잘하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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