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Chapter 191 - Chapter 200

288 Chapters

#190. 점화, 서서히 불꽃이 타오르다

[올해 뜨거워질 총선 열기의 신호탄은 세종동! 과연 유권자의 마음은?][정치 9단 막강 권력자 김희주와 신출내기 다크호스 신하늘! 폭풍의 격돌 예고!][TT 여론조사 결과 34% 대 32% 박빙! 중도층 표심이 최대 변수!][당대표를 노리던 김희주에게 치명타 입힌 신하늘! 경쟁당의 파격 영입 시도되나]아침이 되자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은 온통 내 이름으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아직 선거 시작도 하지 않았고, 선거인명부를 제출하지도 않았는데.포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처럼 끊임없이 쏟아지는 알림에,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면서도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듯 거세게 요동쳤다.어쨌든 그건 그거고 나의 일은 차질 없이 해야 했다. 밤을 꼬박 새워 작성한 보고서를 최기범에게 제출하고 나서야 비로소 숨을 돌렸다.회사 피트니스센터 샤워실에서 씻고 나오는데, 나를 향하는 사원들의 시선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묵직해진 상태였다.마치 톱스타 에스텔라를 바라볼 때나 감돌던 묘한 호기심과 경외심이 섞인 눈빛과도 닮아 있었다.어제 휴대전화 전원을 꺼둔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쏟아진 문자와 미확인 음성 메시지, SNS 반응은 폭발적인 수준이었다. 단 한 번도 비공개로 전환한 적 없던 게시물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열띤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Umm Umm UmmUm Um Um Um Um시시각각 서늘한 진동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발신자 제한으로 온 문자들은 칼날처럼 날카로운 악담으로 내 마음을 베어냈다. 정치판에는 얼씬도 말라는 경고부터,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서 자중하라는 치졸한 협박까지. 글자마다 서슬 퍼런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계속 설치다간 험한 꼴을 볼
Read more

#191. 진실의 판이 거짓을 집어 삼키다

JW엔터테인먼트 사내 식당.주원형은 억지로 강소희의 손목을 끌다시피 하여 식당 안으로 향했다.주원형 역시 입맛이 싹 달아난 상태였지만, 회사 임직원들과 소속 연예인들 앞에서 강소희의 옆자리가 여전히 자신의 몫임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피할 수 없는 자리였다.“대표님, 나 진짜 지금 제정신 아니에요.”강소희는 숟가락을 힘없이 잡은 채 입술을 바짝 깨물었다. 정갈하게 차려진 식판 위 음식에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그녀의 서늘하게 식어버린 얼굴을 바라보는 주원형의 식도 너머로 공기가 유난히 시리게 얹혔다.“나라고 속이 편하겠어? 하지만 네 이미지를 생각해. 지금 구석에 숨어서 쭈그러져 있어 봐라. 당장 사람들이 너더러 뭐라고 수군대겠어?”그 말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강소희의 경직되어 있던 얼굴에 순식간에 화사한 미소가 걸렸다.“어머, 그러네. 신하늘한테 밀려서 차준호한테 차인 시시한 여자가 나라니. 어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천 개의 얼굴을 가진 여자답게, 강소희는 생글생글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국에 밥을 말았다. 물론 복스럽게 음식을 넘길 위인은 아니었으나, 표정만큼은 화장품 CF를 촬영할 때처럼 생기와 여유가 넘쳐흘렀다.차준호가 이토록 파격적으로 신하늘의 손을 잡아줄 줄이야. 작년 말부터 치밀하게 세워두었던 김희주와의 연대와 계획이 산산이 부서졌음을 직감했다.대한민국의 모든 시선은 이제 떠오르는 태양인 신하늘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차준호가 던진 속보는 단순한 열애설 이상의 거대한 정치적·상업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어떻게 차준호는 이렇게 사람 뒤통수를 후려치는지.”주원형은 혀를 차며 제육볶음을 크게 한술 떠 입에 넣었다.“원래 차준호
Read more

#192. 기가 막힌 인간관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프리미엄 라운지.세나는 물끄러미 포털 사이트에 도배된 기사들을 천천히 훑어 내렸다. 옆에 서 있던 나나가 부러움 섞인 한숨을 흘리며 말을 보탰다.“와, 신 비서님 진짜 대박이다. 이제 그냥 우리나라에서 제일 핫한 여자가 되어버렸잖아?”다른 멤버들도 감탄사를 터뜨리며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반면, 옆자리에 앉은 하나는 떨리는 입술을 바짝 깨물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사람 인생 진짜 알 수 없네. 와, 말이 안 나온다. 쳇!”“진짜 신 비서님은 완벽한 워너비야.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다 가졌지?”두나의 말대로 신하늘은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다. 단순히 명예나 부, 혹은 차준호라는 남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배경 때문이 아니었다. 풍파를 겪어도 남자의 달콤한 호의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강단 있게 밀어붙이는 신하늘의 독보적인 기개와 단단함은 같은 여자가 보아도 눈이 부실 만큼 멋졌다.“김희주는 이제 완전 나락으로 떨어지겠네. 풋, 하하!”눈치 없이 깔깔거리는 나나를 보며 하나의 눈빛이 오싹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하나는 이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하지만 말이야······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졌을 때가 가장 위기도 빨리 오는 법이지.”기이할 정도로 광기가 번들거리는 하나의 눈빛에, 세나는 순간 본능적인 경계심을 느꼈다.상황대로라면 신하늘을 질투하고 미워해야 마땅한 쪽은 자신이어야 했다. 하지만 세나는 이상하게도, 거대한 파도에 맞서 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신하늘을 속으로 깊이 응원하고 있었다.
Read more

#193. 거짓말쟁이들의 뜨거운 밤

23층에서 25층, 익숙한 비서실을 지나 대표실로 향하는 길.“대표님, 참 가지가지 대단도 하시네요.”어느새 나는 차준호의 단단한 손에 이끌려 조용한 복도를 걷고 있었다. 게임 개발실이 위치한 층을 벗어나자 고요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명절 직후의 주말인 데다 다른 부서 직원들은 연차를 몰아 쓴 덕에 사옥 안은 적막했다.“지난주에 대표실을 좀 리모델링했거든.”비서실을 지나자, 허기찬 대신 서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대표님, 요청하신 자료는 메신저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전 이만 퇴근하겠습니다.”“그래, 고생했어.”나를 대신해 정식 비서 자리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총무과에 있을 때보다는 훨씬 나은 대우를 해주겠지. 그래도 여자 비서가 아니라 다행스러워하는 나 자신에게 허무한 콧웃음이 흘러나왔다.차준호가 나를 이끌고 들어간 곳은 대표실 안쪽 프라이빗 공간이었다.예전에 무심코 본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확연히 달랐다.은은하게 깔린 간접 조명 아래, 세련된 소파와 미니바가 보였고, 그 옆으로 널찍한 킹사이즈 침대가 자리했다.원래 한남동 저택이나 호텔 스위트룸에 비하면 소박한 수준인 데다가 서재 같던 공간이 원룸처럼 꾸며져 있어 색다른 기류가 흘렀다.설마 나 때문에 호텔로 돌아가지 못하는 날이면 이곳에서 밤을 보내기 위해 이 판을 짜둔 걸까.황당함에 말을 잊은 나를 보며, 그가 입꼬리를 짓궂게 올려 세웠다.“차나 한잔할까. 내가 이제야 건강 좀 챙겨볼까 하고 술은 좀 줄였거든.”어느새 차준호는 미니바 앞에서 익숙하게 찻주전자를 꺼냈다. 나는 묘한 기분에 할 말을 잃은 채 털썩 소파에 몸을 묻었다.
Read more

#194. 동상이몽, 연인들

CH-컴퍼니 대표실 한편 리모델링을 한 은밀한 이곳에 정제된 침묵이 찾아왔다.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뜨거운 감정이 울컥 솟구쳐 올랐다.3월 1일. 모든 미련을 털어내고 차준호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려 떠나겠노라 단단히 마음먹은 이후로,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처럼 유지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썼다. 하지만 그가 매일매일 던진 수평선 너머의 파문은 지나치게 거대했다.그리고 오늘 드디어 역대급 거대한 물보라를 그가 일으켰다.“신하늘, 놀란 거야? 나는 너랑 닮은 아이를 원해.”차준호의 입에서 이런 명제가 흘러나올 줄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성인 남녀가 밤을 지새우고 체온을 섞다 보면 자연스레 수순처럼 따라오는 일이라 해도, 늘 철벽을 세우고 거리를 둔 차준호가 나를 향해 건넨 그 말은 내 영혼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나는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 다만 오늘은 이성도, 계산도 아닌 오롯이 본능에만 이끌리고 싶었다.이번에는 그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듯, 그의 묵직한 입술을 내가 먼저 집요하게 덮쳐버렸다.거세게 요동치는 심장 소리가 귀가에서 사정없이 울려댔고, 시야는 이미 아득한 열감으로 일렁였다.내가 세워둔 서늘한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걸까. 기한으로 정해둔 날이 이제 겨우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지금 이 순간만큼은 눈을 감은 채 차준호라는 남자를 오롯이 내 품에 가두었다. 그에게 안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에게 손을 뻗었다.참으로 알 수 없는 게 인생이었다. 이래서 일단은 견디며 살아보아야 하는 건가.차준호의 목을 끌어 안은 채, 열기를 더욱 돋우며 밤은 그렇게 깊어져 갔다.***같
Read more

#195. 90%의 진실, 말하지 않은 나머지

밤의 장막이 걷히고, 여명의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프라이빗 공간의 창을 타고 스며들었다.지난밤, 서로를 탐하며 모든 것을 터뜨릴 듯 열정을 포개고 난 뒤에야 우리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지독했던 고된 여정의 끝에서 찾아온 잠은 꿀처럼 달콤하고 안락했다.하지만 아침이 되어 창가로 흐릿하게 흘러드는 백색광에 눈이 적응해 가자, 어젯밤의 밀도 높은 열기는 아침의 민망함으로 변해 차가운 이성을 깨워냈다.나는 잠든 차준호를 깨우지 않은 채 욕실로 향했다. 물소리 사이로 생각을 조용히 정돈했다.그러고 보니, 대체 무슨 정신으로 회사 사옥 한복판에서 이런 낯 뜨거운 거사를 치른 것일까.조만간 허기찬이나 서진원이 출근할 것이고, 아래층에는 주말이어도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누빌 터였다.‘대표님이 변했어.’어젯밤 이곳에서 차준호와 입술을 겹치고 서로의 옷가지들을 하나씩 은밀하게 거두어낼 때마다, 시간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흘러갔다. 그 강렬한 열기 앞에서 과거의 메마르고 건조했던 관계는 모래성처럼 무너졌다.나를 가득 품어 오던 그의 아주 작은 손길 하나조차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애틋함을 머금고 있었다.드디어 우리도 평범하고 평온한 연인이 된 것일까.‘살다 보니 정말 별일이 다 있네. 피임까지 하지 말자니.’입가에 번지는 나지막한 실소가 공기 중으로 산산이 부서졌다.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여전히 베개 깊숙이 얼굴을 묻고 잠든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평소의 견고한 철벽을 완전히 벗어던진 채,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무방비했다. 아마 나를 지키고 이 판을 짜느라 그 역시 며칠 동안 단 한순간도 편히 잠들지 못했을 것이었다.항상 먼저 깨어나 나를 내려다보던 건 차준호였는데, 이렇게 먼저 일어나 그를 지켜보는 것은
Read more

#196. 경계선에서 속아주는 사이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선우현을 마주했던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이었으나, 그의 기세에 눌려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차준호가 사람을 시켜 호화로운 도시락까지 보내주었건만, 나는 제대로 된 감사 답신조차 보내지 못한 채 멍하니 선우현이 주고 간 명함 끝자락만 만지작거렸다.차진철 회장은 물론, 차준호조차 모르게 내 앞에 나타난 선우현.그가 사라진 뒤에도 여운처럼 남은 긴장감에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신 과장님, 점심 안 드세요?”옆에서 나정아가 물어올 때까지도 깊은 시름에 빠져 있던 나는, 그제야 번쩍 정신을 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아······, 먹어야죠.” “오늘도 혹시······ 대표님이랑 드세요?” “아뇨, 오늘은 도시락 먹으려고요.”점심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와중에도 영양가 없는 고민으로 시간만 흘려보낸 꼴이었다.뒤늦게 확인한 사내 메신저 창에는 수많은 알림이 깜빡이고 있었다. 보고서를 잘 전달받았다는 최기범의 메시지, 그리고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차준호의 푸념까지.[신하늘, 감히 아침도 같이 안 먹고 사라지다니. 괘씸하네.]일개 직원과 달리 한가한 대표님은 더 쉬라는 의미였다고 가벼운 답장을 뒤늦게 보낸 뒤, 가슴 한구석의 찜찜함을 꾹 눌러 덮었다.파티션 너머로 나정아의 시선이 내 책상 옆에 놓인 고급 보온 백으로 향해 있었다. 연일 배달되는 정갈한 디저트와 요리에 내심 기대를 품은 눈치였다.“우리 어서 식사하러 가요.”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정아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얏호! 매일 보신하는 기분이에요. 카페테리아로 가요!”아이처럼 밝게 웃는 그녀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는 나도 모르게 머리 위층에 있을 차준호를 떠올리며 천장을 흘끗 올려다보았다.
Read more

#197. 살아도 죽어도 모두 같은 운명

일요일 오전. 일본의 한 예능 프로그램 대기실.“여기가 진짜 일본이라니! 우리 진짜 성공했다, 그치?”하나의 들뜬 목소리가 적막한 대기실 안을 쾌활하게 울렸다.“게다가 3월 1일 신작 게임 출시 이벤트 무대에 우리가 메인 주인공이라니! 언니 너무 기뻐요!”거울 앞에서 메이크업을 수정하던 두나 역시 붉어진 볼을 감추지 못한 채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들뜬 기색이 역력한 것은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세나 역시 뿌듯함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하루빨리 더 높이 올라가 확실한 성공을 거둬야만 했다. 그래야 도국과 연예계 바닥에서 오래도록 같은 시선을 공유하며 연을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그를 향한 아련한 마음이 가슴을 묵직하게 짓눌렀다.그때, 대기실 한쪽 모니터를 조용히 바라보던 나나가 입꼬리를 슬그머니 올리며 두 손을 꼭 쥐었다.“언니들, 그거 알아요? 도국 오빠가 예전에 일본 예능에 나와서······ 본인이 우리 팬이라고 직접 말해 줬었대요. 덕분에 일본에서 우리 인기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뛴 거래요.”나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나는 입 안쪽에 맺히는 씁쓸함을 참지 못하고 하-, 나지막한 한숨을 흘려보냈다. 단 한 사람, 도국의 말 한마디가 가진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하고 거대한지 새삼 뼈저리게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그러자 옆에 서 있던 하나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그나저나 그 신 비서님도 처신 좀 똑바로 해야 할 텐데. 괜히 우리한테 피해 주지 말고 빨리 회사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다.”하나의 투덜거림에 두나가 거울을 보며 무심하게 말을 받았다.“신 비서님은 어차피
Read more

#198. 이제 시작인데, 왜 그래?

밤 10시 반.어둠이 짙게 내린 프라이빗 공간 안, 차준호는 나지막한 클래식 음률 대신 최기범과의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켜둔 채 움직이고 있었다.신하늘이 도착하면 걸쳐 입을 포근한 로브를 정갈하게 정돈하고, 출출할 그녀를 위해 준비한 가벼운 야식을 보기 좋게 세팅하는 손길에는 기묘할 정도의 정성이 담겨 있었다.―신 과장, 얼른 퇴근시켜. 저러다 쓰러져.스피커폰 너머로 들려오는 최기범의 건조한 목소리에 차준호가 입꼬리를 얇게 말아 올렸다. 폭신한 거위털 이불의 날을 세워 정리하며 그가 넌지시 쏘아붙였다.“내 여자는 내가 알아서 챙겨. 상하이까지 출장 가서 나한테 전화 하다니.”―그냥 메신저로 또 보고서를 보냈기에 하는 말이야.“그나저나 신하늘 지지자 모임은 또 뭐야?”― ‘스카이 블루’ 바람을 일으키고 싶어서.차준호는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며 손을 털었다. 은밀한 공간 내부의 온도계를 체크해 적정 온도를 맞추고, 건조하지 않도록 은은한 아로마 향이 퍼지는 가습기를 가동시켰다. 정숙한 움직임 속에서도 그의 물음은 묵직하게 최기범을 향했다.“넌 너희 어머니랑 두 번 다시 안 볼 생각이야?”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최기범의 나른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니. 나라도 나서서 여론을 희석시켜야 하니까. 이슈를 분산하기 위해서랄까.차준호는 피식 콧웃음을 흘렸다. 신하늘을 위한 최선의 환경을 갖추면서도, 그의 이성은 최기범이 쌓은 주춧돌의 진짜 의도를 정교하게 계산하고 있었다.“그런데 네가 대중의 관심을 신하늘에게 더 쏠리게 만들었잖아.”―맞아, 난 지금 신하늘의 역량을 시험하고 있어.
Read more

#199. D-Day-1,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3선 중진 김희주, 당 노선 불일치 및 막말 논란으로 전격 공천 탈락 수모!][지역 민심 외면한 결과? 김희주 컷오프 충격··· 세종동 물갈이 신호탄 되나][‘새 술은 새 잔에’… 지지 세력 몰락에 무너진 중진, 2030 신진 세력 급부상][XX당 공천 기습 발표 후 여론 촉각··· 경합 지역 속전속결 선거 체제 돌입][‘대어’ 신하늘의 행보는? XX당 영입설 솔솔, 전격 공천 받게 되려나]김희주의 몰락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대한민국의 정치부 헤드라인은 김희주의 추락과, 그 반사이익의 중심에 선 신하늘의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다.잠실 L그룹 회장실. 블라인드 사이로 비쳐 드는 창백한 햇살 아래, 이아준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입꼬리를 씰룩거렸다.정계 전체를 요동치게 만든 김희주의 컷오프 소식은 김희주에게 줄을 댔던 이아정의 코를 납작하게 누를 완벽한 호재였다.“할아버지, 김희주는 이제 완전히 끝났네요.”이아준이 신이 난 목소리로 말을 건넸어도 이왕춘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마치 거대한 둔기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한 눈으로 식어가는 찻잔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0년도 넘게 당에 공헌했는데, 공천조차 못 받다니······. 정말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이왕춘의 목소리에는 환희가 아닌, 깊은 충격과 묘한 허탈감이 짙게 묻어났다.
Read more
PREV
1
...
1819202122
...
2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